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는 대담하게도 딸이 자고 있는 틈을 타서 딸 방에 침입했다.
오늘도 여전히 딸애의 방은 처참할 정도로 난장판이다.
딸년이 깨서 성질낼까봐 조용조용히 청소를 시작했다.
교복3종세트(블라우스, 원피스, 재킷)와 체육복을 옷걸이에 걸고
침대에 있는 과자봉지, 신발주머니, 가방, 만화책, 십원짜리 동전, 축축한 수건을 치우고
방바닥에 있는 양말 몇켤레를 살그머니 주워들고
책상은 그냥 한번 쳐다만 보고(뭘 치워야 하는지 알 수도 없을 지경)
그래봤자 표도 안나는 방꼴을 한 번 쳐다보고 나오려고 하는데
뭔가......
이 장면을.......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기시감이랄까.......
아하!
이거 노다메의 방이잖아!!!
내가 사랑하고 좋아하는 노다메의 방이 딱 이랬지!
그럼......저기서 손가락 빨며 자고 있는 내 딸이 노다메???

그러고 보니 비슷한 점이 많다.
일단 아무리 깨끗이 치워놔도 10분만 지나면 난장판을 만들 수 있는 능력과
하기 싫은 일은 백만금을 줘도 안하는 똥배짱과
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무한히 행복해 하는 능력
그리고 뭐.....예술적 감수성이랄까(ㅎㅎ) 거기다 플러스 알파 엽기적 감수성까지.
그러고 보니 내가 노다메를 키우고 있었군그래.
근데 가만, 노다메가 사는 돼지우리 같은 방 꼴을 못 참고 치워준 사람은.....치아키?
헐, 내가 치아키란 말야?
그럴 순 없지.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을 알겠다.
해송이에게 치아키를 구해다 주면 되는 거다.
아, 뭐, 노다메를 닮았다면 치아키 정도야 알아서 구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