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도 뻔뻔스럽게 하면 아무도 시비걸지 못한다. 어설픈 거짓말을 하면서 진실인 척 꾸미려 한다면 욕을 바가지로 먹겠지만 맘 먹고 "내가 얼마나 뻥을 잘 치는지 함 봐봐라" 이러면서 허풍을 떠는데야 귀엽게 봐 줄 밖에.
이것이 끝인가 싶으면 앞의 것보다 백만스물한배쯤 되는 규모의 뻥을 쳐대는데는 당할 수가 없다. 완전 항복이다. 마지막에 주성치가 하늘에 올라가 염화시중의 미소를 보고 내려오는데는 참....
요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읽고 있는데 영화를 보면서 이 책이 생각났다. 둘 다 거대한 농담이라는 측면에서. 그래, 뻥을 치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지, 끄덕끄덕.

영화의 주요배경인 거대한 임대건물(?). 나는 이 지저분하고 소란스럽고 빈티나는 세트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이곳에는 집세도 제대로 못내고 주인여자의 눈치를 보며 빌빌거리고 사는 사람들로 그득하다. 그러나 알고보니 그들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고수들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항상 담배 한 가치를 물고 집세 안내는 그 고수들을 처절히 응징하는 주인아줌마가 어찌나 맘에 들던지.

나는 주성치를 소림축구에서 처음 봤는데 이번 방학에는 이 사람의 옛 영화를 좀 뒤져봐야겠다. 이목구비 번듯하고 어찌보면 우수어린 표정이기도 한데 이렇게 웃기지 않은 외모로 폭소를 자아내는 영화를 만들다니 이 사람의 재주도 참 특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