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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때와 같이 인강을 듣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찾아왔다.

고등학교 2학년에 발을 디디고부터는 거의 이런 식이다.

한국지리 인강을 듣고 있는데, 왜인지 집중이 전혀 되지 않는다.

선상지니 범람원이니 하는 개념들이 자꾸 떠돌기만 한다.

사흘 전부터 계속 이래서 공부를 하지 못했다.


……짜증이 많아졌다.

내색은 하지 않지만 남들의 말에 너무도 쉽게 무너지고 쓰러진다.

그렇게나 아끼던 친구들도 가까이하기 꺼려지고 주저하게 된다.

공부에 관련된 개념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머릿속에 침투하는 것을 두려워하게 되었다.

고삼이 힘든 이유는 역시 정신적인 면에서 고통스럽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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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니 있다가도 눈물이 흐른다.

코 끝이 찡해오고 가슴이 답답해서 눈물을 닦을 생각을 못한다.

국민들의 슬픔과 애통함이 점차 분노로 변해가는 과정을 보며,

나 또한 그 단계에 몸을 싣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죄스럽고 미안한 마음…….

 

홀로 남아 아이들을 구하려 힘쓰다 순직한

젊은 여 승무원의 이야기를 듣고

그만 가슴이 무너져 엉엉 울었다.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 올라가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였을지

얼마나 울고 얼마나 땀흘렸을지 알기에, 그 죽음이 값지다.

대한민국이 멈췄다. 나도, 우리도 모두 멈췄다.

아이들이 이 추운 물속에서 아직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온몸이 떨리고 가슴 껍질이 벗겨지는 듯 저려온다.

나도,

촛불을 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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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담하다.

이 일을 모니터 화면으로만, 뉴스 앵커의 목소리로만 전달받아 보는 사람의 입장으로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답답하고 억울하다. 경주의 마우나 리조트 붕괴 사건이 기억 저편으로 묻힌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런 고통스러운 일이 또 일어나서 우리의 마음을 할퀴어댄다. 학교에서도 우리들의 화두는 진도 세월호 침몰 사건이었다. 누군가 배가 좌초되었다며 사백 명이 넘는 사람이 물에 빠졌다는 이야기를 했고, 휴대전화를 내지 않은 아이들의 합심으로 사건의 전말이 점점 밝혀지기 시작했다. 지금에서 보면 모조리 거짓이고 소문이었지만 전원이 구조되었다는 잠시의 뉴스는 우리 모두를 안심시키는 데 충분했다. 그 때문인가 우리들은 반 농담으로 낄낄 웃어대며 사건을 희화하곤 했고 수업을 쉬어가기 위해서 꺼내는 이야기로 사용하기도 했다. 그 일이 이토록 심각했을 줄이야….

나도 작년에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그때 그 출발의 설렘과 기쁨, 친구들과 마주하며 웃었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많은 학생들, 그들이 배에 발을 디뎠을 때의 심정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더욱 가슴이 저려오는 듯하다. 수학여행 간다고 부모님이 돈 만 원 쥐어주셨을 거고, 소풍 때 못 찍은 사진 수학여행 가서 한없이 찍고 오자고 친구들과 약속했을 얼굴들이 눈 앞을 자꾸만 스쳐지나가서 마음이 영 나아지질 않는다. 다른 일을 손에 잡을 수가 없다. 무사하길 기도하는 것은 애석하게도 이제 늦은 것 같다. 그저 바라는 것은 모두를 찾아서 가족의 곁으로 갈 수 있도록. 서로의 마지막을 기억으로 맞이하지 않기를.

이 혼란 속에서 살아남은 이들이 나는 너무 걱정스럽다. 그들이 평생 죄책감 속에서 살아가게 될까봐. 얼마나 미안하고 또 미안하고 아플까. 그러지 않았으면. 그래도 되지 않아도 되니까, 그러지 않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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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14-04-17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이 오지 않아요. 스마트폰이 없어서 퇴근하는 내내 뉴스를 못봤거든요. 시장 들렀다 오자마자 뉴스보면서 한시간을 울었어요.
 






두 달, 만인가요. 이러구러 많은 일을 해나가다보니 이러구러 시간이 지났습니다. 두 달 동안의 제 화두는 단연 친구였어요. 친구 문제로 참 많이 힘들어 했고 그만큼 또 즐겁고 행복했으며 또 성숙하기도 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친구들을 대할 때,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 옳은가, 하는 희한한 정당성을 따졌는데 이젠 그러지 않아요. 이 모습의 저를 좋아해주는 친구가 있고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옳다는 것을 시나브로 깨닫고 있는 요즈음입니다. 생일이 오래 지나지 않았는데 선물도 많이 받았고, 제 가장 소중한 친구들과 함께 밥도 먹고 축하도 받은, 그야말로 생애 최고의 날이었습니다. (생애, 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여전히 민망하고 어색하네요.) 그러니까, 잘 지내고 있단 말입니다. 태양계까 정해진 궤도 안에서 돌듯 저와 제 친구들도 이제 일정한 궤도 위에서 구르고 있는 것 같아요. 다들 공부와 시험을 두려워 하고 무엇보다도 대학 문제에 민감해졌습니다. 제게 문학을 가르쳐 달라고 다가오는 사람들도 훨씬 많아졌고 전보다 열심히 하는 친구들도 많아졌구요. 덩달아 저도 열심히 해보았습니다. 공부를 죽어라 안 하던 저였는데 이번 학기는 죽어라 해봤어요. 그렇다고 코피를 쏟을 정도로 한 건 아니지만 괜찮은 성적을 받았고 계열 전체에서도 그럭저럭 순위에 올랐습니다. 글 쓸거라고 자만하고 나태했던 모습을 돌이켜보면 부끄러워요. 아직 철학과, 문창과, 국문과 중에서 어디에 진학하겠다는 확실한 목표를 세우지 못했지만 아무래도 글보다는 공부에 주력해야 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그래서 그런가, 몸이 많이 허해진 걸 느낍니다.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 감기를 이 년 연속으로 걸리네요. 저번 달부터 결핵환자처럼 켈록대더니 일주일 전부터는 몸살난 것처럼 찌푸둥하고 머리도 아프고 목도 갈라지고 그러네요. 덩치는 산 만한 게 몸은 또 이리 약해서. 주절주절 사담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많은 영화와 책을 보았는데 페이퍼로 작성하고 싶어요. 시간이 아주 조금 걸릴 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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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26 13: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7-27 2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7-28 1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7-29 01: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7-26 13: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7-27 2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히히 2013-07-26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딸들 방학 이후
목 쭈~욱 빼고 이진님을 기다렸습니다.
방학이라 출두하리라 자신했습죠. ㅎㅎㅎ

심장을 후비고 간 풍량에
크고 작은 상흔은 남겠지만 청춘의 수확입니다.
그 상처가 뜸이 들면 추억이 됩니다.
단, 너무 굼뜨서 잊을만 할 때 쯤 그리워집니다.
지금의 저 처럼요.
여고 친구들이 엄청 보고파요. T T

이진 2013-07-27 21:53   좋아요 0 | URL
히히님 저도 히히님 댓글 받고 싶어서 페이퍼 꼬박꼬박(?) 쓰는 거잖아요.
방학이라서 출두한 거 맞습니다. 사실 신간평가단 신청했는데 똑 떨어져서,
떨어진 김에 또 들른 김에 느릿느릿 재개해보려구요.

그렇겠죠. 낙화, 라는 시가 생각나요. 언젠가 열매를 맺을 거라던 위로가.
또 다른 글로 찾아뵐게요... 라는 마무리 인사는 조금 이상하네요.
그럼 :D

마음을데려가는人 2013-08-02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오랫만이네요.
전 한 넉 달 동안 정말 정신없이 바빴어요.
이제야 여유를 찾은 것 같아요.

페이퍼로, 리뷰로 이진 님 자주 보고 싶네요. :)

이진 2013-08-05 19:36   좋아요 0 | URL
마음님...^__________^

jo 2013-08-06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왕 셤 끗나고 여러번 들렀는데 아무것도 없어서 얼마나 속상했는데여... 친구는 뭐.. 다 그렇쳐 ㅋㅋ 친구 문제 잘 해결되셔서 기뻐요. 저도 지금 여름감기 시달리는 중입니다.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휴식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가족끼리 여행은 오케 스트라공연때메 참가하지도 못하고, 가끔 제 자신이 불행....ㅋ
이진님 글은 언제나 멋져부러.. 저도 그렇게 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한씨 연대기 독후감을 쓰면서 1000자 이상 넘어가지 못하는 저를 보면 한심합니다.

이진 2013-08-12 15:59   좋아요 0 | URL
조님도 여전히 잘 지내시는 군요! 글은 많이 읽고 쓰면 는답니다.
저도... 어서 필력을 키워야 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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