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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 나의 교육철학
마하트마 K. 간디 지음, 고병헌 옮김 / 문예출판사 / 2006년 3월
평점 :
우리에게 정신적 스승은 영혼의 깨우침을 주는 사람일 것이다. 내게 있어 간디도 그러한 존재이다.
이 책은 인도교육에 대한 간디의 절절한 애정과 깊은 사색이 담겨 있다. 교육철학에 대한 이론이나 전문적인 식견이 나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실천적인 삶이 고스란히 배어 있고 쉬운 언어로 쓰여 있어 비교적 쉽게 읽힌다.
그의 교육의 핵심은 '신체와 정신과 영혼의 발달'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영혼을 각성시키는 교육이란 '심성교육(education of the heart)'을 뜻한다. 따라서 심성이 전면적으로, 그리고 적절하게 발달하기 위해서는 어린이의 신체적, 지적 능력을 향상시키는 교육과 함께 심성 교육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p.220)
"또한 영혼의 고양을 위한 심성 교육도 전혀 절제되지 못한, 거친 방식으로 성급하고 형식적으로 진행되면서 결국 우리 사회가 도덕적, 영적 파탄이라는 상황을 맞이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런데 어처구니없게도 사람들은 이러한 도덕적, 영적 파탄의 현실마저도 매우 정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지 않은가!"(p.222)
그리고 그가 추구한 교육은 노작교육의 모습을 띠고 있다.
"두 번째 단계(9~16세)에서, 모든 어린이는 학비를 스스로 벌 수 있어야 한다. 즉 공부하면서 생산 활동에도 참여하는 것이 좋으며, 그렇게 하면 일해서 번 돈으로 학비를 충당할 수 있을 것이다."(p.42)
"그래서 시골 마을에서 주로 필요로 하는 소면(梳綿)이나 직조(織造)와 같은 류의 실과 교육에 기초해서 초등 교육을 해야 한다는 나의 계획이야말로 조용한, 그러나 엄청난 결과를 낳을 수 있는 사회 혁명을 최선봉에서 이끌어낼 수 있는 파괴력이 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p.67-68)
특히 그는 어린이교육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가졌는데 '이야기'를 통해 지식을 전수하고, 문자 교육은 나중에 하라는 것, 놀이처럼 교육하라는 것, 기하학적인 모형을 그리는 것을 배운 후 글자 쓰는 것을 배워야 한다는 것, 강제로 가르쳐서는 안된다는 것, 그리고 모든 교육은 모국어로 해야 한다는 것 등을 강조하였다.
간디는 인도 교육체제 중 인도 전역이 외국어로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을 가장 비극적으로 인식했다.
"외국어로 하는 교육은 우리 아이들을 매우 피곤하게 만들고 지나치게 긴장하게 한다. 또한 우리 아이들을 좋은 것, 나쁜 것 가리지 않고 머릿속에 아무것이나 쑤셔 넣는 사람 혹은 흉내쟁이로 만들어버리고, 독창적인 사고나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으로 전혀 길러내지 못하며, 자신이 배운 것조차도 일반 대중이나 가족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없게 만든다. 외국어로 하는 교육이 참으로 우리 아이들을 인도에 사는 '이방인'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며, 이것이야말로 현행 교육 체제가 낳은 가장 큰 비극이다. 또한 외국어로 하는 교육은 모국어의 발달을 가로막는다."(p.104-105)
그 외에도 체육교육, 음악교육, 종교교육, 성교육, 여성교육 등 여러 가지를 이야기했는데 ‘인생을 음악적으로 만들라’는 그의 말이 가슴에 다가왔다. 이 뜻은 ‘신에게 몰입하고 신과하나가 된다는 것’인데 종교가 없는 나이지만 왠지 공감이 가는 구절이었다.
가난과 억압에 짓눌린 민중에 대한 사랑, 아직도 인도 전역에 뿌리깊이 남아 있는 카스트제도의 모순에 대한 깊은 성찰, 모국어를 통한 민족의 부흥을 꿈꾸는 그의 소망이 현재 어느 정도 인도에 반영되었는 지 알고 싶다.
인도 교육에 대한 그의 글을 주로 모아 놓은 책이지만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는 우리 나라 교육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부디 ‘교육’과 관련된 공부를 하거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이 땅의 교육자들이 한 번쯤 일독하기를 바란다.
그의 말을 기억하며 이 글을 끝맺어야겠다.
“학생들의 내면에서 최선의 것을 이끌어내는 것, 바로 이것이 진정한 교육이다. 진정한 교육은 별로 필요하지도 않은 정보를 학생들 머릿속에 억지로 채워 넣는 방식으로는 결코 가능하지 않다. 그런 식의 교육은 오히려 학생들의 독창성을 파괴하고 학생들을 단순한 기계 부속품으로 전락시키는, 참으로 쓸모없는 짓이 될 뿐이다.”(p.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