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가면 14 - 애장판
스즈에 미우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3년 6월
평점 :
절판


요즘 나오는 순정만화의 세련되고 쿨한 그림을 보다가 이 만화의 그림을 몇장 쓰윽 넘기면 '무슨 그림이 이래!' 란 반응이 제일 먼저 나오는 건 당연하다. 6학년짜리 딸애의 반응이 그러하였다. 볼만한 만화는 거의 다 봤다며 거만을 떠는 딸에게 이 만화를 권해준 나는, 그러나 자신만만하였다. "한권만 봐봐!"

역시 나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두꺼운 애장판 1권의 한 반쯤 읽었을까? 딸애는 자기방에서 뛰어나와 과장되게 숨을 헐떡거리며 이렇게 말하고 들어갔다. "엄마, 너무 재밌어서 숨이 안 쉬어져!!"

그래서 방학 하자마자 하루에 한권씩, 우리 모녀 셋(작은 딸까지)은 서로 먼저 보겠다고 쟁탈전을 벌이며 책 속에 빠져들었다. 중간 쯤 보았을 때, 그런데 이 책은 완결이 없다고 가르쳐 주자 실망하는 딸의 표정이란....우리 모두 이렇게 이 책의 완결을 기다리는데, 무책임한 저자여, 종교단체의 교주도 하면서 만화도 그릴 수는 없는 것인가, 정녕?

요즘의 시각에서 본다면 유치하다고 할 수 밖에 없는 그림체에도 불구하고(이 만화가 70년대부터 그려진 것임을 감안하면 그건 충분히 용서가 되는 사안이다) 이 책에는 한번 보면 책을 놓을 수가 없는 극적 장치가 너무도 풍부하다. 두 대조적인 천재 소녀의 연기대결, 신비에 둘러싸인 연극작품(그 극의 주인공은 누가 될 것인가), 만화 속에 등장하는 각각의 연극에서 주인공은 어떻게 난관을 극복할 것인가, 또는 어떻게 천재성을 드러내 보일 것인가, 음모를 꾸미는 자들, 선과 악이 서로 꼬이는 상황 등등이 마치 한편의 장대한 대하드라마를 보는 듯 하다.

또한 주인공들은 충분히 전형성을 획득하고 있으면서도 식상하거나 단선적인 인물이 아니다. 주인공인 마야는 모짜르트와 같은 천재다. 남들이 피나게 노력해야 겨우 얻을까 말까한 재능을 사소한 계기만 있으면 펼쳐보일 수 있다. 그러므로 아유미의 화려한 부와 명성과 배경에도 불구하고 이 만화에서 마야는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살리에르가 모짜르트를 이길 수는 없는 노릇. 아유미는 주인공의 라이벌이긴 하나 이 만화는 선악 대결구도가 아니다. 아유미도 너무 멋지다. 부족한 재능(마야에 비해 그렇다는 말이다)을 피나는 노력으로 메꿔나가는 노력형의 천재인 것이다. 그래서 만화를 보다보면 처음엔 주인공의 라이벌이라는 이유만으로 미워하다가 점점 더 정정당당하고 고결한 모습에 감탄하며 바라보게 된다. 그러다 마지막 쯤에 이르러서는 마야만 홍천녀의 주인공이 된다면 인생이 너무 불공평하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천재는 그리 흔치 않으니 나의 마음은 아유미가 훨씬 나랑 비슷하다고 느끼는 것일지도?

그리고 이 만화에서 아주 중요한 설정인 '보라색 장미의 사람.' 이 사람의 심리도 아주 복잡하다. 그는 사업적으로는 악인이나 마야에게는 몰래 뒤에서 응원해주고 도와주는 소중한 사람이다. 미워할 수도 좋아할 수도 없는 이 캐릭터도 아주 설득력이 있다.

나는 이 만화를 어렸을 때 보고 이번에 두번째로 보았다. 내가 어렸을 때 본 유리가면은 주인공 이름이 한국 이름이었고, 기모노는 다 한복으로 덧칠해져서 나왔다.(해적판이었던 것)  어렸을 때는 줄거리에만 온 정신을 집중하고 과연 누가 홍천녀가 될 것인가, 마야와 마스미의 사랑은 이루어질 것인가에만 촛점을 맞추어서 보았는데 지금 보니 다른 것에 눈길이 갔다.

이야기의 중요한 모티브 <홍천녀>는 매우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작품이다. 홍천녀는 홍매화나무의 정령. 이 정령이 사람을 사랑하게 되고, 그 사람은 바로 홍천녀의 몸인 매화나무를 잘라 불상을 조각해야 하는 조각가이다. 이 애절한 스토리 속에 모든 자연물에는 신이 깃들어 있다는, 일본만화를 보면 자주 등장하는 사상이 표현되고 있으며 모든 사람의 마음 속에 부처가 있다는 불교적인 메시지도 있다. 자연과 인간과 신과의 합일...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보면서도 어렴풋이 느낀 것인데, 이것이 일본인의 보편적인 종교감각인가?


댓글(9)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반딧불,, 2005-01-19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면에서는 미신이라면서 우리의 토속신앙을 파괴하고, 불교도 자기네 식으로 바꾼 그네들이 더욱 더 미신적인 사상을 가진 것이 참 이상하다는 생각들을 했지요.
어쨌든...참 대단하지요. 이 만화책..아까울 정도예요..
빨랑 좀 완결이 나왔으면...

게으름이 2005-01-19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리가면의 모티브는 스타니슬라브스키의 연기이론이지요.
유리가면을 읽다보면 스타니슬라브스키의 '배우수업'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그리고... 두 천재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한없이 좌절하게 됩니다.
제가 이거 읽고나서 배우 때려치웠다니까요 ^^;;

깍두기 2005-01-19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 게으름이님이 먼 옛날 연극무대에서 주인공 배우였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네.....^^
반딧불님, 그렇죠? 이 작가는 완결을 내고 죽어야 천국에 갈 수 있을 겁니다^^

날개 2005-01-19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2월 16일 유리가면 42권이 일본에서 나왔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조만간 들어오지 않을까요?
아! 가만 생각하니 애장판으로 묶으려면 좀 더 나와야 하나요? 에궁~

깍두기 2005-01-19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가요? 드디어 작가가 기지개를 펴기 시작한 겁니까? 애장판으로 묶으려면 두권은 더 나와야 할텐데, 그냥 출판하지....

김재경 2005-01-24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 읽었었어요....어릴적에..^^어렴풋이 기억이 나네요.다시 읽어봐야겠어요.

픽팍 2005-03-18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만화 미친듯이 잼나게 읽었는데 ㅋ
이 만하가 전도용 만화로 몇 개 그린 게 있다는데 그것 마저 보고 싶더라구요 ㅋ

한잔의여유 2005-04-27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마약입니다.ㅡ..ㅡ 남자인 저한테도 엄청나게 작용하더군요. 파이브스타스토리와 더불어 항상 기다려지는 만화이면서 만화를 넘는 책이죠.

neosophy 2005-06-26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릴적 그 해적판을 읽었었지요.
2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주인공 마야의 한국이름은 '오유경'이었어요. 아유미는 '신유미'였구요. 그리고 주인공 오유경이 처음 좋아했던 남자 이름은 '준구'였던 것 같아요..
아... 이 책이 다시 나왔군요...
너무나 사보고 싶지만.. 읽은 후의 후유증이 두려워.. 머뭇거리게 되네요..^^;;
 

거짓말도 뻔뻔스럽게 하면 아무도 시비걸지 못한다. 어설픈 거짓말을 하면서 진실인 척 꾸미려 한다면 욕을 바가지로 먹겠지만 맘 먹고 "내가 얼마나 뻥을 잘 치는지 함 봐봐라" 이러면서 허풍을 떠는데야 귀엽게 봐 줄 밖에.

이것이 끝인가 싶으면 앞의 것보다 백만스물한배쯤 되는 규모의 뻥을 쳐대는데는 당할 수가 없다. 완전 항복이다. 마지막에 주성치가 하늘에 올라가 염화시중의 미소를 보고 내려오는데는 참....

요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읽고 있는데 영화를 보면서 이 책이 생각났다. 둘 다 거대한 농담이라는 측면에서. 그래, 뻥을 치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지, 끄덕끄덕.


영화의 주요배경인 거대한 임대건물(?). 나는 이 지저분하고 소란스럽고 빈티나는 세트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이곳에는 집세도 제대로 못내고 주인여자의 눈치를 보며 빌빌거리고 사는 사람들로 그득하다. 그러나 알고보니 그들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고수들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항상 담배 한 가치를 물고 집세 안내는 그 고수들을 처절히 응징하는 주인아줌마가 어찌나 맘에 들던지.



나는 주성치를 소림축구에서 처음 봤는데 이번 방학에는 이 사람의 옛 영화를 좀 뒤져봐야겠다. 이목구비 번듯하고 어찌보면 우수어린 표정이기도 한데 이렇게 웃기지 않은 외모로 폭소를 자아내는 영화를 만들다니 이 사람의 재주도 참 특이하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파란여우 2005-01-16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림축구에서 보았던 주성치가 이젠 웃겼다구요. 요새 알라딘에서는 주성치 바람이 부는군요. 언제 티브이에서 방영해 주려나..흠흠...^^

urblue 2005-01-16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요일로 예매했습니다. 요즘 개봉한 영화중에 유일하게 보고 싶은 영화. 너무 기대되요. ^^

비로그인 2005-01-16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ocn에서 주성치 시리즈로 하는데 몇 시인줄은 모르겠습니다. 무료쿠폰이 생겨서 저도 낼 주성치를 보기로 ^^* 전 주성치 좋아하는 사람이 저외에 별로 없는 줄 알았는데 왠걸~ 정말 많네요.

sweetrain 2005-01-17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는 두가지 종류의 영화가 있어요. 주성치가 안 나오는 영화와 주성치가 나오는 영화요.

깍두기 2005-01-17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성치는 매니아층이 많다고 들었는데 정말 그런가 봅니다. 저도 한번 입문해 볼까요?^^

sooninara 2005-01-17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부터 ocn에서 5시에 주성치 특집을 한데요..보셔요..금요일까지 연속인듯하네요..

바람구두 2005-01-17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주성치 마니아랍니다. 흐, "쿵푸 허슬 " 꼬옥 보고 싶습니다.

깍두기 2005-01-17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비디오가게 가서 주성치의 <서유기 월광보합>을 빌려왔습니다. 주성치 영화, 많기도 하데요.
저희집은 케이블 안나옵니다. 이 글 보시는 분 주성치 영화 중 괜찮은 것 좀 권해 주세요. 아래 댓글로....

하얀마녀 2005-01-17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되겠다. 내일 가서 봐야겠어요. ^^

깍두기 2005-01-17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마녀님은 좋아하실 것 같아요^^
 


동남아 지진 해일을 겪고 나서 영화를 봐서 그런지 진짜 실감났다. 영화관에서 봤으면 무서웠겠다. 소현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덜덜 떨면서 내 품을 파고 들었다.

영화가 끝나자 "엄마, 우리 앞으로 이런 공포영화 보지 말자" 이런다. "소현아, 이건 공포영화가 아니고 재난영화라고 해" 엄마가 잘난 척하고 이렇게 설명해주자 소현이 단호하게 이렇게 말한다. "나한테는 공포영화야!"

애는 무심코 한 말이지만 나는 뜨끔했다. 그렇지, 너희 세대는 우리보다 이런 재난을 훨씬 더 피부로 느낄 것이다. 우리는 후손에게 도대체 무슨 못할 짓을 하고 있는 것인가.

소현이가 너무 무서워하자 해송이가 옆에서 은근히 장난질을 친다. "너 50몇살 쯤 되면 진짜로 저렇게 돼" 그말을 듣자마자 악을 쓰고 울어대기 시작해서 나는 달래느라고 진땀 뺐다. "아니야, 절대 안그래, 소현이 살아있을 때는 절대 그런 일 없어"  그러나 누가 장담할 수 있단 말인가?

물론 영화에서처럼 며칠만에 온 지구가 빙하시대가 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하나(영화는 긴박감을 조성해야 하니 천천히 진행되는 일도 며칠 안에 완성되는 것으로 설정해야 하겠지 이렇게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를 무시해 버릴 수 있을만큼 지구의 상황은 태평하지가 못하다. 지금도 세계 곳곳이 이상기후가 아닌가. 올 겨울 대한민국 날씨도 수상하고.

헐리우드 영화답게 가족애가 문제를 해결하긴 하나 구태의연하다든가 하는 흠집을 잡을 생각도 하지 못할 만큼 이 영화의 상황은 앞으로 실제상황이 되어 우리 앞에 언제 닥칠지 모르는 무시무시하고 심각한 상황이다. 공포영화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05-01-14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 소현이가 저랑 비슷하군요. 저는 올해 첫날 읽은 까렐 차–r의 희곡 [R. U. R.(로봇)] 읽으면서도 엄청 쫄았는데...이것도 거의 저를 공포로 떨게 했거든요.

라주미힌 2005-01-14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영화가 '그들에게' 공포영화인 이유가 하나가 더 있죠. 미국의 몰락입니다.

sooninara 2005-01-14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미국이 빙하로 뒤덮여서 기분이 조금 좋았다는것과..혹시 빙하기가 오면 도서관으로 도망쳐야한다는걸 배웠어요. 그리고 아들을 구하기 위해 무리해서 가는 모습에서 부정이라기엔 너무 무모해보여서 별로였어요..그래도 ..중간중간 조금씩 눈물도 날뻔했다죠. 그 캐나다인가 오두막 남자들..죽기전에 건배하는데 눈물이 나더라구요..

깍두기 2005-01-15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웨이브님, 저 그 책 진작에 사놓고 희곡이란 형식이 생소해서 안읽고 있었는데 읽어보야야겠네요. 어디, 노웨이브님이 얼마나 겁이 많으신지 한 번 봐야지~^^
라주미힌님, 헐리우드 영화가 미국을 제3세계의 도움을 받는 처지로 묘사했다는게 신기하긴 했죠. 그러나 그걸 보면서 제가 한 생각은.....미국이 저렇게 얌전하게 물러날 리가 없어. 아마 폭격기에 핵무기를 싣고 멕시코 상공을 날면서 멕시코 정부를 전복하고 자기들의 국가로 만들걸? 이렇게 생각했다죠^^
수니님, 빙하기가 오면 도서관으로....ㅎㅎ 님의 유머감각 아주 뛰어나십니다^^
 



별로 안 좋은 평을 듣고 봐서인지 생각보다는 괜찮았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당연히 있다.

이 영화의 대위법이 맘에 들었다. 아마 처음엔 그게 대위법인지 몰라서 나중에 그걸 알고 나니 새로왔던 듯. 그걸 영화가 끝날 무렵에나 깨닫다니 나도 참 둔하긴 하다. 한석규-이은주-엄지원의 사랑과 사진관 여자의 사랑이 서로가 서로를 설명해 주고 있었다는 걸 끝에 가서야 알게 되었다.

특히 마지막에 엄지원이 한석규와 이은주의 죽음(한석규는 살았다만)을 방치한 것, 한석규가 이은주의 죽음에 일조한 것과 사진관 여자가 자기 남편의 죽음에 일조한 것이 모두 용서되는 것과 마지막에 사진관 여자(성현아)가 "사랑했으면 다 괜찮은 건가요?"라고 묻는 것이 일맥상통해 보여 그 구조가 그럴듯해 보였다.

감독은 인간의 깊은 곳에 숨어있는 죄의식과 본능과 뭐 그런 걸 의미심장하게 표현해 보고자 한 것 같은데 그게 성공하기에는 2%(사실은 20%) 부족했다고 본다. 겉만 스치고 간 느낌이다. 그냥 미스터리를 즐기며 마지막 반전에 놀란 걸로 만족한다.

한석규는 멋있는 척 하지만 야비하면서도 소심한 인물로 나오는데 개인의 연기력이 못 미쳐서인지 아니면 시나리오의 인물 설정이 그것밖에 안 되어서인지 몰라도 악역이면서도 매력을 느끼고 우리가 거기 동조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그런 강한 임팩트가 안 느껴져서 좀 아쉬웠다. 그렇다고 한석규가 연기를 못했다는 건 아니다. 워낙 기대치가 크다 보니.

이은주는 세 여자 중 가장 만족스러웠고, 엄지원은 첼로 연습 열심히 했다는 거 외엔....너무 예쁜 새색시 같은 느낌만 있고 어두운 이미지가 부족했다는 느낌이다. 남편 몰래 남편의 애인을 사랑하는 여자라면 뭔가 비애가 느껴져야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아무 말없이 남편과 사랑하는 사람을 차 트렁크에 두고 사진과 휴대폰만 집어가지고 올 여자라면 말이다.(이거 내가 생각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엄지원이 죽음을 방조했다는 것 말이다. 그게 아니라면 그녀가 즉석 사진을 갖고 있을 수가 없으니 내 생각이 맞겠지?)

가장 성질나는 건 성현아. 예쁘면 다가 아니라고. 대사와 표정이 붕붕 떠 있었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봤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성현아 때문에 이 영화의 재미가 반으로 감소했다.

그리고 마지막 트렁크 씬 때문에 그날 밤 잠을 못 잤다. 내가 원래 폐소공포증이 약간 있는데 20분은 되는 것 같은 그 트렁크 씬 내내 숨이 막혀 죽는 줄 알았다. 영화가 끝나고 불을 끄고 누웠는데 숨이 안 쉬어지는 거다. 그래서 내가 어제 아팠나.

의문점 : 차 트렁크는 원래 안에서 열리게 되어 있는데 왜 안 열렸던 것일까? 고장? 만일 고장이라면 권총 마지막 발까지 모두 자물쇠에 대고 발사해야지 죽으려고 남겨 놓다니? 바본가.


댓글(5)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반딧불,, 2005-01-14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깍두기님 .

로드무비님 이벤트에서 일등 하셨어요.축하축하^^

제가 먼저 선물 골랐어요.

sooninara 2005-01-14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아직 안봤는뎅...그래도 대충 줄거리를 알고 있어서..

언니 영화평 보면 영화가 더 보고 싶어져^^ 재미없다고 해두 말이지..

2005-01-14 15: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깍두기 2005-01-14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포일러 만땅이라고 제목에 썼으니 난 책임없어!!!(발뺌^^)

재미있으니 비디오로 빌려 보구려. 흥행에 실패했다고 하는데 그러기에는 좀 아까운 영화란 생각이 들어. 보고서 내가 생각한 의문점에 대해 우리 서로 토론해 보자구^^

2005-01-14 19: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굉장히 충격적인 책이다. 아직 세권 중 한권밖에 안 읽어서 뭐라 말 할 수 없지만, 도대체 결말에 뭐가 기다리고 있을지 떨리는 마음으로 기대된다.

주인공인 쌍둥이 소년들은 전쟁으로 황폐해진 세상에서, 그들을 따뜻하게 돌보아줄 그 누구도 없이 자신만의 세계를 쌓고 거기에 맞는 윤리관을 스스로 세우고 있었다. 그들이 새로 만든 그들만의 도덕에서는 우리가 용서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이 용서되며 우리가 그냥 지나치는 비열함이나 잘못이 절대 용서할 수 없는 그 무엇이 된다.

작가는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것일까. 다음 권을 빨리 읽어봐야 하겠다.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urblue 2005-01-11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4년 베스트 중 하나라니까요. ㅎㅎ

깍두기 2005-01-11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군요. 블루님의 베스트란 말이지요?^^

라주미힌 2005-01-11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보관해 놔야겠습니다..

stella.K 2005-01-11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잔인한 것 같아 어떨지 쫌...

깍두기 2005-01-11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잔인은 해요^^ 그러나 그 잔인 뒤에 무언가가 저를 아프게 하데요.

와와와, 라주미힌님, 오셨네요. 정말 반갑습니다. 오늘 님 서재에서 영화평을 쭈욱 읽어봤어요. 제가 본 걸로다가 골라서...님 페이퍼를 보고 이번 방학 비디오를 골라볼까봐요^^

그로밋 2005-01-11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독특함에 손을 댔던 소설입니다. 뭐가 거짓이고 뭐가 진실인지 읽고 나서도 내내 헷갈려 했다는....

깍두기 2005-01-11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로밋님과는 초면인듯^^ 반갑습니다. 방금 님의 서재에 가서 불쑥 댓글 남기고 왔답니다. 앞으로 자주 놀러 오세요^^

그로밋 2005-01-11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까지 남겨주시고 감사합니다. 자주 놀러 올께요. ^^

플레져 2005-01-11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해 제가 읽은 소설 중 베스트에 거뜬히 든 책이어요.

그 간결한 문장과 담담한 시선이 좋았습니다.

내 존재를 증명해 줄 수 있는 존재는 타인...

코코죠 2005-01-12 0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은 깍두기님도 그 책을 만나고 마셨군요. 그러게 일찌기 선견지명이 있는 오즈마가 저 책은 제목이 보이지 않게 거꾸로 꽂아두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 크학학학 -

저도 1권을 막 읽고 나서 그 두려움과 떨림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다음 권은 조금 조금 더디게 가지요.. 그래도 그래도 여전히 아프죠...녜, 세상이 그렇더라구요 녜녜...

깍두기 2005-01-12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두들 이 책을 좋아하시는군요. 유명한 책인가 봅니다. 저만 몰랐나봐요^^

stella.K 2005-01-12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저리 말씀하시면 왠지 믿고 싶단 말이예요. 끌리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