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만인가요. 이러구러 많은 일을 해나가다보니 이러구러 시간이 지났습니다. 두 달 동안의 제 화두는 단연 친구였어요. 친구 문제로 참 많이 힘들어 했고 그만큼 또 즐겁고 행복했으며 또 성숙하기도 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친구들을 대할 때,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 옳은가, 하는 희한한 정당성을 따졌는데 이젠 그러지 않아요. 이 모습의 저를 좋아해주는 친구가 있고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옳다는 것을 시나브로 깨닫고 있는 요즈음입니다. 생일이 오래 지나지 않았는데 선물도 많이 받았고, 제 가장 소중한 친구들과 함께 밥도 먹고 축하도 받은, 그야말로 생애 최고의 날이었습니다. (생애, 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여전히 민망하고 어색하네요.) 그러니까, 잘 지내고 있단 말입니다. 태양계까 정해진 궤도 안에서 돌듯 저와 제 친구들도 이제 일정한 궤도 위에서 구르고 있는 것 같아요. 다들 공부와 시험을 두려워 하고 무엇보다도 대학 문제에 민감해졌습니다. 제게 문학을 가르쳐 달라고 다가오는 사람들도 훨씬 많아졌고 전보다 열심히 하는 친구들도 많아졌구요. 덩달아 저도 열심히 해보았습니다. 공부를 죽어라 안 하던 저였는데 이번 학기는 죽어라 해봤어요. 그렇다고 코피를 쏟을 정도로 한 건 아니지만 괜찮은 성적을 받았고 계열 전체에서도 그럭저럭 순위에 올랐습니다. 글 쓸거라고 자만하고 나태했던 모습을 돌이켜보면 부끄러워요. 아직 철학과, 문창과, 국문과 중에서 어디에 진학하겠다는 확실한 목표를 세우지 못했지만 아무래도 글보다는 공부에 주력해야 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그래서 그런가, 몸이 많이 허해진 걸 느낍니다.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 감기를 이 년 연속으로 걸리네요. 저번 달부터 결핵환자처럼 켈록대더니 일주일 전부터는 몸살난 것처럼 찌푸둥하고 머리도 아프고 목도 갈라지고 그러네요. 덩치는 산 만한 게 몸은 또 이리 약해서. 주절주절 사담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많은 영화와 책을 보았는데 페이퍼로 작성하고 싶어요. 시간이 아주 조금 걸릴 테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