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매미의 울음 소리를 들으며 앉아 있다.
무심히 이 여름 견뎌내고자 고개를 틀어버린다.
어떠한 격정도 남지 않은 흰빛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대신 지레 짚어내어 아파한다.
차라리 이마를 비집고 나오는 식은땀처럼
그 파동 위에서 흔들릴 수 있다면, 다시.
여름빛의 더위처럼 팔을 감싸는 훈기처럼
몸을 억죄는 파란빛의 절망에 몸담을 수 있다면, 다시.
오늘은 그저 신경숙의 소설을 읽으며
한숨 서린 책장을 넘기며 마음을 닫아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