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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귀신의 노래 - 지상을 걷는 쓸쓸한 여행자들을 위한 따뜻한 손편지
곽재구 지음 / 열림원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글을 쓰는 작가의 영감은 어디에서 나올까.작가를 낳아 준 부모님의 문학적 DNA가 발양되어 그에게 전해졌을까.아니면 다양한 독서와 체험을 통해 나름대로의 정리와 연습을 통한 결과물일까.당연 작가의 부단한 노력과 출판과 관련한 분들의 조력에 의해 산뜻하면서 알차게 포장되어 세상에 나오는 것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게 된다.글은 백면서생과 같이 주구장창 책만 읽어 내려 간다고 영감이 떠오르는 것이 아닐 것이다.주제와 소재를 찾기 위해 깊은 산 속,넓은 바다,길 위의 사람들,사색을 더해 주는 자료들과 만나야 할 것이다.
특히 시를 쓰는 시인은 마음이 섬세하고 타인에 대한 배려 및 존중,생명력을 중시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나아가 우주 삼라만상에 존재하는 모든 객체에 대해 자신의 입장과 처지에 서서 그것들을 바라보고 생각하며 다채로운 감정의 무늬를 압축시켜 나감으로써 시적인 리듬과 운율을 느낄 수가 있는 것이다.시인은 드넓은 우주의 삼라만상을 자신의 가슴 속에 끌어 안으려는 대담함과 포용력이 있어야 비로소 시가 시답게 구현되리라 생각한다.
시인이 길위에서 만난 장소,사람,사물 등과의 소통과 교유를 마치 어린이가 일기장을 펼쳐 놓은 듯한 감성과 미적 감각을 전해 주고 있다.초등학교 시절 담임선생님이 장래 희망이 무엇이냐? 는 질문에 소설가가 되고 싶다던 곽재구작가는 시인으로 등단한 지 30여 년이 지난 중진급시인이면서 문체가 매우 순수하고 아름다우며 감성을 자극하게 하는 힘이 스며져 있다.습작으로 쓴 시를 몇 번이고 다듬고 수정하는 과정을 거치기를 반복했을 것인데,작가의 뒷담화를 들어 보니 그러한 한우물 파기식의 시쓰기 연습은 시간이 흐를수록 작가는 자신의 내면에 신의 정원을 빚는 일과 같다고 한다.보편적이고 진부한 얘기일지 모르지만 누구나 한우물을 쉼없이 몇 십년 간 계속하다 보면 신의 경지,도사,전문가로 거듭날 수가 있다는 진리를 다시 한 번 깨우치게 된다.
이 글은 곽재구작가가 이곳 저곳을 발품을 팔면서 디딘 타지 사람들과의 대화와 소통,탐색의 결과물들이다.시인의 어린시절의 고향과 학교 주위의 아련한 추억과 생각의 편린들,순천만의 와온(臥溫) 길,여수 바다에 대한 향수,작가에게 보내는 사랑의 메시지들이 바로 이 글을 장식하고 있다.일상은 각박하고 치열하게 생존을 위해 분투하는 서민들의 땀과 피가 고스란히 배여 있는 현장감 넘치는 곳이다.한가하게 길을 나서면서 생경한 이들에게 말을 걸어 보는데 세상을 많이 살아 본 사람은 연륜과 경험,세상사를 깨우친 듯 친절하게 대꾸를 하지만 일부 한량이 못마땅한 사람은 극도의 불만을 떠뜨리고 만다.작가는 예기치 않은 상황에 당황을 할 수 밖에 없었지만 생의 한가운데에서 몸과 마음을 오롯히 쏟는 이의 심정을 뒤늦게나마 깨달을 수 있었다고 한다.과연 인생이란 무엇인가.
이름도 없고 누군가 기억하지도 않는 허름한 풍경들이 서로 손가 마음을 내밀어 나누는 고요하고 따스한 인사가 내겐 시인 것이지요. - 본문 -
시인은 시의 소재를 찾기 위해 조급하게 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바람과 구름,산과 바다,하늘과 땅,사람과 사물 등과의 조우 및 교유를 느긋한 자세로 응시하면서 생각과 감정을 마음 속에 차곡차곡 켜켜히 저장해 나가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사물은 그 자체로 시인을 맞이해 주겠지만 사람은 그때 그때 생각과 감정이 다를 것이다.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 사람의 입장과 처지를 바르게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시인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과 인간관계가 그리 척박하지는 않을 것이다.자국을 떠나 타국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다만 타국민의 국민성,문화,역사를 이해하고 인정해 주려는 넓은 아량을 보임으로써 자연스레 친해지고 그 안에서 시의 소재,시다운 씨가 시인의 마음 속에 들어올 것이다.
지난 날 아름다웠던 시절이 한 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산업화,도시화 이전의 삶은 공동체였기에 이웃과의 빈번한 만남과 교류가 있었을 것인데 현대사회는 내밀한 공간과 밀도로 인해 현대인은 각박해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을 한다.그렇다고 삶의 길이가 길지만은 않기에 복닥복닥 살 필요가 있을까.자신을 스스로 옭아매는 생각과 행동은 자신에게 커다란 손해이고 재앙이다.모두가 시인이 될 수는 없겠지만 모든 일이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인 만큼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고 평안과 안정,타인과의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는 가운데 삶의 질은 풍요로워질 것이다.이 글을 읽으면서 느끼는 바가 많지만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선 나의 욕망과 탐욕을 내려 놓으면서 자신의 영혼을 맑게 하면서 사랑과 평화가 넘치리라는 것을 마음으로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