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나는 사계절 중 어느 계절이 제일 좋아? 라는 질문을 받으면 가을이요 라고 선뜻 대답을 하곤 했다.
낙엽도 떨어지고 바람도 살랑 부는 그런 계절이 왜 그렇게 좋던지.....
유독 비 오기 전 낮게 내린 하늘과 바람 부는 날은 이유 없이 미치도록 좋았다.
그런데 작년부터인가……. 꽃피는 봄이 오면 너무 좋다.
따뜻한 햇살아래 길을 걷는 것도 좋고 예쁘게 올라오는 새싹과 나뭇잎들.... 어쩜 겨우내 앙상하던 가지가 벌써 저렇게 푸릇푸릇해질 수 있는 것인지 신기하고 또 신기하다.
이젠 꽃이 활짝 핀 공원을 지나가다 보면 아 예뻐 사진이라도 찍어 둘까 하는 마음이 절로 든다고 나 할까
오늘 비 온 뒤 약간의 쌀쌀함이 느껴지는 날이었지만 그래도 내일은 더 화사한 봄날을 즐길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절로 기분이 좋다.
한동안 책만 사들이고 쌓아 두기만 하다가 지난 주 장영희 선생님의 문학의 숲을 거닐다를 보면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좋다는 의미를 다시 새기고 있다.
밀린 책들 걱정은 안 된다. 올해 이 한 권을 읽었다는 기쁨이 오래 갈 것 같다.
작년 내 목표가 고전 다시 보기였는데…… 그런데 아직도 내가 읽어야 할 아름다운 책들이 이렇게나 많이 널려있다는 기쁨이 마냥 좋다.
어젠 아는 언니 덕분에 은행에서 한 자리 하고 있다는 기업본부장님과 점심을 먹을 수 있었는데 짧은 시간 동안 좋은 얘기를 많이 들었다.
웃으면서 일해라. 남을 위해 웃는 게 아니라 웃으면서 일하면 내 자신 스스로가 행복해 진다……. 내가 행복하면 다가 아니냔 말이다.
웃으면서 일하다 보니 이 정도까지 왔는데 나는 지금 현재 이 일에 만족하고 행장이 되고 푼 욕심도 없고 그저 지금처럼 웃으면서 내 생활을 즐기면서 사는 것에 의미를 둔다.
쉽게 들리는 얘기지만 솔직히 어디 이게 마음대로 되는 일이냐고....
같이 점심을 한 언니는 참 배울게 많다.
투덜거리면서 난 못해 관둘 거야 하면서 못해 못 해를 입에 달고 사는 내게 늘 너 잘하잖아. 지금처럼만 하면 되는데.... 잘하는 사람이 그만둔다고 하면 남은 사람은 어떻겠니? 하면서 토닥토닥…….
내가 잘하는 게 하나도 없으면서 괜히 그 소릴 들으면 정말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 싶기도 하고.
나도 봄처럼 따스한 기운과 꽃처럼 화사한 얼굴 따라서 웃으면서 하루하루 감사하면서 살아야겠다.
내 투덜거림이 배부른 투정으로 들리지 않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