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화요일은 맑았고 수요일은 흐렸다.

그리고 오늘은 흐렸다. 내일은 비가 온다고 한다.

쨍쨍한 햇볕에 오히려 더웠던 날에는 북촌을 갔고

환절기 코트 한 벌로 오들오들 떨었던 이튿날에는 약수를 갔다.

내일은 따듯하다고 하니 가로수길은 아마 얇은 자켓만 입고 갈 것 같다.


이상한 3월이다.

이토록 흐린 봄이 이어지고 어쩌면 다시 겨울로 돌아간 것일까.

아직 꽃이 다 피지 않았다. 곧 4월이 온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마음을데려가는人 2022-04-04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촌, 가로수길.. 자주 가던 곳이네요. 봄에 어울리는 곳들이죠 :)

2022-05-07 22: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변하는 것은 우리 쪽이다.

그저 시간에 실린 채 흘러가지 못하고 우리는 늘 비켜 간다.

오랜만에 알라딘에 들어와 글을 훑어보니 생경한 느낌이 강하다.

이제는 이곳도 많이 바뀐 듯하다. 돌아갈 수 없는 과거로부터.


예전의 모습을 기억 속에 남겨둘 것인지,

그 행복과 기쁜 감정을 다시금 꺼내 마주할 것인지.

어느 것이 더 나은 선택일는지, 나는 요즘 이 고민에 집중해 있다.

소통과 만남의 문제. 나를 지탱하고 이끌어주는 주추에 관련한 문제.


이곳에 다시 발을 들여놓는 것도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7-02-04 19: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07 14: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07 14: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07 15: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07 16: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 매미의 울음 소리를 들으며 앉아 있다.

무심히 이 여름 견뎌내고자 고개를 틀어버린다.

어떠한 격정도 남지 않은 흰빛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대신 지레 짚어내어 아파한다.

차라리 이마를 비집고 나오는 식은땀처럼

그 파동 위에서 흔들릴 수 있다면, 다시.

여름빛의 더위처럼 팔을 감싸는 훈기처럼

몸을 억죄는 파란빛의 절망에 몸담을 수 있다면, 다시.

오늘은 그저 신경숙의 소설을 읽으며

한숨 서린 책장을 넘기며 마음을 닫아낼 뿐.




댓글(3)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jo 2016-08-02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때요? 대학교 생활은? 저도 빨리 대학가고 싶어요오오

이진 2016-11-20 14:31   좋아요 0 | URL
얼른 대학 와요 조님. 저는 이제 휴학 했어요!

2017-01-10 17: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소라의 노래를 듣고 있다. 이곳은 널찍하다. 누군가와 부대낀 채 나는 엎드려 누워 있다. 건물 밖으로 나서면 주위는 온통 산이다. 아직 곧게 뻗어 있는 나무들은 죄 헐벗었다. 날이 흐렸기에 처음 이곳에 당도했을 때, 나는 이공간에 들어선 줄 알았다. 공상 영화에서나 볼 법한 어두운 산의 위압이 기를 죽였다. 때마침 비가 내리기 시작해 우리는 황황히 뛰었다. 머리를 털며 옷을 벗었다. 통로를 지나면 수영장이 있고, 그 너머에는 사우나가 있다. 노천 온천이 딸려 있었기에 추위를 무릅쓰고 낭만을 즐겼다. 그래, 나는 지금 감기를 호되게 앓고 있다.

너를 부르는 것조차 몹시 오랜만이어서 나는 조금 주저된다. 여전히 공기가 따뜻한 곳에서 너는 나와 멀어진 채 살아가고 있다. 지하철이 스치는 걸 보며 종종 그런 생각을 한다. 찰나의 순간에 지나간 저 남자도 그만의 발걸음을 떼겠구나. 그도 그만의 숨을 쉬고, 그만의 생활을 이어 나가겠구나. 왜인지 그럴때면 나는 먹먹함을 느낀다. 이 비어 있는 삶의 공간이 나만의 것으로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타인의 생각을 읽을 수 없는 것과 동일한 정도로 아득하다. 너도 그곳에서 나와 있을 때보다 더 많이 웃고,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 걷고 있을 테지.

노천 온천 곁으로 설치된 울타리를 넘어다보았다. 땔감으로 쓰기 위해 숲의 나무를 베어내고 있었다. 이제는 비어버린 자리가 어쩐지 쓸쓸했다. 부끄러운 것도 잊고 울타리에 매달려 그곳으로 손을 뻗었다. 혹여 만져질까, 쓰다듬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서. 함께 있던 사람은 내 옆에 가만히 머물다가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나 또한 곧 그 뒤를 따랐다. 네가 내게서 빠져나간 후로, 의외로 나는 잘 지내고 있다. 스스로 적응 기간을 거쳤기 때문일까. 아픈 마음에 혼자 너를 밀어내야만 하는 시간을 보냈기 때문일까. 너보다 나를 챙겨주는 사람을 만났고, 그래서인지 너와 있을 때보다 웃음이 많아졌다. 네가 내 웃음을 싫어했던 탓에 감추었던 것을 이제는 마음껏 드러낼 수 있다.

한 시간이 넘도록 차안에 앉아 오면서 우리는 노래를 들었다. 최대한 시끄럽지 않은 음악을 골랐다. 창문에 조심히 몸을 기댔다. 노랫말처럼 텅 빈 풍경이 불어오는 것을 맞으며 바깥을 응시했다. 바람, 너는 내게 마지막 바람이었을까. 네가 모든 것을 휩쓸어 나가고 나는 빈틈없이 마음을 틀어막았다. 너조차 파고들지 못할 만큼 세게 조였다. 붉게 타올랐다 이젠 불씨도 붙을 수 없는 그을음으로 나는 남았다. 바람은 내게 스미지 못하고 잿가루만 쓸어갈 것이 분명하다. 이것을 너의 탓으로 치부해야 할까. 네가 내 곁에 있었다는 것을 원망해야 할까.

이어폰을 뺀다. 희미하게 비치는 불빛밖에 남지 않았기에 곧 눈을 감을 것이다. 늦은 시각이다. 옆에 누운 사람은 이미 잠들었다. 내가 쓰는 것에 흥미를 가지고 몇 문장 지켜보더니 얼마 안 가 돌아누웠다. 너에 관한 이야기를 읽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겠다. 보내지 않을 편지를 쓰는 일은 언제나 즐겁고, 그만큼 아프다. 몸이 아파서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인지 모르겠다. 너는 어느 외로운 밤 불현듯 피어오른 대상이 아니다. 너는 내 육체를 이루고 있고, 정신을 떠받들고 있다. 너는 감상적일 수 없다. 필연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서히 너를 벗어내야 한다는 것을 안다. 그저 옷처럼 남겨두고 싶은 마음도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이만 자야겠다. 나와 다른 밤을, 너는 무심코 흘려버리지 않기를 바라며, 나는 팔을 늘어뜨려야겠다.



2015년 겨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 소설을 썼다. 단편 소설이었다.

과제 제출용이었지만 썼다는 데 의의를 둔다.

원고지 스무 장을 넘겼다는 것에 의의를 둔다.

허락된다면, 그럴 수 있다면 올리고 싶다.

원했던 감정선과 닮아 있는 소설이어서,

첫 소설이기에 이 정도로도 충분히 만족한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5-10-29 07: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1-15 2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int236 2015-10-29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오랫만에 소이진님의 글을 보고 멍했습니다. 소이진님을 고등학생으로 기억했으니 꽤나 오래...과제용이지만 단편소설을 쓰셨다니 축하드립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좋아 보입니다.

이진 2015-11-15 23:22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이에요. 저 또한 아직 고등학생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은데, 어느덧 소설을 뚝딱 써낼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니요. 소설 쓰는 것이 생각보다 재미있는 일이더라구요. 앞으로 조금씩 더 써봐야겠습니다. 건강조심하세요!

blanca 2015-10-29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벌써 대학생이라니! 게다가 단편 소설도 완성하고! 너무 대견하고 시간의 낙차가 실감나요. 내용이 궁금한걸요.

이진 2015-11-15 23:23   좋아요 0 | URL
블랑카님! 하, 제가 벌써 대학생이라니. 단편소설을 써냈다니! 블랑카님 서재 종종 들르는 재미로 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시간이라는 게 정말 안보이는 새 무섭게 달리고 있나봐요. 지구처럼. 소설은 조만간 올려보도록 할게요.

BRINY 2015-10-29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이진 작가의 책을 읽을 수 있는 날이 곧 오겠군요!

이진 2015-11-15 23:23   좋아요 0 | URL
브리니님! 책까지는 아직 무리입니다 ㅎㅎ

무스탕 2015-10-29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보네요. 잘 지내고 있죠?
건강하게 학교생활 잘 하고 있는듯 싶어 반긴워요.
썼다는 글도 궁금하고 ^^

이진 2015-11-15 23:24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 정말 간만이에요. 오래간만.
건강하게 잘 지내고 계시죠? 항상 그러시리라 믿고.. 지내고 있어요.
써낸 소설은 조만간 기회가 허락된다면 올려보도록 할게요.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