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혀 있는 한국 현대사 - 조선인 가미카제에서 김형욱 실종 사건까지, 기록과 증언으로 읽는 대한민국사
정운현 지음 / 인문서원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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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부(恥部)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이것은 주체가 누가 되었든 부끄럽고 감추고 싶은 것이 상정(常情)이리라.역사 문제도 동일선상에서 보면 될 것이다.지난 역사의 면면을 제대로 이해하고 후세에게 가르쳐 주려면 역사를 바로 세우려는 사람들의 뜻과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그런데 구한말부터 현대사에 이르기까지의 한국 역사 학습은 식민사관 및 군부 정권에 의해 묻히고 잊혀진 과거사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일제 강점기의 식민사관이 그대로 전승되어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대를 이어가는 꼴이 되어 버렸다.불행중 다행으로 1990년대 이후 일제 식민사관의 베일이 하나 둘 벗겨지기 시작했다. 

 

 2010년대 후반을 달리는 시점에서도 제대로 된 한국 현대사는 레일에서 탈선한 기차와 같이 전복되어 있는 꼴이다.모든 일에는 객관성과 다양성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근자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국론이 분열되고 국민들이 통합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객관성과 사실성에 어긋난 왜곡과 미화가 주입된 우려가 매우 크기에 철회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힘으로 밀어 붙이려는 현 정권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은 과연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를 두 눈 부릎뜨고 지켜봐야 할 사안이다.

 

 일제 강점기를 비롯하여 해방 이후 군부 정권에 이르기까지 여러 이유로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일들이 많다.국가의 치부,정권의 불명예라는 이유 등으로 정권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여 묻히고 잊혀진 역사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해방 이후에는 한반도가 분단되고 이념 갈등이 심화되면서 역사 학습은 단연 반공 일변도로 채색되었다고 본다.군부 정권은 이것을 분단과 이념 문제를 십분 활용하면서 정권 창출의 변명의 도구로 활용했던 셈이다.이승만 정권부터 군부 정권에 이르는 동안 한국 현대사는 변명,미화,왜곡,축소로 일관했다.이렇게 숨기고 잊혀질 뻔한 역사가 사실과 증언에 의해 세상에 드러나게 되어 (뒤늦은 감은 있지만) 만시지탄이 아닐 수가 없다.물론 누군가는 자신의 눈에 흙이 들어갈 때까지 역사적 사실을 함구로 일관한 부분도 없지 않다.

 

 이 도서는 다음카카오의 '스토리펀딩' 연재물을 편집한 것으로 역사적,정치적으로 큰 사건을 다루고 있다.미제 사건이 대부분으로 관련 자료는 망실됐고,증언자는 고인이 되었거나 함구(緘口)하고 있다.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화를 입기 쉬운 사안인지라 잠자코 있는 것으로 보인다.일제 강점기,해방 이후 한국 현대사의 물줄기 속에 과연 어떠한 일들이 미제(未濟)로 남아 있을까.

 

 정운현 저자는 19가지의 사안 다루고 있는데,이미 알고 있었던 사안도 있고 대충 아는 정도에 머무는 사안도 있었다.또한 혀를 내두를 정도로 끔찍하고 생경한 사안도 있었다.독재자에 정실인사를 일삼으며 민생 문제를 외면하는 이승만 암살을 시도하려던 김시현,'결사(決死)'를 전제로 비행기와 어뢰에 몸을 던진 조선인 가미가제 특공대의 진상,광화문과 남대문을 살린 일본인 민예학자 야나기무네요시(柳宗悅),형(유일한)은 독립운동가이고 동생(유일한)은 친일 행적의 흔적이 농후한 사람이다.3.1절의 명칭을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한 문제(혁명?),빨갱이라는 용어 사용이 1948년 5.10총선거를 앞두고 인신공격의 방편으로 '모리배','빨갱이' 등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1956년 1월 서울시를 이승만의 호를 따서 우남(雩南)시가 될 뻔한 일이 있었다.나아가 이순신 장군 동상의 문제점 지적,유관순 열사 '여섯 토막 훼손설'을 둘러싼 진실게임,친일파 1호는 김인승(병자수호조약 당시의 인물)이다.특히 일본인 가미가제 특공대를 둘러싸고 마쓰이 오장의 죽음을 미화하고 조선 청년들도 그와 같이 일왕을 위해 장렬히 전사하라고 서정주 시인은 권했다.

 

 후반부도 흥미를 돋구는 역사가 많다.독립문 현판 글씨의 주인은 이완용 VS 김가진으로 나뉘고 있다.독립운동가 김구의 신산한 삶의 이력,서울 남산 소나무 속의 조선신궁(神宮)과 일본 천황을 향해 참배하는 가녀린 여학생들의 모습,동족상잔의 비극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막으려 애썼던 여운형은 진정으로 통일조국을 꿈꾼 인물이다.일제 강점기 송진 채취로 훼손된 해인사 산림 잔혹사,박정희의 '사회노동당'창당 특종 보도에 관련한 의혹,광복군 연락 및 지원업무 실무자로 광복군의 숨은 은인인 중국인 왕계현에 대한 이야기,재미 한국인 2세로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전쟁 영운 김영옥의 휴머니즘,그는 미국 역사상 최고의 전쟁영웅 16인에 포함되었다.끝으로 박정희 오른팔이었던 김형욱의 실종 사건에 대한 전말을 그리고 있다.김형욱 실종 사건의 키(Key)를 쥐고 있는 배후인물은 생전 내내 함구로 일관하다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한국 역사에 있어 여러가지 이유로 베일에 가려져만 있었던 비화(秘話)가 세상에 알려지게 되어 다행스럽다.비록 많지 않은 비화이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잘못된 사관과 정권 유지를 위해 마땅히 알고 미래지향적으로 가야 할 문제들이 지금보다 더 많이 발굴되고 밝혀지기를 기대한다.사회 구성원의 올바른 정체성과 국가관,국민 통합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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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이소오 2016-06-08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싶네요. 좋은 책 소개감사합니다
^^

우보 2016-06-08 18:02   좋아요 0 | URL
시이소오님,저도 이 도서를 통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뻔했던
일화들을 알게 되어 다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