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고물상 - 개정판
이철환 지음, 유기훈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2월
평점 :
품절


 비좁은 방 두 칸에 아홉식구가 피난살이와 같이 살았던 지난 시절,이제 나이가 들어가면서 생각해 보니 지난 시절을 말할 때가 되었구나 라는 생각을 해 본다.그때의 삶은 단순소박했다.기계화,도시화도 되지도 않았고 사람들의 인심도 그리 각박하지 않았다.그 대표적인 예가 품앗이였고 잔치 및 제사가 있는 집에서는 부르기도 하고 손수 만든 음식을 나눠 먹기도 했다.새해에는 나이가 칠십이 넘은 분들에게 세배를 다니기도 했다.그때는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도리이고 연례행사인 줄 알고 지냈는데 시간이 흐르고 시대와 사회의 구조,사람들의 의식구조가 바뀌어 가면서 어린시절 겪었던 일들은 이제는 과거지사로 깊게 파묻혀 버리고 말았다.

 

 196,70년대에는 농촌이든 도회지이든 지금과 같이 각박하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한다.비포장도로,구불구불 이어지는 고샅길,초가집,문화주택 등이 끝없이 이어지고 나이드신 할아버지는 망건을 쓰시고 할머니들은 비녀로 머리결을 마무리 하신다.아버지께서는 오래된 이발관에 가셔서 바리캉으로 머리를 다듬으시고 어머니께서는 동네에서 (개인적으로)파마를 잘하는 아주머니에게 파마를 하고 오시며 넉넉한 미소를 지으신다.산과 들,길게 이어진 초가집들 그리고 논과 밭으로 부지런히 일을 나가시는 이웃 농부들,길고 좁은 비포장도로로 학교로 향하던 내 또래의 벗들 모두가 선의의 경쟁은 했어도 지금과 같이 피튀기는 경쟁은 없었다.

 

 <연탄길>로 독자들에게 잘 알려진 이철환작가의 유년시절을 그린 <행복한 고물상>을 읽으면서 느끼는 점은 정겹고 인정 많던 시절이 다시 올까 싶은 추억이 묻어 나는 글이다.작가의 아버지께서는 고물상을 하셨다고 하면 내 선친은 양은 그릇 장사를 하셨다.본가를 떠나 5일장이 서는 시골로 아예 어머니와 새살림을 차려 그곳에서 몇 년간을 고생하셨다.정해진 장날을 준비하셔서 아침 일찍 아버지는 앞에서 어머니는 뒤에서 리어카를 밀고 당기시면서 물건 팔 준비를 하셨다.나는 방학 때가 되어야 부모님이 계시는 곳을 찾아 뵙는데 방 한 칸에 좁은 부엌 그리고 새로 들여 온 양은 그릇이 방구석에 가지런히 놓여져 있었다.입심 좋고 사귐성이 좋으신 아버지는 호객 행위를 구성지게 잘 하셨다.점심은 리어카 옆에 모닥불을 피어 놓고 밑반찬과 간단한 찌개로 때우시고 해가 넘어갈 때까지 그릇을 파셨다.장사가 잘 되는 날도 있었고 잘 되지 않은 날도 있었는데,아버지께서는 술을 너무 좋아하셨던 것이 뒤늦게 병을 얻으셨던 것 같다.

 

 개발되기 전의 서울의 길음동의 모습을 그려 놓은 이 글은 비만 오면 땅은 질척거리고 병이라도 나면 하루를 공치기 때문에 생계도 커다란 지장이 온다.그런데 당시의 부모님이나 아이들은 각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일이 잘 될 때도 있고 안될 때도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 들이면서 안되는 것을 억지로 해내려 하지 않고 순명을 지키려 했던 것으로 보여지며,아이들도 공부,공부에 매달리지 않고 놀 때 마음껏 놀고 숙제가 있으면 열심히 숙제를 하면서 몸과 마음이 상하지 않은 건강한 생활을 했던 것으로 보여진다.물론 돈에 쪼달리고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던 사람도 많았지만 시대적인 분위기,사람 사는 모습이 지금과는 정반대일 정도이다.

 

 지금은 눈을 감아야 그 유년시절이 온전하게 보인다.삶이 불편하고 불만스러웠던 것도 많았다.특히 밤에 재래식 화장실(치칸)에 가는 것,내일 모레가 중간.기말고사인데 일손 도와 달라고 강청을 할 때,TV가 없어 남의 집으로 TV를 보러갈 때 등이다.시간이 흐르면서 물질문명의 혜택도 집안에 들여지고 나이가 들면서 시골집을 팔고 도회지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시골에서 보낸 시간이 30여 년이 되기에 도회지의 삶은 아직도 낯설어서 정이 들지 않는다.할아버지 묘가 시골 산에 있기에 유년시절의 시골동네를 잠깐 들르게 되면 대부분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고 어쩌다 마주치는 노인들은 이제 백발이 되어 내가 먼저 인사를 하지 않으면 알아 보지를 못할 정도의 격세지감을 느낀다.시간이 멈춰 영원히 그대로일 것만 같았던 유년시절의 꿈은 어느덧 퇴색되어 가고 남은 것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삶의 무게를 하나 하나 풀어 내어 맑고 건강한 내일을 오래도록 간직해 보고 싶다.유년시절 내게 안겨 주었던 천진무구한 자연의 아름다움과 위대함 그리고 넉넉한 인심과 사리가 밝았던 어른들의 지혜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는 어른 - 울지 않는 아이가 우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울지 않는 아이가 우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생에서 예정한 일은 없는데,지내 놓고 보니 예정에 없던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참 많다.그러면 우연찮게 발생했던 일쯤으로 해석하면 될 것인가.이 문제에 대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기묘하기만 하다.지금 나와 사는 아내도 함께 살기로 예정한 일은 아니었는데,지금 돌이켜 보니 예정에 없던 일로 생각이 들 수도 있는 문제가 아닌가.사람과의 만남과 일과의 만남은 계획을 세우고 궁리를 한다고 해서 꼭 그렇게 되리라는 법은 없다고 생각한다.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어떠한 인연의 끈으로 나와 타자,사물이 조금씩 가까워지는 오묘한 인력(引力)의 법칙과 같은 감각마저 들게 한다.

 

 에쿠니가오리작가는 이제 내게는 조금씩 친숙해져 간다.그녀가 남긴 몇 편의 에세이를 통해 그녀의 문체를 알게 되었다.이제 오십이 된 그녀는 아직도 청순한 소녀와 같이 맑고 감성어린 화법을 자주 소곤거린다.심오하고 복잡하고 머리를 써야 할 내용은 없다.그녀가 삶의 과정에서 부딪히고 만나고 느꼈을 소소한 소재들을 마치 밤하늘 별과 달님에게 하소연하듯 있는 그대로 주저리 주저리 토해낸다.마치 사랑하는 남자로부터 만족스러운 사랑을 받지 못해 억울하다는 심경으로 말이다.여자는 남자로부터 사랑을 먹고 사는 생물이라는 것은 나도 알지만 살다보면 여자가 원하는 데로 못해 주는 마음을 넓은 아량으로 봐주기를 바랄 때가 많다.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둘도 없는 사이였던 이모할머니께서 돌아가셔서 오랫동안 상심한 적이 있다.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모할머니 묘와 이모할머니 큰아들 묘를 다녀 오고 나서 하시는 말씀이 "위에는 성(시골 어른들은 언니를 성이라고 부름)묘가 있고 바로 아래에는 조카 묘가 있는 것을 보고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아 한참이나 성 묘  앞에서 실컷 울고 왔다"라고 하셨던 기억이 있다.당시 할머니 연세는 칠십 후반이셨는데 여생이 얼마 남지 않으시고 마음 속에 이모할머니 생각이 간절하셨던지 산비탈에 놓인 묘에 다녀 오셨던 것으로 보인다.할머니께서 돌아가시고 어언 이십 년이 되어 가고 있다.내 나이도 어느덧 오십 줄이다.세월이 빠르게만 흘러간다.앞으로의 일도 중요하지만 누워 눈을 감으면 지난 시절의 기억과 추억이 새록새록 피어난다.웬만하면 눈물을 참는 편인데 누군가 '참 안됐다 라든지,고생만 죽도록 하고 세상을 떠났다'라는 생각이 들 때면 남일 같이 않게 참 불쌍하고 안타깝게만 다가온다.그럴 때엔 나도 어른이 흘리는 닭똥과 같은 눈물이 눈가를 적시운다.구비지고 가파른 삶의 비탈길을 견뎌 내고 이젠 어느 정도 정상에 가까운 평지에 앉아 있는 나이인가 싶기도 하다.어머니 품과 같은 평지를 사위로 삼고 앉아 있노라니 밑에서 기어 오르는 연약한 삶의 무리들에게 용기와 격려를 주고 싶기도 하고,때론 어설프고 약삭빠른 욕망과 탐욕,거짓으로 가득찬 것들을 보면서 '쯧쯧'소리가 절로 나온다.

 

 에쿠니가오리작가는 일본의 수도 도쿄출신이다.1964년 도쿄 올림픽이 거행되던 해에 태어났으니 돈과 물질이 풍요롭던 시대에 태어난 세대이면서 육체적 고생은 하지 않았다고 고백하고 있다.일본식 된장국,치즈를 좋아하는 그녀는 좋아하는 남자가,대화가 통할 것 같은 남자와 술자리에서 먼저 자리를 뜨는 이가 가장 혐오하는 꼴불견이라고 한다.남.녀가 술자리를 끝까지 지키려는 메너가 중요할텐데 먼저 자리를 뜬 남자는 무슨 사유가 있었을 것이다.에쿠니작가는 이 점이 못마땅하다고 하지만 만남의 횟수 및 관계의 친소에 따라서는 남자가 먼저 자리를 뜰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물론 불가피한 사정을 말하면서 양해를 구해야겠지만.왜 이 문제를 끄집어 냈을까? 읽는 내내 에쿠니작가 자신의 감정만 내세운 것은 아니였을까 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요즘은 자신의 사후를 미리 정하기도 한다.죽으면 화장을 할 것인지,시신을 병원에 해부용으로 기증할 것인지 등이다.그런데 부부가 함께 살면서 분명 한 사람이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되기 마련인데,유골을 병원에 기증하기로 결정했는데 남편이 죽고 나니 화장하고 남은 유골을 남편 옆의 무덤에 묻히고 싶다는 고민이 아름답게 들린다.생전 사이가 금슬과 같은 관계였기에 죽어 영혼이라도 함께 하고 싶은 그 마음이 가상스럽기만 하다.

 

 "사람은 자기 힘으로 빛나는 게 아니라 그렇게 해 준 사람의 열정과 마음을 받아서,그 반영으로 빛나는 거야." P228

 

 에쿠니작가는 남성 잡지 첫 연재였던 <남성 친구의 방>을 중심으로 나날의 생활과 여행,책에 얽힌 글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고 한다.살아가면서 동성이든 이성이든 부모형제이든 친구이든 우정다운 우정을 쌓아 가는 삶의 행위,삶의 기록이 차곡차곡 쌓여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울적하고 쳐져 있을 때 내 마음을 진실로 다독여 주고 위로해 줄 진국 같은 우정의 파트너가 곁에 많이 있다면 좋겠다.그럴려면 내가 우정을 받을 정도의 인과 덕을 많이 쌓아 나가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나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닌 타인 내지 타자와의 빛나는 관계를 형성해 감으로써 삶은 결코 외롭고 힘들지만은 않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치열하게 그리고 우아하게 - 운명의 지도를 뛰어넘은 영국여자들
김이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사와 문화,다민족,다언어,안개,해가 지지 않은 나라 등으로 잘 알려진 영국에 대해서는 몇 권의 도서를통해서 영국의 역사와 문화,국민성,삶의 질 등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특히 영국 여성들은 세계 최초의 여성참정권을 얻어낸 시대를 앞서가는 젠더들이라고 생각한다.요근래 유럽연합국가가 생겼지만 유로국가에서 제외된 나라이기도 한 영국은 신자유주의의 폐해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산층 이하의 삶의 질이 떨어졌다는 신음소리가 크기만 하다.

 

 영국의 '슈퍼 우먼'이라고 불리우는 11명의 여성들의 면모를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어 의미있는 시간이 되었다.이 글을 쓴 김이재작가의 작품은 <펑키 동남아>를 통해 알게 되었다.그런데 이번에는 영국 여성들의 발자취와 흔적,탐방을 샅샅이 추적하여 정리해 놓은 것이라서 여성들의 위상의 제고 및 여성의 사회진출이 높아졌다는 긍정적인 생각이 든다.영국 여성이 20세기 초 참정권을 얻기 전까지는 여성이 고등교육을 받고 사회에 진출하면서 개인의 능력을 펼치고 발언권이 강하지는 못했다.19세기 초 빅토리아여왕시대에는 여성들은 그저 경제적 능력과 멋진 남편을 만나 내조와 양육을 잘 하면 그것으로 만족을 했다고 하는데,19세기 말부터 20세기에 들어서게 되면 사회의 제도의 변환과 의식이 깨어 있는 여성들이 잠재적 능력과 뜻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여 명망과 부를 넓혀 갈 수 있었던 것이다.

 

 이 글을 읽다 보니 이미 알고 있는 인물도 꽤 눈에 들어 온다.마거릿 대처 영국 전(前)수상,지리학자 및 침팬지로 잘 알려진 제인 구달,구한말 시대 조선의 모습을 그린 여행작가 이사벨라 버드 비숍,그리고 작가로서 한국 독자들에게 친숙한 버지니아 울프,애거서 크리스터,조앤K. 롤링 등이다.그외 보디숍의 애니타 로딕,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동화작가 베아트릭스 포터,현대 미술의 거장 트레이시 에민,시대 아픔을 치유하여 희망의 상징이 된 도린 로렌스가 소개되고 있다.그외에도 특출난 영국 여성들이 존재하고 있으나 김이재작가의 기획.의도에 따라 11명이 선정된 것은 이 분들의 활약상이 두드러지고 영국을 빛낸 인물들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가 없다.

 

 한국에서는 '철의 여왕'으로 불리워지고 있는 마거릿 대처는 현지에서는 그다지 존경을 받지 못하는 것 같다.그것은 그녀가 신자유주의를 도입하면서 구조조정,기업규제 등으로 상위계층의 사복만 채워 주었을 뿐 중산층 이하의 삶의 질을 더욱 곤경에 빠뜨렸다는 평가이다.불과 세 달 전 한국을 방문한 제인 구달의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과 지리학자,환경운동가로서의 면모를 접하면서 성의 차이를 떠나 누구든 자신이 하고자 하는 목표를 향해 정진하다 보면 반드시 이루어진다 라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게 되었다.나아가 한국과 그 이웃나라들의 저자로 알려진 이사벨라 버드 비숍은 예순이 넘은 나이에 조선의 황제,황후를 알현하고 조선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그녀는 여행을 통해 건강과 자유를 되찾았던 것으로 보여진다.

 

 여성이 고등교육을 받는 데에 제한적이었던 시대에서 태어난 버지니아 울프는 몇 번의 결혼파경과 우울증으로 자살을 시도하지만 친정이 있는 영국 남서부 해변가에 자리를 잡아 그곳에서 작품 구상과 활동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그녀의 작품 <출항 1,2>를 읽으면서 글 속의 주인공은 버지니아 울프였을 정도로 그녀의 내면의 모습을 잘 묘사하고 있어 인상적이었다.추리소설의 대모로 알려진 애거서 크리스티는 수많은 세계 여행이 작품의 소재가 되면서 작품을 전개하는 데에 적절하고도 유익하게 활용했다고 한다.나아가 해리포터 시리즈로 일약 거부가 된 조앤K. 롤링은 얼마전 <쿠쿠스 콜링 1.2>를 내놓았다.로버트 갤브레이스라는 가명으로 작품을 선보이게 되었는데 가명이 알려지면서 더욱 독자들의 호평을 넘어 베스트셀러로 자리를 굳히게 되었다.

 

 특별하게 다가오는 점은 영국이 다민족,다언어 국가이지만 아직도 흑백인종차별이 남아 있는 것 같다.자메이카 출신인 도린 로렌스의 아들이 백인 청년에게 피살되면서 도린 로렌스는 아들의 명예회복과 정의,상처와 고통의 치유를 위해 몇 십 년 간을 사법계와 싸우면서 아들을 죽인 가해자를 찾아 내어 법의 심판을 받게 만들었다.이것이 영국인에게는 '희망의 상징'으로 표면화 되고 아들이 피살된 자리를 기념하는 의미에서 박석판을 깔아 놓았다.또한 2012년 런던 올림픽 때에는 도린 로렌스가 평화와 꿈,희망의 상징으로 각인되었다.또한 동화 작가 베아트릭스 포터의 재테크 전략이 시선을 사로 잡았다.동화책을 써서 번 돈으로 땅을 사들이고,사업을 다각화하며,호수 지방의 아름다움을 수호하기 위해 환경 보존에도 앞장서기도 했던 것으로 보여진다.

 

 스물 살 때 영국으로의 베낭 여행으로 영국과 인연을 맺었다는 김이재작가는 자녀들을 양육하는 한편 영국의 사회와 문화를 더욱 이해하기 위해 영국 대학 비정규직 연구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현재는 국제지리학연합 지리교육분과 아시아 지역 대표위원 및 동남아 지역전문가로 활약 중이다.작가는 영국 남자들로부터 "당신 진짜 영국 여자 같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영국 여성들에 흠뻑 빠져 있다고 한다.이왕이면 한국을 빛낸 한국여성과 영국을 빛낸 영국여성을 역사,문화적인 차원에서 비교하여 새로운 도서가 출간되기를 바래본다.11인 11색을 갖은 영국을 빛낸 영국 여성들의 삶의 괘적과 활약상을 살펴 보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여성이 자신의 재주와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개인의 노력과 의지,경제적 지원과 정진하려는 자세 등이 눈물겹도록 노력과 흔적이 잘 배여져 있음을 알게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 꿈만 꾸어도 좋다, 당장 떠나도 좋다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1
정여울 지음, 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전 당선작 외 사진 / 홍익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유럽에 대한 선입견 내지 인상은 역사,문화,예술,낭만이 서려 있는 지역이라는 것이다.이런 저런 이유로 먼 이역의 땅인 유럽의 요소 요소를 여행하는 사람들의 후기를 읽어 가다 보면 불현듯 시간활용을 잘하는 분들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유럽을 많이 다닌 사람이든 적게 다닌 사람이든 유럽의 각국에는 분명 그들만의 고유한 역사,문화,예술,정서가 잘 담겨져 있다.그리스.로마라는 신화적인 요소부터 중.근대의 다양한 철학과 건축,회화,사상에 이르기까지 볼 것,음미할 것 등이 참으로 많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나는 이러한 것을 누군가에게 듣고 읽어 가면서 느낀 바이기에 비현실성이 강하다.직접 보고 듣고 체현해야 비로소 여행지의 모습이 선명하게 뇌리에 저장되고 가슴으로 품을 수 있는데 아직은 그곳이 나를 부르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더 나이가 들기 전에,경제적 여유가 바닥 나기 전에 용기백배의 기지로 가고 싶고 점찍어 둔 곳을 향해 가고 싶다.

 

 가보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유럽이라는 곳이 예스러우면서 진한 향기가 배어 있는 멋들어진 곳으로 각인되어 있다.인류역사가 시작되면서 유럽은 수많은 전쟁을 통해 영토 확장과 수탈로 점철되었고,고대의 선각적인 철학가와 사상이 태동되었다.이러한 철학과 사상이 중.근대시대에 이어지면서 시민사상과 정치 이데올로기에도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이러한 사상들과 의식수준이 높아지면서 여성참정권이 발현된다.유럽은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이라고 할 정도의 제국주의가 맹위를 떨치던 시대가 있었고 현대에 이르러서는 유럽을 단일통화체제로 구축하려는 유로존까지 있어 명실공히 유럽은 울타리 없는 시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그렇다면 유럽이라는 나라는 고만고만한 나라들로 구성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타국에 사는 이들에게 동경과 선망의 대상이 되는 것일까.개인에 따라 생각과 견해가 다르겠지만 내게는 종교와 관련한 건축,예술,회화가 묘하게 끌리고 전인적인 교육과 복지수준이 보편화 되었다는 점에서 동경과 선망이 생긴다.

 

이 글의 부제목이 '꿈만 꾸어도 좋다,당장 떠나도 좋다'가 나를 설레이게 하고 편안한 마음까지 안겨 준다.유럽이라는 나라들이 그렇게도 치안이 발달되어 외지인들을 마냥 친절하고 편하게 대해줄까 라는 물음에는 적절하고 센스있게 대응하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유럽의 언어들이 대부분 학술적인 용어인 라틴어에서 기인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할 수가 있다.잘은 모르지만 프랑스어,독일어,스페인어,이탈리아어 등은 남성,여성,중성 등과 관련한 단어 및 동사의 변화,복잡한 시제(Tense) 등이 해당 언어를 배우려는 초심자에게는 꾸준한 학습,인내력,암기력을 요구한다.속칭 '울고 들어 갔다 웃고 나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니 배우고 싶은 언어를 '아웃 라이어'에서 말하고 있는 10,000시간을(하루 8시간,3년 6개월) 수도한다는 셈치고 학습하여 자신의 것으로 삼는다면 해당 언어에 대한 전문가가 될 것이고 그 나라의 역사,문화,예술,트렌드까지 섭렵할 수 있는 장점이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유럽의 다양한 나라들을 소개했던 여행체험기를 몇 권 읽다 보니 스스로 테마를 정하여 유럽여행을 해 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패키지도 좋겠지만 자유여행을 해 보는 것이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고 스스로의 삶을 주체적으로 꾸려갈 수 있는 능동적인 삶으로 변환되어 갈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다.젊은 나이이지만 유럽에 미치다 시피한 정여울작가의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을 글과 그림을 읽다 보니 마치 '유럽이 있어 내가 그곳에 간다'라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고전과 현대가 공존하는 유럽의 여러 나라들,심미안과 사색,사유의 깊이를 더 해 주는 곳,시간과 세월이 켜켜이 쌓이고 쌓여 축조된 다양한 문화,예술,건축,회화의 그윽한 멋과 향기를 앞에 두고 있는 것과 같이 내 마음은 어느새 파리의 카페촌에 앉아 있다.그곳에는 널리 알려진 문인과 철학가들이 내집과 같은 아지트였고 사교장소였으며 영감을 찾아 내는 자기계발이 꽃피던 곳이었다.

 

 10개의 항목을 만들어 유럽 여행 스케치를 담담하게 그려 가고 있는 이 글은 정여울작가의 생생한 체험담과 스토리텔링이 가감없이 전해지고 있다.사랑,감각,식욕,주행,정지된 시간,살고 싶고 갖고 싶고,그들을 만나러,도전하고,유럽 속의 유럽의 모습 등이 이상적이고 낭만적인 표현으로 가보지 않은 독자들의 마음속을 유혹하고 있다.의외라고 생각되는데 프랑스,독일을 제외한 스페인,이탈리아,스위스,체코,헝가리,터키,슬로베니아,크로아티아,불가리아,몰도바의 이색적인 풍광이 전해지고 있다.여행 중에 떠오른 단상과 인용구 등을 통해 삶을 더욱 멋지고 아름답고 의미있게 살기 위해 작가는 유럽을 수도 없이 다니면서 체험했던 시간이 기적과 같고 그리워하는 법을 자연스레 터득했던 진정한 자유인이 아닐까 라는 감상이 깊은 잔상으로 남게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엉뚱발랄 맛있는 남미 - 상
이애리 지음 / 이서원 / 201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학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군대를 가게 되었는데 입대를 하기까지는 5개월 정도의 여분의 시간이 있어 뙤약볕에서 배수관 옮기기 작업과 시립 도서관 입구 잔디밭 만들기 등 아르바이트를 하여 약간의 용돈이 생기게 되었다.당시(1980년대 중반) 1달 정도 아르바이트를 하여 30만원 정도를 벌게 되었는데 이것으로는 대만 어학연수를 갈 상황이 되지 않아 부모님께 일부를 드리고 나머지는 누구 눈치 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이 생겨 내심 좋은 기분이었다.그런데 마음 한켠에선 대만 어학연수를 다녀와야 중국어에 대한 자신감도 생기고 취업에도 용이할 것 같아 아버지께 졸라 댔더니 하시는 말씀이 "네가 군대 간 사이 매달 3만원 가량씩 저축해서 제대하면 대만 어학연수 보내주마"라고 하여 기대와 설레임으로 부풀었다.그리고 시간이 흘러 제대를 하고 다시 복학하기까지 4개월 정도의 여분이 시간이 생겨 대만 어학연수 갈 돈을 모으셨냐고 여쭤보니 배시시 웃으시면서 그냥 "담에 보내줄게"라고 하시는 것이다.잊지 않고 기대를 모았던 대만 어학연수는 일장춘몽의 물거품으로 변하고 마음을 고쳐 먹고 복학과 동시에 취업 준비 모드로 들어 가게 되었던 시절이 엊그제 같다.

 

 대학졸업을 하고 바로 취업을 했지만 제대로 된 외국어 구사는 하나도 없는 가운데 달랑 졸업장 하나로 과연 내 자신의 재주와 능력을 살릴 수가 있을까 라고 고민하던 중 전공인 중국어를 제쳐 놓고 대학시절 한국에 왔던 일본인 유학생 친구에게 편지를 보내 일본에 초청 좀 해달라고 의뢰를 하면서 대만은 머리 속에서 사라지고 일본에 갈 부푼 꿈으로 가득차면서 초청장,여권,비자 등을 준비하여 드디어 처녀 비행기를 타고 일본땅을 밟게 되었다.일본인 친구가 공항에 마중 나와 나를 맞이해 주었는데,완벽하지 않은 일본어에 3개월간 체류할 곳과 체류목적 등을 세관원이 꼬치꼬치 캐묻는 바람에 식은 땀을 흘리면서 둘러 댔지만 수상타 싶어서인지 세관원 사무실에 앉혀 놓고 내보내 주지를 않는다.그런 와중에 일본인 친구의 얼굴이 사무실 창문 밖으로 빤히 보여 내심 '원군이 찾아 왔구나'라고 안도하면서 세관원에게 일본인 친구를 동석해 줄 것을 요구했다.내 말이 진실이었는지 친구의 얼굴을 보고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일본인 친구의 정성스런 설명에 의해 나는 무더운 여름날 일본땅을 밟게 되었던 것이다.

 

 내가 일본에 간 목적은 길지 않은 기간이지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약간의 여행비를 벌어 일본의 각지를 자유여행식으로 다니는 것이었다.그러한 꿈이 친구의 도움과 주선으로 실현이 되었다.헤이안시대의 도읍지였던 교토의 모호텔에서 그릇닦기,간단한 튀김요리와 맥주 및 안주서빙(호텔 옥상에 마련한 비어가든)을 하게 되었다.성실하고 근면한 일본인 특유의 성격,기질이 호텔에서 일하는 사람들로부터 물씬 풍겨 나오면서 일본인의 단면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으며,함께 일하던 일본인 동료들과의 어울림,소통으로 조금씩 일본어 실력이 향상되고 아르바이트 1달이 지나니 호텔 총무과에서 급료 봉투를 내게 건네 준다.매일 거의 10시간 이상을 쉬지 않고 일했던 결과로 20만엔 가까이 받을 수 있어 이를 일본 모은행에 예치시켜 놓았다.두 달째도 거의 20만엔 수준의 급료를 받고 3개월 째에는 13일 정도만 일을 했다.비자 만료기간 10일 정도를 남겨 놓고 내가 가고 싶은 곳을 두루 다녀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한국과 달리 교통비,식비,숙박비가 턱없이 비싼 편이다.당시에는 엔화가치가 높지 않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비교하니 비싸기 짝이 없었다.그래서 꼭 가고 싶은 곳 예를 들면 오사카의 재일교포가 운영하는 재래시장,일본 3대 절경 중의 하나인 아마노하시다테,그리고 신칸센을 타고 도쿄를 구경하는 것이었다.물론 도쿄에도 일본인 친구가 있어 경비를 절약할 수가 있어 다행이었고 이곳 저곳을 안내받을 수가 있어 일석이조의 여행의 즐거움을 누릴 수가 있었던 것이다.

 

 일본 교토에서의 아르바이트는 호텔 손님들이 먹고 난 뒤의 그릇들을 쉼없이 씻고 닦는 것의 연속이었고,오후에는 튀김 재료를 뜨거운 기름에 넣어 튀김을 손수 만드는 것이었다.튀김 재료가 프랜차이즈식으로 만들어져 나오기에 적당한 온도의 기름에 튀겨 올리면 되는 것이다.그런데 철로 되고 기름을 부을 수 있도록 사각형 식용유통의 상단 모서리를 양손으로 잘못 잡는 바람에 매끌매끌하면서 날카로운 단면에 양손 검지,중지가 잘리면서 출혈이 발생하게 되었다.곁에 있던 일본인 동료가 재빨리 응급처치를 해주고 총무과에 알려 산재처리가 가능하도록 도와 주었다.그 덕분에 1주일 정도는 통원치료를 받으면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일본인이 아니기에 의료보험증이 없으면 치료비용이 많이 나올까봐 호텔에서는 고육책으로 나를 일본인 가명을 만들어 주면서 치료를 받게 해주었다.친절한 병원 의사의 진료와 치료 덕분에 예리한 부분에 베였던 손가락이 아물면서 다시 호텔 아르바이트(튀김은 하지 않게 되었다)로 복귀하게 되었다.교토의 일본인 친구는 참으로 고맙기만 한 존재이다.혼자서 이곳 저곳을 다니기도 했지만 그는 자비를 들여 처가가 있는 시골 및 관광명소도 손수 안내해 주었다.3개월이라는 일본 체험은 비록 단편적이지만 일본의 역사,문화가 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 교토를 중심으로 나만의 일본여행을 할 수가 있어 멋지고 향기나는 시간이 되었다.지금은 연락이 두절되어 어느 곳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모를 당시 일본인 친구의 고마움과 감사함이 온몸으로 전해지는 것 같다.

 

 '어학연수=영어'가 아니라는 '인생의 진리'를 깨달으면서 자신이 일하면 번 돈 500만원을 가지고 278일간 남미 6개국을 무식하게 여행했다는 이애리작가의 남미 여행에세이를 읽으면서 불현듯 청춘시절 내가 무모하게 동경했던 일본땅에서의 일본 체험이 교차되었다.남미는 멕시코의 마야문명과 중남미의 아즈텍문명 그리고 안데스산맥 부근의 잉카문명이 살아 있는 곳이다.그래서 이 도서에 묘한 끌림이 있어 읽게 되었는데 남미 여행지에서의 문명과 유적,역사,해당국의 국민성 등 보다는 이애리작가의 좌충우돌식의 체험기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어 색다른 여행기를 맛보게 되었다.콜롬비아,에콰도르,페루 모두 잉카문명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다.15세기 이후 스페인의 침입과 제국주의로 인해 현재는 인디언 고유의 언어와 문명은 사라지고 초기 스페인 제국주의자들이 남겨 놓은 제국주의 유산이 잔존해 있다.이 세 나라는 아직 개발도상국에 있다 보니 빈부의 격차가 심하다는 생각이 강하게 일고,이애리작가가 다녀 간 곳들은 주로 원주민격인 인디언들이 사는 마을과 학교,그리고 최후의 여정지 마추픽추이다.생활수준이 낮고 교육열이 낮다 보니 삶의 질은 낮기만 한 곳들이다.그렇지만 이애리작가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헛헛함을 달래기도 하고,영어 선생님이 되어 그곳의 학생들을 지도하고 한국에서 왔다는 이유로 태권도 시범까지 보여 주었던 이애리작가는 물질문명이 선진화된 국가들이 아닌 물질문명 수준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인간의 순수한 정이 살아 있는 곳들을 몸소 체험했다는 점에서 그녀의 젊은 시절의 무형자산이 아닐까 한다.남미가 아직은 치안수준이 떨어지기에 여성 혼자 다니기에는 두려움이 있는 곳,그리고 마추픽추 여정길에서 만남 '베드버그' 벌레는 몸에 향수가 짙게 배인 사람한테만 달겨 든다는 것이 인상적인 부분이다.'젊어서 고생은 사서라도 하라'는 말이 엉뚱발랄 맛있는 남미를 읽고 난 뒤의 감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