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담하다.
이 일을 모니터 화면으로만, 뉴스 앵커의 목소리로만 전달받아 보는 사람의 입장으로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답답하고 억울하다. 경주의 마우나 리조트 붕괴 사건이 기억 저편으로 묻힌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런 고통스러운 일이 또 일어나서 우리의 마음을 할퀴어댄다. 학교에서도 우리들의 화두는 진도 세월호 침몰 사건이었다. 누군가 배가 좌초되었다며 사백 명이 넘는 사람이 물에 빠졌다는 이야기를 했고, 휴대전화를 내지 않은 아이들의 합심으로 사건의 전말이 점점 밝혀지기 시작했다. 지금에서 보면 모조리 거짓이고 소문이었지만 전원이 구조되었다는 잠시의 뉴스는 우리 모두를 안심시키는 데 충분했다. 그 때문인가 우리들은 반 농담으로 낄낄 웃어대며 사건을 희화하곤 했고 수업을 쉬어가기 위해서 꺼내는 이야기로 사용하기도 했다. 그 일이 이토록 심각했을 줄이야…….
나도 작년에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그때 그 출발의 설렘과 기쁨, 친구들과 마주하며 웃었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많은 학생들, 그들이 배에 발을 디뎠을 때의 심정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더욱 가슴이 저려오는 듯하다. 수학여행 간다고 부모님이 돈 만 원 쥐어주셨을 거고, 소풍 때 못 찍은 사진 수학여행 가서 한없이 찍고 오자고 친구들과 약속했을 얼굴들이 눈 앞을 자꾸만 스쳐지나가서 마음이 영 나아지질 않는다. 다른 일을 손에 잡을 수가 없다. 무사하길 기도하는 것은 애석하게도 이제 늦은 것 같다. 그저 바라는 것은 모두를 찾아서 가족의 곁으로 갈 수 있도록. 서로의 마지막을 기억으로 맞이하지 않기를.
이 혼란 속에서 살아남은 이들이 나는 너무 걱정스럽다. 그들이 평생 죄책감 속에서 살아가게 될까봐. 얼마나 미안하고 또 미안하고 아플까. 그러지 않았으면. 그래도 되지 않아도 되니까, 그러지 않았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