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이 되면서 부터 지하철을 타고 다녔는데 이젠 그것도 귀찮고 걷지 않다 보니 게을러 지는것 같아 일부러 막혀도 버스를 타고 다닌다.
어젠 퇴근길에 왜 비가 추적거리면서 내리는지...
버스가 왔는데 사람이 많아서 그냥 보냈다.. 내가 뭐 집에 일찍가서 할 일도 없는데 뭐하러 사람들과 부딪끼며 버슬탈까 싶어... 벤취에 앉아 내리는 빗물 바라보다 이어서 온 버스를 탔다.
빗길이라 사고도 많은지 논현사거리를 지나는데 버스가 곡예운전을 한다... 가만 보니 사거리 중간에 추돌사고가 나서 비를 맞으면서 옥신거리며 싸우고 있다... 그 바람엔 사거린 정말 난장판이다.. 왜 싸울까 그냥 경찰 부르면 되는거 아닌가? 곡예를 부리듯 신호 무시하고 버스는 사거리를 건넜다.
그다음부턴 언제나 그렇듯 뻥뚫린 버스전용차로가 기다리고 있다... (참 치사하지만 논현사거리를 중심으로 강남구와 서초구로 나눠지는데 강남구엔 버스 전용차선이 없다고 한다.. 왜냐? 돈 많은 사람들이 반대를 해서 그렇다나? 믿거나 말거나 이지만 그래서 늘 내가 타는 학동역에서 논현역 그 한정거장을 지나는데만해도 10분에서 20분을 잡아 먹는다... 이후론 버스전용차선이기에 막힘은 별로 없다.)
고속버스 터미널을 지나 반포쪽으로 진입을 했더니 여긴 지하철 9호선 공사로 인해 차선도 좁지만 도로가 엉망이다.. 철판도로를 지나면 아스팔트 다시 철판도로... 이런식인데 어젠 내가 이렇게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도록 가슴 철렁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열심히 버스에 앉아서 책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푹하는 소리와 함께 차가 멈추면서 내가 앉아있는 쪽이 땅속으로 기어들어가듯 기울었다..
난 항상 버스를 타면 내리기 좋게 뒷문쪽에 있는 첫번째 의자 창가에 앉는데 고개를 돌려 보기도 무서웠다.. 뒤에 앉아있던 할머니가 할레루야 하면서 주님을 부르길래 난 이제 이렇게 죽나봐 ...하면서 순간적으로 내 보험금 타서 울 신랑 잘사는꼴을 못보는데 이럴줄 알았으면 보험금 수령자를 친정엄마로 해둘껄 하는 그런 생각을 했다.. (영화나 드라마등에서 보면 보통 죽음을 앞두면 사랑하는 사람이 떠오른다는데 왜 난 보험금이 먼저 생각났나 모를 일이다..)
두려움에 고개를 돌려 보니... 우하하...지하철 공사로 인해 지반이 약해진데다 비까지 오니 땅이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꺼진거다...버스 뒷바퀴가 빠진거다.. 그런데 그냥 나오기엔 역부족일테다.. (디카를 가지고 다녀야 바로 찍는건데... 폰카로 아이들이 막 찍는걸 보면서 아깝단 생각을..)
기사아저씨가 뒷차 잡아 준다고 조금만 기다리라는데 환승되는데 뭐하러 기다리나 싶어 내렸다.. 그러면서 뒷자리에 앉아 있던 할머니를 째려봤다...
심장 떨리게 겁주고 있어...
대형사고가 나면 침착해야 한다는 말에 100%공감하는 날이었다.
버스에서 책에 코박고 읽다가 그 할머니의 호들갑(?)에 고개도 돌려 보지 못하고 죽는구나를 생각한 내가 너무 어처구니 없다... 그렇지만 만일 저기 아래 지하철 공사 현장으로 버스가 떨어져 내렸으면 어쩔뻔했나.. 안전불감증.. 여기서도 발견한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 뉴스에서 런던에 폭탄테러 발생한것에 대해 집중보도를 하고 있다..
버스타는것도 무섭고... 이젠 걸어 다녀야 하나? 아님 어느님처럼 자전거 타고 다녀야 할까?
세상이 점점 무서워 지고 있다.. 아무 죄도 없이 생명을 잃으신 분들에게 명복을 빌어본다. 좋은곳으로 가시라구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