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마음 - 나를 키우며 일하는 법
제현주 지음 / 어크로스 / 201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1.

‘잘하는 것 한 가지만 있으면 대학간다’던 시절을 살았었다. 대학은 다들 잘가셨는지 모르겠지만, 그 사이에 세상은 변해서 ‘n잡러’ 라는 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하나가지고 먹고 살기는 어려워진 그런 오늘이 되었다.

어떤 간판도, 전문성도, 자격증도 원천적으로 나를 보호해주지 않는다. 뚝뚝 잘려나가는 경력(단절)처럼, 삶도 툭툭 끊어져 버리는 것만 같다. 일은 어렵고, 잘해봤자 사장만 좋을 일 같고, 잠깐 정신 줄을 놓으면 내가 일인지 일이 난지 분간이 안되는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삶의 고삐를 일이 채어가게 내버려 두지 않으면서도, 막상 하는 일에서 무능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읽었다. 

“(10)경쟁이나 승자독식같은 말이 당연한 규칙이 되어버린 사회에서는 나의 치열함이 의도와 상관없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일을 잘’하고 있는 저자가 조심스러우면서도 단단하게 일에 대해 여러 조언들을 해주었다. 대체로 끄덕끄덕 끄덕끄끄덕덕 하면서 읽었다. 

“(162)... 한 가지 일에 오랜 시간을 보내면서 직종의 이름으로 전문성을 쌓는 방식은 하나의 자격 획득으로 경력 전체를 보장받을 수 있던 시대에나 유효한 것이다. ... 나는 전통적인 의미의 전문성을 어떻게 갖추느냐보다는 자신만의 탁월성을 어떻게 만드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답했다. ... 크고 작은 다양한 시도를 거듭하며 우연히다음 단계를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에 자신을 열어두는 것,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에게 어울리는 것을 스스로 판단하고 찾아가는 것. 전통적인 이름으로 담을 수 없는 파편적 경험들을 관통하는 이름을 붙이고말하는 것. 어쩌면 이런 조언들은 유동성이 불가피한 현실에 맞춰 진화한 자기계발의 복음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삶의 방식이 이틀에 걸쳐 논의되는 가운데, 기본소득을 주제로다루는 세션을 마련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몇가지 관통하는 단어가 있었는 데 이를테면 #디딤돌 이라거나 #탁월성 의외로 (짧게)등장하는 #기본소득 그리고 #이야기 (서사성)등등 이었다. 일하기 싫어~~~만 너무 생각하지 말고 (하지만 싫다고 해놓고 소처럼 일하는 나의 모순..) 나의 언어로 나의 ‘일’을 이해하고, 해석하기 위해 노력하는 태도를 갖춰야겠다는 나름 교훈(?)을 얻었다.


2.

자꾸자꾸 흩어지기만 하는 세상 속에서, 악착 같이 삶의 조각을 끌어 모아 ‘나의 서사’를 구축해 나갈 것. 
요즘 내가 관심있게 생각해보고 있는 부분이어서 인지, 책이 다루고 있는 많은 분야들 중에서 그쪽 조언이 가장 눈길이 많이 갔다. 세상은 자꾸 짧아지고 분절되고 잘려나가니까, 거기서 어떻게든 끊어지지 않아보려 하는 안간힘. 내 딴에는 그 안간힘이 나름의 투쟁(?)방식이다.

“(81) 우리는 우리의 경험을 하나의 이야기로서 누군가에게 말할 필요가 있는데, 이 때의 이야기는 미래를 담는 그릇을 품고 있다. 우리가 말하는 과거의 이야기는 스스로 바라는 남은 삶의 방식을 지시한다.”

인생이란거 계획대로 되지는 않겠지만 (문득 떠오르는 기생충의 송강호..), 일이 일어난 후에라도 더듬어 이야기의 형태로 이어붙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그러려면 오늘을 잘 기록해야하는 데... 일못러인 본인은 맨날 일에 치여 겨우 살기 바쁨...답답쓰.... (일 잘하고 싶다.. 엉엉)


3.

요즘 인생이 힘든 건지(아니다. 나는 원래 그랬던 것 같다... 울보..) 끄덕만 하면 코끝이 찡해지는 데, 이 책 읽다가 진짜 코끝 갑자기 와사비 먹은 사람처럼 방심했으면 울뻔 했던 부분 적어둔다. 196페이지 용달기사님 일화. 거칠게 줄이면 힘든 상황에서도 자신의 일에 대해 끝까지 책임지려고 하는 뭐 그런 미담(?)이었는 데. 갑자기 삶의 고단한 무게감이 확 끼쳐옴.

힘든 상황에서도 저의 처지를 먼저 생각하기 보다는 남에게 폐 끼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미련한 사람들을 어쩔 수 없이 좋아한다. 난 왜 이렇게 호구 같을까. 왜 오지랖을 부려서 손해보고 후회할까. 남 걱정하기 전에 나부터 걱정하자, 나부터 지키자 수시로 되뇌이는 데 잘안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반드시 열심히 자라서 나‘만’ 아는 으른이 될거다!!! 탕탕!) 천성인가 싶었는 데, 이번 명절에 확실이 알게 되었다. 이게 다 엄마, 아빠 때문이다. 오로지 착실하고 성실하게 사는 방식. 꼼수나 머리 따위 굴리지 않고, 누가 손해봐야하는 상황에 닥치면 그저 본인들이 그냥 손해보고 마는 태도!!! (그게 본인 딸들한테는 폐가 되기도 한다.. 흐어..아부지...어무이..) 난 대체로 선량한 나의 부모님들을 사랑하지만, 그들의 약지 못함이 지금도 마음이 쓰리다.

작가는 그 책임감 강한 용달아저씨 때문에 결국 엉엉 울었다고 한다. 내 와사비 포인트도 거기에 있다. 
아니까. 아저씨의 방식으로 잘되는 길이 얼마나 힘든지. 이 세계는 착실한 사람들이 착실해서 손해 보는 구조라는 걸. 물론 그 분들의 행복과 삶에서 느끼는 충만함은 매우 주관적이고 본인들만이 아는 것 일테다. 쉽게 안타까워하기도 무안한 부분이다. 결국 그들을 통해 나를 보는 거니까, 이 울고 싶은 마음은 그냥 내 마음인 거겠지. 난 아직 '손해 보면서도 착실하게 행복한 삶의 기술'은 터득하지 못했다. 조금은 약삭빠르게 나를 먼저 챙겨서 덜 억울하고 싶다.

그러니까. 세상은 더 좋아져야 한다.
용달아저씨 같은 분들을 앞에 세우지는 않더라도 뒤에 놓고 가지는 않았으면 한다.
그러면 나도 마음 놓고 두다리 뻗고 이리저리 재지 않고 착해질 수 있을 텐데... 아아 착하고 싶어..
뭔가 방법이 없을까. 답답쓰...


그리하여 다르게 살려면 유능해져야 한다.
- P10

-기본소득청소년 네트워크 BIYN, Basic Income Youth Network-
"그러나 우리는 처음부터 기특하거나 불쌍한 청년이 될 생각은 없었습니다.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입니다. 그건 곧 자기 자신이 되는 가장 빠른 길이 무엇인지 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런 사람이 굳이 ‘기특’이나 ‘불쌍’같은 우회로를 선택할 이유는 없지요."
- P98

회사 밖이 지옥이 아니라고 믿을 수 있을 때만 회사 안도 전쟁터가 아닌 것이 된다. 그때야 비로소 모두가 불안을 무릅쓰지 않고도 ‘나의 일‘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 P144

우리는 서로 달라도 이해할 수 있다. 관계의 밑바탕에 동질감이 있을 때보다 가치 판단 없는 지적 이해가 있을 때, 나는 훨씬 더 안정감을 느낀다. 동질감은 대체로 착각이거나, 진실이라 해도 쉬이 흩어질 수 있는 것인 반면, 지적인 이해는 시간과 함께 축적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당신을 이해한다. 당신이 나와 같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보일러의 작동원리를 이해하고, 해가 뜨고 지는 것처럼 보이는 원리를 이해하는 것처럼, 나는 시간을 들여 공부함으로써 당신을 이해한다. 그런 이해를 통해 나는 당신과의 관계에서 안정감을 느낀다. -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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