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 말고 책을 주문했다. 


<오스카 와일드, 아홉 가지 이야기>


“(14) 알려진 바대로 오스카 와일드는 동성애자였다. 당시의 법에 따라 ‘막중한 풍기 문란’죄명으로 감옥에 갇혔고 출옥한 이후에 가족과 결별하여 병과 가난으로 고통을 겪다가 파리의 작은 호텔 방에서 홀로 죽었다. 그의 ‘아이들을 위한, 아이들의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책에는 고통스러운 욕망을 향하는 사람이 희망할 수 있는 사랑과 죽음의 진실이 아름답게 담겨 있다. <행복한 왕자>를 비롯해 여러 이야기가 실린 <오스카 와일드, 아홉 가지 이야기>에 등장하는 많은 존재들은 *‘마음이 터져’ 죽는다*. 나는 살아 견디지 못할 만큼 강렬한 마음이란 무얼까 궁금해한다. 아마도, 행복한 왕자의 말처럼, ‘불행만큼 큰 신비는 없다.”


마음이 터져서 죽을 것 같은 마음은 뭘까. 세상에 그런 아프고 슬픈 것이 있단 말인가!!! 나에게도 그런 것이 있었던가? 기억이 안 난다. 그러니까. 마음이 터져서 죽을 것 같은 마음이란? 음. 😏😏 별로 알고 싶지 않다. 마음을 터뜨리지 마. 마음은 터뜨리는 게 아니야. 살아서 견뎌. 강렬하지 마. 감정 낭비야. 감정을 왜 낭비해. 기운이 남아돌아? 행복한 왕자여. 마음을 터뜨리지 말고 일단은 기운을 좀 아껴뒀다가, 장어 구이 같은 걸 먹고 난 후에, 운동장을 다섯 바퀴 정도 뛰고, 유산소의 맛을 좀 본 뒤에 그래도 기운이 남으면 벤치프레스 같은 것도 좀 치고, 근육 그런 거 있냐 왜. 좀 만들어봐바. 내 생각엔 마음은 없고 근력이 마음력인 거 같어. 강한 마음! 강한 마음은 강한 근육에서. 마음은 몸. 몸은 마음. 건강한 정신. 건강한 육체! 응? 몸이 건강해지면 마음이 쉽게 터지지 않을 거야. 어렵게 키운 근육인 만큼 감정을 막 아무데나 낭비하고 싶지 않아질 거라니까?


그래도 막 불행한 사랑이 막 하고 싶다? 그러면 스마트폰을 켜서 귀여운 걸 봐. 막. 엄청 귀여워서 어금니 꽉 깨물고 싶은 거. 애기 펭귄이나 고양이 그런 거 있잖아 왜, 지구 뿌수고 싶은 거. 으아아악 너무 귀여워!!!!!!!! 그러고 나면, 남극의 빙하가 녹고 있는 현실을 개탄 할 수밖에 없고. 왜 인간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서 80억에 육박하게 된 것인지 가능하면 타노스의 건틀렛을 아, 이게 아니고....


그러니까, 

마음... 아파서 죽어서 터져버리고 싶은 그런 마음을 외면하면 안 되지...


외면하지 말자.

내게 그런 마음이 있나? 있었나? 없나? 없어졌나?

있다. 어디엔가 있는 것 같다. 그러니까 이게 푹 와서 찔리고 그러는 거다.

아무튼 외면하지 않으려고, 푹 잠겨 있어보려고, 책을 샀다. 사는 김에 다른 것도 많이 산 건 안 비밀이다. 아무래도 책 사려고 돈 버는 거 확실함. 대한민국의 출판 시장이여, 나 믿고 좋은 거 많이 만드세요. 그리고 페미니즘 고전 문학 미네르바 시리즈 내고 있는 동서문화사 잘했습니다. 제가 1권만 두 권 샀어요. 내 꺼, 친구 꺼. 알라딘에서 한 권,(땡투 받고 부자되세요.) 교보에서 한 권. 


“(15)<사랑의 단상>에서 롤랑 바르트는 베르테르의 말을 빌려 이렇게 쓴다. "마음은 계속해서 내게 남아 있는 것이며, 이 마음속에 깊이 간직되어 있는 마음, 그것이 바로 ‘잊혀지지 않는 마음’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어린아이 만이 잊혀지지 않는 마음을 갖고 있다."”


그렇다. 잊혀지지 않는 어린 내 마음을 나 혼자 있는 안전한 공간에서 쪼꼼쪼꼼씩 꺼내 놓고 되는 만큼 보살펴주려고 한다. 요즘. 난. 어렵다. 화나고 짠하고 그렇다. 아무튼. 돈 벌고, 멍 때리고, 걷고, 조금 읽고, 안 쓰고, 머리 아프고, 몸 아프고, 아니다 싶으면 퇴각해서 딴 짓하고, 그렇게 지낸다. 괜히 바쁜 척 안하려고 을매나 노력 중인지. 오늘은 정말로 없는 기운 짜내서 아주 알뜰하게 잘 나를 보살펴주었다. 잊혀지지 않고 있었던 마음을 똑띠 봐주고 걔대신 화내줄 기운은 좀 없어서 그냥 너 이상한 애 아니라고 열다섯 번 넘게 말해줬다.


“(19) 그러므로 모든 시간들이 내재한 시간의 경험으로서, 지금의 마음과 현재의 말이 중요하다. 이들에 접근하기 위해 현실적인 갈등과 모순이 깨끗하게 부인되는 청정한 공간에 대한 미망을 벗어나는 일이 우선 되어야 할 것이다. 전투와 경쟁의 서사로 사회를 단순화하고 승패의 운명으로 규정 짓는 논리 역시 위험하다. 대신 무엇인가와 조우하고, 이 관계를 의미화하고, 그 무게를 사유 하는 마음가짐이 소중할 것이다. *마음가짐이란 정동이고 그 실천이다.*

삶의 느낌과 경험은 표현이 된다. 표현expression은 재현representation이나 반영reflection이 아니다. 그래서 정확이나 왜곡이 말해질 순 없다. 실재의 묘사가 아니라 느낌과 생각의 개입에 의해서 고유한 방식으로 현실화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사상事象이 언어로 파생되는 것이 아니라, 표현에 의해 경험과 의미가 형성된다. 따라서 그 생성의 질과 강도가 사유되어져야 한다.”


인용 문장 잔뜩 따온 이 책 <마음의 말>은 좋을 줄 알았는데 역시 좋았다. 프롤로그만 여러 번 읽었다. 아름답고 어렵고, 어려워서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김예란 교수님 당신 누구신가요? 주체의 윤리학에 정동 연구라니.🤤 스피노자, 니체, 들뢰즈, 푸코, 버틀러, 한숨 푹푹 나오지만 선생님이 어렵고 아름답게 잘 쓰셨을 테니 열심히 읽어 볼게요. 정동 궁금했써여! 제가 페미니즘이 아니었으면 이런 글을 감히 읽어봤겠습니까? 세상에 이런 연구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았겠냐구여... 암튼 저도 빌리 아일리시랑 <디디의 우산> 좋아하고요. 오스카 와일드 샀습니...


좋은 마음과 좋은 말 (당연히 예쁘기만 한 그럴듯한 말을 뜻하는 건 아니다) *묘사가 아니라 고유한 방식으로 현실화*된 그런 말들을 더 공부하고 싶다. 그런 언어들을 만들고 싶다. 그런 삶을 느끼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나를 위해 해야 할 것들이 있다는 것을 느낀다. 암튼 더는 이렇게 살고 싶지가 않다. 그렇다고 어떻게 살고 싶은 모습이 있는 건 아니다. 그냥 좀 순하게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여,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면, 그러기 위해 외면하지 않아야 하는 것들이 있다면, 그게 기억조차 안 나는 아주 오래전의 해묵은 그러나 해결되지 않은 것들이라면 꺼내 놓고 찬찬히 다시. 내 기질대로 용감하게. 그냥, 나 답게. 직면. 몰랐으면 몰랐지만 알았으면 직면. 직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진실까지가 나라는 인간의 크기다. 물론 이미 나는 큰 사람이지만 더 커져야 함. ㅋㅋㅋ


나는 나를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나는 나를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사랑이 뭘까. 일단은 그런 말도 안 되는 사랑을 사랑이라고 여겼던 것에 대한 확실한 청산.

오늘 쓸 수 있는 글이 있다면 써두기.

내가 번 돈으로 전문적인 조력자를 구하고, 내가 만든 안전한 관계들에게 때때로 도움을 요청하며, 

그러나 결국은 내가 하는 것. 내가 해야 하는 것. 

나를 비난하고 굶기는 짓을 그만두고 나쁜 감정들을 잘 들여다 봐 주는 것.

괜찮아질 것이다. 괜찮아져 왔으니까.


I'm getting older, I think I'm aging well
I wish someone had told me I'd be doing this by myself

There's reasons that I'm thankful, there's a lot I'm grateful for
But it's different when a stranger's always waiting at your door
Which is ironic 'cause the strangers seem to want me more
Than anyone before (anyone before)
Too bad they're usually deranged
Last week, I realized I crave pity
When I retell a story, I make everything sound worse

Can't shake the feeling that I'm just bad at healing
And maybe that's the reason every sentence sounds rehearsed
Which is ironic because when I wasn't honest, I was still being ignored
(Lying for attention just to get neglection)
Now we're estranged
Things I once enjoyed (ah-ah)
Just keep me employed now
Things I'm longing for
Someday, I'll be bored of
It's so weird
That we care so much until we don't
I'm getting older, I've got more on my shoulders
But I'm getting better at admitting when I'm wrong
I'm happier than ever, at least that's my endeavor
To keep myself together and prioritize my pleasure

'Cause to be honest, I just wish that what I promise
Would depend on what I'm given (not on his permission)
(Wasn't my decision) to be abused, mmm
Things I once enjoyed
Just keep me employed now
Things I'm longing for, mmh
Someday, I'll be bored of
It's so weird
That we care so much until we don't
But next week, I hope I'm somewhere laughing
For anybody asking, I promise I'll be fine
I've had some trauma, did things I didn't wanna
Was too afraid to tell ya, but now, I think it's time


이 책은 느낌과 생각이 몸으로 나타나고 텍스트로 표현되면서, 혹은 이 기획들이 침묵하거나 실패하면서, 한 사람이, 여럿이, 그리고 사회가 생성되고 변화하는 과정과 의미를 탐구한다. 이 점에서 <마음의 말>은 마음의 구조에 관심을 두는 사회과학 연구의 훌륭한 노력들과 연관되는 동시에 약간의 거리를 유지한다. 공통적으로 마음에 관심을 두지만, 그것을 구조화된 공간으로 모델링하지는 않는다. 어쩌면 미처 구조화되기 이전에, 혹은 구조화의 범주를 넘어, 마음의 생기와 운동에, 그 위험과 가능성에, 그리고 마음이 자신을 표현하는 말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 - P11

정동은 경험과 표현을 만드는 힘이지 그 산물이 아니다.
사회는 마음과 말로 만들어진 거대한, 복잡한, 모호한, 추악하고 아름다운 세계다. 우리가 나름의 의미를 지닌 세포 덩어리로 살 수 있는 힘은 진실의 현실적 부재를 깨닫는 투명과 용기, 그럼에도 진실을 향하고 빚을 줄 아는 인내 어린 상상에서 나온다. 그 느낌, 생각, 행위들이 한데 엉켜 발버둥치는 관계적 공간이 사회다. *그래서 그 사회를 이해하고자 한다면 체계나 구조처럼 명확한 추상영역 뿐 아니라 서로 다른 크기나 방향을 가진 힘들이 공존하여 다투거나 어우러지는 살아 있는 현장이 해석*되어야 한다.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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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 2022-11-27 23: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고 ㅠㅠ 마음 파열 조심합시다….

공쟝쟝 2022-11-28 15:00   좋아요 1 | URL
사랑하면 안되는 사람을 사랑해서 마음이 터져서 죽는 걸까요? 세상에 사랑하면 안되는 사람이 있는 걸까요? 근데 그냥 사랑하면 굳이 안 가져(?)도 마음 안터지는 거 아닌가? 아 심오하다 심오해ㅡ! 심장 터져벌이는 사랑이 궁금하다!!!!

persona 2022-11-28 16:30   좋아요 1 | URL
저도 궁금해요. ㅎㅎㅎ

공쟝쟝 2022-11-28 16:58   좋아요 1 | URL
근데 터지지 말자요ㅋㅋㅋㅋ (대체로 심장아니라 복창터짐 ㅋㅋㅋ)

2022-11-28 07: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28 15: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28 15: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28 15:1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