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언제 오나요 (CD 2장 + 악보집) - 이원수 동시에 붙인 노래들
이원수 노랫말, 백창우 작곡, 김병호 그림 / 보림 / 2005년 1월
평점 :
절판


 여섯 살 딸아이가 요즘들어 제일 좋아하는 노래는 단연 '어머나' 입니다. 아마, 전국의 또래아이 모두가 그렇지 않을까요? 슬프게도 아이들은, 더이상 동요에 매료되지 않습니다. 더 자극적인 영상, 음원이 많으니까요. 이러한 세태를 반영하듯 엽기송이란 이름으로 수많은 플래쉬 동요들이 판을 치고 있습니다. 가수 김현철은 새 앨범을 내면서 '키즈팝'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선보이더군요.
 그러나 일부 엽기송들은 말 그대로 엽기적인 소재나 저속한 웹 용어가 여과 없이 사용되고 있어 은근히 걱정스럽습니다. 키즈팝 역시, 들어보진 않았지만 광고나 관련글을 보니 상업적인 배경이 강한데다가 아이들을 너무 성인의 축소판으로 만들어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 같아 탐탁치가 않네요.

 이런 이유 저런 이유, 제일 큰 이유는 둘째가 자꾸 만져대서 우리 집 오디오는 항상 코드가 뽑힌 상태로 잠들어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이 앨범은, 진부하지만 가뭄의 단비같았다고나 할까요.^^
 이원수님의 시에 백창우님이 노랫말을 엮어 만든 앨범입니다. 기존의 동요 앨범들과는 여러모로 품격이 다르지요. 맑고 깨끗한 음색을 지닌 아이들과 클래식한 스타일을 고집하지 않는 개성 있는 어른들의 목소리가 잘 녹아들어 듣는 내내 귀가 즐거웠습니다. 그 목소리에 실린 백창우님의 곡은 참 세련되었습니다. 기존 동요의 단조로움, 그리고 어쩔 수 없는 (약간의) 구태의연함이 느껴지지 않아요. 그러한 신선함이 얹히자 이원수님의 노래말도 몇 십년 세월의 급간이 싸악 사라진 듯 그저 아름답기만 하네요.
 어려운 가정 형편때문에 중학교 진학을 못하고 점원 노릇을 해야 하는 오빠의 설움을 요즘 아이들, 심지어 엄마인 저도 알 턱이 없건만, 그 먹먹한 서글픔은 여과 없이 가슴으로 다가옵니다. 때 맞추어 흐르는 고운 오보에, 바이올린의 선율도 그런 감성을 거들어 주고요.

 두 개의 CD 중 제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는 '봄은 언제오나요'입니다.

하얀 눈아 내려라 소복소복
나무들아 자거라 새근새근
날만 새면 남쪽 하늘 해가 빛나고
햇볕에 하얀 눈도 단젖이 된다

봄은 언제 오나요
봄은 언제 오나요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자연스럽게 상상되는 정경이 있습니다. 새 학기, 봄을 맞는 학교의 조용한 복도에 아이들의 짜랑짜랑한 목소리가 울려퍼지는 기분 좋은 모습. 그것만 생각하면 절로 웃음이 배어나옵니다. 교과서에 나온 노래는 어쩐지 지겨워하는 요즘 아이들, 그 친구들에게 가르쳐주면 쉬는 시간마다 신나게 불러댈 것 같은데요. 악보도 내장되어 있으니 복사해서 나누어주기도 좋고...초등 선생님들이라면 꼭 하나 장만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딸아이는 두 번째 CD의 '완두콩'을 좋아합니다. 또로롱, 경쾌한 전주와 '완두콩'이라는 말 자체의 또록또록한 어감을 즐기는 것 같아요. 여하간, 전곡 모두 버릴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가요는 하루가 다르게 장르가 바뀌고 녹음 기술이 달라지는데, 동요만 10년 20년 고대로 강요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입니다. 기존의 아름다운 동요는 더 정성스럽게 다시 담아내고, 이 앨범처럼 좋은 동시를 새로운 감성으로 엮어내는 시도가 계속, 계속 이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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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05-02-25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래 참 좋지요?
민이랑 저랑도 매일 같이 이노래를 듣고 있어요..^^

숨은아이 2005-02-25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라, 쟁여놔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