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주어진 글제(들)로 창작하기

 

- 붕어빵

- 소금꽃

-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 안개

- 울고 있는 삐에로, 포효하는 사자

- 하얀 불빛, 노래하는 석상, 검정색 모자

- 열쇠, 소녀, 책, 망토

- 흐드러지다, 자욱하다

- 생채기

- 수염

 

2. 노래 제목 또는 책 제목으로 창작하기

 

- 헤어지는 중입니다

- 파도를 훔친 바다

- 1994년 어느 늦은 밤

-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에게

- 화요일에 비가 내리면

-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 그대의 차가운 손

-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3. 주어진 문장(들)으로 시작하여 창작하기

 

- 사내는 길을 걸을 때면 언제나 뒷걸음질했다.

- 현관문을 열자 편지 한 통이 팔랑거리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 고개를 떨군 채 지붕에 앉아 있을 때, 새털처럼 가벼운 티슈 한 장이 내 손등으로 떨어졌다.

전화벨은 어둠 속에서 홀로 울리고 있었다.

- 이별은 육체적인 단어다. 헤어진다는 것이고, 그래서 다시는 가까워질 수 업게 된다는 것이다. 멀어진다는 것이다. 이별이라는 단어의 물리적인 실체가, 거리에 대한 실감이, P를 괴롭게 했다. 아프긴 했지만 상처를 집어낼 수는 없었다. 살을 파고 뼈를 헤집어 상처를 들어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상처는 계속 이동했다. 떄로는 무릎이 아팠고, 때로는 등이 아팠고, 때로는 발뒤꿈치가 아팠다. 마음이 아플 줄 알았는데 몸이 아파다. 모든 고통은 이별로부터 왔다.

 

4. 주어진 배경(상황)을 바탕으로 창작하기

 

- 새벽 어스름

- 실내악 공연장

- 산 속의 오래된 교회

- 수능을 앞둔 남자고등학교

 

5. 주어진 주인공으로 창작하기

 

- 시한부 선고를 받은 조모와 여행을 떠나는 손자

- 죽고 유령이 된 남자

- 아웃팅을 당한 뒤, 자퇴하고 동거하는 레즈비언 커플

- 노인이 된 동성애자

- 살해당한 일가족 중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아들

 

6. 동음이의어를 사용하여 창작하기

 

- 동경

- 무대

- 눈

- 여인

- 화장

 

7. 주어진 詩를 콩트로 창작하기

 

- 김민정,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

- 박형준,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 김수영,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 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

- 김혜순, 상습적 자살

 

8. 주어진 뉴에이지 혹은 클래식을 듣고 창작하기

 

- Flower dance

- rain

- 버려진 인형

- 연분홍

- 시벨리우스, 핀란디아

 

 

 

 

 

드디어, 1주 1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제 넷북도 샀겠다, 앞으로는 안 빠질테니까 관심 가지고 봐주셔요.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의 글제를 만들어내다 보니 재미도 있고 힘도 드네요.

하지만 쓸 때마다 하나씩 골라 뽑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습니다.

얼른 한 편 써야겠습니다. 글을 쓰고 싶은 욕구가 밑에서부터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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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2-09-19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대만발. 아주 조용히 숨죽여 다음 글을 기다릴게요, 소이진님.

이진 2012-09-19 23:20   좋아요 0 | URL
수다쟁이님, ^________^

댈러웨이 2012-09-20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제 전부 다 마음에 들어요. 한 주에 하나씩 50주 동안 다 할 것요! 그럼 대충 내년 이맘 때 까지 채울 수 있겠어요. 너무 많아요? 그럼 줄여주겠어요. 2번, 3번, 7번으로다가. ㅎㅎㅎ 화이팅요!

이진 2012-09-20 16:57   좋아요 0 | URL
아니요, 안 많아요 ㅎㅎ 다 해야지! 근데 50주면 1년이 넘는가...? 놀랍군요. 훅
지금 2번에 한 글제로 필받아서 쓰고 있어요. 어우, 오랜만에 글 참 재밌다 하는 것을 느꼈지 뭐예요.

수수꽃다리 2012-09-25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라고 말을 하고 싶은데, 왜 나는 늘 할말이 없을까요?!
아마 이진씨를 감당하기에 나는 너무 늙어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도 힘을 내서 이진씨를 볼 수 있다고, 내 어깨를 다둑다둑!
수다쟁이님 말처럼 저도 숨죽여 기다릴께요. 멀리서 조용히, 가만히^^

2012-09-29 1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이리시스 2012-09-29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거 재밌네요, 재밌어.
근데 넷북 산 거 결국 컴퓨터 맛가서 그런 거예요?(고쳐도 소용없었음?)

이진 2012-09-29 11:38   좋아요 0 | URL
노, 컴퓨터는 쌩쌩해요. 삼촌을 꼬셨어요. 나 이제 제대로 글 좀 쓰고 싶으니까 넷북 좀 사줘요. 컴퓨터로 글 쓰면 딴거 하느라 집중이 안되서 말이야... 이랬는데 넷북으로 지금 알라딘 하는 중;; 아 이걸 어째!

재밌죠. 만드는 저도 재밌었어요. 근데 재밌게 만들기만 하고 재밌게 쓰지 않을 거 같아서 걱정.
지금 '나는 방금 동생을 죽였다.'로 쓰고 있는데 이게 너무 잔인하고 악랄하게 이야기가 전개되어서 그것도 걱정. 알라딘에 올려도 될만한 수위일는지... 글틴에도 올릴건데 얼마나 욕을 먹을는지...ㅋㅋㅋㅋ
 

 

  <닮음>

 

 

야자 시간은 언제나 그렇듯 조용하다. 나는 주머니에서 MP3 플레이어를 꺼내 재생시켰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펜을 들려던 차에, 옆자리에 앉아 공책에 수식을 잔뜩 적어가며 수학 문제를 풀던 짝이 어깨를 두드렸다. 오른쪽 이어폰을 빼며 돌아본 그의 얼굴은 살짝 일그러져 있었다. 검정색 뿔테 안경을 썼는데, 그 때문에 커다란 코가 더욱 돋보였다. “시끄러워.” 짝은 자신의 말이 들리는 것도 싫은 듯이 입술만 움직여서 말했다. 이어폰에서 새어나간 소리이리라 생각한 나는 그의 눈앞에다 대고 MP3 음량을 두 단계 낮추었다. 그는 만족하며, 하지만 어떠한 표현 없이 다시 수식 적어내기에 열중했다. 살짝 내려다 본 그 수식들이란, 보기만 해도 눈이 빙글 도는 것들이었다. 나는 감탄하며 박수를 쳐 주고픈 충동을 느꼈다가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여기, 한결같이 앉아 바삐 손을 놀리고 있는 모두가 이쯤은 적어낼 수 있을 터였다. 나는 땅을 재게 차며 의자 앞다리를 들어올렸다. 책상을 붙잡은 손아귀 힘에 의지하며 의자를 흔들었다. 책상 위에는 얼마 전 친구에게 헐값에 구매한 스프링 노트와 수학 문제집 한 권이 펼쳐져 있었다. 스프링 노트는 내 머릿속처럼 깔끔했다. 입에 물었던 연필을 손에 들고 문제를 하나 읽었다. 무슨 함수에 관한 문제인 건 알겠는데 도무지 손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문제집을 덮었다. 종이 울릴 때까지 스프링 노트 한 면에 낙서를 했다.

날씨가 그무레해서 가져온 우산을 챙겨 교실을 나가니 두나가 서 있었다. 단발머리에 이목구비가 뚜렷한 어여쁜 소녀였다. 나는 두나를 향해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을 한 입 크게 문 소년처럼 방긋 웃어주었다. 두나도 미소 지었다. 우리는 어두운 밤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한동안 말없이 걸었다. 두나의 고요함은 따듯했고, 달콤했다. 이 고요함을 나는 즐겼다. 내가 싱글 웃으면서 걸어가고 있으면 언제나 두나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대개 학교생활에 관한 질문들이었다. 두나의 고요함만큼이나 두나의 목소리도 좋아했던 나는 반가워하며 질문에 답했다. 그 날은, 두나가 어느덧 이 주일 앞으로 다가온 시험 이야기를 꺼냈다. “수현아, 시험 준비는 잘 되가?” 선뜻 답하기 어려웠던 나는 잠시 뜸을 들였다. 자그마한 돌을 발끝으로 차며 말했다. “이번 시험은 준비 안 하려고.” “왜?” “공부가 하기 싫어. 혼란스러워, 모든 게. 같은 교복을 입고, 공부를 하고,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닮아가는 학생들과 같아져야 한다는 사실이 정말 싫어.” 나는 억눌려 있던 속내를 빠르게 뱉어냈다. 두나는 고개를 두 번 끄덕이더니 잠잠히 걸었다.  저 멀리 가로등이 보였다. 주황색 빛이 은은하게 거리를 비추고 있었다.

두나의 집까지 그녀를 바래다주었다. 묵묵히 걷던 그녀는 대문을 열기 전에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수현아, 네 마음은 충분히 이해해. 나도 언젠가 그런 생각을 했었어. 일종의 슬럼프같이 찾아오는 생각들 말이야. 하지만 이 생각들에 사로잡혀서 너의 오늘들을 헛되이 보낸다면, 너는 소중한 시간들을 잃는 거야.” 나는 두나의 차분한 목소리를 들으며 생각했다. 내 고민을 쓸데없는 것이라 생각하는구나. 말없이 두나에게 손을 흔들었다. 실망스러웠다. 그녀를 그냥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녀를 보내고, 골목길. 고양이 두 마리가 세력싸움을 하는지 크게 울어댄다. 공기를 할퀴어대는 울음소리를 들으며 집에 가는 길. 나는 닮아가는 것이 정말 싫었다. 학생들의 개성을 존중해 주지 않는 학교, 교육 환경. 빡빡 깎은 머리로 등교를 해서 가방을 벗어놓고, 시작하는 오전 자율 학습, 수업, 점심, 야자, 하교, 그리고 학원. 학생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도 알지 못한 채 무작정 공부에만 매진하고 있다. 한때는 나도 그랬다. 어딜 가든 들려오는 공부해라,  이제 고등학생이 되었으니, 하는 소리들……. 질려서라도 공부를 해야 했다. 억지로 수학 공식을 외우고, 고난이도 문제를 찾아 풀고, 갑신정변과 갑오개혁의 년도를 외워야 했고, 성층권과 열권의 특징을 알아야 했다. 어느 날 야자 시간이었다. 나는 수학 문제를 풀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다. 교실을 한 바퀴 빙 둘러보았다. 그리고 눈에 비치는 그 모습에 충격 받았다. 정형화된 모두들, 정형화되지 않으면 안 되는 모두들, 정형화될 수밖에 없는 사회에 살아가는 모두들. 그 모두에 나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현관문을 여니 엄마가 소파에 기대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11시가 훌쩍 넘은 늦은 시간이었다. 엄마는 문이 열리는 소리에 이쪽을 흘깃 보더니 환하게 웃으며 일어섰다. “수현이 왔구나. 옷 갈아입어, 엄마가 계란 하나 구워줄게.” 먹고 싶지는 않았지만 나는 응, 크게 대답한 후 방으로 들어갔다. 블라인드 틈으로 가로등 불빛이 새어 들어와 방 안 공기를 휘감았다. 아예 블라인드를 걷어버리니 방이 불을 켠 듯 밝아졌다. 교복을 벗고 손에 들었다. 축 처진 교복을 말끄러미 바라보았다. 파란 색의 체크 무늬가 예쁘게 짜인 교복이었다. 직선이 위로 갔다가, 아래로 갔다가, 횡으로 움직였다가, 복잡하게 엉켜 있었다. 모두가 교복을 벗고, 걸고, 아침이 되면 다시 입고 학교를 가겠지. 엄마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교복을 던져두고 방을 나섰다.

 

 

 

 

2012. 7. 19 (원고지 12.5장)

 

 

---------------------------------------------------------------

 

 

 

 

 

 

  인간적으로, 이 글은 정말 못 썼다.

  한 문단, 첫 문단을 쓰는데 사흘이 걸렸다.

  두 시간만에 다 썼다. 7시부터 9시 반 넘어까지.

  단편이라고 안 했으니 콩트를 써 본다. 반전 없는 가짜 콩트.

  심지어는 퇴고도 제대로 안 했다. 맞춤법을 보고 안 맞는 문장 다듬은 게 전부다. (으이구, 자랑이다.)

  대산 청소년 문학상 백일장에서 쓴 글이라고 생각하며 읽어주길 바랬다. 질은 같지 않지만, 그래도.

  긴 것보다는 짧은 게 읽기 편하니까... 그렇지, 그래.

  수현이를 머릿속에 그리는 게 정말 힘들었다. 소설 속의 세계를 머릿속으로 만들고, 머릿속에 집어넣는 작업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해야만 했고, 나는 그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런 졸작이 탄생했다. 솔직히 알라딘에 올리기도 부끄러운 소설이다. 부끄럽다. 어서 다음 편을 써서 이 소설을 덮어야 겠다.

 

  원래는 수현이가 폭력 서클에 가입하여 싸움판에 나가기도 하고, 즉 꽤나 판이 큰 소설을 구상했다.

  하지만 마감 시간이 5시간 앞으로 다가온 오늘, 현재 그런 글을 쓸 수 있을만한 힘도, 용기도 없기에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대로 써내려갔다.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까지 멋드러지게 짜 놓은 소설이었는데 이렇게 끝내는 것이 아쉽기도 하다. 첫 문장은 '모두 닮아간다' 였고, 마지막 문장은 '나는 닮음을 탈피했다' 였다. 수현이가 싸움판에 들어가서, 누군가를 때리고, 누르며 이제 자신은 남과 다르다고 착각하며 소설을 끝내려고 했다. 이 글을 쓰면서 생각하니 좋은 아이디어였던 것 같다.

 

  첫 문장부터 사로잡지 못해서 죄송하다.

  손가락이 움직이지를 않았다. 글 쓰는게 이토록 피곤하고 힘든 일인지 '닮음'을 구상하고 쓰면서 깨달았다.

  쉽게만 보아왔던 소설 구상과 작문이 뼈저리게 힘들다는 것도 깨달았다. 다음 주제는 이토록 허술하고 멍청하게 쓰지 않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한다. 방학이 되었다보니 생각하는 시간도 좀 더 길어질 것이다. 적어도 이 작품보다는 훨씬 좋은 질의 글이 나오겠지, 생각해본다. - 글을 못 쓰다 보니 자연스레 잡담이 길어진다. 소설 본문 보다 잡담이 더 긴 것 같다.

 

 

 

  만약 끝까지 읽어주신 분이 계신다면, 정말 감사하면서도 죄송스럽습니다. 글을 읽으셨다면 조금의 기대라도 있으셨단 뜻인데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여 죄송합니다. 다음에는 꼭 잘 쓰겠습니다. 잘 써서 놀라게 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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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19 2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진 2012-07-20 13:35   좋아요 0 | URL
콩트 ㅋㅋㅋㅋㅋㅋㅋ
나 어제 이거 쓰느라 죽는 줄 알았어요. 눈하고 정신은 몽롱하지, 글은 써야겠지.
여기에는 댈러웨이님과 수다쟁이님의 말없는 재촉 아닌 재촉이 한 몫했어요.
덕분에 제가 정한 날짜에 맞춰 올리긴 올렸는데, 콩트 ㅋㅋㅋ

고마워요. 열심히 안 읽어도 되요.. ㅎㅎㅎ 부끄러우니까!

cyrus 2012-07-19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을 쓴다는 게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만큼 소설 한 편을 쓰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요. 시작을 알리는 기념비적인 첫 글인데 그렇게 부끄러워할 필요가 뭐 있나요? 조금씩 조금씩 완성의 목표를 위해서 집중하고 노력한다면 나중에는 훌륭한 글이 나올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일단 1주 1작의 첫 시작, 축하드립니다. ^^

이진 2012-07-20 13:34   좋아요 0 | URL
기념비적인 첫 글! 언젠가 밑에 적어둔 잡담은 지우거나 안 보이게 만들어야 겠어요. 괜히 자신없는 것처럼보이잖아요 ㅎㅎ 자신 없긴 없지만요.

집중 또 집중하고, 노력 또 노력할게요.
1주 1작 열심히 해낼게요, 감사해요. ㅎㅎㅎ

2012-07-20 0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7-20 1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2-07-20 0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이진님, 잘 읽었어요~ :)

처음에는 소리내어 읽다가, MP3 볼륨 두 단계 낮추는 대목부터 속으로 읽기 시작했어요. 저는 일단 이 글이 소설보다는 내 옆자리에 앉았던 같은 반 친구의 속마음 같다는 느낌이 드네요. 그만큼 저한테는 익숙한 그림이에요. 실제 소이진님은 야자시간에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네요. 저 콩트(소설이라고 해도 되는데~) 속의 주인공과 비슷한 모습일까요? 저는 고도의 집중력으로 완전범죄 밝혀내는 탐정처럼 굴었어요. 그러다가 고3 되고부터는 회의감이 많이 찾아들었어요. 그래서 무단외출도 좀 하고 다른 짓도 많이 했는데 그래봤자 도서관 탐방이고 소설 읽기였네요...

" 닮아가는 학생들과 같아져야 한다는 사실이 정말 싫어. "

이 구절이 콱 박혔어요. 나도 그런 생각 늘 했거든요. 지금도 가끔 하구요. (고등학교나 대학교나 회사나 어느 사회의 소속이나 불가피하고 슬픈 '닮음'은 언제나 존재하는 것 같아요.) 인터뷰에서 봤는데요, 소설가 이갑수는 고3 때 학교에서 다 같이 등산을 하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고 모두가 같은 옷을 입고 있는 모습에 충격을 받아서 자퇴를 하고 검정고시를 봤다네요. 그 말 듣고 왜 나는 안 그랬을까, 싶더라구요.

처음이니까 익숙하지 않고 또 영 마음에 안 차는 게 당연하다고 봐요. 그렇지만 그래도 이게 시작이니까 앞으로 무궁무진하게 펼쳐주기를 기대해볼게요, 소이진님. 두나와 수현이의 앞으로의 관계와 수현이의 나머지 학교생활은 독자의 상상에 맡겨주시길. 아마 이어지는 연재 형식이 아니라 1주 1작이라서 더 부담스러울지도 모르겠네요. 한번에 완성된 글을 올리는 셈이잖아요. 그 완벽을 은연중에 요구하는 형식에 얽매이지 마시고, 그냥 솔직하게 느낌 가는대로 쓰면 그래도 읽는 이도 느낌 충만한 글이 되지 않을까요? 아 맞다, 그 생각도 들었어요. 좋은 글은 잘 정돈되고 세련되고 멋드러진 글이 아니라, 자기가 느낀 바 하고 싶은 말을 솔직하고 자기만의 방식대로 쓴 글이라는... 생각이요.

그럼, 다음 주를 기대합니다!!

ps. 아, 그런데 나도 소설 써서 올리고 싶다!

2012-07-20 0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7-20 1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티티카카 2012-07-20 0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뒷 이야기가 궁금해요!

수학 문제 이야기로 시작하기에 저는 닮음 도형을 생각했어요 ㅋ SAS 던가...가물가물

이진 2012-07-20 13:4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뒷 이야기요, 언젠가 올라올지도 모르겠어요 ㅎㅎ

아차! 함수 문제가 아니라 닮음 문제로 할 걸 그랬어요.
이런 사소한 점이 소설을 좌우하는데 말이죠 ㅎㅎㅎ

2012-07-20 09: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7-20 1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7-20 1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7-20 13: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달사르 2012-07-20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닮음'으로 어떤 내용이 펼쳐질까 궁금했는데 잘 봤습니다. 소이진님의 현재 고민이 그래도 소설 속에 담겨 있어 더 진지하게 읽을 수 있는 거 같애요.
저는 하루키의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배경서사를 꼼꼼하게 써주어서 입니다. 영화처럼, 음산한 분위기, 긴장된 분위기, 따뜻한 분위기, 이런 것들이 대사나 직접적인 설명이 아닌 둘러쳐서 말하는 배경서사로 마치 BGM처럼 깔리는 게 좋았어요. 눈치채는 사람은 눈치채고, 눈치 못 채도 그다지 책 읽는 데 지장 없고. 그래서 그런 자유스러운 배경서사를 깔아주는 작가의 글을 만나면 참 기분이 좋아요. 와, 센스쟁이 작가구나. 와, 배려심 깊은 작가구나. 독자의 운신의 폭을 넓혀주는 작가라니, 상냥해. 등등.


오늘, 소이진님 첫 글도 아주 상냥하네요. 배려심도 보였구요. ^^
충실한 독자가 될 테니, 계속 올려주세요. 팟팅!

이진 2012-07-20 13:46   좋아요 0 | URL
하루키를 닮아가는 건가요...ㅎㅎㅎㅎ 괜히 기분좋은 칭찬이예요. 하루키의 소설은 이번 방학에 한 번 읽어보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상실의 시대요. 배경서사를 꼼꼼하게 쓰는 건 제 전문이예요. 덕분에 소설이 느릿느릿, 지루하기 짝이 없게 되긴 하지만요. 하루키만한 능력도 없는 저잖아요. 지루할 수 밖에 없어요.

상냥한 글이라고 해주시니 정말 기분 좋아요.
달사르님, 감사합니다~ 팟팅!

에일로이 2012-07-21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저 보다 훨 잘 쓰잖아요!!^ ^
작가가 되고 싶다는 소망이 그냥 생긴 게 아니었군요. 재능이 바탕되어 있기에 가능한 바람이었네요.
그 시작에 동참하게 되어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꾸준히 응원할게요.^ ^

이진 2012-07-21 13:46   좋아요 0 | URL
헤르메스님이 그런 말 하시면 쑥스럽습니다 ㅎㅎㅎ
저는 언제나 헤르메스님 응원하고 있으니, 이제 서로 응원하는 겁니까?
헤르메스님 바쁘신데 제가 부른다고 막 오지마셔요 ㅋㅋㅋ

jo 2012-07-21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소설이라 요즘 저희반 애들이 지들이 소설 쓴다고 난리던데. 뭔 호러라고 쓰고있더라고요. 글아닌 글 쓰면서 저 보고 읽어보라 하던데ㅋㅋㅋ. 전 그시간에 공기해요. 소이진님 진짜 글 잘쓰세요~! 애들보고 소이진님 글 읽어보라고 해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