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놀이그룹 사건은 그 모임에 끼기는 했으나 이질감을 느끼던 제게 그 일원의 뒷담화를 써야지
하는 치사한 생각을 떠오르게 했습니다.
모임의 인원은 현재 총 7명. 이 중 한 명은 8월에 다른 지역으로 이사가게 됩니다.
멤버 1 - 신랑 선배 부인.
이 사람이 이 모임을 거의 2년 반 전 주도했습니다. 제 신랑 물리학과 선배 부인이어
서 제가 이 사람을 끊임없이 압박해 여기에 끼게 된 것입니다. 미국 온 지 잘 모르나 5년쯤 된
것 같고 미시건인지에 있다가 이 곳으로 이사왔습니다. 남편이 한국 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데 본인은 여기서 살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영어도 왠만큼 하나봅니다. 한국서 특수교육전공
했다는데 여기 대학원에서 장애인관련된 뭔가를 전공하고 있답니다. 남편을 기러기시키고 딸 하나
와 미국서 살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한국가면 집도 없다고요. 애 교육도 힘들고요. 시댁은 형편
이 그만그만한가 본데 친정엄마가 의사셨답니다. 35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매일 미니스커트를 소
화시키는 패셔니스트이죠. 좀 돈이 있어보입니다. 차림새가.
멤버 2 - 이사갈 중문과 출신
화통한 성격에 유머가 강점입니다. 한국서 중문과 석사까지 했다는데 남편 공부때문에 이
곳에 와서 자기도 다음 학기부터 박사과정 들어갑니다. 그래서 남편과는 주말부부해야 합니다. 남
편 학교는 이곳이고, 자기 학교는 여기서부터 차로 2~3시간 남짓 떨어진 곳이랍니다. 온 지는 역
시 한 4년쯤 되었습니다. 딸 둘인데 하나는 월 150만원의 유치원 가고 있고, 나머지 하나는 비용은
모르나 데이케어 맡기고 있습니다. 이사가면 아줌마를 쓸거라고 합니다. 시댁이나 친정 다 좀 사는
것 같아요. 미스적에 조선호텔에서 마사지 받던 얘기를 하더군요. 시댁은 3형제인데 자기네가 막
내이고, 시아버님이 큰 형은 3/6, 둘째형은 2/6, 자기네는 1/6 의 재산을 주기로 해서 열심히(?) 살
아야 한다는군요. 제가 보기엔 지금도 그 애들 유치원비만 해도 열심히 안 살아도 다 되더구만...
남편 전공은 화공과.
멤버 3 - 미대출신
이 분은 남편의 직장에서 -한전- 유학을 보내줘서 온 케이스입니다. 내년에 한국 들어갑
니다. 쌍둥이 남매를 데리고 있는데 성격이 참 온화하고 여성적입니다. 별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점잖은 분입니다. 온 지 4년 되었는데 한국의 사교육때문에 내년이후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자기
는 그렇게 할 자신이 없다고요. 송파에 집은 가지고 있습니다.
멤버 4 - 물리학도의 부인
현재 아들 하나인데 다음달에 출산합니다. 원래 올 12월에 한국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늦
춰져서 내년에 간답니다. 역시 150만원 하는 유치원에 애 보내고 있습니다. 시아버지가 의사시랍
니다. 들은바로는 케잌을 엄청 잘 만든다는데 본 적은 없습니다. 미국 온 지 6년. 남편 전공은 물리
학
멤버 5 - 여기서 집 산 사람.
저는 이번주에 처음 봤습니다. 시부모님이 오셔서 지난 한달간 모임에 못나왔다고 하네
요. 남편이 여기서 취직을 했답니다. 계속 여기서 살거냐니까 그건 아니고 한 2~3년후에 들어갈거
라고 하네요. 일시불로 집 샀다니까 돈 되는 분이십니다. 이 집은 아들 하나인데 역시 150만원 유
치원에 갑니다. -저는 잘 몰랐는데 여기선 아파트 사는 사람은 빈민이라네요. 주택에 살아야 된
다네요. 이 집 아들은 미국 애들과도 플레이데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곧 갈거라면서 계속 렌트로
있지 왜 집을 샀는지는 모르겠습니다.아직 친하지도 않고 묻기도 그래서- 미국 온 지는 6년인가
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멤버 6 - 공립유치원 보내는 엄마
왜 이걸 강조하냐면 공립 유치원은 무료이기 때문입니다. 대신 봐주는 시간도 짧습니다.
9시부터 11시 30분까지. 거주하는 아파트도 이 지역에서 제일 렌트비가 싼 곳입니다. 그래서 형편
이 다른 사람과는 달리 그리 넉넉하지는 않나보다 짐작하고 있습니다. 여기 보험료도 어마어마한
데 이 집 애들은 -남매- 여기서 태어난 시민권자라 이 지역 주민에게 해당하는 무료보험에 들고 있
습니다. 엄마는 논리적이고 여러 정보에 밝은 분입니다. 곧 한국에 갈 것 같습니다. 남편이 공부 끝
났다니까요. 자리 알아보는 중인가 봅니다. 온 지 7년 되었습니다. 남편 전공은 고대 서양사.
멤버 7 - 저입니다.
영어 못하고 싫어하고 한국 좋아하는 엄마. 한국에 집은 가지고 있으나- 감사하게도 시
부모님이 해주셨습니다- 당장 쓸 돈은 없는, 그래서 속물스럽게 저 아줌마들의 경제력이 궁금한
사람.
솔직히 저는 저 멤버들 중 3 과 6에만 뭐랄까 동질성이랄까? 신뢰랄까 하는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형편도 저랑 비슷해보이고, 사람들이 점잖아서요. 솔직히 멤버 1은 신랑 선배 부인이지만 맘에 들
지는 않습니다. 너무 미국 좋아하고, 남편이 기러기했음 좋겠다는 발언이 거의 매주 나오고 해서
요. 한국에 가면 집 없다고 하는데 여기서 집 살까 하고있고 -웃기죠? 물론 여기 집 값이 한국보다
싸긴 하겠지만- 제가 TV 광고에서 보니 미국은 보석이 싼가보다 했더니 저더러 티파니 매장에 가
보랍니다. 아시죠? 얼마나 비싼 보석가게인지. 허걱! 도대체 제 수준을 뭘로 본 겁니까?
멤버 2도 돈이 되나 봅니다. 그러니 조선호텔에서 맛사지를 받지요. 제가 잘은 모르지만 이 곳에서
박사나 포닥과정에 있으면 딱 먹고 살 만큼의 돈만 나온다고 알고 있어요. 렌트비와 본인 보험료,
그리고 식비정도요. 애들 교육비까지 안됩니다. 근데 그 비싼 유치원 -하긴 여긴 공립 유치원 아
니면 다 비싸긴 하지요. 싼 데가 한 달에 60만원이니까요. 근데 거긴 오전만 봐줘요. 이 150만원짜
리는 오후 3시까지 봐줘요. 그 중간 값은 잘 모르겠어요. 이 동네 사립 유치원이라고도 3개밖에 없
으니까요. 공립 3개랑. 근데 공립은 신청도 미리 해야하고 그런가봐요. 봐주는 시간도 짧고- 보내
고 둘째도 데이케어 맡기고 하니까요. 그래서인지 저랑 이질감이 느껴집니다.
멤버 4도 시아버지 힘으로 남편이 군대도 기무사로 갔다왔다니 돈 되는 집입니다. 멤버 1. 4, 5는
모두 여기서 현지인한테 영어 과외도 받고 있거나 과거에 받았습니다. 지금 안 받는 사람은 영어
되서 졸업했나봐요.
멤버 5도 한 번밖에 못 봐서 잘 모르겠는데 분위기 상당히 돈 있어뵙니다. 지난달 시부모님과 동서
내외가 놀러와서 한달 있다갔는데 그동안 월세로 집 구해서 따로 있었다니까요. 그리고 한국서 돈
보내서 일시불로 이 동네 3층집을 샀답니다. 그 집 아들은 자기 집에 화장실이 3개라고 자랑하더군
요.
이러니 제가 이런 분위기에 잘 적응 안되지요. 근데 웃기는 것은 이 사람들이 지금 한국서 한다는
드라마 강남엄마인지 뭔지를 보면서 신세 한탄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자기들은 한국에 집도 없
다고요. 10억 생기면 뭐하냐고요. 강남에 전세밖에 못가는데 하면서요. 제가 보기엔 돈이 없어서
한국에 집이 없는게 아니라 살 필요를 못느껴서, 아님 귀국한 다음에 사려고 안사고 온 것 같은데
말예요. 물론 그 사이에 한국이 집 값이 많이 올라서 속이야 쓰리겠지만요. 허나 이게 돈 없는 사람
들의 생활스타일입니까?
시부모님 덕분에 서울에 집은 있으나 쓸 돈이 없는 저는 여기서 드는 천문학적인 생활비에 한숨이
나오는데 -렌트비, 보험료, 애들 교육비, 생활비등. 곧 보험은 온 가족이 다 여행자보험으로 바꿀
거고, 아파트는 렌트비 싼 곳으로 이사하려고 지금 알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식비는 한국마켓가서
장보는 관계로 좀 많이 나오긴 하지만 대신 여기 온 이래 외식 한번 안하고 살고 있습니다. 그러니
한 번 외식하면 수십불은 기본으로 나오는 다른집보다 식비가 적게 들걸요? 냉면만 사먹어도 15불
이라는데- 비싼 유치원 보내고 매일 원피스에 미니스커트로 우아하게 옷 차려입고 나오는 그들은
집 없다고 돈 없다고 고생하는 유학생부인이라고 신세한탄입니다.
솔직히 제가 있어보니 한국보다 고생은 하지요. 저만 해도 안하던 김치 담그기에 제과, 새벽부터
일어나 도시락싸고 있으니까요. -여기 유치원은 다 도시락 집에서 싸오라고 하네요. 또 줘도 입맛
이 안맞아 못먹기도 하겠지만요- 그래도 저 위의 부인들이 크게 고생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말예
요. 육체적으로는 한국보다 힘들겠지만 어쨌건 저 빼고는 다 미국 좋아하고, 또 경제적으로 다 여
유있어보이니 말예요.
신랑에게 말했죠. 내가 한국에 있다면 결코 같이 놀 지 않았을 사람들이라고요.
아, 사람이 그립다보니 제가 선택을 할 수가 없네요. 더구나 여긴 교민이 사는 지역도 아니니 말예
요. 다른 한국 사람도 있긴 하겠지만 모르는 걸 어쩝니까. 누가 소개시켜주지도 않고요. 전에 있던
신랑 친구 부인은 그런 점에서 검소하고 -한국에서 돈 보내주는 사람이 없어서 정말 알뜰하게 살
거든요. 김치, 빵 다 만들어먹고 옷도 싼 것만 사고, 무료입장일만 챙겨서 나들이가고- 혼자 노는
것을 좋아하는 스타일이긴 하지만 -저 위의 사람들과 어찌 어울릴 수 있겠어요? 돈 안되고 기분 상
하고- 저랑 잘 맞았는데 이제 샌프란시스코로 이사가서 볼 수 없고요.
겨우 친구먹고 놀아주는데 험담이라고요? 그래서 제목 달았잖아요. 뒷담화. 험담, 뭐 이렇게요.
아, 한국의 제 친구들이 그립습니다. 어쩔수 없이 같이 노는 친구 아닌 제가 저와 뜻 맞아서 선택한
제 친구들이요. 같이 놀지말라고요? 그럼 정말 우울증 걸릴거예요. 아는 한국인 하나 없이, 정보는
어디서 얻고 하라고요?
원래도 별로 좋아하지 않던 성향의 사람들이었는데 딸 일로-영어만 쓰면서 우리 딸이랑 안노는-
더욱 비호감 되었어요.
우리 딸은 언제쯤 이 냉혹한 현실을 깨닫고 영어를 배울까요?
저는 언제쯤 이 곳이 좋아질까요?
저 사람들이랑은 친해질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