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분석글을 쓰고 있다. 과제다.

놀랍다. 내가 이렇게나 이 공간을 잊고 있었던가.

어쩌면 내 토대를 다져 주었을 이 소중한 공간을.

이제는 내가 글을 쓰는 것에 소홀해진 것이겠지.

조만간 한강의 시집을 분석해야 한다.

물론 그것은 나의 선택이었다. 영화 분석도 나의 선택이다.

대학에 와서 내가 배운 것은 글을 완성하는 법이다.

물론 그것은 내가 스스로 배운 것이다.

글로서 돌아오겠노라 자꾸만 다짐했건만 쉽지 않다.

하잘 것 없는 단상이나 끼적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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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06 2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06 2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무개 2015-05-06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진군 와락~~^^

이진 2015-05-08 02:22   좋아요 0 | URL
아무개님!! 와락~:D

프레이야 2015-05-06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이진님, 반가워요. 어엿한 대학생이신거죠. ^^
열심히 글과 동거동락하고 있군요. 조만간 분석하신 글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있길 ..

이진 2015-05-08 02:22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정말 반가워요. 어엿한 대학생으로 돌아온 소이진이에요!
조만간 분석한 글도 다듬어서 올리고 싶어요. 물론 잘 쓰지는 못했지만 기회가 된다면요.

stella.K 2015-05-07 14: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학교생활이 재밌나 보군. 여기를 잊고 지내리만큼...ㅋ
열심히 해.^^

이진 2015-05-08 02:23   좋아요 1 | URL
재밌다기보다 바쁘고, 바쁘다기보다 정신없는 시간들인 것 같아요.
그래도 글을 써야겠죠.

transient-guest 2015-05-13 03: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아는 형님이 그렇게 하다가 씨네 21기자생활을 했었죠. 좋아하는걸 자꾸 찾다보면 커리어로도 연결될 수 있을 거에요. 읽고 보고 쓰자구요 다같이..ㅎ

이진 2015-05-24 23:12   좋아요 1 | URL
우와 저도... 영화 기자 하고싶어요.
사실 영화 평론가 해볼까, 하는 생각을 안 한건 아니에요 ㅋㅋ..
열심히 읽고 보고 쓰다보면 언젠간 열리겠죠!

2015-05-14 1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24 23: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밀회'를 다 보는 데 두 주가 걸렸다. 음악과 사랑, 뒷세계가 치명적으로 녹아든 수작이었다.

연기와 음악 그리고 이 드라마만의 분위기를 오랜 기간 탐닉하는 나를 친구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불륜 드라마니 재미없는 드라마니 하면서 드라마 자체를 폄하하기 바빴고 나는 아니라며 손사래쳤다.

초반의 무아지경의 사랑에 빠져 마치 물 속에 잠긴 듯 허우적거리던 김희애와 유아인의 모습이 좋았다.

비상등의 붉은 조명이 그들을 선정적으로 비추고 있는 주차장 안에서 한참 서로의 눈망울을 탐하다 기습적으로 입술을 부딪히던 장면과 자신에게 맹랑하게 다가오던 유아인을 혼내듯 노려보다 와락 키스하던 김희애의 표정, 자신에게 항상 당당하고 올곧던 김희애의 약한 모습을 지켜본 유아인의 약간 벌어진 입술이 잊히지 않는다.

푸른 물방울 속 세계의 아득하고 몽롱한 분위기가 클래식과 만나 한층 확장되고 증폭되었다.

후반으로 가면서 극은 퇴폐적이고 범접하기 힘든 내용으로 더욱 무게를 더해갔다.

대기업 회장, 예술재단의 이사장과 사장의 충견 노릇을 하던 김희애가 몰락해가면서부터 극은 휘청거렸다.

과한 밀도와 단단하게 응집된 공기가 극이 진전하는 속도를 저해했다. 무겁게 짓누르면서.


끝을 보긴 봤다.

긴 여운이 유아인의 음성과 김희애의 머리카락에서 묻어났다.

이토록 뜨겁고 강렬한 사랑이라. 나는 이 드라마를 어쩐지 아끼는 소설처럼 오래 간직할 것 같다.

허리를 숙이는 것이 직업인 나에게 누군가 신발을 신겨준다면 나 또한 허우적거리며 그에게 빠져들지 않을까.

맹목적이고 무엇이든 버릴 수 있는 사랑의 감정이 다시 내게 찾아와준다면 좋겠다.

사랑이 없는 삶은 건조하다. 김희애에게 사랑이란 곧 자기 자신으로의 회귀였다. 

유아인은 자기의 20대의 열정과 꿈으로 가득했던 과거이자 젊음이자 잃어버린 본래 모습이었다.

그토록 빈틈없이 치열하던 그리고 치밀하던 김희애에게도 부족한 점이 있던 것이다.

치명적인 사랑, 곧 되찾음의 과정. 김희애가 연기를 참 잘했고 대본이 참 잘 쓰여졌다.

대사가 참 좋았다는 기억이 크다. 악기를 연주하듯 분위기를 뚫고 울리던 아름다운 대사들.


다음 두 주를 '워킹 데드'를 보면서 허비했다. 

좀비 드라마는 정말이지 시간 낭비 그 이상이 아니다. 

하지만 재밌었다. 두 주 동안 미쳐 있던 게 아깝지 않을 정도로 재밌었다.


그리고, 미생.






간단하게 평가를 내리자면, 정직한 드라마라는 것이다.


어쭙잖은 애정선과 부실한 갈등을 억지로 끼워맞추는 게 아니라 정면 돌파, 직구를 던지는 느낌이었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읽을 때 이런 감정을 느꼈었다. 삶을 잃은, 기억을 놓친 사람들에 대한 위로와 헌사.

그녀의 과거의 조각에서 시작된 집필은 종국에서 역사적 사건과 감정의 환생으로 이어졌다.

비망록과 같은 그녀의 소설은 최명희의 말처럼 천형이 되어 작가와 독자들의 마음에 각인을 새겼다.

나는 굉장히 폭력에 강한 사람인데, 그래서 잔인한 영화와 소설을 쉽게 읽어내지만 유독 이 작품은 힘들었다.

정부의 무자비한 무혈진압에 속절없이 쓰러진 시민들의 고통과 패배가 쓴맛으로 단어에 물들어 있었다.

단어와 문장, 작가의 호흡을 곱씹으며 무참히 쏟아진 그들의 장기를 만지고 있는 듯한 착각을 느꼈다.

이것은 한강이 담담하게, 그러나 최선을 다해 역사를 그려냈기 때문이었다.

한강은 작가의 말에서 스스로 자신이 '소년이 온다'를 어떻게 썼는지 밝히고 있다.

광주와 죽어간 사람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최대한 잘 써야겠다는 마음으로 펜을 들었다고 한다.

사실적으로 고통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것, 그것도 작가의 역량이고 힘이다. 한강을 힘을 가진 작가다.


미생을 그린 윤태호 만화가도 상당한 힘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미생 만화 원작은 보지 못했고 드라마와 만화 후기를 보았을 뿐임에도 윤태호 만화가의 노력이 생생히 만져졌다.

윤태호 만화가는 회사원의 직급조차, 즉 부장과 차장의 계급 위치조차 알지 못했다고 운을 뗐다.

바둑과 회사 생활을 접목시키기 위해 회사원을 취재하고 요르단까지 찾아간 그의 수고를 후기에서 읽었다.

나는 이 후기가 어쩌면 만화의 감동을 증폭시키기 위한 거짓말이 아닐까 생각했다.

아니 어떻게 회사의 구조조차 모르던 사람이 이런 작품을 그려낸단 말인가.

그만큼 미생이라는 작품이 띠고 있는 현실성과 현재성이 뛰어나다는 말을 하고 싶다.

내가 회사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것쯤은 짐작하고 느낄 수 있다.


無에서 有를 만들어내는 것, 작가의 힘이다. 엄청난 힘.


드라마를 보는 내내 윤태호 작가가 작정하고 그렸고 감독이 작정하고 만들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한 편 한 편 버릴 만한 장면이 없었고 드라마가 아닌 취업에 성공한 선배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듯했다.

그러니까 막막하고 아득한 기분이 닥쳐왔다는 것이다. 내가 서 있는, 곧 직면하게 될 현실이라는 절벽.

장그래가 자신의 모든 것이었던 바둑을 버리고 생계를 짊어져야 했을 때 나는 그를 동정했고,

낙하산으로 대기업 인턴으로 들어가 주변 동료들에게 온갖 멸시와 괴롭힘을 당할 때 나는 그들을 이해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할 수 있는 것도 없이 멍하게 앉아만 있던 장그래가 회사에 적응하고 일에 능숙해질 때 나는 벅찼고 그를 측은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사람들에게 이입하여 나도 그를 측은하게 쳐다보았다.

장그래는 계약직이었다. 2년 뒤면 재계약을 해야 했고 정규직으로 전환될 가능성은 없어보였다.


계약직.

드라마 '직장의 신'이 떠오른다. 전지전능의 자처 계약직 김혜수가 열연했던 드라마.

미생 이전에 회사원과 계약직의 비애, 회의, 외로움을 잘 그려낸 수작이었다고 나는 평가한다.

그러나 조금은 불필요해 보이는 애정선의 개입으로 나는 흥미를 잃고 드라마를 끝까지 보지 않았다.

이것이 미생과 직장의 신의 차이다. 명작과 명작이 될 뻔했던 작품의 차이. (공중파와 케이블의 차이.)

직장의 신에서는 김혜수 말고도 정유미가 계약직 사원으로 연기를 했었는데, 여기서 정유미 참 많이도 울었다.

곧 계약직이란 회사의 놀잇감이라는 거다. 혹은 진딧물.

필요할 때 일을 시키고 모든 걸 빼먹고는 내킬 때 내치기 위해 채용하는 인물.

직장의 신에서 계약직은 세상에서 제일 불쌍하고 처절한 사람으로 그려졌다.


미생에서 계약직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렇게 크지 않다.

미생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직 완성되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저마다의 사연과 이야기를 안고 어떤 인연을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우리의 인생, 삶.

항상 기쁘지도 항상 슬프지도, 웃고만 있을 수도 울고만 있을 수도 없는 우리의 인생, 삶.

그렇기 때문에 우리들은 서로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

상대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고 함께 다음 수를 고민하고, 모두가 더불러 책임지는.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은 곧 모든 인간은 미생의 존재라는 말과 동일하다.

또 우리는 아직 완벽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든 변할 수 있다.

우리가 나아가고자 하는 대로 나아갈 수도 있고 그러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날아보는 거다. 도전하는 거다. 앞으로 성큼성큼 나아가보는 거다.

어떤 날개가 우리를 날게 해주고, 어떤 미래가 우리의 발 밑을 받쳐주고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기 때문에.


나는 미생을 본 후 가끔 울적해지는 때가 잦아졌다.

취업이라는 단어가 이제 본격적으로 살갗에 뼛마디에 와닿기 시작한다.

내 미래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르겠다. 까마득하고 깜깜하다.

그러나 양과 질이 다른 노력으로 땀 흘리고 부딪혀 생채기를 입다보면 어느새 서 있는 내 미래가 있겠지.

그 자리에서 미생의 사람들과 소통하고 웃으며 적응해가는 내 자신이 있겠지.

완생을 향해 날아가는 내가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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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5-01-15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뭘 벌써부터 취업을 생각해? 학교 입학식도 갖기 전에.
그저 학교 들어가서 열심히 공부할 생각부터 해.
나도 밀회는 재밌게 봤는데 결국 작년에 남는 드라마는 저 미생과 정도전이었던 것 같다.
변요한이던가? 쟤 연기 잘하는 것 같아 기대가 되더군.
조만간 공중파에서 보게되지 않을까 해.
 






0.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 이상화





1.


교회에 새로운 친구가 왔다. 한 집사님의 동생이었는데 미국에서 지내다 방학을 맞아 잠시 한국에 내려온 것이라 했다. 마침 나와 동갑인 남자아이였기에 나는 호기심을 가지고 살펴보았다. 미국에서 살아서인지 키는 나보다도 컸고 골격도 튼튼해보였다. 몸은 꽤 마른편이었고 캘리포니아에서 살다와서 그런지 바닷바람이 몸을 휘몰아치는 남해의 추위에 잘 적응하지 못해보였다. 연신 춥다고 말하면서 코트를 여몄다. 생김새는 중학교 2학년때 사회과목을 맡았던 선생님과 놀랍도록 흡사해서 도무지 또래라고 생각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성격도 나와 비슷해보였다. 먼저 다가가지 못하고 부끄러움이 많은 듯한. 물론 그 친구야 여기가 처음이라 모든 게 어색하고 민망하겠지만 그 아이를 보는 내 심정도 그랬다. 마침 오늘 찬양대 연습도 길어지고 나도 피로한지라 이야기할 겨를이 없었다. 결국 친해지지 못하고 각자 집으로 향했다.


늘 느끼는 거지만 타인과의 관계는 첫 단추가 가장 끼우기 어렵다. 옷에서야 맞는 구멍에 끼워넣기만 하면 되지만 생면부지의 사람과 나를 맞춰간다는 것은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이름부터 나이, 취미, 하는 일까지 대강의 신상은 서로 파악한 후에야 대화를 어느정도 주고받을 정도가 되는데 문제는 신상을 파악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신상을 알기 위해선 많은 질문이 필요한데 그렇다고 심문하듯 질문만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떠한 접점을 찾게 되면 그때부터 물꼬가 트이기 시작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내겐 좀 어렵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내가 얼마나 어떻게 그 사람에게 다가가느냐 인 것 같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파야한다고, 내가 먼저 마음을 열고 웃어주고 말을 계속 건다면 그 사람도 내 사람이 되는 것이다. 


말을 번지르르, 그럴 듯하게 하지만 역시 어렵다. 집사님 댁에 한 번 놀러가야겠다. 그 친구도 헤어지기 전에 집에 한 번 놀러오라고 그랬다. 빈말인 게 확실하지만 그래도 난 패기 있게 찾아갈 거다.





2.










(스토리 북이 있다. 사야겠다.)




어제는 친구들과의 약속이 취소되어 종일토록 집에 있었다. 저녁에 고모네와 삼촌이 들러 오리고기집에 가서 동생와 한 마리를 해치우고 오기 전까지 나는 씻지도 않은 채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음악을 들었다. 음악이라고 해봐야 요즘 푹 빠져서 듣고 있는 에이핑크의 노래들이고 책이라고 해봐야 예전에 읽다가 마지막장을 끝까지 읽지 못했던 테스를 읽었고 영화라고 해봐야 '드래곤 길들이기 2'였다. 


하지만 다 좋았다. 에이핑크의 노래들은 아주 발랄하고 귀여워서 자꾸 들어도 쉽게 질리지 않는다. 노래들이 전부 사랑타령이긴 하지만 예전에 짝사랑하던 기분도 살풋 들기도 하고 무료한 생활에 생수가 되는 것 같다. '테스'의 끝은 정말 비극이었다. 이런 비극을 이전에 읽어본 기억이 없을 정도였다. 책을 덮고 한참 가만히 있다가 일어서서 또 가만히 있었다. 영화가 제일 좋았다. 형만한 아우없다고 보통의 후속작들은 흥행 참패와 더불어 엄청난 욕을 먹기 마련인데 '드래곤 길들이기 2'의 평판도 그랬다. 북미에선 흥행이 저조했고 나도 재미없다는 평가를 들어왔다. 때마침 시작 부분이 지루하고 어색해서 한 주 전에 재생했다가 다시 창을 닫은 일도 있었다.


그러나 웬걸, 영화가 끝나갈 무렵 나는 엉엉 울고 있었다. 내가 영화를 보면서 울 때는 항상 머릿속으로 이것 때문에 눈물이 난다, 하고 인지하는 편인데 이것에서 벗어난 두 번째 경우였다. 처음은 일본 멜로 영화인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 였다. 이 영화의 결말에서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눈물이 책상에 툭 떨어지는 기이한 현상을 경험한 바 있다. 그나마 이 영화는 다양한 감정이 표출되는 멜로 영화이니 이해가 간다손 치더라도 '드길2'를 보면서 엉엉 우는 건 뭔가. 나는 휴지로 눈물을 훔치면서도 내가 왜 울고 있지? 하고 생각했다. 마음이 허하긴 한가보다 생각했다.


'드길 2'의 주인공인 히컵은 드래곤을 지배하려는 드라고 군단에 맞서 싸운다. 전형적이게도 드래곤과 진정으로 교감하고 화합하려 했던 히컵의 승리로 영화는 끝이난다. 영화 말미에 히컵은 침몰하는 드라고를 향해 이렇게 외친다. 충성심은 너처럼 무력으로 얻을 수 없어. 바로 나처럼 얻는 거지! 나는 영화수첩 30자 평에 이 영화를 이렇게 요약했다. "올라선다는 것은 지배가 아니라 지켜준다는 것"





3.


조금은 편파적인 글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아이들 보는 애니메이션 영화에서까지 이토록 윗사람의 책임과 태도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의 가장 큰 이슈인 조현아 부사장의 행태를 보면 한숨만 나온다. 갑과 을이라는, 언젠가부터 권력의 주종 혹은 상하관계로 정립되어버린 관계가 조부사장과 승무원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를 뒤덮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고 무섭기만 하다. 민주주의를 내세우는 국가에서 아랫사람을 존중하고 떠받치기는커녕 자신들의 몸무게를 늘려 지지대를 꺾으려고만 하니 진정으로 국가가 원활히 돌아갈까 의심스럽다. 지금껏 이런 사태로 처벌받고 비난받은 '갑'의 인간들이 수두룩한데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이런 행위를 하다니. 내 머리론 이해가 안 간다. 자기한테는 비난의 화살이 비껴갈 줄 알았던 걸까?


중요한 것은 도의다. 조부사장은 법을 어긴 게 아니다. 그녀는 도의의 선을 넘어섰다. 아버지의 권력을 등에 업고 호가호위하다보니 세상에는 도의라는 것이 통용되고 있다는 것을 배우지 못한 것이다. 도의는 누가 가르쳐주지 않는다.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교육 속에, 초중고 중등교육의 교과과정 속에 녹아 있는 것을 스스로 깨닫고 수용하고 정립해야 한다. 그녀는 이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일까. 자기가 어떤 짓을 하든 모든 것을 덮어주는 큰 이불과 같은 권력이 그녀를 떠받들고 있었으니.


뉴스를 봤다. 수원의 토막살인과 종북 콘서트, 조현아 부사장의 기사를 샅샅이 훑었다.


한 시간 가량 긴 글들을 읽어내려가며 나는 몇 번의 한숨을 내쉬었는지 셀 수 없다.


등 따듯하고 배 부르니까 자기들이 왜 배부르고 등 따신지 잊은 것 같다.


특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종북 콘서트다. YTN 뉴스를 보면서 나는 기가 찼다. 어쩜 저리도 당당히 카메라 앞에 서서 저따위 주장을 내세울 수 있을까. 그녀는 정말로 사람들과 언론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처럼 자기 주장을 역설하고 있었다. 가증스럽고 역겨웠다. 기사를 두 번 읽고 세 번 읽어도 나는 그녀들의 행보를 납득하기 어렵다. 김정일이 사망하자 최소한 검은 옷은 입어야 하지 않겠냐던 황 모 위원의 발언을 듣고는 내가 다 억울해서 눈물이 날 뻔했다. SNS에는 탈북 여성들의 억울한 호소를 담은 기사가 올라와 있다. 신은미 황선과 맞짱 토론을 요구하며 자신들의 고통을 읍소한 탈북자들의 이야기는 참으로 참담하다. 신 모씨는 미국 국적이란다. 아 나 또 어이없어. 그만 써야겠다. 이건 내가 화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국가적 재앙이다. 올해 우리나라에 악재가 씌었나보다.


박 씨는 시신을 훼손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럼 또 형량이 깎이겠지. 나는 화가 나다 못해 슬퍼진다.





4.


윗사람들에게 '드래곤 길들이기 2'를 어서 보여주고 싶다.


느껴라.





5.


밀회를 보고 있다. 야간 알바를 하면서 끝까지 다 볼거다.


미생도 봐야 겠다. 야간 알바를 하면서 재밌게 다 볼거다.


사실 나는 지금 아주 힘겨운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 저녁 여섯 시 이후로 아무것도 안 먹는 건 기본이고 보통 열시에 아침 겸 점심을 먹고 내내 굶거나 세 시 경에 가볍게 뭘 주워 먹곤 끝이다. 가만히 앉아만 있으니 에너지 소모가 많지 않아 덜 배고픈 덕에 미칠 듯이 허기지지도 않는다. 한창 먹어대면서 살 걱정을 할 때 한 친구가 허기를 즐기라고 했는데 이제야 그게 조금은 이해가 간다. 대학도 붙었겠다, 상경도 하겠다, 나도 이제 남들처럼 빼입고 애인도 만들고 대학생활도 즐겁게 하고 싶다. 살을 쫙 빼야 겠다. 두 달... 알바 하면서 틈틈이 스트레칭 하고 안 먹고 그러면 살이 빠지긴 빠지겠지.





6.


테스 리뷰를 써야겠다.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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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 2014-12-15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애니메이션을 꼭 봐야겠어요 ㅋ

이진 2015-01-13 20:44   좋아요 0 | URL
꼭 보시길 바랍니다 ㅎ

아이리시스 2014-12-17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 먹어요~아직어른아니야^^
나도 에이핑크♥ 밀회♥ 미생♥ 드길은 안봤고 야간알바는 ㅠㅠ 소이진님 잘지내요?~^^

이진 2015-01-13 20:44   좋아요 0 | URL
아직 어른 아닌거죠?
아이님 ㅠㅠ 보고싶어요 너무
저 지금 에이핑크 밀회 미생 전부 섭렵했어요... 이거 한다고 지금 바빠서 알라딘도 못하고!

ICE-9 2014-12-18 0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리 써요, 테스 리뷰^ ^
나는 에이핑크는 모르겠고 밀회는 안봤으며 드길은 1만 봤어요. 예전에 극장에서 3D로 아주 신나게, 혼자서! ^ ^
야간알바할 때 드렁큰 타이거의 편의점 들으니 참 쫄깃 하더군요. 미생은 강추!

이진 2015-01-13 20:45   좋아요 0 | URL
헤르메스님.. 강추하는 이유가 있었군요 미생 아우!!! 아우 좋아!!
드길!! 신나게 혼자서!! 저 이제부터 드길 같은 거 나오면 심야로 혼자서!! 아주 신나게 볼겁니다
야간알바할 때 드렁큰 타이거라...
참고해두겠습니다 ^_^

책을사랑하는현맘 2014-12-18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번 글이 눈에 쏙쏙 들어오게 맘에 드네요 ㅎㅎ 꼭 찾아가세요. 패기있게!
근데 살 빼려다 건강 해쳐요. 아직까지는 많이 먹고 잘 자고 열심히 운동하시면 더 좋겠네요^^

이진 2015-01-13 20:46   좋아요 0 | URL
현맘님! 반가워요
살 빼려다... 일단 먹어야지.. 하고 야간알바 하니까 체력이 후달려서 먹지 않고는 못 버티겠더라구요
그래서 이젠 헬스 다니면서 운동도 좀 하고 그러려구요!

jo 2014-12-30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살 빼려고요. 고3때 찔거니까 쪄도 돼지처럼은 안보일정도로 미리 살을 빼 둬야 해요. 전 이제 3년의 레이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학교 신입생 설명회 갔더니 공부를 안하고 오면 3월달 달력이 찢어지기 전에 우리들 마음먼저 짖어질 거래요. 제가 선택한 레이스니 열심히 뛰어야 하는데 내키는 데로 되지는 않네요.

이진 2015-01-13 20:47   좋아요 0 | URL
조님.. 맞아요 살은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빼는 게 맞는 거 같아요
늦으면 늦을수록 마음도 나태해지고 몸도 불어서 빠지질 않아요 흑흑...
조님이 그러고보니 예고 들어갔던가??

jo 2015-01-17 13:02   좋아요 0 | URL
제가....... 예고라니요! 뭐 제가 뛰어나게 그림을 잘그리긴 하지만 아쉽게도 예고갈 정도는 아니라서 외고를 가기로 했습니다~ 서울빨리 오세요. 좋아요

마음을데려가는人 2015-01-02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경! 하시는군요. 이제 같은 서울 하늘 아래에 사는 건가요? 후훗 :)

이진 2015-01-13 20:46   좋아요 0 | URL
마음님 ^__________^
마음님과 같은 서울 하늘 아래 살게 된다니 꿈만 같아요! 힛
 






학교를 가지 않으니 남는 시간이 되게 많아졌다.

다행히 얼마 전에 편의점 야간 알바를 구해 평일에는

낮에도 시내에 나가 편의점 일을 배우고 있다.

편의점 일은 생각했던 것만큼 재미있고 흥미롭다.

그러나 오늘 같은 주말은 참 무료하고 시간이 안 간다.

원래 오늘은 친구들과 점심도 먹고 노래방도 가려고 했었는데

갑자기 친구 한 명이 진주에 알바를 하러 간다고 해서 취소되었다.

신발도 빨아서 준비해놓고 옷도 다 꺼내놓았는데 필요가 없게 되었다.

집에 먹을 것도 없기에 편의점에 가 도시락을 사와서 

드래곤 길들이기 2를 보면서 점심을 먹었다.

이제 친구들이 모두 알바에 투입되어 평일에는 아예 놀 수도 없다.

책 읽고 영화나 봐야겠다. 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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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은의 이 책 나는 도무지 못 읽겠다.

한 구절 적어보겠다.


앨리시어의 어머니가 짐승을 다스린다.

씨발 상태가 되어 씨발년이 된 그녀는 그녀가 가진 짐승의 머리뼈부터 꼬리뼈까지를 다룬다.

짐승을 향해 팔을 휘두를 때 그녀는 관절을 어깨 뒤쪽까지 젖혀 완전한 힘을 싣는다.

어깨를 움켜잡을 때는 엄지로 쇄골을 쑤시고 배를 때릴 때는 불시를 노리고

짐승의 자세를 바로잡을 때는 정수리에 돋은 머리칼을 쥐고 당긴다.

귀를 꼬집고 뺨을 때리다가 엉뚱한 모서리에 빗맞아 손가락을 삐고

악 소리를 지르며 누웠다가 발딱 일어나 짐승의 목을 쥐고 흔든다.

때리는 쪽도 맞는 쪽도 구토를 하며 보내는 시간이고 그럴 떄 그녀의 검은 눈은 쇠구슬처럼 작고 단단하다.

땀이 고인 얇은 턱은 악다물어 터질 듯하고 귀는 창백하다.

반들반들하고 나긋나긋하게 그녀의 기색을 먹은 옷자락에서 타는 듯한 피부 냄새가 난다.


독서할 수 없는 책이 있고 감상할 수 없는 영화가 있다.

황정은의 이 책이 그렇고 '마터스'가 그렇다.

나는 잠시 이 책을 옆으로 차치해두고 김훈의 남한산성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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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E-9 2014-12-18 0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쩌죠? 나는 정말 좋았는데~^ ^;
마터스도 환장했어요~^ ^; 나만 어쩌면 이상한 걸지도... 원래 공포영화 정말 좋아라 합니다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