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딸이 겨우 유치원에 다니는 저로서는 미국의 교육에 대해 잘 모르겠지만 이제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아들을 둔 엄마로 부터 들은 얘기를 종합하자면, 미국도 선행학습이 있습니다. 여기는 만 5세의 9월에 킨더를 가게 되는데 그게 의무교육의 시작입니다. 만 3, 4세에 가는 프리스쿨은 의무교육이 아니라 부모의 부담입니다. 그리고 퍼블릭에서도 프리스쿨을 운영하는데 공짜거나 매우 싼 대신 하루에 유치원에 머무는 시간이 2시간 남짓에 불과합니다. 킨더를 가면 보통 3시까지 있는 것 같습니다. 더 일찍 끝나는 곳도 있고요. 더 오래 있으려면 돈을 내야합니다.

제가 있는 곳에는 사립 프리스쿨이 3개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그 150만원짜리이고 -오후 3시에 끝납니다-  또 하나는 가격을 잘 모르나 100만원은 할 것 같고, 다른 하나는 오전만 봐주는 대신 50만원입니다. 보통 학기는 9월에 시작해 6월초에 끝나고  여름에는 써머캠프라고 해서 주로 놀이 위주로 진행되는 캠프를 갑니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그런 곳이 아니고 여태까지 다니던 유치원이나 인근 다른 유치원의 프로그램에 가는 것입니다. 오후 3시경에 끝나는 것이 대부분이고 이 시기에는 주로 수영장 가거나 밖에서 주로 놉니다. 미술수업 같은것  하고요.  

만 5세가 되어 킨더를 가고 일년후에는 초등학교에 갑니다. 공립 초등학교는 2종류가 있다고 합니다 . 한국식의 학군따라 가는 초등학교가 있고, 학군에 상관없이 지원자를 대상으로 추첨(?) 하여 가는 초등학교가 있습니다. 추첨하는 곳이 당연 주로 인기 있지요. 그래서 부지런한 엄마들은 집에서 멀더라도 여러군데 원서를 넣어서 되는 곳에 가기도 한답니다. -대신 먼 곳까지 운전해야지요- 여기서 떨어지거나 하면 학군따라 가는데 잘 사는 동네는 퍼블릭 학교들이 좋지만 지금 제가 거주하는 곳 같이 흑인 밀집도가 높도 사는 수준이 보통이거나 그 이하면 퍼블릭 학교들의 수준이 엄청 떨어진다는군요. 그럼 사립에 보내야 합니다. 

여기서 집을 샀다는 사람의 아들이 이번 9월에 초등학교를 가는데 사립을 갑니다. 제가 있는 동네의 퍼블릭은 수준이 좀 떨어지거든요. 돈이 되면 다 사립을 보내지요. 그런데 이 초등학교를 마치면 다른 퍼블릭보다 2년 정도 진도가 앞선다는군요. 여긴 좋은 대학을 가려면 고등학교때 대학교 과목을 몇개 들어야 된답니다. 그러니 선행학습이 여기서도 사립학교에서는 이루어지는 것이지요. 어떤 사립은 3년 정도 선행학습이 된다고 합니다. 사립은 학비가 엄청 비쌉니다. 유치원도 150만원이니까요. 그렇다고 초등학교라고 2배씩 되지는 않고 이 동네 사립 초등학교는 180만원정도 하더군요. 제가 사는 시카고 남부에 제일 유명한 사립학교는 랩스쿨이라고 시카고 대학부설 학교입니다. -최근 한국의 해오름 싸이트에도 소개되었다고 하네요. 그래서인지 써머하러 온 한국 엄마들이 많습니다-  여긴 우선권을 교수나 직원자녀에게 줍니다. 그래서 들어가기도 매우 힘들어요. 여긴 학비가 월 200만원이 넘습니다. 그래도 좋다고 소문이 나서 흑인동네인 이 동네에 백인 교수들이 오로지 자녀를 랩스쿨에 보내려고 거주하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이 랩스쿨이 3년을 진도 앞서나간다고 하는군요. 그리고 여기 학부모들은 대체로 학교 교수이거나 학교 병원 의사들이 대부분이어서 과외도 엄청 시킨대요. 그래서 학교 수준이 더 높아지는 것인지도 모르지요.

결국 한국이나 미국이나 선행학습은 다 있습니다. 다만 한국은 선행학습을 고교과정까지만 하는데 비해 여기서는 좋은 대학 가려면 고등학교때 이미 대학 과목도 들어야 한다는 차이가 있지요. 그리고 사교육? 여기도 만만찮습니다. 저는 예체능이나 시키겠지 했는데 랩스쿨정도 보내는 학부모들은 다른 일반 교과도 자기가 시키거나 -학부모들의 수준이 대부분 교수, 의사이니 매우 높지요- 과외선생 다 구해서 시킨다는군요. 한국처럼 사교육이 매우 일반화되어 있지 않다뿐이지, 여기서도 먹고 사는 사람들, 자기 자식 좋은 대학 가기를 바라는 사람들은 다 사교육을 시킵니다. 다만 여긴 고등학교만 나와도 다 먹고 살 수는 있으니까 그렇게 시키는 사람이 적을뿐이지 높은 수준의 삶과 교육을 원하는 사람은 여기서도 다 시킵니다.

아들이 초등학교 가는 그 엄마도 학교는 3시에 끝나지만 그 이후에 학교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과외활동에 아들을 참여시키려 하더군요. 물론 돈을 더 내야지요. 체스, 피아노, 체육과목등 거의 모든 종류가 다 있더군요. 그럼 집에 오는 시간은 5~6시 되는 것도 한국과 마찬가지입니다. 예체능만 있지 않냐고요? 아니요. 읽기와 쓰기도 다 있습니다. 결국 어디나 사람 사는데는 다 마찬가지예요. 앞에서도 말했듯이 한국은 정말 누구나 다 사교육을 시키는 것이고, 여기서는 돈 많거나 교육에 특별한 관심 있는 사람만 시키는 것이지요. 왜냐면 여긴 고등학교만 나와도 다 먹고 살 수 있으니까요. 인건비가 비싸니 그냥 육체노동해도 다 왠만큼은 먹고 살거든요. 한국은 육체노동의 임금이 워낙 싸니 다 공부시키려고 하는 것이고요.

제가 전에 150만원씩 하는유치원 보내면서 돈 없다고 징징대는 엄마들 흉을 봤지만 사실 그 엄마들도 거기 좋아서 보내는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보내는 것이지요. 비싸도 다른 대안이 없으니까요. 동네가 좋아야 퍼블릭을 보내지요. 다만 제가 흉본 것은 그 정도 보낼 여유가 있으면 한국에서 잘 사는 사람에 끼는데 더 잘 사는 강남엄마 운운하며 자기들이 별로 돈 없는양 말하는 것이 보기 싫어서였지요.

퍼블릭을 좋은 곳에 보내면 되지 않냐고요? 다 유학생 가족이니 우선 학교 가까이 살아야지요. 그리고 퍼블릭이 좋은 곳은 당연 집값이 비쌉니다. 월세도 비싸고요. 그리고 그런 동네는 정말 주택가라 월세도 거의 없습니다. 여기서 아파트 사는것이 빈민이라고 전에 말했는데 왜냐면 아파트는 돈 없는 사람들이 월세 사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한국식의 아파트는 뭐냐고요? 여기서는 그런 집을 콘도라고 부르더군요. 그건 자가 소유의 아파트입니다. 거기 살면 좀 낫지요. 그래도 대세는 주택이예요. 물론 다운타운은 콘도도 많습니다. 고층건물이 주가 되니까요. 하지만 콘도는 주택보다는 아무래도 면적이 작으니까요. 주택은 3층집이면 보통 방도 3~4개는 최소 나오잖아요. 하지만 콘도는 보통 2개 방이 기본입니다. 3개이상의 방이면 펜트하우스라 방 2개짜리보다 값이 2배는 비싸진다는군요. 그리고 퍼블릭이 좋은 곳은 동네 사람들의 기부가 많답니다. 부자들이니 기부를 많이 하지요. 그래서 퍼블릭인데도 학교에 수영장도 있고 도서관도 있고 시설이 좋답니다.

기부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여기서는 기부가 아주 흔하다고 합니다. 그 150만원짜리 유치원도 매달 기부하라고 전화가 오거나 우편이 온답니다. 여기 사람들은 기부도 학비의 일종으로 생각한다는군요. 그리고 학교가 만족스러우면 기부도 즐겁게 한답니다. 제 생각엔 학비도 비싼데 기부를 어떻게! 이지만 여기 사람들은 그 정도 보내면서 기부도 안해? 그럴거면 그런 비싼데를 왜 보내? 랍니다.

교육비, 정말 비싸지요? -좋은 동네의 제일 싼 집으로 가서 기부 안하고 버티는 것이 수인가요?-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뒹굴이 2007-08-02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휴... 난 이런 글만 보면 점점 더 애 낳기 싫어져... =_=;;;

미즈행복 2007-08-04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지만 다들 아이가 주는 기쁨 -재롱?- 때문에 낳는게 아닐까?
돈이야 있는만큼 교육시키는 것이고 -그래서 여기서 보통 사람들은 사립명문대보다
등록금 싼 주립대를 선호한다는군- 또 부모가 관심가지고 학교 교과를 살펴봐줘도
되고 말야.
하나 확실한건 애 낳으면 지금의 네 널널한 시간은 끝이라는 거지.
날 봐라. 얼마나 바쁘냐. 그래도 그것도 또 행복의 일종이니까. 종류가 다를뿐.
 

딸의 놀이그룹 사건은 그 모임에 끼기는 했으나 이질감을 느끼던 제게 그 일원의 뒷담화를 써야지

하는 치사한 생각을 떠오르게 했습니다.

 

모임의 인원은 현재 총 7명. 이 중 한 명은 8월에 다른 지역으로 이사가게 됩니다.

멤버 1  - 신랑 선배 부인.

             이 사람이 이 모임을 거의 2년 반 전 주도했습니다. 제 신랑 물리학과 선배 부인이어

서     제가 이 사람을 끊임없이 압박해 여기에 끼게 된 것입니다. 미국 온 지 잘 모르나 5년쯤 된

것 같고 미시건인지에 있다가 이 곳으로 이사왔습니다. 남편이 한국 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데 본인은 여기서 살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영어도 왠만큼 하나봅니다. 한국서 특수교육전공

했다는데 여기 대학원에서 장애인관련된 뭔가를 전공하고 있답니다. 남편을 기러기시키고 딸 하나

와 미국서 살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한국가면 집도 없다고요. 애 교육도 힘들고요. 시댁은 형편

이 그만그만한가 본데 친정엄마가 의사셨답니다. 35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매일 미니스커트를 소

화시키는 패셔니스트이죠. 좀 돈이 있어보입니다. 차림새가.

 

멤버 2  - 이사갈 중문과 출신

           화통한 성격에 유머가 강점입니다. 한국서 중문과 석사까지 했다는데 남편 공부때문에 이

곳에 와서 자기도 다음 학기부터 박사과정 들어갑니다. 그래서 남편과는 주말부부해야 합니다. 남

편 학교는 이곳이고, 자기 학교는 여기서부터 차로 2~3시간 남짓 떨어진 곳이랍니다. 온 지는 역

시 한 4년쯤 되었습니다. 딸 둘인데 하나는 월 150만원의 유치원 가고 있고, 나머지 하나는 비용은

모르나 데이케어 맡기고 있습니다. 이사가면 아줌마를 쓸거라고 합니다. 시댁이나 친정 다 좀 사는

것 같아요. 미스적에 조선호텔에서 마사지 받던 얘기를 하더군요. 시댁은 3형제인데 자기네가 막

내이고, 시아버님이 큰 형은 3/6, 둘째형은 2/6, 자기네는 1/6 의 재산을 주기로 해서 열심히(?) 살

아야 한다는군요. 제가 보기엔 지금도 그 애들 유치원비만 해도 열심히 안 살아도 다 되더구만...

남편 전공은 화공과.

 

멤버 3  - 미대출신

             이 분은 남편의 직장에서 -한전- 유학을 보내줘서 온 케이스입니다. 내년에 한국 들어갑

니다. 쌍둥이 남매를 데리고 있는데 성격이 참 온화하고 여성적입니다. 별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점잖은 분입니다.  온 지 4년 되었는데 한국의 사교육때문에 내년이후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자기

는 그렇게 할 자신이 없다고요. 송파에 집은 가지고 있습니다.

 

멤버 4  -  물리학도의 부인

              현재 아들 하나인데 다음달에 출산합니다. 원래 올 12월에 한국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늦

춰져서 내년에 간답니다. 역시 150만원 하는 유치원에 애 보내고 있습니다. 시아버지가 의사시랍

니다. 들은바로는 케잌을 엄청 잘 만든다는데 본 적은 없습니다. 미국 온 지 6년. 남편 전공은 물리

 

멤버 5  - 여기서 집 산 사람.

            저는 이번주에 처음 봤습니다. 시부모님이 오셔서 지난 한달간 모임에 못나왔다고 하네

요. 남편이 여기서 취직을 했답니다. 계속 여기서 살거냐니까 그건 아니고 한 2~3년후에 들어갈거

라고 하네요. 일시불로 집 샀다니까 돈 되는 분이십니다. 이 집은 아들 하나인데 역시 150만원 유

치원에 갑니다. -저는 잘 몰랐는데 여기선 아파트 사는 사람은 빈민이라네요. 주택에 살아야 된

다네요. 이 집 아들은 미국 애들과도 플레이데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곧 갈거라면서 계속 렌트로

있지 왜 집을 샀는지는 모르겠습니다.아직 친하지도 않고 묻기도 그래서-  미국 온 지는 6년인가

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멤버 6  - 공립유치원 보내는 엄마

             왜 이걸 강조하냐면 공립 유치원은 무료이기 때문입니다. 대신 봐주는 시간도 짧습니다.

9시부터 11시 30분까지. 거주하는 아파트도 이 지역에서 제일 렌트비가 싼 곳입니다. 그래서 형편

이 다른 사람과는 달리 그리 넉넉하지는 않나보다 짐작하고 있습니다. 여기 보험료도 어마어마한

데 이 집 애들은 -남매- 여기서 태어난 시민권자라 이 지역 주민에게 해당하는 무료보험에 들고 있

습니다. 엄마는 논리적이고 여러 정보에 밝은 분입니다. 곧 한국에 갈 것 같습니다. 남편이 공부 끝

났다니까요. 자리 알아보는 중인가 봅니다. 온 지 7년 되었습니다. 남편 전공은 고대 서양사.

 

멤버 7  - 저입니다.

             영어 못하고 싫어하고 한국 좋아하는 엄마. 한국에 집은 가지고 있으나- 감사하게도 시

부모님이 해주셨습니다- 당장 쓸 돈은 없는, 그래서 속물스럽게 저 아줌마들의 경제력이 궁금한

사람. 

 

솔직히 저는 저 멤버들 중 3 과 6에만 뭐랄까 동질성이랄까? 신뢰랄까 하는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형편도 저랑 비슷해보이고, 사람들이 점잖아서요. 솔직히 멤버 1은 신랑 선배 부인이지만 맘에 들

지는 않습니다. 너무 미국 좋아하고, 남편이 기러기했음 좋겠다는 발언이 거의 매주 나오고 해서

요. 한국에 가면 집 없다고 하는데 여기서 집 살까 하고있고 -웃기죠? 물론 여기 집 값이 한국보다

싸긴 하겠지만- 제가 TV 광고에서 보니 미국은 보석이 싼가보다 했더니 저더러 티파니 매장에 가

보랍니다. 아시죠? 얼마나 비싼 보석가게인지. 허걱! 도대체 제 수준을 뭘로 본 겁니까?

멤버 2도 돈이 되나 봅니다. 그러니 조선호텔에서 맛사지를 받지요. 제가 잘은 모르지만 이 곳에서

박사나 포닥과정에 있으면 딱 먹고 살 만큼의 돈만 나온다고 알고 있어요. 렌트비와 본인 보험료,

그리고 식비정도요. 애들 교육비까지 안됩니다.  근데 그 비싼 유치원 -하긴 여긴 공립 유치원 아

니면 다 비싸긴 하지요. 싼 데가 한 달에 60만원이니까요. 근데 거긴 오전만 봐줘요. 이 150만원짜

리는 오후 3시까지 봐줘요. 그 중간 값은 잘 모르겠어요. 이 동네 사립 유치원이라고도 3개밖에 없

으니까요. 공립 3개랑. 근데 공립은 신청도 미리 해야하고 그런가봐요. 봐주는 시간도 짧고- 보내

고 둘째도 데이케어 맡기고 하니까요. 그래서인지 저랑 이질감이 느껴집니다. 

멤버 4도 시아버지 힘으로 남편이 군대도 기무사로 갔다왔다니 돈 되는 집입니다. 멤버 1. 4, 5는

모두 여기서 현지인한테 영어 과외도 받고 있거나 과거에 받았습니다. 지금 안 받는 사람은 영어

되서 졸업했나봐요.

멤버 5도 한 번밖에 못 봐서 잘 모르겠는데 분위기 상당히 돈 있어뵙니다. 지난달 시부모님과 동서

내외가 놀러와서 한달 있다갔는데 그동안 월세로 집 구해서 따로 있었다니까요. 그리고 한국서 돈

보내서 일시불로 이 동네 3층집을 샀답니다. 그 집 아들은 자기 집에 화장실이 3개라고 자랑하더군

요.

이러니 제가 이런 분위기에 잘 적응 안되지요. 근데 웃기는 것은 이 사람들이 지금 한국서 한다는

드라마 강남엄마인지 뭔지를 보면서 신세 한탄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자기들은 한국에 집도 없

다고요. 10억 생기면 뭐하냐고요. 강남에 전세밖에 못가는데 하면서요. 제가 보기엔 돈이 없어서

한국에 집이 없는게 아니라 살 필요를 못느껴서, 아님 귀국한 다음에 사려고 안사고 온 것 같은데

말예요. 물론 그 사이에 한국이 집 값이 많이 올라서 속이야 쓰리겠지만요. 허나 이게 돈 없는 사람

들의 생활스타일입니까?

시부모님 덕분에 서울에 집은 있으나 쓸 돈이 없는 저는 여기서 드는 천문학적인 생활비에 한숨이

나오는데 -렌트비, 보험료, 애들 교육비, 생활비등. 곧 보험은 온 가족이 다 여행자보험으로 바꿀

거고, 아파트는 렌트비 싼 곳으로 이사하려고 지금 알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식비는 한국마켓가서

장보는 관계로 좀 많이 나오긴 하지만 대신 여기 온 이래 외식 한번 안하고 살고 있습니다. 그러니

한 번 외식하면 수십불은 기본으로 나오는 다른집보다 식비가 적게 들걸요? 냉면만 사먹어도 15불

이라는데- 비싼 유치원 보내고 매일 원피스에 미니스커트로 우아하게 옷 차려입고 나오는 그들은

집 없다고 돈 없다고 고생하는 유학생부인이라고 신세한탄입니다.

솔직히 제가 있어보니 한국보다 고생은 하지요. 저만 해도 안하던 김치 담그기에 제과, 새벽부터

일어나 도시락싸고 있으니까요. -여기 유치원은 다 도시락 집에서 싸오라고 하네요. 또 줘도 입맛

이 안맞아 못먹기도 하겠지만요- 그래도 저 위의 부인들이 크게 고생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말예

요. 육체적으로는 한국보다 힘들겠지만 어쨌건 저 빼고는 다 미국 좋아하고, 또 경제적으로 다 여

유있어보이니 말예요.

신랑에게 말했죠. 내가 한국에 있다면 결코 같이 놀 지 않았을 사람들이라고요.

아, 사람이 그립다보니 제가 선택을 할 수가 없네요. 더구나 여긴 교민이 사는 지역도 아니니 말예

요. 다른 한국 사람도 있긴 하겠지만 모르는 걸 어쩝니까. 누가 소개시켜주지도 않고요. 전에 있던

신랑 친구 부인은 그런 점에서 검소하고 -한국에서 돈 보내주는 사람이 없어서 정말 알뜰하게 살

거든요. 김치, 빵 다 만들어먹고 옷도 싼 것만 사고, 무료입장일만 챙겨서 나들이가고- 혼자 노는

것을 좋아하는 스타일이긴 하지만 -저 위의 사람들과 어찌 어울릴 수 있겠어요? 돈 안되고 기분 상

하고- 저랑 잘 맞았는데 이제 샌프란시스코로 이사가서 볼 수 없고요.

 

겨우 친구먹고 놀아주는데 험담이라고요? 그래서 제목 달았잖아요. 뒷담화. 험담, 뭐 이렇게요.

아, 한국의 제 친구들이 그립습니다. 어쩔수 없이 같이 노는 친구 아닌 제가 저와 뜻 맞아서 선택한

제 친구들이요. 같이 놀지말라고요? 그럼 정말 우울증 걸릴거예요. 아는 한국인 하나 없이, 정보는

어디서 얻고 하라고요?

원래도 별로 좋아하지 않던 성향의 사람들이었는데 딸 일로-영어만 쓰면서 우리 딸이랑 안노는-

더욱 비호감 되었어요.

우리 딸은 언제쯤 이 냉혹한 현실을 깨닫고 영어를 배울까요? 

저는 언제쯤 이 곳이 좋아질까요?

저 사람들이랑은 친해질 수 있을까요?


댓글(8)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07-07-09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전..제가 그 어떤 행동을 하던간에 그걸 선의로 해석해줄 수 있고, 서로를 존중하고, 걱정하고 같이 기뻐하는 그런 대상만 친구일 뿐 친한거랑은 또 다른거라고 생각하는데요. 긍까, 같이 밥먹자 뭐하자 몰려다니는 식은 친한거지 친구는 아니니까요. 지금 말씀하시는거 들었는데 좀 같이 지내기엔 엄살이 많으신거 같습니다. 글도 유학생 생활은 마음도 몸도 힘든거 (저희 둘째 언니네 봐서) 압니다만...그냥 니네는 그래라...그러면서 지내셔야 할 거 같아요. 그래도 같이 안노는 무리라도 친해두면 도움은 되더라구요. 인맥관리...여하간, 서재에서 이렇게 뒷담화하시고 스트레스 해소하셔요 ^^ 아참, 전 새초롬너구리라고 합니다.

미즈행복 2007-07-09 23:10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새초롬너구리님!!!
좋은 고언 잘 새겨듣겠습니다.
새초롬너구리님 말씀대로 그렇게 살아야지 어쩌겠어요?
애들 키우는 정보도 들어야하고 그러니말예요.
사람이란게 거기서 거긴데 어쩜 저도 그 사람들처럼 가진게 많았으면 거들먹거렸을수도 있겠죠. 때론 그래서 물질적으로 가진게 너무 많지는 않음에 -그래도 저는 집을 가졌으니 그것만으로도 사실 죄송스럽고 황송해요- 감사한답니다. 좀 없어야 이해의 폭이나마 좀 넓어지는것 같아요.
새초롬너구리님!
이름이 너무 예뻐요^^

비로그인 2007-07-10 10:01   좋아요 0 | URL
좀 같이 지내기엔 (그분들) 엄살이 많으신거 같습니다....저거 빠졌습니다 ^^

부리 2007-07-09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이 그립지만 선택할 수가 없다는 말에 가슴이 아파옵니다. 선택할 수 없음이 잘 안맞는 사람과도 잘 지낼 수 있게 해줄 수 있을까요......

미즈행복 2007-07-09 23:04   좋아요 0 | URL
그래도 부리님이 놀러도 오시고 관심을 가져주시니 이 어찌 반갑지 않을수 있겠습니까?
한편 생각해보면 다른 내세울 것 없는(?) 멤버들도 그냥 조용히 남들 얘기 잘 듣다가 오는데 저만 까탈에 투정인 것도 같네요.
이것도 세상사 공부겠지요.
부리님도 예전에 2차 가자는 친구들 투정하셨잖아요~^^

비로그인 2007-07-09 23:55   좋아요 0 | URL
거참, 이상하게 제가 가는 길에 꼭 부리님이 따라오시고 말이죠....하하하하

2007-07-10 16: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즈행복 2007-07-11 21:12   좋아요 0 | URL
속삭인 친구야.
나도 나이지만 너무 심심해하는 지현이때문에 그 모임에 끼려고 한 것이라 -물론 그애들이
영어로 놀 줄 몰랐지- 애들때문에라도 가긴 가야지. 지현이 나이도 있는데 친구 없이
매일 혼자 놀긴 그렇잖아. 영어를 하게 되면 여기 애들과 놀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건 지금은 친구가 없잖아.
현지인과 놀기엔 내 영어가 너무 안되서 사귈 수가 없어. 그리고 어디서 사귀니?
유치원에서 애 데려다줄 때 잠깐 보는 엄마들과?
다들 바쁠걸?
여기서 미국애랑 플레이데이트 하는 한국애를 봤는데 애들만 만나더라고. 엄마는 데려다주고
데리고오기만 하고. 엄마 친구는 엄마 친구, 애 친구는 애 친구 구별하나봐. 그 엄마는
영어도 되는 엄마인데 말야. 내년이후에나 좋은 동네로 가길 바래야지. 고마워.
 
캐비닛 - 제12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김언수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선전과 찬사가 요란하던 이 책을 구입하고도 읽지 않은채로 있다가 이번에 읽게 되었다.

명불허전이라고, 과연 '구라가 일품이고' 상상력이 놀랍고, '곰탕그릇에 잘못 담겨진 냉면을 냉면이 아니라 잘못 만들어진 곰탕'이라고 말할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도대체 이런 뚱딴지 같은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제도권 교육하에서도 이런 상상력이 나올 수 있는 것일까? -작가는 우리나라 제도권 교육하에서 공부를 잘 안하고 책보고 글쓰고 놀다가,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가 이런 글을 쓰게 될 수 있었을까?-

나는 예전부터 톨스토이의 제목도 기억 안나는 책속의 -바보이반이던가?- 악마가 부러웠다. 그 악마는 이반의(?) 삼형제를 각자 꼬시는데 이반을 담당한 악마가 실패하자 이반의 형들을 담당한 악마가 차례로 이반을 꼬셔본다. 그러다 다 실패하고 땅위에 구멍 하나로 존재의 흔적을 남기고 땅속으로 꺼진다. 나는 악마의 유혹을 견뎌낸 성실하고 바보같고 무던한 이반이 부러웠던게 아니라 땅 속으로 구멍하나만을 남긴채 사라질 수 있었던 그 악마들이 너무 부러웠다. 나도 구멍 하나만을 남기고 땅 속으로 그냥 꺼지고 싶었다. 사라지고 싶었다.

캐비닛의 여러 심토마중 나는 타임스키퍼가 내가 부러워하던 악마들과 닮아있어서 부러웠다. 물론 타임스키퍼들의 행동은 그들의 의지와는 무관하다. 그들은 피해자이다. 하지만 그런 꿈을 한번쯤 꾸어보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시험이 코앞에 닥쳤는데 준비는 하나도 안 되어 있는 학생, 나가기 싫은 선자리에 억지로 끌려가게 된 아가씨, 군 입대가 목전에 당도한 청년, 부도처리 위기를 하루하루 숨이 턱에 차 넘기는 사장, 매일같이 술취한 폭력남편에게 얻어맞는 부인...

이런 소설의 끝은 도대체 어떤 결말일까 읽는 동안 궁금했는데, 이 소설의 결말은 이 소설답다. 너무 딱 들어맞는 결말이다. 이 결말을 안 지금, 이런 결말 이외의 결말은 상상이 안된다.

3년을 쳐박혀 글만 읽고 쓴다고 모두가 이런 글이 나오는 것은 아닐것이다. 대단한 작가다. 문학동네 신인작가는 대체로 다 나를 만족시킨다. 이런 대형신인들이 언제까지 계속 나올 것인지, 이런 작가들의 책을 계속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이 매우 만족스럽다. 후속타불발로 끝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란여우 2007-07-08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당근 하나로 일주일을 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직장을 때려친 2년전부터 몸이 장난아니게 붑니다.
예전 옷들을 거의 입지 못할 지경에 이르고 있다지요..흑흑

이 소설의 작가가 신난한 인생을 살아와서 그런지 글은 구라로 멀리 붕 뜬것같은
이야기를 그립니다만,
저는 그게 우리들의 그렇고 그런 희망사항의 집합체가 아닐까 여겨요.
이 작가의 책이 더 많이 팔려서 생계 걱정을 더는 작가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미즈행복 2007-07-08 13:41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이런 작가들의 책이 많이 팔려서 제발 생계걱정 없이 좋은 글에 전념할 수 있기를 바래요.
며칠전 시비돌이님의 서재를 구경갔다가 언젠가의 기록에서 그 달의 수입이 24만원이란 글을 읽고 하루종일 제 마음이 우울했어요.
한 달에 100만원, 아니 50만원이라도 고정수입이 있었으면 하는 작가들의 바램이 너무 슬퍼요.
다시 근본적인 멍청한 질문이 생기네요.
돈은 뭘까요?
 

여기에 3월말에 왔습니다. 신랑은 작년 여름에 먼저 왔지만 영어를 못한다는 이유로 미국 오기를

싫어했던 저는 밍기적 거리다가 올 봄에 왔습니다. 이즈음에서 하기 싫은 고백을 해야겠군요.

 

제 신랑은 원래 물리학도였습니다. 근데 저랑 사귀면서 제가 경영학도로 바꿔놓았지요. 철없던 그

때, 제게 물리학도는 장래가 좀 안좋아보이는 그런 존재여서 장래가 촉망되는(?) 경영학도로 바꾸

어 놓은 것이었죠. 여기서 제 업보가 시작됩니다.

 

경영학도가 되어 회계법인에 취직한 신랑은 살인적인 업무량과 하는 일의 비호감이 겹쳐져서- 주

말에도 나가서 일했고 감사기간에는 새벽 2~3시가 기본귀가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분식회계를

발견하지 못할까봐 후배가 해 놓은 것도 다시 보고 하는 꼼꼼한 성격때문에 일이 더 늘었고요.

언젠가 한탄조로 제게 말하더군요. 회계사가 뭐 하는 직업인지 알았다면 결코 하지 않았을거라고.

저는 할 말이 없었습니다. 장래가 촉망되던 물리학도 하나의 인생을 망쳐놓은 것이지요- 결국은

작년에 그만두고 미국에 공부하러 온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여기 몇년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는 것

이지요.

 

여기 와서 저는 너무 우울했습니다. 아는 사람도 없고, 갈 곳도 없고 정말 미칠 지경이었습니다. 더

구나 영어도 못하고!!! -영어는 제가 너무 싫어하던 과목이었지요- 겨우 신랑 친구 부인 하나 사귀

었는데 그녀는 지난달 샌프란시스코로 이사했고, 또하나 알게된 신랑 선배 부인은 자기가 대학원

다니느라 바빴습니다.  그녀가 매주 금요일 다른 한국인 5명과 함께 애들의 플레이 데이트를 한다

는 것을 알고 저는 유치원도 마감이라 못가고 심심해하는 우리 애들을 위해 그 그룹에 끼기 위해

애썼습니다. 이미 엄마 6명에 애들 9명이라 너무 인원이 많다며 난감해하는 그녀를 공략하고, 그룹

내 다른 엄마를 개인적으로 소개받아 하나 둘 씩 알아가다가 결국 지난달 그 그룹에 공식적으로(?)

끼게 되었지요. 한명이 여기서 자기 공부를 시작해 다음달에 박사과정하러 이사를 가서 공석이 생

기게 되어 끼게 된 것이지요. -제가 거주하는 곳은 학교 근처라 여기 있는 한국 사람은 다 유학생

가족입니다-

 

저는 너무 기뻤습니다. 수다 떨 상대가 생겼고, 애들도 놀 친구가 생겼으니까요. 이 집, 저 집을 돌

아다니다가 이번주 드디어 저희집 차례가 되었습니다. 전날부터 고구마 완자전과 잡채, 감자 샐러

드를 준비하고 미숫가루 타놓고 애들 과자와 매일 바이오 야쿠르트까지 사놓고 준비를 했죠. 애들

에게 장난감도 나눠쓰라고 당부하고요.

근데 언제 친구들 오냐며 매일 기대하던 딸이 점차 딴지를 걸며 걸핏하면 울고 친구들에게 자기 물

건도 못 만지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나중에 한 남자 아이는 저희집에 오기 싫다고, 제 딸이 물

건을 못 만지게 하니 나중에 자기 집에 오면 자기 물건도 못 만지게 하겠다며 불평을 해댔습니다.

친구들이 모두 간 후 너무 화가 난 제가 거의 광분상태로 딸을 몰아붙였습니다. 히스테리컬하게 소

리지르고, 왜그랬냐며 나무래고 거의 발악을 했습니다. 너무 너무 화가 나 신랑에게 전화해 집을

정리하게 하고 저녁도 안 차리고 울다 지쳐 잠든 아이들을 팽개치고 잠이 들었습니다.  

새벽에 잠시 잠이 깨 설거지를 하고 책을 읽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애들 보기가 싫어 아침도 안

줬습니다. 그냥 책을 봤습니다 .나중에 신랑을 통해 알게된 딸의 행동에 대한 이유는 애들이 영어

말만 해서 자기가 같이 놀 수가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놀 친구 만들어주려고 그 모임에 끼려고 노력했는데 그 애들도 한국애들임에도 불구하고 여

기서 산 지 벌써 짧게는 3년에서 5년씩 되어가니 한국말보다는 영어가 더 편안하고, 그러니 한국애

들 만나서 노는 모임에서도 영어로 말하며 노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제 딸에게는 미국 애들과 차

이가 없겠지요. 영어를 못하고 못 알아들으니 자기만 왕따되는 기분이었겠지요.

 

안그래도 share 하지 않는다고 비난 들은 겨우 6살의 딸에게 한 제 행동이 옳았나에 대해 자기환

멸이 들던터에 들은 그 얘기는 저를 너무 슬프게 했습니다. 물론 여태까지 다른 집에서 놀 때도 그

애들은 영어와 한국말을 섞어 쓰긴 했습니다. 근데 그 모임에서 특별히 궁짝이 잘 맞는 두 여자애

가 있는데 여태까지는 둘 중 하나가 무슨 이유엔가로 번갈아 빠졌었는데 이번주에는 모처럼 만나

자기들끼리 더욱 영어만 쓰면서 신나게 놀았던 것입니다. 그러니 자기가 아끼는 공주 스티커도 주

고 다 나눠준 우리 딸 입장에서 점차 화가 나서 다 못 만지게 하게 된 것입니다.

 

딸의 입장도 이해하고, 그래도 친구 없이 혼자 놀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나눠쓰는 법도 배우고 해

야하니 모임에도 가야할 것 같고, 잘 다독이지 못하고 광분한 제 자신도 너무 싫고, 무슨 영화를 보

자고 여기 와서 이렇게 살아야하나 싶기도 하고 -다 소싯적 제 판단 착오로 인한 업보이니 제가 무

슨 말을 하겠습니까!- 너무 우울한 하루입니다.

 

부모노릇은 너무 힘듭니다. 특히 성격 급하고 더러운 저같은 사람에게는 더욱 더!!!

 

여기 올 때 애들 영어 배워오겠다고 부러워한 사람들에게 제가 말했습니다. 한국서 영어 배우는게

미국서 애들이 국어, 수학배우는 것 보다 쉽다고. 영어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겠지만 이 6살 애에

게 이렇게 감당하기 힘든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면서 배우게 할만큼 중요한 것인가요? 물론 저희는

애 영어 배우게 하려고 온 게 아니니 때려치고 갈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한국 가야하고, 한

국 학교 보내야하니까 저는 나중에 애들 국어 수학도 가르쳐야 합니다. 안그래도 지금 유치원에 겨

우 주 3일  하루 3시간 가는 것도 매일 울면서 가는 제 딸이, 한국서 한국 유치원 다니고싶다는 제

딸이 언제 한국 친구들과 영어로 말하며 노는 것을 받아들이게 될까요? 

 

저는 집으로 가고 싶습니다. 오늘은 한국이 더욱 그리워지네요. 신랑도 좋아서 온 게 아닌, 먹고 살

기 위해 마지막 선택을 하고 온 이 곳, 모두가 영어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이 곳, 다른 사람들은 어

떻게 저와 달리 이 곳에 잘(?) 적응하고 살아갈까요?

저는 여러분이 있는 그 곳이 너무 그립습니다. 하루 빨리 돌아가고 싶어요.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파란여우 2007-07-08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즈행복님의 우울한 영어 소식을 들으니 또 이넘의 나라 영어광풍이
거기까지 가서도 부모들과 아이들을 힘들게 한다는 생각에 울화가 치미는군요.
근데 그 나라가서 그 땅의 언어를 사용하는 일이니 또 뭐라 말씀을 드릴까요.
어린 딸내미도 딸내미지만 님께서 먼저 적응을 잘 하셔야 할텐데 참 난감합니다.
쉬운 말로 힘내세요! 하는 말씀은 드리지 않을래요.
살다보니까-이 과정이 딱히 쉽지 않죠-살아지더라는 그런 말 있잖아요.
힘드시겠지만 맛난 빵 덩어리 하나 구우셔서 가족들끼리 웃는 식탁을 기원해봅니다.

미즈행복 2007-07-08 13:30   좋아요 0 | URL
님의 따뜻한 글이 제 원기를 회복시켜주네요.
다들 그러죠. 애들은 영어 금방 배운다고...
어른도 스트레스가 많은데 그 어린애들은 오죽할까요?
근데 제 성격이 뭣같아서 따뜻한 위로가 나가는 대신 항상 짜증과 화가 먼저 나서 소리지르고 윽박지르로 뒤돌아서 매일 후회를 하네요.
자신의 감정을 다스릴 수 있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훈련받아야 할 덕목같아요.
근데 애들 노는 것을 부모가 강제할 수는 없지만, 한글을 사용하게 해야하는 것 아녜요?
어차피 영어는 유치원이나 학교가면 매일 쓰는 건데, 한국 친구 만나는 모임인데...
한 모녀는 자기들끼리도 영어로 말하니 제가 할 말은 없지만...
저는 영어를 못해 반미라서 그런 친미주의자들과 놀아야 하는것도 짜증입니다.

비로그인 2007-07-09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마실 다니시다 보면 미즈행복님처럼 좋은 부모되기에 고심하시는
많은 좋은 엄마들을 만나실 수 있을 거예요.
또한 책도 많이 읽고, 재주도 많으신 분들이라
전 언제쯤 서재에 계신 엄마들처럼 수퍼우먼이 될 수 있을까 생각도 합니다.
미즈행복님이 계신 알라딘서재는
그래서 참 좋은 서재라는거 ^^(광고쟁이 같네요 ㅋㅋ)

미즈행복 2007-07-09 22:51   좋아요 0 | URL
저는 좋은 엄마는 못되어요. 변명이 아니라 진짜로 성격이 너무 급해서.
그래서 항상 저지른 뒤에 후회를 하지요.
아마 제 아이들이 상처를 많이 받을거예요.
부모, 자식관계를 떠나 한 인격으로 존중해야 하는데 말예요.
그래도 님들이 계셔서 정말 좋네요.
마태우스님 서재 소개글처럼 님들이 계셔서 외로움이 덜어져요.
이 따스한 온라인 공간이 제게 너무나 소중하네요.
체셔님의 서재가 제 놀이터인건 아시죠?
 

음, 이게 왠 재수 없는 일이랍니까?

어제 다운타운에 나가는 길이었습니다.  저희 차선 앞에서 한 차량이 좌회전 차선으로 비스듬히 끼

어들기를 해서 저희는 직진하지 못하고 정차에 가까운 서행중이었는데, 갑자기 느껴지는 쿵하는

소리와 충격! 바로 뒷차가 저희차를 받은 것이었습니다. 으이크!!!

민소매 티셔츠에 반바지를 입은 백인 남자가 내리더니 뭐라고 하더군요. 경찰은 아니고 교통통제

하던 사람이 좌회전해서 차 빼서 얘기하라고 해서 차를 일단 뺀 뒤 사고낸 그의 변명같은 소리를

듣고, 그의 연락처와 보험회사 등 필요한 사항을 적었습니다. 아주 기분 잡쳤습니다. 남들은 미국

서 십몇년씩 살아도 아무 일 없는데 고작 미국 온 지 석달만에 교통사고라니!!!

애들은 카시트에서 자고 있다가 부딪혔을 때의 충격으로 잠시 눈 뜨더니 다시 잠들어버렸습니다.

아는 사람에게 전화로 물어보니 응급상황은 아니니 보험사에 전화는 월요일에 하라고 해서 -어제

는 일요일이었습니다- 다른 할 일도 없고 예정대로 그냥 다운타운에 가서 그릇을 사고 좀 돌아다

녔습니다. 사고낸 사람이 보험사로 처리하든지, 직접 하든지 맘대로 하라고 했을때 보험사를 통해

서 하겠다고 말하고, 애들이 어떤지 병원에 가볼 수도 있다고 하니 갑자기 놀라고 겁먹은 표정을

하며 자기는 천천히 달렸는데 어쩌구 저쩌구 했습니다. 근데 사실 한국에서도 한번 빙판에 미끄러

져 논두렁에 차가 뒤집어지며 굴렀을 때도 병원에 가니 아무 이상은 없다고 했었거든요. 근데 병원

다니기 힘든 미국에서 만사가 귀찮아서 크게 아픈데도 없고, 애들도 깨서 잘 노는 것 같아 그냥 병

원은 안가기로 했습니다. 한국 같았으면 바로 그냥이라도 한번 가봤을텐데요. -여긴 그냥 바로 갈

수 있는데는 비싼 응급실밖에 없잖아요. 예약도 귀찮고 어느과로 가야할 지도 모르겠고 해서-

오늘 보험사에 연락하니 차는 수요일에 수리 맡기라고 하고 -비싼 차는 아니지만 그래도 산 지 4달

밖에 안된 새 차인데!!!- 그동안 렌트는 알아서 우리 돈으로 우선 하고 나중에 영수증 보내면 그 쪽

보험사 통해 받아다 준답니다. 근데 한 6개월 걸린다는군요. 허걱!!!  뭐 이렇게 느려터진 일처리가

다 있어? 야 한국같았어봐라. 당장 다 해결되지!!!

오늘이 되니 뒷목이 당기는 것 같은게 영 찜찜하네요. 안그래도 저는 목이 좀 안 좋은데 말예요.

아유, 짜증나.

한국이라고 교통사고 안나는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짜증나요. 안그래도 미국 싫어하는데 더 싫어졌

어요. 아. 한국 가고파.

-신랑 친구는 여기 시카고가 서울보다 운전하기 더 힘들다고 하네요. 사람마다 느끼는 개인차는

다르겠지만 말예요. 누구는 더 편하다고도 하니까요. 하지만 대도시라서인지 시골같지는 않답니

다. 고속도로는 정말 빨리 달려서 특히 밤에는 차선 바꿔서 빠져나가기도 힘들다고 하네요. 신랑

친구는 그래서 빠져나가야 하는데서 지나쳤다고 해요. 깜박이 켜도 양보도 안해주고 빨리 달려서

요. 다운타운도 여유있게 양보해주는 차량은 없어요. 빨리빨리 가지 않으면 경적 울리고 난리예요.

대도시는 어느 곳이나 다 비슷한가봐요. 특별히 서울사람들만 성격급하게 운전하는게 아니라요.-

찌그러진 차의 사진을 올리지 못하는게 좀 아쉽네요. 전에 한번 언급했듯이 디카는 있는데 연결하

는 케이블이 없어서요. 우리 아들은 차가 찌그러진게 신기한지, 자고 일어나서 찌그러진 차의 후미

를 보며 연신 우리차가 찌그러졌어를 연발하고 있습니다. 근데 차사고가 나서 우리차가 찌그러졌

다고 하니 우리 아들의 첫 반응이 뭔지 아세요? 바로 '그래서 미안하다고 했어?' 였답니다. 우리는

속이 터지는데 우리 아들은 그 사람이 미안하다고 했는지가 궁금했나봅니다. 그렇다고 대답하니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다시 찌그러진 차 얘기를 하네요. 근데 저는 왜 미안하다는 말로만으로는 기

분이 좋아지지 않는 것일까요?


댓글(9)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07-06-26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보통 미국에 간 사람들은 미국예찬론자가 되던데 행복님은 점점 애국자가 되가시는군요. 운전은 어디서나 조심하셔야 할 거예요 우리나라나 남의 나라나...:)
큰 사고 아니었기에 다행입니다.
미안하다가 얼마만큼의 진심과 사죄의 뉘앙스를 담았느냐가 중요하긴 한데
그래도 마음푸시는 게 여러모로 좋을 거 같아요
오겡끼데스까~~~ ^^

미즈행복 2007-06-28 0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원래 미국을 안 좋아했고, 미국 오는 것도 너무 싫어해서 애 아빠가 먼저 미국가고 저희 가족은 6개월 늦게 온거예요.
여기 몇 아는 한국인이 미국 예찬론자가 된 것은 오로지 시댁가기 싫어서더라고요. 여기 있음 가끔만 봐도 되는데 한국 가면 자주 본다고 말예요.
글쎄, 그것 외에 미국이 특별히 뭐 더 좋은게 있나요? 영어도 못하면서?
전에도 썼듯이 아줌마들 놀기에는 한국이 천국인데요?
전혀 모르겠네요. 아, 미국이 좋은 이유? 전에 치과의사는 교육을 꼽았죠.
여기서는 못하는 애도 잘 이끌어준다고. 근데 아직 제 애들이 학교교육 받을만큼
나이를 먹지 않아서 그건 실감이 안나네요.
체셔님도 항상 건강 조심~

또리 2007-06-29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일이 있었구나..
휴우,, 그만하니 천만다행이다..
조심, 또 조심하기를 바래..

찌그러진 차를 보고 신기해하는
지현이와 우준이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우준아,, 이리와봐... 차가 이상해"
"어,, 진짜네.. 찌그러졌어...
엄마가 이렇게 만든거야? 예전이 더 이뻐.. 다시 바꿔" ㅋㅋ

블로그 하나 소개해줄게...
정신 없어 들어가 볼 시간도 없을지 모르지만
글의 느낌이나 분위기가 너무 좋아...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 나오지만
지치고 힘들때 들어가서 많은 힘을받고와..

http://biglips.pe.kr/marvin

건강히 잘 지내기를!!

부리 2007-07-02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 그런 일이 있으셨는데 제가 몰랐네요. 죄송합니다. 정말 속상하시겠어요. 차도 아깝지만 무엇보다 그 가늘고 긴 목이... 저도 무지 속상합니다. 느려터진 일처리 하며 잘못한 남자가 그다지 반성하는 것 같지도 않아서요..... 진심을 담은 사과, 아드님도 그걸 지적한 게 아닐까요??

미즈행복 2007-07-03 22:04   좋아요 0 | URL
걱정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 얘기를 들으니 저희는 다행인 경우였어요.
뒷차가 무리하게 끼어들다가 박아서 중앙선을 넘어가 차를 폐차시킨 경우도 있고,
보험 안 든 차에 추돌사고 당해서 한 푼 보상도 못 받고 자기 돈으로 수리하거나
그냥 다니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보험 안 든 차와 사고나면 경찰에 연락해 그 사람을 형사처벌 하는 수 밖에 다른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경우는 없다는군요. 원래 돈이 없는 사람이니 보험에 안 들었고,
그래서 자기 돈으로 물어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군요.
제가 아는 사람은 그래서 그냥 가라고 봐줬대요. 그 사람 감옥에 집어넣어서 뭐하겠냐며-
좋은 나날 보내세요!

마태우스 2007-07-02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저도 몰랐어요 님이 손가락 하나라도 다치면 제가 너무 슬픈데...흑. 앞으로 님한테 관심을 아주 많이 가질께요.... 어여 회복하시고 차도 더 멋지게 고치시길

미즈행복 2007-07-03 22:00   좋아요 0 | URL
어머나!
주말을 맞이해 좀 놀러다니느라 서재에 못 왔었는데 반가운 마태님의 댓글이!!!
마태님, 제가 방명록에 남긴 글은 보셨나요?
마태님의 글을 보니 원기왕성, 생기발랄해지는 것 같아요.
역시 마태님은 정말 저의 스타이십니다.
반가와요!!!
저야 잘 있죠. 다친게 없으니 회복될 것도 없고요.
다시 힘내서 김치담그고 별 짓 다 하고 있어요.

마태우스 2007-07-06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명록 봤지요. 그런데...그 고운 섬섬옥수로 김치 담그고 있다니 더 마음이 아파요. 제가 맛있는 종가집 김치 보내드리고파요. 흑흑

미즈행복 2007-07-08 10:44   좋아요 0 | URL
마태님의 관심 너무 감사해요!!!
근데 여기서도 종가집 김치는 팔아요.
다만 제 입맛에는 풀무원보다 못한데, 풀무원은 항상 갈때마다 있는게 아니더라고요.
어떤 날은 있고, 어떤 날은 없고 해서 없으면 어쩔 수 없이 MSG가 들어간 현지 제조
김치를 먹어야해서 담가본 것이거든요.
지금까지 2번 담갔는데 다 실패!
처음은 너무 짜게 절여져서, 두번째는 덜 절여져서.
아~ 어려운 김치달인의 길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