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이게 왠 재수 없는 일이랍니까?
어제 다운타운에 나가는 길이었습니다. 저희 차선 앞에서 한 차량이 좌회전 차선으로 비스듬히 끼
어들기를 해서 저희는 직진하지 못하고 정차에 가까운 서행중이었는데, 갑자기 느껴지는 쿵하는
소리와 충격! 바로 뒷차가 저희차를 받은 것이었습니다. 으이크!!!
민소매 티셔츠에 반바지를 입은 백인 남자가 내리더니 뭐라고 하더군요. 경찰은 아니고 교통통제
하던 사람이 좌회전해서 차 빼서 얘기하라고 해서 차를 일단 뺀 뒤 사고낸 그의 변명같은 소리를
듣고, 그의 연락처와 보험회사 등 필요한 사항을 적었습니다. 아주 기분 잡쳤습니다. 남들은 미국
서 십몇년씩 살아도 아무 일 없는데 고작 미국 온 지 석달만에 교통사고라니!!!
애들은 카시트에서 자고 있다가 부딪혔을 때의 충격으로 잠시 눈 뜨더니 다시 잠들어버렸습니다.
아는 사람에게 전화로 물어보니 응급상황은 아니니 보험사에 전화는 월요일에 하라고 해서 -어제
는 일요일이었습니다- 다른 할 일도 없고 예정대로 그냥 다운타운에 가서 그릇을 사고 좀 돌아다
녔습니다. 사고낸 사람이 보험사로 처리하든지, 직접 하든지 맘대로 하라고 했을때 보험사를 통해
서 하겠다고 말하고, 애들이 어떤지 병원에 가볼 수도 있다고 하니 갑자기 놀라고 겁먹은 표정을
하며 자기는 천천히 달렸는데 어쩌구 저쩌구 했습니다. 근데 사실 한국에서도 한번 빙판에 미끄러
져 논두렁에 차가 뒤집어지며 굴렀을 때도 병원에 가니 아무 이상은 없다고 했었거든요. 근데 병원
다니기 힘든 미국에서 만사가 귀찮아서 크게 아픈데도 없고, 애들도 깨서 잘 노는 것 같아 그냥 병
원은 안가기로 했습니다. 한국 같았으면 바로 그냥이라도 한번 가봤을텐데요. -여긴 그냥 바로 갈
수 있는데는 비싼 응급실밖에 없잖아요. 예약도 귀찮고 어느과로 가야할 지도 모르겠고 해서-
오늘 보험사에 연락하니 차는 수요일에 수리 맡기라고 하고 -비싼 차는 아니지만 그래도 산 지 4달
밖에 안된 새 차인데!!!- 그동안 렌트는 알아서 우리 돈으로 우선 하고 나중에 영수증 보내면 그 쪽
보험사 통해 받아다 준답니다. 근데 한 6개월 걸린다는군요. 허걱!!! 뭐 이렇게 느려터진 일처리가
다 있어? 야 한국같았어봐라. 당장 다 해결되지!!!
오늘이 되니 뒷목이 당기는 것 같은게 영 찜찜하네요. 안그래도 저는 목이 좀 안 좋은데 말예요.
아유, 짜증나.
한국이라고 교통사고 안나는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짜증나요. 안그래도 미국 싫어하는데 더 싫어졌
어요. 아. 한국 가고파.
-신랑 친구는 여기 시카고가 서울보다 운전하기 더 힘들다고 하네요. 사람마다 느끼는 개인차는
다르겠지만 말예요. 누구는 더 편하다고도 하니까요. 하지만 대도시라서인지 시골같지는 않답니
다. 고속도로는 정말 빨리 달려서 특히 밤에는 차선 바꿔서 빠져나가기도 힘들다고 하네요. 신랑
친구는 그래서 빠져나가야 하는데서 지나쳤다고 해요. 깜박이 켜도 양보도 안해주고 빨리 달려서
요. 다운타운도 여유있게 양보해주는 차량은 없어요. 빨리빨리 가지 않으면 경적 울리고 난리예요.
대도시는 어느 곳이나 다 비슷한가봐요. 특별히 서울사람들만 성격급하게 운전하는게 아니라요.-
찌그러진 차의 사진을 올리지 못하는게 좀 아쉽네요. 전에 한번 언급했듯이 디카는 있는데 연결하
는 케이블이 없어서요. 우리 아들은 차가 찌그러진게 신기한지, 자고 일어나서 찌그러진 차의 후미
를 보며 연신 우리차가 찌그러졌어를 연발하고 있습니다. 근데 차사고가 나서 우리차가 찌그러졌
다고 하니 우리 아들의 첫 반응이 뭔지 아세요? 바로 '그래서 미안하다고 했어?' 였답니다. 우리는
속이 터지는데 우리 아들은 그 사람이 미안하다고 했는지가 궁금했나봅니다. 그렇다고 대답하니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다시 찌그러진 차 얘기를 하네요. 근데 저는 왜 미안하다는 말로만으로는 기
분이 좋아지지 않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