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이의 살림집 - 근대 이후 서민들의 살림집 이야기
노익상 / 청어람미디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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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은 나라도 구제 못한다'라는 말이 있다.가난의 되물림은 후손들에게 육체적,정신적인 시련과 고통이 뒤따를 것이기에 하루 하루를 이어 가는 것이 고된 부역과도 같을 것이다.'보릿고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선 입에 풀칠을 하는 것이 삶의 우선 순위이었던 시절에는 조상들의 애환은 말도 못했을 것이다.'소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비빈다'고 했듯이 의지 가지 없었던 사람들은 정처없는 유민(流民)과 같이 부유(浮遊)한 삶을 이어가야만 했다.인간에게 삶은 생명력을 바탕으로 본능적으로 살고자 하는 의식이 있기에 특히 가난한 이들에게의 삶은 신산하지만 생명력은 강인하면서도 꿋꿋하게 지탱해 나갔던 것으로 생각한다.

 

 1980년대,1990년대 중후반의 한반도의 산하를 10년 간 다니면서 5년 간의 긴 원고작업 끝에 탄생한 이 글은 작가의 섬세하고 꼼꼼한 필치에 아련한 기억과 추억을 끄집어 내게 한다.이렇게 가난한 삶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조상대대로의 가난이라는 되물림이 주요 원인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오붓하게 산과 내를 두르고 있는 전통적인 한국의 시골 동네의 모습과는 다르게 외따로 살아 가던 '외딴집'을 비롯하여 외주물집,독가촌,막살이집이 나오고,사람들이 들어오고 나가는 기관격인 분교,간이역,차부집,여인숙 등이 소개되고 있다.나아가 1960년대 후반 도시개발에 따른 미관주택,시민아파트,문화주택 등이 순서대로 소개가 되고 있다.이는 개인의 삶과 시대의 흐름을 투영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여 한국현대사의 가난하게 살아 가던 이들의 가옥구조부터 소규모의 기관들 속에 그들의 애환이 강퍅하기도 하고 인정이 살아 있기도 하다.

 

 조선 후기 철종 이후 유민의 증가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산골 깊은 곳에는 주인 없는 땅을 불사르고 그곳에 화전을 일구어 살아가는 화전민들이 늘어나는데 이들은 외딴집의 형태를 띠면서 살아 갔다.그리고 조림사업을 한다는 차원에서 외딴집들을 듬성 듬성 모아 놓은 독가촌 그리고 탄광촌에 주로 자리잡은 외주물집(길가에 놓인 연립형식 집들)이 있으며 일제강점기에 생겨난 산골마을의 분교(간이학교)와 간이역은 그 이름만 들어도 추억이 묻어 난다.내가 다니던 국민학교는 면소재지의 중심이었기에 분교 형태는 아니었지만 면의 면적이 크다 보니 학교에서 10여키로 떨어진 산골 마을의 어린이들에겐 면소재지 학교로 통학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기에 1970년대 두 개의 분교가 생겨나게 되었다.모교에서 가르치던 교사가 분교로 발령받아 아침이면 자전거로 출근하던 교사의 수수한 모습이 지금도 뇌리에 선연하다.

 

 1968년 북한 공비들에 의해 무참히 살해 당한 이승복 어린이의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발언과 울진 삼척 공비 침투 사건 그리고 김신조에 의한 박정희 암살 미수사건을 통해 '도서벽지(島嶼僻地)'주민을 효율적으로 통제관리하기 위해 화전정리사업이 대대로 이루어지게 되었다.그것은 외딴집의 집단화 및 분교 교육의 전면적 개편이었다.1970년대 초 새마을 운동이 일어나면서 초가에서 슬레트집으로 바뀌고 돌담에서 벽돌담으로 바뀌게 되는데,도회지 대로변은 양옥집 형태의 미관주택이 늘어나게 된다.도회지의 주택의 경우 1968년 창전동에 시민아파트가 2년을 넘기지 못하고 붕괴되는 사태가 빚어지게 된다.박정희 군사정권은 무허가 건물 세대를 서울 인근으로 집단 소개(疏開)시키게 되고 1988년 서울 올림픽이 끝나면서 과밀한 서울도시를 분산하기 위해 베드타운(일산,분당 등)을 건설하면서 대형아파트 건설붐이 내집마련의 꿈과 맞물려 번창해 가고 있다.지금은 이미 지어 놓은 아파트가 남아 돌아 건설업체는 온갖 사탕발림으로 주민들을 유혹하고 있다.

 

 사람과 사람이 모이고 흩어지는 장소에는 단연 간이역과 차부집의 향수가 있을 것이다.벽지에는 자주 오지는 않지만 시내로 나가는 시내버스 그리고 각역마다 정차하는 비둘기호 등이 있었다.간이역에는 산과 들이 있고 청정한 공기의 내음이 마음을 설레이게 한다.차부집은 버스를 기다리기 위해 또는 비와 눈을 피하기 위해 잠깐 차부집 안으로 들어가 주인과 얘기를 나누기도 하고 군것질거리도 사기도 한다.간이역과 차부집은 세상살이와 더불어 사람들간의 정담과 소통 그리고 소소한 정보를 교환하는 중개지점이기도 하다.그리고 내가 대학시절과 신혼초에 살았던 문화주택은 (일본식)붉은 기와장과 붉은 벽돌담 그리고 대문 옆에 자리잡은 재래식 화장실이 있었다.정해진 날에는 똥물을 수거하는 차가 '딸랑딸랑'신호를 보내면서 약간의 법석이 일어나곤 한다.인간의 몸에서 배설된 똥물이 잠시 인상을 찌푸리게 하며 그 내음은 몇 시간 가기도 했다.

 

 이제는 기억과 추억으로만 남게 된 외딴집,외주물집,독가촌,차부집,막살이집,문화주택(지금도 일부는 남아 있다) 등에서 예전에는 느끼지 못한 향수와 추억이 새롭기만 하다.사람과 사람간의 교류와 소통이 줄어든 아파트 주거는 개인의 삶을 어느 정도 높여주고는 있지만 어린시절의 공동체적인 의식은 사라지고 이기적인 편의위주의 삶이 가속화되고 있다.지금보다도 더 개인주의로 흘러 갈 후세대들은 물질은 풍요로워지고 문명은 더욱 발달해 가겠지만 후세들의 삶의 질과 사회구성원간의 화합은 과연 어떻게 흘러갈지 하나의 의문으로 남게 되었다.가난한 이들의 삶은 누구를 해코지 하지 않고 자연과 더불어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그대로 받아 들이면서 힘들었지만 인간의 정을 나누면서 살았던 이들의 삶이 현대인의 삶과는 크게 대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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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 이병률 여행산문집
이병률 지음 / 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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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에세이의 제목이 대조를 이루는 것 같아 참신하면서도 독창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바다 건너 창공을 날아 머나먼 이국땅을 밟게 되면 모든 것이 낯설고 생소하기만 하다.특히나 주변머리 없이 보고 듣는 것만으로는 여행지에서 얻을 것이 많지 않으리라 생각한다.소위 돈 쓰러 가는 것밖에는 남는 것이 없을 것이다.풀 한 포기,바람 한 점,구름의 숨결,사람들의 일상을 예리하면서도 감성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글재주가 있지 않으면 쓰다가 만 낙서 정도로 보일 것이다.

 

 말과 글이 다르고 살색깔과 풍습,사회의 전체적인 흐름과 분위기,역사와 문화가 자국과 다를 것은 뻔하겠지만 똑같은 사람으로서 먹고 자고 일하고 노는 모습은 어느 나라든 공통적인 인간의 본성이기에 언어가 통하지 않을지라도 손짓과 발짓,눈빛,다양한 감정의 무늬로 타국인들과 소통과 교류가 가능할 것이다.젊고 혈기왕성하며 호기심 많은 청춘의 시대에는 많은 곳을 여행하면서 좁은 울타리의 소견을 벗고 넓고 광활한 세계의 모습을 눈과 귀로 포착하여 이를 이성과 감성을 잘 버무려 붓이 가는데로 여행의 흔적을 농밀하게 전해 준다면 독자로서는 그곳에 안착해 있는 것과 같이 느껴질 것이고 때로는 선망과 동경심까지 빚어낼 수가 있으리라.

 

 차가운 광풍이 온몸과 머리를 휩쓸고 지나가게 되면 마음은 가을 낙엽과 같이 우수수 떨어지고 나뭇가지에는 앙상한 뼈대만 남은 채 고독하고 처연한 긴 겨울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 자연의 섭리라고 생각이 든다.차가운 광풍의 대지에 놓인 나그네에게는 따뜻한 차 한 잔이 그저 고맙기만 할 것이다.이 처량하고 말주변 없는 나그네에게 알아듣지 못하는 말일지언정 따뜻한 시선으로 대해 주면서 잠깐이라도 아늑한 곳으로 들여준다면 그 얼마나 고마운 일이겠는가.나는 여행을 많이 다녀 보지를 못해 늘 여행에세이를 통해 작가의 따뜻한 감성어린 시적인 표현 앞에 삭막한 마음이 누그러들고 타국인들의 인정어린 소통과 대화,분위기를 읽어 가면서 여행의 묘미를 재삼재사 음미하곤 한다.

 

 혹자는 돈을 벌어 노후에 여한이 없을 만큼 부부끼리 세계여행을 준비한다고 한다.그런데 사람의 앞 일은 한 치도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또한 시간은 나를 기다려 주지 않듯 하염없이 흐르기만 한다.가고 싶다고 마음이 움직이고 여유가 어느 정도 생기면 앞뒤 가릴 것 없이 훌쩍 떠나는 모험심과 용기가 필요하리라 생각한다.나이가 들어가면서 일상의 시간은 예행연습 없는 마라톤과 같이 무상하게 흐르기만 한다.이병률작가의 여행담을 음미하면서 느끼는 것은 내가 시간을 만들어 주인공답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한다.

 

 일상에서는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는 게 시간이지만 여행을 떠나서의 시간은 순순히 내 말을 따라준다.사실 여행을 떠나 있을 때 우리가 더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은 돈이 아니라 시간 쪽이질 않은가. - 본문 -

 

 

세상 어디를 다녀봐도 사람 구경하고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인상에 오래 남게 마련이다.어리바리한 이방인에게 자연스럽고 아름다우며 좋은 친구가 되고 싶어하는 순수하기 그지없는 이들을 만나는 것은 얼굴색,지식,신분 등은 달라도 인간의 내면에 자리잡고 있는 보배로운 선량함을 발견하는 것보다 더 의미와 가치가 있을 것이다.사람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길과 숙소,목적지를 알려 주는 소소한 친절함과 미소 속에는 인간만이 갖고 있는 사랑의 냄새라고 생각을 해본다.짧은 일정을 쪼개고 쪼개면서 발품을 파는 나그네들은 여비를 절약해야 하는 현실적인 면부터 좋은 사람을 만나는 기쁨도 있겠지만 부랑자를 만날 우려도 있을 것이다.

 

 당신이 좋다,라는 말은 당신의 색깔이 좋다는 말이며,당신의 색깔로 옮아가겠다는 말이다. - 본문 -

 

 교토,삿포로,쓰가루,루마니아,예멘,케냐,파리,항저우 등의 거리,풍물,사람들의 일상과 활기 등을 마치 엽서에 사랑하는 이에게 육필을 전해 주고 있는 감성적인 얘기들로 넘쳐 나고 있다.화사한 꽃,아기자기한 인형,재래식 이발소의 모습,뭔가를 주섬주섬 전해주는 인심 좋은 아저씨,폭설로 길이 막힌 은세계,고색창연한 건축물 등이 한 컷 한 컷 여울져 가고 있다.그곳 역시 살아 가려는 인간의 활기찬 생명력,바쁘게 살아가지만 동중정을 즐기는 한가한 모습들에서 사람의 색깔과 숨결,무늬가 다채롭기만 하다,익어가는 이 가을 날 홀연히 어디론가 사람의 따뜻한 사랑의 냄새가 나는 곳으로 발길을 옮겨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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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선 이후 - 시인, 북극의 첫마을 시오라팔룩에 짐을 풀다
문영훈 글.사진 / 서해문집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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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는 북극에 가까운 그린란드의 마을로 떠나 보련다.북위 67도에서 80도에 이르는 극한지인 그린란드는 덴마크의 자치령으로 되어 있는데 본래 에스키모족들이 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그들을 이누잇족이라고 한다.면적이 218만 제곱킬로미터로 한반도의 열 배 가까운 면적이다.대륙으로 간주되는 호주를 제외하고 그린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이며,면적의 80퍼센트 이상이 평균 1500미터,최고 3200미터 두께의 얼음으로 덮여 있는 태고의 신비가 그대로 살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인구는 고작 6만여 명으로 유럽인이 대부분인데 이누잇족의 삶을 잘 들려 주고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비행기로 강게루수악 비행장에 당도하게 되면 얼음과 새하얀 세계,그리고 드문드문 인적이 나타나곤 하는 그린란드는 10세기 말엽,그린란드 북부에 비해 기후가 온난한 남부 해안지역이 바이킹 족에게 점령을 당한다.당시 아이슬란드에 살던 '빨강머리'에릭이란 사람이 살인죄를 지어 이곳으로 도망을 오게 되는데 동료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빙하로 덮여 있는 이곳을 '그린란드'라고 지명을 붙였다고 한다.그후 약 400년 후 바이킹 족이 떠나고 18세기 초 덴마크 국왕이 그린란드의 재식민지화를 결정하면서 루터교를 선교하기 위해 선교사를 파견하면서 현재까지 덴마크의 자치령으로 남게 되었다고 한다.

 

 고래를 포획하여 생계를 이어가는 이누잇족들의 삶을 작가는 일짜별로 여정별로 잘 들려주고 있다.일각고래,흰고래,간수염고래,참고래,혹등고래 등 고래의 이름도 생소하지만 종류도 참 많다.그리고 이누잇족들이 사는 곳에는 풀과 나무도 있어 따뜻한 계절에는 각종 화초와 나무들도 그 생명력을 뽐낸다고 하니 극한지라는 이미지에서 사람과 자연이 함께 어우러져 공존할 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조수 간만의 차가 없는 날에는 둑 가까이로 대놓은 소형 모터보트에 올라 북극해를 만끽하는 그 낭만은 꿈만 같을 것이다.낚시도 하고 물고기도 잡고 운이 좋은 날에는 북극곰도 볼 수가 있는 그린란드는 탐험지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사람과 사람이 혹한지에서도 생존력을 발휘하고 있는 점에서 경이감마저 들게 한다.

 

 사냥꾼들과 학교 선생님,그리고 아이들과 어울려 보낸 그린란드의 체험기는 별세계라는 느낌에서 색다른 느낌 즉 호기심과 동경심마저 들게 했다.작가는 그린란드 남서부를 아지트로 하여 이곳 저곳을 두루 체험하고 있다.작가의 필치가 매우 꼼꼼하고 정교하다.또한 시인이어서인지 고요하고 평화로운 심성이 담긴 시를 펼쳐 주고 있다.눈을 감고 그린란드의 이국땅을 상상해 보면 마음의 찌꺼기,먼지 등이 모두 날아가고 나는 유토피아의 세상에 안착해 있는 것과 같다.북극의 첫마을 시오라팔룩에 여장을 풀고 북극의 극한을 그들과 함께 어울리고 호흡을 하면서 정도 참 많이 들었나 보다.귀국하여 메일로 주고 받은 사연 가운데에는 베라라는 여인이 죽는 슬픈 소식과 마약이 북극곰 두 마리를 포획했다는 쾌거 그리고 작가의 가슴 속에는 그린란드의 그리움과 애틋함이 남아 있을 것이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

 

 신기루처럼 투명한 사물의

 

 어제 오늘은 다를 바 없고,

 

 깊은 숨결의 한 호흡

 

 멀리 두고 온 세상을 품어

 

 데워져 오는 가슴,

 

 이내 사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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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처럼
파울로 코엘료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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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은 발원지에서 시작하여 삼각주가 되기도 하고 하나의 길게 늘어진 강물이 된다.하나의 강물과 또 하나의 강물이 합류하여 거대한 강을 형성해 결국 망망대해라는 해양을 꿈꿔 나간다.인간의 삶도 작은 물방울이 실개천이 되고 강물이 되어 크고 넓은 바다가 되고 빗물이 되어 세상을 윤택하게 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그렇게 하려면 삶의 방식을 제대로 익히고 체득하여 올바른 삶을 꾸려 나가야 할 것이다.삶도 고통스럽지만 죽음도 때론 고통스러울 것이다.다만 삶과 죽음이라는 문제를 극과 극으로 인식하다보면 막연한 공포와 불안,좌절이라는 마음의 시련을 겪을 것이기에 삶도 자연스럽고 알차게 살아야 한다면 죽음이라는 문제도 자연스럽고도 편안한 마음으로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파울로 코엘료작가의 작품은 그다지 많이 접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흐르는 강물처럼>은 상기와 같은 생각을 갖게 한다.그가 작가가 되고자 했던 어린시절의 꿈과 동기의식부터 작가가 직접 겪은 일화,타인들이 자신에게 들려준 이야기들,그리고 여행을 통해 자신의 삶의 장폭(長幅)을 눈에 띄게 넓혀 준 생각들을 여러 갈래로 들려 주고 있다.또한 전세계 신문과 잡지에 게재한 것들을 독자들의 요청에 의해 한 권의 묶음으로 재탄생된 것으로 보여진다.어찌 되었든 파울로 코엘료작가는 작가라는 사명감을 갖고 작가다운 면모를 갖추기 위해 나름대로의 마음자세와 각오를 간접적으로나마 서두에 밝혀준 점도 인상적이다.

 

 * 작가는 항상 안경을 걸치고,절대 머리를 빗는 법이 없다.

 * 작가는 자기 세대로부터 절대 이해받아서는 안 될 책임과 의무를 지고 있다.

 * 작가의 말을 이해하는 건 동료 작가들뿐이다.

 * 작가라는 사람은 기호학,인식론,신구체주의 같은 불편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명사에 조예가 깊다.

 * 작가는 여자를 유혹하고 싶을 때마다 냅킨에 시 한 편을 써서 건네는데 "나는 작가입니다."언제나   통한다고 한다.

 * 작가는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문학비평을 한다.

 * 작가는 요즘 무슨 책을 읽느냐는 질문에 늘 남들이 듣도 보도 못한 제목을 댄다.

 * 작가와 그 동료들에게 한결같은 감동을 안겨주는 책은 세상에 단 한 권뿐이다.그것은 <율리시스>란다.

 

 이해가 가는 대목도 있고 좀 진부하고 보수적인 대목도 있다.개인적으로는 해박한 지식을 작가의 내면에 심어 두어야 함은 물론 소가 여물을 되씹고 되씹어 목 안으로 넘기듯 사유의 연속이 이루어진 연후에 작품이 탄생되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본다.또한 요즘 작가들은 디지털시대에 꽤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자판기에 손가락만 대면 '따다닥'하고 글이 쓰여지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수정하면서 탈고의 시간을 기다리는 인내와 끈기,사명감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듣기로는 아직도 아날로그 방식으로 연필을 깎고 또 깎으면서 원고지에 육필을 써내려가는 작가분도 계신다고 하는데 나름대로의 글을 쓰는 여유와 향기,사색의 시간이 곂곂이 포개어져 가리라는 생각도 해본다.

 

 작가는 산책에서 배운 세 가지 교훈을 새되기도 있다.그것은 '낙관적인'전망을 통해 틀에 박힌 진부한 행동에서 벗어날 수가 있어 좋고,'당신이 시작한 일은 당신이 끝내라'고 격려하는 이들이 늘 곁에 있다는 것이다.일종의 결자해지와 같은 격이 아닐까 한다.책임의식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이다.그리고 자신이 하는 일에 뚜렷한 확신을 가지면,누구에게나 그만의 권위가 생겨난다는 점이다.비록 지위와 신분,수입 등이 낮다고 불평불만,열등의식,자괴심,절망을 갖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자신이 하는 일이 생계를 위한 것이라면 그 분야에서 열정과 간절함으로 맞서 나가고 남는 시간을 활용하여 자신이 즐기고 몰입할 수 있는 것을 찾아 계발을 하는 것도 삶의 질을 높이는 방도가 아닐까 한다.

 

 오염과 소음으로 가득찬 현대사회에서 자신의 내면을 잘 다스려야 한다는 점은 늘 공감하고 있다.그러한 면에서 파울로 코엘료작가는 마음의 소리가 무엇인지를 들려주고 있다.일종의 기분 다스리기와 같다고 생각을 하는데 고요함,마음의 소리,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법,참스승 찾기,위협에서 벗어나기 등이다.우선 자신의 내면부터 고요하게 다스릴 줄 알고 타인과의 관계가 조화를 이루어 나가는 가운데 꿈과 사랑,행복을 향한 길이라는 생각도 든다.그리고 앞에서도 말했듯이 죽음은 시간의 얼개 속에 갇혀 있을 뿐 언제가는 누구든 사멸하고 마는 유한적인 존재이기에 살아가면서 자신의 영혼을 맑게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다듬어 가는 삶의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을 주문하고 있다.내 삶의 강물은 어디쯤 흘러가고 있으며 나는 맑은 영혼을 갖고 있는가를 되새겨 보게 되었다.낙관과 희망이라는 씨앗이 어느덧 내 마음 속에 깊숙이 날아들어 온 듯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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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지우고 남은 것들 - 몽골에서 보낸 어제
김형수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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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의 엉치뼈부에는 푸른 반점이 남아 있다.어른이 되면서 사라지기도 하지만 유아기의 엉치뼈부를 보면 푸르스름하게 있는데 몽골로이드계 집단에서 볼 수 있는 신체의 특징이라고 한다.인류학적으로 보면 푸른 반점이 몽골,중앙아시아에서 유입되어 온 것으로 일명 몽고반점이라고 한다.이 반점을 생각하면 몽고라는 나라가 상기되고 몽골의 역사와 문화,자연환경 등도 자연스레 연관되어 생각하게 된다.또한 고려시대 당시 원나라가 고려를 침략하는 등 몽고와의 지난 시절의 악연도 남아 있지만 이제는 한.몽수교까지하여 두 나라간의 관계는 우호적인 편이다.광활하게 펼쳐져 있는 사막에 초지 등이 대부분인 몽고는 한반도 면적의 8배에 이름에도 불구하고 인구는 고작 250여 만명 정도이다.

 

 모든 것이 피안이다.아득한 지평선,일망무제의 평원,몇 개의 구릉을 넘고 호수를 건널 때마다 햇살은 따갑고 창밖은 춥다. - 본문 -

 

 몽고는 13세기 칭기스칸이 유라시아를 정복을 했던 대제국이었지만 그 화려한 명성과 위용은 역사의 뒤안길로 넘어가고 말았다.유랑과 정착을 반복하면서 대자연에 숨결에 순응해 살아가는 몽고인들의 삶은 순박하기만 하다.게르라는 주거에서 남편은 사냥을 하고 아내는 양을 키워 젖을 짜내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몽고의 종교가 라마교로서 불교에서 파생한 종교이지만 사회주의국가가 되면서 1930년대 국가로부터 라마교는 수난과 말살이라는 대재앙을 맞아야만 했다.지금은 일부 라마교 사원들이 곳곳에 남아 있기도 하다.몽고인들은 사람 구경하기가 힘들 정도로 대초원에 드문드문 게르가 있어 찾아오는 나그네,손님에게는 따뜻하게 맞이하고 최대한의 대접을 한다고 한다.또한 그들의 설날인 차강사르는 온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덕담을 나누고 그들만의 훈훈한 정을 나눈다고 한다.

 

 <조드>작가로 잘 알려진 김형수시인은 조드를 구상하고 그들의 문화와 풍습,신화와 전설 등을 보고 듣기 위해 몽고 현지답사를 다녀 오기도 했다.조드라는 작품을 통해 인상적이었던 것은 초목의 근기마저 빼앗아 갈 정도의 혹한 속에서 몽고인의 젖줄인 양과 말들이 얼어죽는 대참사를 가리키는 것이었는데 김형수작가는 대서사적으로 서정성과 함축성,(몽고인의)치열한 생존방식을 독특하게 그려냈던 것이다.지금의 몽고는 시장경제를 도입하면서 수도 울라바타르로 몰려 들면서 차츰 그들의 경제,삶의 질도 변화해 가고 있다.자원이 부족한 한국은 몽고에 국가적 인프라사업에 적극 참여하면서 그들이 갖고 있는 자원을 한국으로 유입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에서 힘을 써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작가는 몽고의 이곳 저곳을 답사하면서 느낀 바를 소회형식으로 현장감있게 들려 주고 있다.

 

 그리스.로마신화 등 유럽의 문명이 최고라는 인식이 팽배한 가운데 찬란했던 중세의 몽고의 역사와 문화,신화와 전설 등을 아로새기고 있다. 아시아의 문명사를 새롭고도 참신하게 그려내고 있는 저자의 구상이 짙게 드리운 베일에서 굵고 널직한 발자국으로 남았으면 한다.글로벌시대로 맞이하여 이제는 가깝고도 더욱 가까운 한.몽관계를 형성해 가기를 바라마지 않는다.나 역시 기회가 닿으면 초원 위에서 펼쳐지는 나담축제를 관람하고 유목민의 삶의 근거인 대초원의 공기와 바람,무늬와 살결을 마음 가득 느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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