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귀신의 노래 - 지상을 걷는 쓸쓸한 여행자들을 위한 따뜻한 손편지
곽재구 지음 / 열림원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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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쓰는 작가의 영감은 어디에서 나올까.작가를 낳아 준 부모님의 문학적 DNA가 발양되어 그에게 전해졌을까.아니면 다양한 독서와 체험을 통해 나름대로의 정리와 연습을 통한 결과물일까.당연 작가의 부단한 노력과 출판과 관련한 분들의 조력에 의해 산뜻하면서 알차게 포장되어 세상에 나오는 것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게 된다.글은 백면서생과 같이 주구장창 책만 읽어 내려 간다고 영감이 떠오르는 것이 아닐 것이다.주제와 소재를 찾기 위해 깊은 산 속,넓은 바다,길 위의 사람들,사색을 더해 주는 자료들과 만나야 할 것이다.

 

 특히 시를 쓰는 시인은 마음이 섬세하고 타인에 대한 배려 및 존중,생명력을 중시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나아가 우주 삼라만상에 존재하는 모든 객체에 대해 자신의 입장과 처지에 서서 그것들을 바라보고 생각하며 다채로운 감정의 무늬를 압축시켜 나감으로써 시적인 리듬과 운율을 느낄 수가 있는 것이다.시인은 드넓은 우주의 삼라만상을 자신의 가슴 속에 끌어 안으려는 대담함과 포용력이 있어야 비로소 시가 시답게 구현되리라 생각한다.

 

 시인이 길위에서 만난 장소,사람,사물 등과의 소통과 교유를 마치 어린이가 일기장을 펼쳐 놓은 듯한 감성과 미적 감각을 전해 주고 있다.초등학교 시절 담임선생님이 장래 희망이 무엇이냐? 는 질문에 소설가가 되고 싶다던 곽재구작가는 시인으로 등단한 지 30여 년이 지난 중진급시인이면서 문체가 매우 순수하고 아름다우며 감성을 자극하게 하는 힘이 스며져 있다.습작으로 쓴 시를 몇 번이고 다듬고 수정하는 과정을 거치기를 반복했을 것인데,작가의 뒷담화를 들어 보니 그러한 한우물 파기식의 시쓰기 연습은 시간이 흐를수록 작가는 자신의 내면에 신의 정원을 빚는 일과 같다고 한다.보편적이고 진부한 얘기일지 모르지만 누구나 한우물을 쉼없이 몇 십년 간 계속하다 보면 신의 경지,도사,전문가로 거듭날 수가 있다는 진리를 다시 한 번 깨우치게 된다.

 

 이 글은 곽재구작가가 이곳 저곳을 발품을 팔면서 디딘 타지 사람들과의 대화와 소통,탐색의 결과물들이다.시인의 어린시절의 고향과 학교 주위의 아련한 추억과 생각의 편린들,순천만의 와온(臥溫) 길,여수 바다에 대한 향수,작가에게 보내는 사랑의 메시지들이 바로 이 글을 장식하고 있다.일상은 각박하고 치열하게 생존을 위해 분투하는 서민들의 땀과 피가 고스란히 배여 있는 현장감 넘치는 곳이다.한가하게 길을 나서면서 생경한 이들에게 말을 걸어 보는데 세상을 많이 살아 본 사람은 연륜과 경험,세상사를 깨우친 듯 친절하게 대꾸를 하지만 일부 한량이 못마땅한 사람은 극도의 불만을 떠뜨리고 만다.작가는 예기치 않은 상황에 당황을 할 수 밖에 없었지만 생의 한가운데에서 몸과 마음을 오롯히 쏟는 이의 심정을 뒤늦게나마 깨달을 수 있었다고 한다.과연 인생이란 무엇인가.

 

 이름도 없고 누군가 기억하지도 않는 허름한 풍경들이 서로 손가 마음을 내밀어 나누는 고요하고 따스한 인사가 내겐 시인 것이지요. - 본문 -

 

 시인은 시의 소재를 찾기 위해 조급하게 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바람과 구름,산과 바다,하늘과 땅,사람과 사물 등과의 조우 및 교유를 느긋한 자세로 응시하면서 생각과 감정을 마음 속에 차곡차곡 켜켜히 저장해 나가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사물은 그 자체로 시인을 맞이해 주겠지만 사람은 그때 그때 생각과 감정이 다를 것이다.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 사람의 입장과 처지를 바르게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시인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과 인간관계가 그리 척박하지는 않을 것이다.자국을 떠나 타국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다만 타국민의 국민성,문화,역사를 이해하고 인정해 주려는 넓은 아량을 보임으로써 자연스레 친해지고 그 안에서 시의 소재,시다운 씨가 시인의 마음 속에 들어올 것이다.

 

 지난 날 아름다웠던 시절이 한 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산업화,도시화 이전의 삶은 공동체였기에 이웃과의 빈번한 만남과 교류가 있었을 것인데 현대사회는 내밀한 공간과 밀도로 인해 현대인은 각박해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을 한다.그렇다고 삶의 길이가 길지만은 않기에 복닥복닥 살 필요가 있을까.자신을 스스로 옭아매는 생각과 행동은 자신에게 커다란 손해이고 재앙이다.모두가 시인이 될 수는 없겠지만 모든 일이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인 만큼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고 평안과 안정,타인과의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는 가운데 삶의 질은 풍요로워질 것이다.이 글을 읽으면서 느끼는 바가 많지만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선 나의 욕망과 탐욕을 내려 놓으면서 자신의 영혼을 맑게 하면서 사랑과 평화가 넘치리라는 것을 마음으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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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의 연인들 - 소설로 읽는 거의 모든 사랑의 마음
박수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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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사가 만나고 사랑하고 시기.질투하고 원망하고 복수하고 배신하고 결별하는 등 그 인연의 길이는 누구도 알 수가 없다.인간의 삶이 유한적이든 사랑도 유한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남.녀간의 좋아함의 차이도 다르고 사랑이 익어가는 숙성도도 다르다.남자는 여성의 신체적 매력과 순간의 호기심에 이끌리는 경향이 많은 반면 여성은 남성이 갖고 있는 남성다움과 든든함에 이끌려 서서히 달아 오르는 것이 다르다면 다르지 않을까 한다.시대 및 의식,관념에 따라 남성과 여성이 상대방을 좋아하는 이유가 바뀌었을 수도 있겠지만 내면의 목소리,내면의 본능의 작용을 살펴 보면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고 본다.다만 경제적인 자립도와 능력이 요즘 시대의 남.녀간의 사랑,결혼을 좌우하는 기준이 되기도 하지만 진짜 좋아하는 대상은 경제적인 능력이 최고 순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연예를 오랫동안 해 보지도 못하고 결혼을 해버려 이렇다 할 진한 추억이 많지를 않다.결혼을 하면서 조금씩 알아 가고 단점을 최소화하고 장점을 최대화하려는 마음을 쓰려고 한다.사랑도 받아 본 사람이 사랑을 나눌 줄 아는 것인지 무뚝뚝한 부모의 사랑을 받은 나는 아내나 아이들에게 살갑게 대하지를 못해 간혹 내 본모습이 아니게 낯설은 표정과 말투를 섞어 다가가기라도 하면 "왜,이래? 안하던 행동을 하고"하면서 핀잔을 준다.잔뜩 열이 오른 나는 그런 소리는 싸구려로 들린다.이때 만큼은 나는 이런 모습을 갖고 있었지만 오늘을 위해 애써 감추고 살아 왔다라고 호기를 부리기도 한다.그러면 잠깐 어색했던 분위기가 꾀꼬리 지저귀는 소리로 아내는 깔깔 웃어대고 옆에서 아이들도 수줍게 웃어 젖히기도 한다.진짜 사랑은 육체적인 사랑도 있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느끼는 것은 아끼고 배려하고 챙겨 주는 데서 속깊은 정이 쌓아져 온다는 것을 몸과 마음으로 감지하게 된다.세월의 연륜이라고나 할까.

 

 박수현작가의 <서가의 연인들>은 명작 속에 등장하는 남.녀간의 사랑의 이합집산을 잘 해설하고 있다.서서히 달아 오르는 사랑도 있고 불같이 활활 타오르는 정열적인 육체적 사랑도 있을 것이다.서서히 달아 오르는 사랑은 마음 속에 품은 사연과 기다린 욕망의 길이에 따라 사랑의 농밀함도 마음의 심연까지 더듬어 올라갈 것이다.이에 반해 불같이 활활 타오르는 정열적인 사랑은 남.녀간의 교합이 끝나는 상황과 같이 보글보글 끓어 오르는 비 속의 김치찌개와 같다.성행위가 멋지게 끝났다고 생각하는 남.녀간에는 차이가 크다.남성은 쉽게 흥분과 오르가즘이 사그라들고 여성은 사랑후에 오른 아련함과 아쉬운 감정이 남는다고 한다.남성이 사랑후에 저지르는 실수가 바로 여성의 감정을 무 자르듯 방금 전의 행위를 가볍게 여긴다는 것이고 여성은 자신이 남성으로부터 사랑을 받고저 감정을 더욱 쓸어 내리고 애잔함을 나타낸다.이것은 여성이 남성으로부터 진실한 사랑을 확인받고 싶다는 신호가 아닐까 한다.

 

 아직 읽어 보지 못한 작품들이 많아서 눈요기가 많이 되었다.<백년 동안의 고독>,<피아노 치는 여자>,<돈 끼호테>,<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잠자는 미녀> 등이 평소 귀에 익은 작품들인데 아직 읽어 보지를 못해 내내 아쉬움이 많이 남아 있기도 하다.이러한 작품들 속에는 남과 여의 사랑이 꿀처럼 단맛으로 가득찬 것이 아닌 말그대로 엘레지와 같은 경우가 많다.사랑의 꿈을 배반하는 현실에 쓰디쓴 입맛을 다시는 오래된 연인은 절망하면서 뇌기도 한다.사랑이 없는 것 아닐까,옛사람들의 거짓말 아닐까? 라고 사랑에 의혹을 갖기고 한다.그래서 사랑을 의심하는 것이 많아지면서 열렬히 사랑했던 연인이 바로 곁에 있음에도 남.녀는 사랑 없는 열사(熱沙)에 내던져져 있다고 생각을 하는 것이다.

 

 이 글은 2012년 5월부터 12월까지 <프레시안>에 '박수현의 연애 상담소'라는 제목으로 연재한 글을 토대로 쓴 글인데 연재물에 실은 내용을 더 추가하고 다듬었다고 한다.특이한 점은 연애 때문에 고민하고 고통받는 독자들을 싣고 있다고 한다.이 글을 읽고 나면 가상적 연인을 구상하고 사랑의 일대기,사랑의 성장담을 재구성해 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사랑에 빠지게 되면 사랑에 많은 것을 걸게 마련이다.목숨이라도 받칠 듯한 사랑의 미로 속에서 두려움,내적 분열,의심,불안,공격성,궁금증,고독,망상들,혼란,시련 등이 뒤따르기 마련이다.사랑에 목숨을 거는 것은 어떻게 보면 무모할 수도 있어 심신을 고갈시킬 수도 있다.사랑도 자신의 체질과 상대에 따라 사랑이라는 작업의 경중을 잘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사랑을 할 만한 가치가 있다면 자신의 진실을 보여 주고 함께 인생의 파트너로서 오래 이어가도록 함께 노력하는 자세가 무척 중요한 점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사랑하는 연애과정은 달콤하여 시간이 정지된 느낌일 것이다.이것이 결혼으로 이어진다면 연애과정 만큼은 정열과 광기와 같은 시절은 접고 현실로 돌아가 현실에 충실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사랑은 비단 몸으로 하는 것을 주축으로 삼으면 쉽게 관계가 시들 것이다.상대를 진실로 배려하고 챙겨 주면서 마음과 마음으로 사랑을 교환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는 것을 나이가 가르쳐 주고 있다.잠자리에 들 무렵 약간 몽롱하면서 꿈틀거리는 욕망이 섞인 시간에 남과 여는 육체적 사랑을 나누기도 한다.내 안에 숨어 있는 욕망을 제대로 풀어 내고 상대의 기분을 잘 맞추어 줄 줄 아는 세심한 배려도 진정한 사랑으로 가는 길이다.밝은 지혜로써 인생의 비밀을 통찰하고 있는 멋진 소설 작품 속에는 연인들이 사랑의 언어를 잘 해설해 주고 있다.이러한 사랑을 음미해 보는 것도 멋진 인생으로 가는 길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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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으면 - 낮의 이별과 밤의 사랑 혹은 그림이 숨겨둔 33개의 이야기
황경신 지음 / 아트북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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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박하고 치열했던 하루가 끝나고 잠자리에 들게 되면 노곤함이 밀려와 곧바로 코를 드르륵 거리면서 꿈나라로 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사랑했던 사람과 아쉬운 이별을 고하고 다시는 못 만날 사람이라도 된 것마냥 시린 상처를 다독거려야 할 경우가 있을 것이다.일반적인 얘기이지만 내 눈에 들어오는 상대는 상대가 나를 마음에 두지 않아 물과 기름과 같이 마음과 마음을 잇는 교집합을 찾지 못해 다음 만남을 기약도 하지 못한 채 속절없이 헤어져야만 하는 시간도 있을 것이다.이렇게 된 사연 안에는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문제이다.사랑이라는 것은 고귀한 인간의 정서적 풍요로움이고 텅 비어 있는 참새 가슴을 따뜻하게 어루만지고 안아 줄 수도 있는 무형의 실체이다.열정적인 섹스,식어 버린 공허함보다는 은은하게 우려내는 사골국물과 같은 인연을 만나 계속적으로 만나면서 우정과 사랑을 확인하고 매만져 가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지만 찰떡 궁합과 같이 남.녀가 하나가 될 수 있는 것은 세상에 태어나 이것보다 더 큰 행운과 축복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사람 사이는 밉든 곱든 결국에는 미운 정,고운 정이 켜켜이 쌓아가 곁에 있어도 보고 싶고 떠나 있어도 목소리라도 듣고 싶은 것이 인간이다.그때는 몰랐는데 몇 십년의 세월이 흐르고 난 이즈음 나에게도 소중한 인연이 있었다는 것이 불현듯 눈가를 스치고 있다.대학시절 어찌어찌하여 일본인을 알게 되면서 일본인과 오랜 기간 펜팔을 하면서 편지 왕래가 있었다.어떠한 이념과 목적,의도를 갖고 만나지 않아서인지 마음으로 부담은 거의 없었다.전공이 일어가 아니었지만 일어에 투자를 많이 한 나는 일어실력이 괜찮다고 자부를 하는데도 일본인 친구로부터 받는 편지 내용은 내 일어실력이 아직은 멀었다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일본어도 배우고 일본인과의 우정을 돈독히 하고저 시작한 편지수가 어느덧 한보따리가 되면서 일어실력도 늘어만 갔다.마음의 부자가 따로 없다는 생각마저 들었다.세월이 또 흐르고 여러 번 이사를 하면서 일본인과의 편지는 어느 곳으로 사라지고 몇 십통만 서랍에 고이 간직하고 있다.그들은 편지를 쓸 때 격식에 맞게 쓰는 것이 몸에 배인듯 예스러우면서도 최상급의 언어를 쓰고 있다.[배계(拜啓):문안인사로 편지첫머리에 씀,경구(敬具):정중하게 물러남]그리고 그들로부터 나는 신세도 지고 아기자기하지만 순수하고 정성어린 선물을 꽤 많이 받았다.일본 성경책을 선물 받게 되었는데 지금은 서가에 다소곳이 꽂아 놓고 있다.성경책의 표피가 상할까봐 두터운 솜을 넣은 헝겁으로 성경책을 포장하여 보내 주었는데 상대는 일본인답고 조신하는 모습의 전형적인 일본여성이었다.그녀는 특별하게도 기독교인으로서 내게 성경의 가르침과 참사랑을 전해 주려는 마음이 성경책에 그대로 담겨져 있다.지금에 와서 성경책을 매만지며 그 시절을 회고하니 그녀는 내게 순수하고도 정성 가득한 사랑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일깨워 준 여성이었다.이것이 사랑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라는 감심(感心)이 절로 일어난다.

 

 황경신작가의 글은 이번이 처음이다.<눈을 감으면> 어느 가사에도 나옴직한 제목이다.인간의 감정에는 수치심,분노,원한,폭력과 같은 악감정의 기제부터 자부심,수용,환희,사랑,평화에 이르는 형이상학적인 경지까지 다양한데 이 글을 읽다 보니 슬픔과 기쁨,사랑과 배신,기다림과 환희 등을 느끼게 하는 감성적이고 섬세한 기류가 물씬 풍긴다.누군가를 만나 지지고 볶던 시절에는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았으며 잡을 수 없었던 소리,희망,사랑이 눈을 감으면 더욱 현현화 되어 생생한 이미지에 사로 잡히게 되는 것 같다.사랑과 이별 그리고 작가가 뽑은 33개의 그림 이야기가 정적으로 다가 오고 있다.화려하고 찬란한 이미지보다는 애잔한 감각을 살린 그림들이 위주가 되고 있어 시간이 정지되어 버린 공간배경과 애수에 놓여 있는 여성의 감정을 잘 포착하고 있다.슬픈 이야기,아름다운 이야기들이 그림 속의 주인공들의 관상이 화제(畵題)에 맞게 잘 표현해 주고 있다.

 

 

 사랑은 언젠가 끝이 나는 것이며,우리는 모두 언젠가 떠나야 하는 것이며,그 이후에도 나의 삶은 계속된다는 것을,그는 나를 떠났으나,그를 사랑하던 나는 사랑과 함께 죽지 않았다.나는 살아 남았고,사랑을 위해 슬퍼하고 기뻐하며,살아간다. - 본문 -

 

 

 

사랑은 '화무십일홍'마냥 섭리에 따라 시들어 가고 소멸되어 가지만 삶은 영원하다는 저자의 말처럼 사랑했던 아름답고 슬프고 시린 기억은 영원히 불후할 것이다.영원과 흡사했던 그 한순간만이,하나의 풍경으로 남아,텅 빈 삶의 한쪽 벽에 조용히 걸려 있다는 문구가 묘하게도 가슴을 후빈다.30년 이상이 지난 대학시절의 일본여성을 마음으로 좋아했지만 표현이 서툴어 못하고 그쪽은 성경으로 나를 사랑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그 당시 그녀를 죽자 살자 비행기를 타고 현해탄을 건너고 동해 상공을 날아 그녀를 찾아가 내 마음의 깊은 곳을 전했더라면 나는 국제결혼을 하지 않았을까라는 이뤄질 수 없는 공상을 해 본다.그녀도 이제는 중년의 부인이 되어 흰머리를 감추기 위해 염색을 하고 파마머리를 하고 있을 것이다.다행히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다(?)고 생각을 하니 눈을 감으면 그녀의 따뜻하고 친절한 말씨와 숫기 없었던 나의 수줍음이 이제는 또 다른 모습으로 꿈결에서나마 만날 수 있을 것이다.누군가를 못잊어 보고 싶을 때는 이리 저리 뒤척이던 자취생 시절의 꾸밈없던 대학시절로 되돌아 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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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잔칫날처럼 - 고은 대표시선집
고은 지음, 백낙청 외 엮음 / 창비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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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은 시인의 팔순을 맞이하여 칠순 기념으로 출간된 시선집 <어느 바람>을 증보해서 간행한 <마치 잔칫날처럼> 240편을 읽어 가노라니 과연 고은 시인의 인생이 잘 드러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백낙청평론가를 비롯하여 김승희,안도현,고형렬,이시형 네명의 시인이 시기별로 분담하여 후보작을 고른뒤,백낙청 평론가가 최종 선정을 하여 이 시선집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마치 고은 시인의 팔순 잔치에 대비하여 고르고 고른 흔적이 잘 나타나 있다는 생각을 하였고 백낙청 평론가의 말대로 시인들과의 협동작업의 의미를 되살리고 잔치 기분을 한층 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고은 시인은 본명이 고은태인데 끝자인 태자를 빼고 고은으로 바꿨다고 한다.일제강점기시 한학과 한글을 깨우치고 고전소설과 연애소설에 탐닉한 고은 시인은 한국전쟁의 참상을 보면서 정신적인 충격으로 자살을 시도하기도 하지만(살아가면서 정신적 고뇌로 자살을 몇 번 시도한다) 통영 도솔사 효봉 스님의 제자가 되어 상좌생활을 1962년까지 하게 된다.종단의 행태에 실망하여 평승려로 있다가 1963년 환속하게 되면서 시작(詩作)을 꾸준히 하게 되고,전태일 분실자살사건을 접하면서 군부독재비판,사회부조리 등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다.군부독재시절 갖가지 이유로 연이은 투옥 생활과 고초를 당하게 되지만 그의 반려자 이상화교수를 만나면서 삶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 들게 된다.

 

 고은 시인의 시세계는 초기에는 허무주의와 탐미주의가 주를 이루어졌지만 근래에는 모든 영역에 이르기까지 직.간접적으로 비판의 날을 드리우고 있다.지식인이 자신의 사복만 채우는 것은 양심에 어긋나는 길일 뿐만 아니라 한국사회가 진정으로 발전하고 사회구성원이 상생하려면 어떠한 삶의 방식을 취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를 그의 시에는 그대로 잘 묻어나 있다.그 대표적인 시집이 30권으로 이루어진 만인보이다.그중에 18권째를 읽은 기억이 있는데 현대 한국사회를 주름진 인물,군사독재,광주민주화운동 등을 잘 보여 주고 있다.그는 셀 수도 없는 시작품을 세상에 내놓았지만 안타깝게도 시를 좋아하는 애독자가 많지 않은지 그의 작품이 잘팔리지 않은 점이 아쉽기만 하다.한국의 독자들도 시세계에 좀 더 눈을 돌려 시구가 전달하고 있는 세상의 풍정을 감상하는 것도 삶의 이력을 보다 풍요롭게 다져 가는 과정이 아닐까 한다.

 

 인상 깊은 시는 다음과 같다.대장경의 후반 부분에 나오는 "한반도야 한반도야 이대로는 안되겠구나,매스게임 가라 매스게임 가라,사람을 사람답게 하고 뭇사람을 거룩하게 하라,한반도야 한 이삼백년 아니거든,눈 딱 감고 막무가내로 천년만 가라앉아라"인데 시인의 말씀대로 싸구려 권세가 판치는 대한민국의 정치 분위기를 정화시켜 모든 백성들이 인간다운 대접을 받으면서 살아가 주기를 갈망하고 있다.그리고 <문의마을에 가서는 수몰된 마을을 그리워 하는 대목이고 <경부고속도로 하행>에는 산업화된 현대사회에서 농촌마을의 옛모습을 찾아 보기란 그리 쉽지 않은데 고속버스 차창 밖으로 드러난 경기평야의 모습을 시공감각적으로 들려 주고 있다."연이(然而) 경기평야 아직도 간간이 논 남아 모심은 논 개구리 소리 먼먼 기미년 만세 소리 자오록이 들리는 듯 하군 기막히군" 모심고 도랑에는 꼬물꼬물 올챙이와 쉴세없이 지저귀는 왕성한 개구리 소리 나아가 그 소리가 기미년 만세 소리로까지 승화되어 시간을 뒤로 재생시킨 시인의 탁월한 시적 감성과 상상력은 노련미마저 감지하게 만든다.그외 상기의 시보다 더욱 짧은 행으로 된 상징성을 띤 작품들도 많다.

 

 아직도 현역으로 왕성한 시작을 하고 계시는 고은 시인은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지만 애정있는 독자들의 애간장만 태우고 있다.하지만 그의 시가 함축하고 있는 의미와 가치,작품성은 전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기에 근간 낭보가 한반도의 대지를 적셔 주기를 갈망한다.노벨문학상을 수상하게 된다면 한반도 전역이 잔칫날이 될테니까.그날이 반드시 올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그날이 오면 글쓰는 사람들은 신명이 나고 친구(親舊)를 해후한 것 마냥 얼싸안고 기쁨과 환희를 함께 나누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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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화양연화 - 책, 영화, 음악, 그림 속 그녀들의 메신저
송정림 지음, 권아라 그림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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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 있었을까.아마 신혼초기에서 첫아들을 보았을 때이고 주택은행에 주택부금을 넣으면서 청약1순위의 꿈을 실현하려고 나름대로 열심히 절약했던 시기였을 것이다.비록 부금을 넣기 위해 급여의 절반 가량을 주택은행에 부었으니 신혼생활에서의 낭만적인 시간을 보내기 보다는 내일의 희망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컸으리라 생각되며 그 꿈이 실현되어 전세방을 전전긍긍하던 4~5간의 시간과 세월이 아련하기만 하다.일명 서울에서 문화주택이라고 불렸던 뱀모양의 구불구불한 골목길과 연탄재 그리고 빨간 벽돌담과 빨간 기와지붕을 거쳐 좀 넓은 양옥집으로 옮겨 다니기도 했다.지금 생각해 보면 나보다 아내가 어려운 가정살림과 생활방식을 잘 참아 주었던 것이 고맙기만 하다.

 

 성글었던 인생의 나이테가 성글었던 것이 어느덧 빽빽하게 자리를 잡아가는 것을 몸과 마음으로 느끼게 된다.꿈많던 20대는 더디게 흘러 가다 30대가 되니 결혼과 집장만 그리고 사십대에 이르니 내게는 IMF라는 통증을 앓게 되면서 자유직업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사십대에 자동차를 구입하여 고객의 니즈와 관리를 위해 신속하고 민첩하게 대응해 나갔던 시기이다.사십대 중반에 이르면서 노안과 신경쇠약증이 불청객으로 다가오면서 건강관리,인척간에 돈거래 등이 잘못되어 마음 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게다가 경제위기와 함께 나이마저 적지 않아서인지 신바람이 나지 않는다.그래도 커가는 자식들과 가장으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많지 않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제2외국어를 가르치고 있지만 수입은 만족스럽지 못하고 집에서는 지청구만 늘어 놓으니 언제 좋은 날이 올려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삶의 길이가 길지 않은 유한적인 존재가 바로 인간인데 대부분이 각박하게 살아가고 있어 마치 경제적 동물로 비춰지고 정글의 법칙에서 살아 남기 위해 모두가 소리없는 혈투를 벌이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삶의 경험과 지혜를 쌓아 가면서 삶이 다하는 날까지 후회없이 살았노라고 스스로 자부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렇게 될지 회의심이 들 때도 많다.인생의 중턱을 넘어 지나온 시절을 되돌아 보면서 인격적으로나 소양면에서 부족한 것이 무엇인가를 되짚어 보게 하는 <화양연화>는 내 생애 가장 아름답고 행복했던 날들을 돌이켜 보는 시간이 되어 주었는데 삶이 재미없고 팍팍하다고 느껴질수록 이러한 글들은 타성적이고 관성적인 나를 채찍질하고 격려해 주는 글들이 많아 정신적으로 감화도 되고 보다 나은 생존방식과 아름다운 인간관계를 다져나가는 데에 무엇보다도 유익한 내용이 많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남미의 전설 속의 여자인 차벨라 바르가스는 사랑했던 남자가 떠나 버린 후 그 사랑을 되찾기 위해 처절한 갈망과 슬픈 노래를 들려 주고 있는데 남녀간의 이루어지지 못할 사랑이고 인연이 안되었기에 실연의 아픔과 상처를 입었으리라 생각이 된다.그래도 그녀는 인생의 말년에 무대에 복귀하면서 인생의 정상과 밑바닥을 오갔던 격렸했던 시간을 담담하게 들려 주고 있어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귀감이 되는 말임에 틀림없다.가장 아름다우면서도 해답이 없는 것이 누군가,무언가를 사랑하는 행위가 아닐까 생각한다.

 

 "내 삶에는 어제도 없고 내일도 없다.오직 지금 여기뿐.지금이 내 시간이고 나는 내 나이에 맞게 산다.나는 두렵지 않다.죽음도,삶도,다른 어떤 것도." - 본문 -

 

 

 인간의 삶이 유한하기에 현재를 가장 충실하게 사는 것만이 최선이라고 생각을 한다.오래 사는 것이 최선이 아닌 비록 내일 삶의 종말이 올지라도 때론 열정적인 사랑으로 살아가고 때론 무덤덤하게 살아갈지라도 내게 주어진 삶의 시간 속에서 생노병사라는 것을 담담하게 수용하면서 몸과 마음이 건강하도록 늘 기분을 다스리고 불필요한 것들을 내려놓는 연습을 통해 삶은 보다 건강해지면서 침체되었던 삶이 보다 활기를 띠게 되리라 생각한다.삶의 불가사의,세상사의 부조리는 어느 사회에서나 있는 법이니 얼마 전에 읽었던 '영원히 살 것처럼 배우고 내일 죽을 것처럼 살아라'는 글처럼 자신의 내면을 충실하게 다스리면서 자신위주로 살아가는 생활방식을 벗어나 타인과의 원만한 관계 즉 따뜻한 배려와 존중의 정신을 스스로 연마하는 것이 삶의 지혜이고 건전한 사회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을 한다.현실적으로는 경제적인 문제부터 건강,노후문제 등 고민하고 갈등하는 부분이 많겠지만 삶의 진정한 성취는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기꺼이 잃고 기쁘게 낮아지며 웃으며 비워가는 것이라고 하는데 감정의 기제 중에서 가장 상위단계이고 고귀한 부분이다.인간은 뭔가를 채우고 죽음까지 갖어 가려고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나 자신으로 살아가고','나 자신을 사랑하기'위해서는 갖은 만큼만 갖고 나머지는 버리고 비우고 나눠주려는 고귀한 정신을 잃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새삼스레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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