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사자 - 이집트 미래아이 세계의 옛이야기 1
디안느 바르바라 글, 곽노경 옮김, 장 프랑소아 마르탱 그림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4년 11월
평점 :
절판


세계 각국의 옛이야기가 그림책으로 나올 모양입니다. '인간과 사자'는 그 첫 권, 이집트 편이네요. 이집트라...매우 생경할 줄 알았는데, 옛이야기들은 서로 통하는 부분이 많은가봐요. 여러모로 익숙한 느낌에 전혀 낯설질 않습니다.

이집트의 나일 강가에서 사자와 생쥐가 이야기를 나눕니다. 사자는 으스대고 싶은 마음에 "생쥐야, 이집트에 나보다 더 힘센 동물이 있을까?" 하고 묻지요. 영리한 생쥐는 딱 하나, 인간이 더 힘이 세다고 말합니다. 당장 인간을 보러 나선 사자는 볼품 없는 모습의 인간이 자신보다 더 힘이 세다는 것에 분개해 결투를 신청하는데, 인간의 꾀에 말려 혼쭐이 나고 말지요. 분에 겨워 복수를 시도하다가 결국 친구 사자들까지 모두 몰고 가 보지만...역시나, 인간이 발휘한 기지에 모두 당하고 맙니다.
"그 뒤로 이집트에서는 백한마리 사자 가운데 단 한 마리도 인간의 눈에 띄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인간과 사자 가운데 누가 더 힘이 센 걸까요?" 라며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엎치락 뒤치락, 인간과 사자의 싸움을 좇다보면, '힘'이라는 것은 완력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는 자연스러운 깨달음이 생깁니다.
특히, '인간과 사자'에서는 일반적인 옛이야기와는 달리 선과 악을 줄 긋듯이 나누어 놓는 일이 없습니다. 우리가 인간이라고, 인간이 사자를 이겼다고 해서 '착한 편'이라는 표현은 어느 구석에도 없네요.
조금 으스대긴 하지만, 뜨거운 물에 벌겋게 덴채로 도망치는 사자는 악한 구석이 없이 불쌍하기까지 합니다. 사자를 꾀로 속여 나무에 묶고 채찍질을 하는 인간의 표정은 정의와는 상관 없이 표독스럽고 야비해 보이기도 하구요. 등장인물이 정형화되지 않았기에 열린 생각, 열린 대화가 더 자유롭게 전개될 수 있는 것입니다.

아이와 저는 사자 떼가 나무 위의 인간을 잡으려고 사자탑(?)을 쌓는 부분을 정말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어쩐지 계속 친근하더니만....아하! 책꽂이로 뛰어가 '호랑이 잡은 피리'(옛이야기 그림책 까치호랑이, 보림)를 꺼내왔죠. 우리 옛이야기 속의 세째 아들도 호랑이 떼에 쫓겨 나무 위로 올라가는데, 호랑이들이 그를 잡으려고 호랑이탑을 쌓습니다. 그런데 맨 아래 있던 무당 호랑이가 세째가 마지막으로 부는 피리 소리에 흥이나 춤을 추는 바람에 호랑이탑이 무너져 버리지요. 책 두 권을 같이 펴놓고 도란거리기도 하면서 '인간과 사자'를 다 읽고 나서 "재미있었니?" 물었더니 입을 뾰로통 내밀고 "재미 없었어." 합니다. "왜에?? (신나게 읽어놓고?)" "너무 짧잖아~ 더 길~었으면 좋겠어."
하하, 한국과 이집트를 오간 옛이야기 여행이 너무도 신이 나서 끝마치기가 싫었나봐요.

화면의 배경을 가득 채우는 녹두색, 노란색, 분홍색조에 눈이 심심찮은 그림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대여섯살, 이야기 밝히는 어린아이들에게는 재미있는 그림책으로, 초등학생들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밑바탕으로, 200% 활용할 수 있는 멋진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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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12-17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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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la 2005-03-12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책일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