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부랑 할머니 (악보집 + CD 2장) - 새로 다듬고 엮은 전래동요, 백창우 아저씨네 노래창고
백창우 지음 / 보림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봄은 언제 오나요'라는 앨범으로 이미 보림이 펴낸 음반에 홀딱 반해있었다. 이원수의 시에 백창우님이 붙인 곡, "더 이상의 대안동요는 없다"며 칭찬하던 입에 침이 마르기도 전에, 나와 아이들의 사랑을 옴싹, 훑어 간 얄미울 정도로 사랑스런 음반이 생겼다. 
바로 요 놈, '꼬부랑 할머니'다.

전래동요란다. 새로 다듬고 엮은 전래동요? 아무리 새로 칠하고 닦아도 전래동요가 전래동요지. 뭐, 우리 것이 좋은 것이긴 하다만....듣기도 전에 머리 속 어딘가에서 곰팡내가 폴폴, 하품이 솔솔 나는 듯 했다. 그러나 CD를 걸고 두어곡이 넘어가기 시작하자 어라? 귀가 자꾸 쫑긋거린다. 다른 방에서 놀던 아이들도 오디오 앞으로 모여든다. 글을 아는 큰 아이와 나는 곧 악보집을 뒤적이기 시작했고, 꼬이는 혓바닥을 풀며 신나게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오랑깨롱 간깨롱 부뚜막에 간깨롱 누룽지를 준깨롱 묵은깨롱 꼬신깨롱
더 달랑깨롱 안 준깨롱 운깨롱 더준깨롱
묵은깨롱 꼬신깨롱 겁나게 배부른깨롱~~

내가 제일 좋아하는 '깨롱깨롱', 부제는 누룽지 노래란다. 혹여 들여다보며 저 소리가 당최 무슨 소리? 하는 사람도 있을 지 모르겠지만, 나는 태생이 여수, 전라도라 그런지 처음 들은 그 순간부터 노랫말이 귀에 쏙쏙 박혔다. ㅋㅋㅋ 영시에만 각운이 있다던가? 랩에만 비슷한 단어로 멋을 부리는 기교가 있다던가? 깨롱깨롱만큼 완벽한 가사는 또 난생 첨이다.
전라도 사투리를 통 몰라서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도, 노래를 들어보라지. 딱 두 번만 들으면 귀에는 설지 몰라도 입에는 쫀득쫀득 붙을거다.
다른 노래도 다 그렇다.

'전래동요'는 내가 연상했던 지루함, 고고함과는 전혀 달랐다. 그 선입견은 국악 한마당에 나오는 알아듣기 어려운 판소리나 고루한 아쟁 소리에 기인한 것.(나에게...그렇다는 말이다.^^;)
예나 지금이나 아이들의 세계는 밝고 통통 튄다. 한시도 지루할 사이가 없다. 가락도 가락이지만 특히 가사들이 다 재미있고 유쾌하다.
'해학'이라는 단어가 요런 가사들에게 딱 들어맞는 것 아닐까? 곰곰 들어보면 다 배고프고 팍팍한 삶 얘기건만, 하나같이 능청스럽고 흥겨웁게 재단되어 자꾸만자꾸만 입가에서 맴돈다.

여섯 살 큰 딸아이는 말놀이 노래인 '가재'와 '껄껄 푸드득 장서방'이 제일 재미있단다. 하지만 이 아가씨, 딱히 우열을 가릴 것도 없이 거의 전곡을 하루 종일 흥얼거리다시피 한다. 음반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은 것은 기껏해야 대여섯번? 어린 아이가 달달 외울만큼 많이 반복해서 들은 것도 아닌데, 피는 무서운건가보다. 우리 옛노래라 그런지 처음 들을 때부터 어딘지 익숙한 그 느낌, 금세 머리에 새겨지고 입에 붙는다.
이제 두 돌 지난 둘째, 말이 더뎌서 여직 '엄마' '아빠' '까까'하는 아들아이도 요 음반에 단단히 매료되었다. 둘째는 '망망 꼬방망-민들레 줄기를 입에 물고 부르는 노래'가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단순한 가사가 반복되는데다가, '망망 꼬방망'이 주는 맑은 어감 때문일까? 틈만 나면 내 손을 끌고 오디오를 가리키며 "망망, 망망" 한다. ㅎㅎ 덕분에 말 한 마디 늘었네.^^

꼬부랑 할머니라는 노래가 제일 널리 알려져서 제목이 요것인가 본데...솔직히 제목이 좀 아쉽다. 흔히 연상하는 '꼬부랑 할머니가~'하는 노래와는 격이랄까, 차원이 다른 재미있고 진기한 전래동요가 가득가득 들어있는데. 재미도 품격도 모두 갖춘, 정말 누구에게나 꼭 권하고 싶은 음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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