저녁 산책을 갔다가... 집 근처의 **천 정비가 마무리되어 다른 한 쪽도 산책할 수 있게 되었어요.
전에는 운동하는 사람에 치여서 걷기가 힘들었는데 이제는 다니기 좋더라구요. 더불어 강아지들도 산책하기 편해졌죠.
오늘은 뒤에서 헥헥~거리는 소리가 나서 뒤돌아보니 슈나유저 두 마리가 산책을 하더라구요.
작은 개와 그 옆 2배 크기의 큰 개가 동시에 헥헥~거리니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쳐다봤어요.^^
동생은 강아지를 싫어해서 옆으로 피하고 저는 잠시 아주머니 옆에 붙어 걸으며 작은 강아지를 가리키며 "얘가 새끼예요?"라며 말을 걸었죠.
아주머니는 "아니요. 얘가 엄마에요."하시더군요. 아들인지 딸인지도 물어볼껄...아주머니는 바쁘게 개를 데리고 앞서 가셨어요.
존 버닝햄은 앤서니 브라운과 함께 영국을 대표하는 그림책 작가입니다.
그림책을 보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의 그림책에 홀딱 반했습니다.
존 버닝햄은 어린 시절 대부분을 가족과 함께 캐러번이라는 주거용 트레일러에서 살았다고 하더군요. 학교를 9군데나 옮겨 다니고
13살에는 서머힐 학교에 갔어요. 자유교육으로 유명한 그 학교 말입니다.
수업에 안 들어가도 되고, 시험도 없고, 숙제도 없고 하고 싶은 일은 뭐든지 해도 되는 학교 말이에요. 서머힐에서의 생활은 행복하고 유쾌했지만 자신은 무엇이 좋은 교육인지 아직도 모르겠대요. 학교 다니는 시간은 길게 느껴지니까요.
지겨워져서 수업에 들어갔다는데 미술실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그런데 졸업할 때는 영문학빼고 미술을 비롯한 다른 과목은 모두 낙제였다고.
서머힐에서의 존 버닝햄...쫌 잘 생긴 듯!^^
그의 외할아버지는 목사였지만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를 썼다고 해요. 비록 출판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이야기 솜씨도 외할아버지의 영향이라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학교를 마치고 양심적 병역 거부자로 등록해서 지방 병역 면제 심사를 봤답니다.
판사가 그의 진술서를 보고 솔직하다며 인도적인 사회복지 사업에 참여하도록 허락했습니다.
존 버닝햄의 아버지도 양심적 병역 거부자였어요.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고 훈장도 받았지만 전쟁에 대해서는 그다지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건지 궁금하긴 해요.
<지방 병역 면제 심사 장면>
2년 반 동안의 병역 대체 근무 기간에 존 버닝햄은 서섹스에서 나무를 베기도 하고, 햄프셔의 유기농 농장에서 과일 나무를 돌보기도 하고, 런던의 신경쇠약환자 전용 국립병원에서 환자를 옮기기도 했어요.
또, 국제평화봉사단에서 일할 때는 글래스고의 고반에 있는 빈민가를 재건하는 일을 돕기도 하고, 남부 이탈리아에서 학교 짓는 일을 돕고, 이스라엘에 가서는 미국 퀘이커 교도를 위해 오래된 마을을 부수고 운동장을 만들기도 했어요.
병역 대체 근무가 끝나고 무엇을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는 우연히 서머힐 학교 친구를 만나게 됩니다. 그 친구는 센트럴 미술학교에서 공부하고 있었는데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존 버닝햄도 그 학교에 들어가게 되죠.
그리고 3년 과정의 그래픽 디자인과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합니다.
그의 포트폴리오 구경해보시죠.
저는 손과 발을 이용한 그림을 보고 '기발하다! 사물을 다른 각도로 보는 게 필요해!' 뭐 요런 걸
생각했다죠.
그의 부인은 헬렌 옥스버리인데 센트럴 미술학교에서 만났답니다.
그녀는 무대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결혼 후에는 어린이 책에 그림을 그렸어요.
사람들이 직업이 같아서 힘들지 않냐고 물어본다는데 존 버닝햄은 헬렌이 낫다고 생각하고
헬렌은 존 버닝햄이 낫다고 생각한대요. 본 받을만한 부부이지 않아요?
헬렌 옥스버리가 그린 그림책들입니다. 저는 <곰 사냥을 떠나자>를 좋아해요.
글과 그림이 조금씩 바뀌어서 반복되거든요. 꼭 후크 송 같아요.
다시 돌아와서 존 버닝햄은 미술학교를 졸업하고 이스라엘에 가서 애니메이션에 필요한 인형을 만들기도 하고 영국에 돌아와서 포스터를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이게 모두 런던 운송국 포스터라니 훌륭하지 않습니까?
이때부터 그는 그림책 그림을 그리는 준비를 했는지도 몰라요.
존 버닝햄의 첫번째 그림책은 <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입니다.
이 책의 그림으로 케이트 그리너웨이 상을 받았어요. 첫 작품부터 상이라니...
컬러 석판 인쇄로 출판된 최초의 책이라고 하는군요.
책 속에서 보르카는 나중에 런던의 큐 가든에 살게 되는데 책이 출판된 지 30년이 지난 후
존 버닝햄은 한 미국인으로부터 편지를 받았다고 해요.
영국의 큐 가든에 갔는데 두 아이가 기러기를 보고 뛰어다니며 "보르카, 보르카"라고 외치는 것을 보았다고요. 자신은 아이들이 어렸을 때인 30년 전부터 이 책을 좋아했는데 지금의 아이들도 이 책을 좋아하며 33년이 지나서까지 보르카는 여전히 살아있다고 말입니다.
아마도 지금보다 훨씬 나중에도 아이들은 기러기를 보고 "보르카"라고 외칠꺼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