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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자 시 100선 ㅣ 연암서가 고금문총
주희 지음, 장세후 옮김 / 연암서가 / 2013년 2월
평점 :
중국 남송대의 주자학으로 널리 알려진 주자는 이기설(존재론),성즉리의 설(윤리학),격물규리와 거경의 성(방법론),경전의 주석이나 역사서의 저술 등을 내면서 구체적인 정책론 모두가 중세 봉건사회의 신분혈연적 계급질서의 관점이 관철되고 있다.중국 안휘성 출신으로 자는 원회이고 호는 회암이다.
주자학은 일명 성리학이라고도 불린다.이는 군신,부자,부부 사이를 강조하는 삼강과 인의예지신을 강조하는 오상을 강조하고 있는데,조선시대의 국체가 바로 성리학에 기반을 두고 있음을 알게 된다.국가의 기초 질서,군신과 백성 간의 관계,연장자,조상을 섬기는 제의 등도 성리학에 바탕을 두고 있다.이렇게 주자학을 제창한 주자는 만년 권신의 미움을 사게 되고 그의 학문이 위학(僞學)이라 박해를 받고 해금이 되기 전에 죽음을 맞게 된다.
주자는 성리학이라는 학문의 이론적 기틀을 마련하고 집대성한 분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그는 우무.양만리,범성대.육유와 동시대인으로서 당대의 경세제민,속세를 벗어난 은둔 생활,서정성이 짙은 시를 문집 10권에 수록하고 별집과 유집,현재까지 전해지는 것까지 합하면 1,500수 가량 된다고 한다.저자는 이중 꼭 알아두면 좋을 듯한 시를 100수 선별하여 연암서가에서 선을 보이고 있다.
주자 시 100수는 주로 5언율시 및 7언율시로 되어 있다.시의 내용이 일률적으로 어떻다라고 한마디로 말하기가 어렵지만 계절과 자연을 마주 하고 느끼는 소회를 그린 시도 있고,부모,스승에 대한 효성과 예도,속세를 벗어나 은둔하는 거사의 모습,동진 시대의 대시인 도연명을 그리워 하는 모습 등이 본제(本題)의 해석,각주,해설이 꼼꼼하게 배열되어 있다.주자가 그린 전반적인 시를 소화할 수는 없지만 명민하게 20세 전에 진사합격부터 대학자로서 사상과 철학을 집대성한 면모 뒤에 감성적이면서 그의 생각과 사유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주자 시는 그의 또 다른 면모를 발견할 수가 있어 유익하기만 하다.
그가 만년에 세간에서 갖가지 풍사을 겪고 이를 성찰할 계기를 마련하는데,나이가 들어 몸도 늙고 백발이 잔뜩 나 버린 그의 입지를 두고 그는 경세제민(經世濟民)의 꿈도 미련 없이 모두 버렸다는 '감회'라는 시는 삶의 방향타를 잃은 주자 자신의 처지를 극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
經濟夙所尙(경제숙소상) 경세제민은 내 일찍이 바라던 바,
隱淪非所期(은륜비소기) 은거하여 숨음 원래부터 생각지도 않았다네,
幾年霜露感(기년상로감) 몇 년간 풍상 느껴,
白髮忽已垂(백발홀기수) 백발 모르는 사이에 이미 드리웠네,
鑿井北山지(착정북산) 북쪽 산기슭에 우물 파고,
耕田南潤湄(경전남윤미) 남쪽 기름진 물가에 밭 조금 일구네,
乾坤極浩蕩(건곤극호탕) 이 천지간은 끝없이 넓은데,
歲晩將何之(세만장하지) 해 저물어가니 장차 어디로 가나?
'우물 안 개구리'마냥 주자에 대한 편협한 시각이 그의 시를 통해 다시 한 번 당대 그의 감정과 사유,성찰을 재발견하는 멋진 기회가 되어 다행스럽다.또한 원시를 옮긴 저자는 독자들의 가독성과 이해를 돋구기 위해 꼼꼼하게 각주 및 해설을 실어 놓아서 유익한 시간이 되었다.나 또한 오래간만에 한시의 묘미를 만끽해 보는 즐거운 시간이 되어 다행스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