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날의 깨달음
조정래.홍세화.정혜신 외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름만 들어도 대강은 다 아는 유명인사인 정신과 의사 정혜신, 소설가 조정래, 건축가 김진애, 기

자 고종석, 손석춘, 교수 장회익, 박홍규, 박노자, 그리고 홍세화씨의 글을 묶은 책이다. 

그들이 젊었을 때, 가지고 있던 생각, 그들의 행로에 대해 짧게 나와있는 이 책은 나로 하여금 다시

치열한 삶의 열정을 깨닫게 해 주었다. 그들의 젊은 날은 어찌 그리 치열하고 아름답던지!!!

정신과 의사가 되고자 하는 열정 하나만으로 어쩜 무모하달 수 있는 도전을 했던 정혜신씨, 돈때문

에 고통받지 않는 사회를 꿈꾸었던 손석춘씨, 세상의 이치에 대해 고민했던 장회익씨, 다른 사회에

와서 오히려 그 안에서 소련을 다시 발견하고 지배층의 습속에 대해 알게 된 박노자씨, 철저한 자

기관리로 결국은 집념의 소설을 완간한 조정래씨등 이 책에 실린 모든 사람들의 젊은 날은 우리 모

두에게 삶에의 열정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그들과 그들이 아닌 사람의 차이는 열정의 차이일까? 간절히 바라면 꼭 이루어진다는 글을 어디선

가 읽은 적이 있다. 그 때 나는 그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간절히 바라면 그만큼 노력하기 마련이라

고 생각했으니까. 물론 나는 지금도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한다. 간절히 바라면 꼭 이루어질 것이다.

-아니라고 생각지 않는 것은 아직 내가 젊다는 이야기일까?-

중학교 시절 전혜린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의 그 감동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그녀는 내가 처음

으로 본 여성상이었고, 나의 우상이었다. 그녀처럼 치열하게 살고 싶었다. 인식만을 최고의 가치로

놓고 앎의 세계에 빠져들고 싶었다.

그러나 인생은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나는 치열하게 살고픈 욕망과 현실의 고단

함 사이에서 결국 욕망을 접었다. 내가 지기에 너무 무거웠고 힘들었다. 후회하냐고? 글쎄, 모르겠

다. 그냥 아련할 뿐이다.

이 책을 읽으니 나의 예전 모습이 잠시 생각난다. 이 책에 소개된 이들의 너무도 아름답고 치열한

삶에 존중과 감탄을 보낸다. 성공여부를 떠나 그들은 행복할 것이다.-물론 성공도 했으나- 그토록

치열하게 자신의 삶을 가꾸었으므로.

어릴적에 자신의 삶은 치열하게 가꾸지 않으면서 자식들에게는 열심히 공부할 것을 -오로지 공부

만 할 것을 -주문하는 어른들의 행태가 끔찍했던 적이 있었다. 욕하면서 닮는 것이라더니 나의 아

이들은 이렇게 치열하게 자신의 삶을 가꾸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나도 늙었구나, 기성

세대가 되었구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승의 옥중 19년
서승 지음 / 역사비평사 / 199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가장 좋아하고 감명깊게 읽은 책 중 하나인 서준식씨의 옥중 서한을 읽은 후에도 그의 형 서승씨의

소식을 몰라하던 터에, 우연히 그의 형이 서준식씨의 석방 2년후 석방되었고, 그 역시 책을 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이번에 읽게 되었다.

서준식씨의 책은 그가 옥중에 있는 동안 가족과 친지들에게 보낸 편지의 모음집이었음에 비해 서

승씨의 책은 석방이후 그가 감옥에 있었던 기간의 기억을 더듬어 쓴 것이다.

그래서일까? 내게는 물론 이 책도 좋았지만 서준식씨의 책을 처음 접했을 때만큼의 감동은 덜했

다.

철없던 중고교시절, 나는 데모하는 대학생들을 보면서 그렇게 김일성이 좋으면 북한에 가라고 욕

하는 보수 기성세대인 아버지를 두어서 감옥에 갇힌 죄수의 인권같은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자생적으로라도 그런 생각을 할 기회는 없었다. 그 때 내가 보던 책은 주로 소설이었고,

사회현실을 다루는 책이 아니었다.

나이가 들면서 이론서는 여전히 어려워 못 보지만 점차 사회에 대해 얘기하는 책들을 보면서 -대

학 초년생때 봤던 홍세화씨의 '나는 파리의 택시 운전사'는 얼마나 감동적이고 충격적이고 아름다

웠던지!!!- 나는 인권이란 단어에 눈뜨기 시작했고,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을 구금한다

는 사실의 끔찍성에 대해 알게 되었다.

고종석씨가 '자유의 무늬' 라는 칼럼집의 한 꼭지에서 김정일의 사진을 붙여놓고 인사하는 사람도

없겠지만 설혹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그의 미감이 촌스러운 것이지, 단죄할 일이 아니라고 얘기

했다. 물론 이런 류의 얘기는 그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했지만, 어쨌건 지난 세월 도대체 우리

는 왜 이리도 야만의 세월을 살았던 것일까? 아니, 왜 지금도 야만의 세월이 지속되고 있는 것일

까?

아직도 잘은 모르지만 수많은 정치범들이, 양심수들이 구금되어 있을 것이다. 도대체 뭣때문에?

누가 우리에게 그들을 단죄할 권리를 주었나?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어떤 위협적인 행동도 가하지 않았는데 구금할 수 있는 것일까? 다름이

존중이 아니라 차별의 요소가 되어야 하는 것인가?

남의 나라에서 벌어지는 인종 차별에 대해 욕하면서 정작 내 나라에서 이민족에게 차별을 단행하

고, 동성애자를 따돌리고, 편을 가르고, 무자비한 인권탄압에 대해 눈감고 있는 우리는 과연 문명

의 존재일까?

여기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어떻게 주소를 알았는지  엠네스티 미국 지부에서 후원금을 보내달라는

편지를 우리집에 보내왔다. 약소한 금액을 보내고는 그 이후에는 오는 우편물도 잘 보지 않고, 감

옥에 있는 양심수들에게 편지를 보내달라는 요구를 무시했는데, 서승씨의 책을 보니 엠네스티에서

온 편지를 읽고 내게 관심을 가지는 많은 사람들이 있음에 기뻤다는 얘기가 있다. 나도 못하는 영

어지만 공들여 그들에게 애정을 가지고, 관심을 가지고, 석방을 기원하는 전혀 모르는 나라의 시민

이 있음을 알려줘야겠다.

아,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우리의 노력으로 세상은 얼마든지 아름다워질 수 있다. 우리의 연

대가, 우리의 희망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면 우리는 더이상은 야만의 세기를 살지 않을 수 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월의시 2007-08-19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미즈행복 2007-08-21 10:43   좋아요 0 | URL
저도 좋은 책 많이 소개받을께요. ^^
 

딸의 놀이모임의 엄마 하나가 3주내로 한국에 가야한답니다. 남편이 임용되었나봐요.

제가 다음달에 월세가 더 싼 곳으로 이사하려는 것을 알고 있어서 자기 집이 월세가 더 싸므로

이사올려면 오라고 전화해주어서 알게 되었습니다.

남편 공부는 올 6월에 끝났고 자리 알아본다고 하더니 갑작스레 결정되었나 봅니다.

이사여부와 관계없이 한국에 간다는 사실이 얼마나 부럽던지...

물론 그 사람은 여기서 7년을 살았습니다. 애 둘을 다 여기서 낳았으니 오래 있었지요.

그리고 그 인내(?)의 결과 이제 한국에 가게 된 것이고요. 물론 여기서 일 잡으려는, 한국

안 가려는 사람도 많지만 그 가족은 그런 생각 없이 한국만 알아보고 있었던것 같은데 잘 된거죠.

온 지 겨우 4달밖에 안된 저는 벌써 그들이 너무 부럽네요. 온 지 얼마 안되서 그들이 부러운

것일까요? 오래 지나면 적응되어 부럽기는 커녕 안되어할까요?

너무 부럽고 우울해 글을 남겨봅니다. 2년만 있으면 미국을 더 좋아하게 될거라며 저를 위로(?)

하는 주위 사람들 말대로 2년만 있어보면 저도 달라질까요?

버벅대지 않고 언어를 구사할 수 있고, 지천에 널린 음식점을 아무때고 가서 이용할 수 있고,

친구를 만날 수 있고, 영화를 볼 수 있고, 읽고픈 책을 제약없이 사서 볼 수 있고, 밤에도 맘내키면

아무때고 나갈 수 있고, 때로 애들을 맡기고 놀러갈 수도 있는, 맘편한 한국이 너무 그립습니다. 

 

 


댓글(7)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07-08-17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주변을 둘러보면 그리 맘편한 엄마는 많지 않은듯 싶습니다. 유치원부터 외국어,악기,운동을 가르치니까요. 향수병이 도지시지 않게 즐거운 일을 많이 찾으시와요. 저도 나이들면 남는게 돈하고 취미, 가족, 친구밖에 없겠거니 하고 (헉, 너무 삭막한가요?) 다양한 취미를 가꾸려 노력한답니다. 참, 거기는 무슨 책이 베스트셀러인가요???

미즈행복 2007-08-19 02:24   좋아요 0 | URL
이번에 한국 잠깐 갔다 온 엄마 하나가 그럽디다. 늙어서 필요한 것 4가지는 돈, 건강, 친구, 딸이고 필요없는 것 하나는 남편이라고.
저는 한국에서도 딸 유치원 보내다가 여기 와서 한국의 실상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전에 글에서도 썼듯이 여기도 과외는 만만치 않습니다. 그리고 돈도, 친구도 지금은 없잖아요. 취미는 있어도 아이가 어려 아직 제 시간이 확보가 안되고, 남은건 가족밖에 없네요... 여기 사는 사람들도 다 가족 하나 보고 있다고 합니다. 직장에 취직해도 미국 사람들이랑 어울리는 경우는 별로 없다네요. 영어도 딸리고 끼어주지도 않아서 밥도 혼자서 먹는대요. 그냥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나고 자란 나라에서 사는게 제일 편안한 것 같아요.
저는 예전에 유럽 배낭여행 했을 때는 해방감에 너무 좋았는데, 여행이 아니라 여기서 몇년간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답답해요. 한 3년만 살다간다면 몰라도 앞으로 5~6년을 살아야 한다니 말예요. 우울해하는 제게 신랑은 먼저 들어가라고 합니다. 정 우울하면 그래야죠, 뭐. 신랑은? 아~ 몰라요

2007-08-20 16: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7-08-17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이딴 말투 좀 그렇죠? 뭔가 안다는듯. 호호, 님이 당연한거예요. 전 파리에 있을때나 이태리에 있을때 잠깐이어도 빨리 돌아오고 싶어서 안달복달 항공사에 전화하고 그랬거든요. 참, 베스트셀러는 진짜 궁금해요 ^^

미즈행복 2007-08-19 02:28   좋아요 0 | URL
베스트셀러는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영어에 자신이 없어서인지 이 나라의 베스트셀러에는 관심이 없어요.
모순과 문제가 많지만 -안 그런 나라가 어디 있겠어요?- 저는 그 안에서 길과 희망을 주는 많은 사람들이 있는 -제가 좋아하는 사람은 홍세화, 진중권, 고종석, 박노자 서준식등등입니다. 물론 다른 사람도 아주 많죠- 한국이 맘에 듭니다. 여기도 그런 존재들이 있겠죠. 다만 제가 이 곳의 사정을 모르고 영어를 못해서 모를 따름이겠죠. 그래서 낯익은 것이 편한게 아닐까요?

비로그인 2007-08-18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즈행복님 우울하신거 여기 가끔 쏟아내시면 제가 가만히 턱괴고 앉아서 들어드릴께요.
힘내시구요, 여름은 나기가 수월치 않은 계절이라죠...~토닥토닥..

미즈행복 2007-08-19 0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셔님의 따뜻한 위로가 힘이 되네요.
여긴 근데 겨울이 나기가 힘들것 같아요. 남들 표현대로라면 집 밖은 냉동고라는데요?
여름은 그리 덥지는 않습니다. 30도를 안 넘는 날이 대부분이고, 30도를 넘어도 습도가 낮아서 한국보다 덜 덥게 느껴지거든요. 하지만 겨울을 생각하면 으악!!!
 

6월 초에 백화점에서 세일을 하길래 700불정도 하는 물품을 샀습니다. 직불카드로 결제를 하고 며칠 후 확인을 하니 글쎄 똑같은 액수의 돈이 2번 빠져나간 것이 아니겠습니까?

백화점에 다시 찾아가 두번 결제되었다고 은행 계좌 내역을 보여주니 미안하다며 취소를 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에 백화점측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자기들이 2번 결제한 것이 아니라 은행에서 2번 인출한 것이니 자기들은 돈을 못 받은 셈이라며 다시 와서 결제를 해 줄것을 요청했습니다. 그래서 백화점측에서 취소한 돈이 다시 통장에 입금되었나를 확인한 후, 다시 백화점에 가서 결제를 했습니다. 이제 저희는 은행에서 돈을 받아야 하는 차례인 것이지요. 은행에 전화해서 상황을 설명하니 돈을 보내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돈이 입금되었지요. 근데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며칠이 다시 지난 뒤 그들은 자기들이 입금했던 저희의 돈을 다시 빼내갔습니다. 다시 전화해서 그 긴 과정을 다시 장황하게 설명하고 돈을 돌려줄 것을 요구했더니 조사해 보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2주일이 지나서도 돈이 입금되지 않아서 이번에는 은행에 직접 찾아갔습니다 . 또다시 장황한 설명끝에 우리 돈을 돌려줄 것을 요구하니 또 조사를 해보겠다고 하네요. 여태까지 2주 동안은 조사 안하고 도대체 뭐하고 있었답니까? 그리고나서 또 2주가 넘게 지났는데 이놈들은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네요. 폭탄이라도 들고 찾아가야 하는 건가요?

누군가가 그러더군요. 미국은 처음에 일처리가 한번 잘못되면 바로잡기가 매우 힘들다고요. 이런 멍청한 놈들을 봤나. 이런 느려터진 게으름뱅이들을 봤나. 한국 같았으면 바로 처리되었을 일을 도대체 2달이나 끌고 있는 이런 멍청한 놈들은 도대체 뭐랍니까? 아메바인가요?

느려도 일은 잘한다고요? 무슨 우라질!!! 빠르고 정확하게 일 잘하는 한국가서 좀 배워야 합니다. 한국은 설혹 잘못 처리되도 바로잡는데 며칠이면 되는데 이놈들은 뭐하고 있답니까? 도대체 우리 돈 거금 700불은 언제 받을 수 있는 건가요?

우라질 바보같은 미국놈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하이드 2007-08-01 0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AFFR로 한다면, 아주 소액이겠지만, 이자까지 달라고 하세요. 날짜별 상황 정리해서 정식으로 항의 레터 branch manager 앞으로 보내시구요. 만약 지점으로 연락하시는거 아니고 1 800으로 연락하시는거면,수퍼바이저 바꾸라그러고, 소리지르고, 당장 처리하라그러고, 뭐, 그런다고 분이 풀리지는 않겠지만, 700불이 적은돈도 아니고 말입니다.

미즈행복 2007-08-04 22:16   좋아요 0 | URL
저도 그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요, 영어가 안되서요.
시카고는 미국내에서 영어가 가장 쉬운 동네라는데 -다른 지역은 사투리가
심하거나 말이 엄청 빠르다는군요. 여기가 중부라 제일 쉽대요- 말예요.
그리고 영어 못한다고 엄청 무시하거든요. 식당도 좀 좋은데는 영어 못하는
동양인들이라고 비싼 돈 내고 밥 먹어도 무시한대요. 흑흑... 이놈의 영어...

비로그인 2007-08-01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반미세력(?) 미즈행복님 :)
그저 전 얼른 해결되시길 바래야 겠네요.
근데 한국도 아직 관공서나 은행 같은 곳에선
의외로 건방떨면서 일처리 늦게 해주는 넘들 많아요.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자기네들이 선심쓰는 듯이 구는 개념없는 사람들 있죠.
그런 사람들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전세계 공용이군요!
화이팅! ^^/

미즈행복 2007-08-04 22:18   좋아요 0 | URL
제가 보기엔 그래도 한국이 훨씬 나아요. 한국사람들은 성격이 급해서 빨리 처리하잖아요. 여기는 느려터졌어요. 친구도 하나 호주에 있는데 그 친구는 영어도 매우 잘하고 외국인 회사에서 오래 근무하고, 제가 보기엔 사고도 좀 서양식인데도 한국이 편하다고 하네요. 역시 익숙한게 최고인것 같아요.
여기서 초, 중, 고교를 나온 사람에게야 여기가 편하겠지만 늙어서 온 저로서는 영~
 

여기서 집을 산 사람이 있다고 일전에 말씀드렸는데, 그 집을 갔었습니다. 3층의 타운하우스인데 -똑같이 생긴 여러 집이 붙어있는 형태입니다. 빌라단지 같다고 할까요? - 1층에는 서재와 차고, 창고가 있고 2층은 거실과 부엌, 3층에 부부방과 아들방이 있습니다. 총 면적은 -차고빼고- 한국의 38평 정도 아파트? 아님 43평정도?  많아야 43평정도 입니다. 그 집을 50만불주고 샀다는군요. 4억 5천만원 조금 넘지요? 비싼지, 싼지는 모르겠습니다. 왜냐면 여기가 한국으로 치면 어느정도 수준의 동네인지 잘 모르니까요. 한국이야 워낙 좁으니 내가 안 사는 동네도 대충 알지만, 미국은 워낙 넓으니 알게 뭡니까? 다운타운은 더 비싸겠지요. 아는 사람 하나가 다운타운에 아파트에 사는데 방 한개의 월세가 이 동네 방 2개 월세보다 비싸다니까요.

시댁쪽으로 신랑의 사촌형은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방 4개짜리 집인데 18억한다는군요. 닷컴 열풍과 실리콘밸리가 인접한 곳이라 그동네는 엄청 집값이 비싸답니다. 미국내 살기좋은 곳 뽑으면 항상 그 동네가 다 차지하니까요.

집을 산 사람에게 물었습니다. 복비가 여기는 어떻게 되냐고. 제가 거주하는 아파트는 30년전에 지어진 37층짜리 아파트 2동인데 한국식으로 집주인이 다 다른게 아니고 한명입니다. 그 한명이 이 아파트 2개동을 지어 임대사업을 하는 것이지요. 이런 아파트는 관리실같은데 가서 계약하니까 중개인이 필요없고 복비가 없습니다. 하지만 집을 사는 경우에는 당연 중개인이 있으니 복비가 있지요. 살 때 500만원 줬고 -1% 정도 되겠네요- 팔 때는 6% 즉 지금 시세대로라면 3000만원 줘야한답니다. 허걱!!!  부동산 중개인의 천국이군요. 여기서 부동산 중개인은 그래서 잘 사는 편이랍니다. 다만 자기 시간이 별로 없다는군요. 아무때나, 주말이라도 나와서 일하고, 밤늦게라도 집 보여주고 해야하니까요.  재산세는 일년에 한 400만원 낸다네요. 그 외 캡스 경비시설비와 관리비, 소방보험료 내는 것이고요. 그런 집을 임대하려면 월 250~280만원정도라네요. 그래도 그렇지, 제가 알기로는 우선 취업을 2년 계약하고 했고 2년후에 다른 동네로 갈 확률이 매우 높은데-90%이상- 그 복비 줄 생각하고 집을 사다니요!!! 친하지 않은 사이니 더 캐묻는 것은 곤란했지만 제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갑니다. 시부모님이 사업한다니 돈이 많아서 그런걸까요?

임대료가 궁금하시다고요? 그거야 정말 동네마다, 집마다 달라서 일률적이지 않지요. 제가 있는 시카고는 대도시라 임대료가 물론 시골동네보다 비쌉니다. 하지만 시카고 중에서는 위험한 흑인동네라 좀 싸겠지요. 근데 이 동네 내에서도 더 위험한 곳, 좀 안전한 곳이 있어서 집값이 또 달라집니다. 제가 있는 곳은 좀 안전한 곳이예요. 그래서 방 2개짜리 25평정도 아파트는 월세가 100만원정도이고, 방2개인데 33평정도 되는 곳은 월세가 150만원입니다. 학교 아파트는 더 싸지요. 학교가 아파트를 몇개동 사서 학생들에게 임대를 놓는 형태인데 학생만 들어갈 수 있는 대신 일반 아파트보다는 좀 더 싸지요. 방 2개 33평정도 넓이가 월세 110만원정도입니다. 이게 일반적인 것은 아니겠지요. 전적으로 제가 있는 곳의 얘기입니다. 한국 학생들이 유학 많이 가는 대학이라도 좀 한적한 시골 동네에 있으면 월세는 이보다 많이 싸지요. 방2개 33평정도 넓이가 월 80만원인 학교도 여기서 한 2~3시간 거리에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기는 대도시라... 보증금은 별로 없습니다. 시설파손에 대비해 약 30만원정도?

물가도 비싼데 왜 일부 사람들이 미국에 남고 싶어하는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물가는 높은 대신 임금도 높기 때문이겠지요. 아는 사람 하나는 건축과 졸업했는데 한국과 임금차이가 너무 나서 여기서 영주권 신청했다고 하네요. 하지만 그 사람도 말합니다. 결국 여기 남는 한국 사람이 나중에 하는 것은 다 한국 사람 상대로 하는 장사밖에 없다고요. 정년도 없고 고용보장도 없는 이곳에서 언제까지 일하겠어요? 한국에서 뭘했건, 어느 학교를 나왔건 의사나 교수가 되지 않는 이상 거의 나중에는 세탁소나 정수기판매, 기타 자영업을 한다고 하네요. 왠만큼 전문적인 직업이 아닌 이상 나중에는 장사밖엔 할 일이 없다는 것이지요. 하긴 한국도 별로 다를 바는 없네요.

어쨌거나 엄청난 복비입니다. 한국의 부동산업자분들이 들으시면 눈이 번쩍 뜨이시겠어요.

-이미용 비용도 비쌉니다. 어제 여기 온지 4달만에 미장원 처음 가서 컷트했는데 컷트비용만 30불 받더군요. 팁이 의무라 팁을 15% 정도 줘야 합니다. 그것까지 합하면 거의 한국 싼 미용실에서 파마 하는 값이네요. 컷트 비용이 신랑은 20불, 아들은 15불이었어요. 정말 인건비 비싸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