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카메라가 아니어도 잘 찍을 수 있다.

나의 첫번째 사진책 - 즐거운 출사를 위한
곽윤섭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4월

필카를 사용하던 시절.. 아빠가 주신 야시카 카메라... 무척 잘 찍히는 카메라 였지만 돌리고 맞추기 힘들고 무겁고... 조리개를 잘못 맞추면 사진이 영~   이럴 때 나는 사진이 아니게 나온 것을 남들 다 쓰는 삼성케녹스 자동카메라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단정지었다.. 이후 내 선망은 케녹스 자동카메라였다.

그러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당시엔 무척이나 거금을 들여 제일 좋은 슈나이더렌즈 장착된 자동카메라를 구입했었다.   이젠 나도 사진을 잘 찍겠지... 하지만 웬걸... 제일 비싼 카메라로 샀는데 사진이 나오는 건 글쎄다... 도대체 뭘까?

이후 나는 디카를 장만 할 때 수동기능도 같이 되는걸 구입했다.   자 이젠 정말 잘 찍을 수 있을 거야..

하지만 늘 자동기능만으로 사진을 찍게 되면서 이렇다 할 사진을 건지지 못했다.. 그래 놓곤 아직도 누군가 잘 찍은 사진 한 장을 보면 이거 디카가 좋은 거죠?  어디꺼예요? 하면서 묻곤 한다.

난 내가 사진을 못 찍는 게 남들처럼 폼 나는 망원렌즈도 없고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해서 라고 하면서 모두 카메라 탓이라고 여겼다.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지는...

표지에 나와 있는 카메라를 보고 기죽어서 포기한다면 이 책이 주는 즐거움을 가지지 못한다.

나름대로 디카 동호회에도 가입하여 출사도 따라가 보고 했지만 너무 생소한 조리개니 셔터 속도니.. 이런 것들을 듣다가 시간을 다 보낸 적도 있다.   초보가 따라서 가기엔 거창한 출사 라는 이름이 무거웠다고나 할까.. 이후로 더 이상 동호회에서 하는 출사에 따라가지 않았다.. 같은 디카인데 번쩍번쩍 비싼 장비가 달리고 바꿔 끼고 하는 모습에 내가 사진 못 찍는 건 당연한 가봐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으니..

몇 몇 나와 있는 사진 관련 책도 너무 어렵고 생소한 용어를 나열하는 바람에 내가 원하는 바를 찾지 못했고 그래서 이젠 대충 얼굴만 알아보면 되지 뭐로 바뀐 지 오래였는데 이 책을 만나고 다시 사진을 잘 찍고 싶다는 욕망이 올라온다.

인상 깊은 구절은 모델에게 신뢰를 주는 것은 사진 찍기에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프로 사진 작가 아무개가 일류 연예인 아무개를 모셔놓고 찍는 것만 인물 사진이 아니다. “사진 찍어 줄게” 라고 하는 순간부터 전문 작가 부럽지 않은 어엿한 인물 사진 촬영이 되는 것이다.  ~ 사진 실력은 분명 찍으면서 느는 게 맞다. 그렇지만 찍은 사진을 되씹어 보는 과정 없이 그냥 셔터만 누른다면 실력이 늘 리 없다.  자주 리뷰를 해야 다음에 찍을 때 자신도 모르게 각도나 시선 등을 고려하게 된다.

정도가 없나 보다.. 장비 탓하지 말고 모델 탓하지 말고.. 그저 열심히 이리 저리 찍어가면서 습득하는 것이지.

이제 내 홈피에 올라 오는 사진이 정면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는 뻣뻣한 사람들투성이가 아닌 자연스런 살아있는 동작을 찍어서 올리고 싶다.

필카 시절 필름 값이 아까워 많이 찍지 못했다면 디카는 찍고 지우고를 반복할 수 있고 수천 수 만장의 사진을 찍는다 해도 내가 필요치 않은 것은 지울 수 있기 때문에 많이 찍고 찍어서 실력을 늘리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거창하고 어려운 말로 기 죽게 하지 않고 사진 찍기에 애정을 갖게 해준 곽윤섭 기자님께 감사 드린다.  행복한 하루를 L.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