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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선 이후 - 시인, 북극의 첫마을 시오라팔룩에 짐을 풀다
문영훈 글.사진 / 서해문집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이번에는 북극에 가까운 그린란드의 마을로 떠나 보련다.북위 67도에서 80도에 이르는 극한지인 그린란드는 덴마크의 자치령으로 되어 있는데 본래 에스키모족들이 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그들을 이누잇족이라고 한다.면적이 218만 제곱킬로미터로 한반도의 열 배 가까운 면적이다.대륙으로 간주되는 호주를 제외하고 그린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이며,면적의 80퍼센트 이상이 평균 1500미터,최고 3200미터 두께의 얼음으로 덮여 있는 태고의 신비가 그대로 살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인구는 고작 6만여 명으로 유럽인이 대부분인데 이누잇족의 삶을 잘 들려 주고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비행기로 강게루수악 비행장에 당도하게 되면 얼음과 새하얀 세계,그리고 드문드문 인적이 나타나곤 하는 그린란드는 10세기 말엽,그린란드 북부에 비해 기후가 온난한 남부 해안지역이 바이킹 족에게 점령을 당한다.당시 아이슬란드에 살던 '빨강머리'에릭이란 사람이 살인죄를 지어 이곳으로 도망을 오게 되는데 동료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빙하로 덮여 있는 이곳을 '그린란드'라고 지명을 붙였다고 한다.그후 약 400년 후 바이킹 족이 떠나고 18세기 초 덴마크 국왕이 그린란드의 재식민지화를 결정하면서 루터교를 선교하기 위해 선교사를 파견하면서 현재까지 덴마크의 자치령으로 남게 되었다고 한다.
고래를 포획하여 생계를 이어가는 이누잇족들의 삶을 작가는 일짜별로 여정별로 잘 들려주고 있다.일각고래,흰고래,간수염고래,참고래,혹등고래 등 고래의 이름도 생소하지만 종류도 참 많다.그리고 이누잇족들이 사는 곳에는 풀과 나무도 있어 따뜻한 계절에는 각종 화초와 나무들도 그 생명력을 뽐낸다고 하니 극한지라는 이미지에서 사람과 자연이 함께 어우러져 공존할 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조수 간만의 차가 없는 날에는 둑 가까이로 대놓은 소형 모터보트에 올라 북극해를 만끽하는 그 낭만은 꿈만 같을 것이다.낚시도 하고 물고기도 잡고 운이 좋은 날에는 북극곰도 볼 수가 있는 그린란드는 탐험지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사람과 사람이 혹한지에서도 생존력을 발휘하고 있는 점에서 경이감마저 들게 한다.
사냥꾼들과 학교 선생님,그리고 아이들과 어울려 보낸 그린란드의 체험기는 별세계라는 느낌에서 색다른 느낌 즉 호기심과 동경심마저 들게 했다.작가는 그린란드 남서부를 아지트로 하여 이곳 저곳을 두루 체험하고 있다.작가의 필치가 매우 꼼꼼하고 정교하다.또한 시인이어서인지 고요하고 평화로운 심성이 담긴 시를 펼쳐 주고 있다.눈을 감고 그린란드의 이국땅을 상상해 보면 마음의 찌꺼기,먼지 등이 모두 날아가고 나는 유토피아의 세상에 안착해 있는 것과 같다.북극의 첫마을 시오라팔룩에 여장을 풀고 북극의 극한을 그들과 함께 어울리고 호흡을 하면서 정도 참 많이 들었나 보다.귀국하여 메일로 주고 받은 사연 가운데에는 베라라는 여인이 죽는 슬픈 소식과 마약이 북극곰 두 마리를 포획했다는 쾌거 그리고 작가의 가슴 속에는 그린란드의 그리움과 애틋함이 남아 있을 것이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
신기루처럼 투명한 사물의
어제 오늘은 다를 바 없고,
깊은 숨결의 한 호흡
멀리 두고 온 세상을 품어
데워져 오는 가슴,
이내 사랑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