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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레스크
스티브 앤틴 감독, 셰어 (Cher)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찬양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정치 쪽으로나 깊이 파고든다면 나도 미국은 싫다. 괘씸하기도 하고 친구들과 대화를 나눌 때에도 '그 딴 나라' 언급해가며 목소리를 높이곤 한다. 하지만 미국 가수와 노래는 나의 가슴을 무척이나 뛰게 만든다. 초등학교 6학년 켈리 클락슨의 'because of you'를 친구를 통해 알게 되면서 지금까지 쭈욱 팝송이라면 환장을 하고 덤벼든다. 비록 여성 가수, 노래 잘하는 가수에 한정되어 좋아하긴 하지만. 그리고 내가 아는 가수에 한해서 좋아한다. 평소 도전은 하지 않는 성격이기에 굳이 모르는 가수의 노래를 찾아들어 보려 하지도 않고 첫 느낌이 좋지 않다면 다시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내겐 크리스티나 아길레라가 그러한 존재였다. 지금이야 팝의 여왕, 세계 최고의 디바라고 내가 칭하고 있지만 예전만 하더라도 아길레라는 내게 있어서 별 거 아니었다. 그때는 한창 세계 3대 디바에 미쳐있어서 그 분들을 검색하고 있었는데 누군가 "크리스티나 아길레라도 거기 포함시켜야 하지 않을까요?" 하고는 글을 썼더라. 머라이어 캐리, 휘트니 휴스턴, 셀린 디온에 대한 찬양도가 극에 달했던 그때의 나로서는 "흥, 잘하면 얼마나 잘한다고" 하면서 그녀의 곡을 검색해서 들어보았다. 결과는 역시 이상했다. 귀와 마음을 닫고 들어서인지 곡도 영 이상했고 목소리도 듣기 싫었다. Fighter이라는 곡이었는데 지금은 무척 좋아하는 곡이다. 역시 사람 마음이란,
그런 그녀를 다시 보게 만들어준 계기가 바로 '더 보이스'였다. 일단 곡은 싫더라도 외국 프로그램에 내가 아는 사람이 출연하니 반갑더라. 실제로 아는 사람은 아니지만. 신기했던 것은 그 오디션의 출연자들은 (여성 출연자) 대부분 아길레라를 여신이라도 떠 받들다시피 대하더라. 나는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새로웠고 급기야는 그녀의 곡들을 유투브로 찾아 들어보았다. 와우, 그녀를 여신으로, 세계 최고의 디바라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생전 들어보지 못한 풍부하고도 허스키하고 파워풀한 목소리가 내 귀에서 울리는데 나는 처음에 믿기지가 않았다. 내가 그동안 그토록 등한시하던 가수가 이런 사람이었단 말이야? 그러다가 한 곡을 찾았는데 전부터 내가 흥겹게 듣던 노래였다. 가수는 모르고 있었는데 아길레라라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랐다.
그녀는 내가 모르는 사이에 그래미상을 5번이나 수상했다. 이혼한 가정 밑에서 썩 좋지 않은 환경으로 자라왔지만 9살이라는 적은 나이에 그녀는 가수의 재능을 인정받고 세상에 발을 딛게 되었다. 그러다가 20살도 되지않은 나이에 디즈니 사의 눈길을 끌어 이라는 노래를 부르고, 이 일을 계기로 첫 데뷔앨범을 발매하게 된다. 데뷔앨범에서부터 빌보드 핫차트는 물론 여러 국가의 정상을 차지하며 최고의 가수로 떠버렸다.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제치고 그래미 상 최우수 신인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2005년 결혼에 성공하며 2008년에 아이를 낳았다. (지금은 이혼하여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듯하다) 나의 우상 셀린 디온마저 그녀를 세계 최고의 가수라고 인정했으니 내가 어찌 이 여자를 싫어할 수 있겠는가. 작은 고추가 맵다더니 겨우 156의 자그마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허스키함과 목소리와 카리스마는 무시할 수가 없다. 무대에만 오르면 자신의 본능에 모든 것을 맡겨버린다고 하는 그녀는 굵고 터프한 목소리지만 남들은 쉽게 소화하지 못하는 높은 음까지도 부를 수 있는 정말 최고의 목소리인 것이다!
버레스크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와 앤 헤서웨이
버레스크는 가수인 크리스티나 아길레라가 배우로서의 진면목을 아낌없이 보여준 영화이다. 아길레라를 검색하다가 발견한 영화인데 '드림걸즈 이후의 최고의 영화'라는 평을 보고는 한 눈에 반하여 보기 시작했다. 앨리라는 이름의 아길레라가 시골을 나가는 장면에서부터 영화는 시작된다. 월급조차 제때 주지않는 가게에서 일을 하던 앨리는 가게금고를 털어(터는 것 까진 아니고같이 일하는 동료가 보는 앞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월급을 챙긴 것이나 마찬가지) LA로 떠난다. 막상 떠나고보니 일자리가 없어 하루종일 돌아다니던 중 '버레스크'라는 멋진 간판이 붙어있는 클럽을 발견하게 된다. 홀리듯 클럽 안으로 들어가게 된 앨리는 신세계를 보게 된다. LA로 떠나기 전부터 가수의 꿈을 키워왔던 그녀였기에 관중들 앞에 서서 노래하는 것은 그녀가 어릴때부터 가져온 꿈이었다. LA로 떠나온 것도 사실은 노래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런 그녀에게 매력적인 얼굴의 여자 쉐어가 노래하는 모습은 무척이나 멋있었을 것이다. 사실 내가 보기에도 클럽 버레스크의 주제곡인 듯한 노래를 부르는 쉐어의 모습은 너무나도 감명깊었다. 오죽하면 크리스티나를 따라 그녀에게 가고싶었을 정도니까 말이다. 영화에서 그녀는 크리스티나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절대 덜한 카리스마를 보여주진 않았다. 결국 이 카리스마에 한 눈에 반해버린 앨리는 무대 뒤로 들어간다. 무대 뒤에는 화장하는 여자들과 수많은 옷들로 혼잡한 상태. 그곳에서 '악마는 프라타를 입는다'에서 디자이너인 나이젤로 출연했던 스탠리 투치를 발견하고는 테스(쉐어)의 위치를 묻는다. 그는 가르쳐주지만 타이밍이 안 좋다며 나중에 다시 오라며 연락처를 남기라고 한다. 정중한 일본식 거절의 한 형태로 보였다. 하지만 앨리는 저돌적이다. 무대 뒤에서 쫓겨난 뒤 그녀는 처음에 호감을 보였던 바텐더 '잭'에게 다가간 뒤 쟁반을 집어들었다. 그리고는 빈 잔을 치우고 주문을 받기 시작한다. 그녀만의 발악이었지만 아직 테스는 그녀를 탐탁지 않게 보는듯한 눈치다.
영화를 보는 내내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으로 겹쳐들어왔다. 비록 패션과 음악, 장르는 다르지만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앤 헤서웨이가 떠올랐다. 버레스크도 자신의 꿈을 찾아서 점차 좋은 직장을 만나 성공해간다는 이야기이고 악프다도 이와 비슷한 전개이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의 상사는 비록 친구같은 구석이 있다면 앤 헤서웨이의 상사 미란다는 차갑고 냉랭한 면밖에는 찾아볼 수 없다는 차이점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앨리는 아주 순탄하게 자신의 꿈을 이뤄나간다. 오죽하면 영화를 보면서 불안하게 보았다. "아, 이때쯤이면 사건이 하나 터지겠지? 터지겠지?"하는 심리였다. 하도 이런 류의 작품들은 비슷한 전개로 극이 진행되다보니 어느샌가 그런 선입견을 갖게 되었다. 앤드리아(앤 헤서웨이)도 비교적 순탄해 보이지만 그녀는 하루하루 힘들었다. 악마같은 상사 밑에서 매일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해낼 수 없을 것만 같은 일들을 해내다 보니 어느덧 그녀는 최고의 자리의 미란다의 신임을 받는 어시스턴트로 성장해 있었다. 엄청난 자부심의 선임 어시스턴트 에밀리를누르고 파리 콜렉션에까지 함께 동행하게 되었다. 그녀로서는 꿈에도 꾸지 않았을 일이었다. 패션이라고는 아무것도 모르는 촌스러운 여자, 1년만 버티면 그 어이든 취직이가능하다는 말에 뉴요커에 들어가기 위해 시작한 일이건만 어느새 최고의 패션 잡지 편집장의 신임을 받고 있는 것이다! 날마다 패션에의 조예도 깊어갔다. 옷이 날개라 했던가, 여자가 예술 작품이라 했던가. 날이 갈수록 그녀는 더욱 예뻐져만 갔고, 일도 능수능란하게 잘 해내었다. 약간 아쉬운 끝맺음을 맺긴 했지만 앤 헤서웨이 그녀가 보여준 여성상은 정말 멋진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