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제가 알고 있는 아줌마들은 애 어릴 때는 애가 먹다 남긴 이유식, 심지어 간이 안되어서 맛없

는 이유식도 먹고, 남은 반찬이며 그런것들이 아깝다고 그릇을 다 비우고 설거지하는 아줌마들입

니다. 남들에게 말하면 다들 너무 훌륭하다고, 그런 시어머니가 어디 있냐고 감탄하는 우리 시어머

님조차도 -엄청 관대하고 인자하고 간섭안하고 그러시죠- 남편에겐 먹기 싫으면 남기라고, 네 뱃

속이 쓰레기통이냐고 하시면서도 저보고는 너는 살이 더 쪄도 된다는 당토 않은 이유로 이거 남은

거 우리 둘이 다 먹자고 하십니다. 그런데 그런 아줌마들에 비하면 저는 아줌마 근성이 부족한가

봅니다. 애 어렸을 때 남긴 이유식 먹은 적이라곤 단 한번도 없고, 먹기 싫으면 아까운 생각없이 다

쓰레기통으로 넣어버리니까요. 싫어하지만 하도 해 먹을게 없고, 먹던 것만 먹어서 질린 생각에 엊

그제 한 카레가 일인분 분량이 남아있는 이 오후, 보통 아줌마같으면 점심에 혼자 해치웠을텐데 그

냥 버리기로 냉정히 마음먹고 라면을 끓이고 있습니다. -딸은 드디어 6개월이나 논 끝에 어제부터

유치원에 갔고, 아들은 쉬폰케잌을 만들어 먹였습니다. 그러나 엄청나게 들어간 올리브유의 양을

생각하니 저는 도저히 못 먹겠더라고요. 하긴 라면도 칼로리 엄청 높기는 마찬가지지만, 더구나 밥

도 말아먹을거면서-

 

아, 언제 아줌마 본성을 익히려나...

그리고 언제 이 까다로운 입맛이 바뀌려나...

 

생각해보니 제 까다로운 식성이 이곳 생활을 힘들게 하는 하나의 요인이더군요. 채식주의자는 아

니나 육식을 싫어하고 -여간 맛있지 않으면 안 먹어요. 사리원 불고기와 벽제갈비는 이 까다로운

고기입맛을 통과한 몇 안되는 식당이지요. 고깃국도 안먹어요. 설렁탕, 갈비국, 육개장 등등- 패스

트푸드 거의 안 먹고, 그렇다고 야채 샐러드 먹냐하면 그것도 아니고, 타이음식, 베트남 국수나 월

남쌈 같은것도 싫어하고... 그러니 외식할 데가 없고, 하루 세끼를 해야하니 버겁지요. 먹는게 뭐냐

생각해보니 생선전, 찌개종류, 감자등의 뿌리식품, 소시지종류, 두부류, 뭐 그런거네요. 몇개의 나

물과 생선구이나 조림, 젓갈, 각종 김치류등... 그러니 여기서 먹을게 뭐가 있겠어요? 

 

입맛때문에라도, 식성이 까다로와서라도 여기서 오래는 못 버티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한국 같으

면 외식할 데가 많은데... 다 한식이니...

여기 한식당이 좀 있긴 한데, 멀어서 그냥 밥하기 싫다고 후딱 가거나 하게 되진 않아요. 오가는 시

간 생각하면 그냥 제가 하게 되지요. 그리고 멀리 갈만큼 맛있는데도 거의 없고.

이 까다로운 식성 때문에 예전에 친정 엄마가 무지 고생하셨는데, 지금은 제가 그 죄값을 받고 있

네요.  아, 라면 먹어야겠다. 카레는 버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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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09-08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식당이라고 해봤자 한국에서 먹는 먹이 절대 날리가 없겠죠..^^
전 그쪽 나라 한식당에서 냉면을 먹고는 그때 그 오묘한 맛의 트라우마가 아직도 머리속에 남아있습니다. 세상에 비빔냉면에 상추를 뜯어서 넣은 이유는 아직도 모르겠다는....

미즈행복 2007-09-10 11:50   좋아요 0 | URL
맛있으라고 넣은것이겠죠. 야채도 한국것이 다 구비된 것은 아니니까요. 근데 오이는 여기도 있는데 오이를 보통 넣지 않나요? 대체로 보니 다 MSG 맛이 나던데요? 저도 여기서는 제대로 격식을 갖추어 먹지 못하고 마구잡이로 섞어서 먹고 있거든요.

비로그인 2007-09-08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 아줌마 근성하고는 상관없는 듯 ^^
사실 한국에 있다고 해서 외식을 많이 하게 되시진 않을거 같아요.
미국에 계시는 동안 뭔가 즐기실 수 있길 바랄 뿐입니다.
당분간은 계셔야 하니 있는 시간이 괴롭지 않도록 뭔가 변화를 줘보세요 :)

미즈행복 2007-09-10 11:51   좋아요 0 | URL
이제 드디어 딸이 유치원을 가게 되어서 -그간 빈 자리가 없어서 집에 있었거든요- 좀 나아질 것 같아요. 둘째만 데리고 버스로 여기저기 놀러다닐 수도 있으니. 혼자서 둘 데리고 다니기엔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요. 체셔님께서도 이런 날이 오실테니 그 땐 이해하시겠죠?^^

뒹굴이 2007-09-09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남는 음식 버리면 죄책감은 들기 마련이지만, 그거 미련스럽게 먹는 건 굳이 권장하고 싶지 않음. 그게 무슨 아줌마 근성? 아줌마의 현명함이라면 차라리 음식을 남기지 않을 만큼 정량을 만드는 게 더 바람직하지. 음식 남는다고 억지로 먹으면 몸에 안 좋아. 굳이 배우려들지 말어. ^^

태국 음식도 싫어한다니 그건 좀 의외다. 태국 음식은 그나마 맛이 대중적이라서 범세계적으로 인기가 많던데. 우리 부부는 태국 음식을 무진장 좋아해서 일주일에 한 두번은 꼭 먹으러 가거든. 팟타이나 Pad See Ew 같이 좀 만만한 메뉴를 택하면 먹을 만하지 않을까 싶네. 혹시 스파게티는 좋아해? 예전에 잘 먹으러 다녔던 거 같은데, 아닌가? 슈퍼 가면 토마토 소스랑 크림 소스 병에 든 것 팔텐데, 그거 사다가 집에서 해 먹어 봐봐. 거의 라면 끓이는 수준으로 쉽고 간단해. 남편이 학교에서 전자레인지를 쓸 수 있는 환경이면 도시락으로도 괜찮고. 집에서 요 며칠 크림소스 파스타를 만들어 봤더니만 맛이 괜찮아서 나중에 내 싸이에 레시피 올리려고 하고 있음. 관심있으면 참고하렴. 그럼 잘 지내고. ^^

미즈행복 2007-09-10 11:56   좋아요 0 | URL
동남아 음식의 그 독특한 향신료가 싫어. 죽으나 사나 한국 아줌마로 살아야할듯...
스파게티도 해 먹지. 근데 어쨌건 한국 음식을 주로 먹는데 슈퍼는 멀고 -1시간 남짓- 파는 것도 많지만 한국같지는 않으니 자꾸 해먹는게 겹치고 그러다보니 지겨울 수 밖에...
밥만 먹는것도 아냐. 떡볶이, 떡국, 치즈마카로니, 베이컨 얹은 구운 감자 등 다양하게 먹어. 그럼에도 힘들다는... 한국서는 입맛 없으면 사먹으면 그만이잖아. 그게 힘드니 말야. 그리고 오로지 흰밥만 고집하는 더 한국적인 딸 때문에...
 

잠을 자다가 화장실에 가고싶거나 기타의 이유로 깼을 때, 시계를 봤더니 2~3시면 아직 잘 시간이

많이 남아있음에 기분이 좋아지고 5시정도면 곧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에 슬퍼진다고 했더니 신랑

이 뜬금없이 묻는다. 지금 불행하냐고. 자기는 군대있을 때 그랬었다고...

 

나는 지금 불행한가? 고 자문해본다. 신랑은 때로 저렇게 너무도 예리한 지적을 한다. 본질을 꿰뚫

는달까 하는. -매우 좋아하는 점이고-

 

내가 언제 이렇게 잠이 또 아쉬웠나를 곰곰히 생각해보니 신랑의 말대로 고3때나 재수때도 그랬던

것 같다. 대학때나 직장다닐때는 이렇게까지 새벽에 깨서 아쉬워하진 않았던 것 같다. 애 키울때도

한국에서는 그렇게까지 새벽에 잘 잠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 슬퍼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옛 버릇이

이제 다시 도진것이다. 그래, 나는 우울하다. 나도 알고있다. 아무리 적응기간이 필요하다고, 처음

엔 다 우울하다고 남들이 위로해줘도 지금의 나의 상태는 정말 버티기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나

는 강하다'는 최면이라도 걸듯, 스스로에게 증명이라도 해보이듯 그냥 근근히 버티고 있다. 친구도

없고, 마실 갈 곳도 없고, 더워서, 위험해서, 애 둘 데리고 다니기 힘들어서, 운전과 주차를 잘 못해

서 잘 돌아다니지도 못하고 유일한 취미인 (애도 안보고) 컴퓨터 켜서 노는 것과 책 보는것만 하고

있다. 그래서 모자라지도 않는 잠을 아쉬워하고, 깨기 싫어하고, 잠에 취하고 싶어한다. 불행해서

잠에서 깨기 싫어하는구나...

 

빨리 내년 여름이 와서 한국에 잠시나마 갔다왔으면 좋겠다. 신랑은 너무 우울해하는 날보고 그냥

애들 데리고 한국가서 살라고 한다. 내년에라도 가라고 하는데 그건 신랑에게 너무 미안해서 한 3

년만 더 버티다가 가야겠다고 마음먹고 있다. 그냥 다 잊고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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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향기 2007-09-05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닥토닥.....^^

미즈행복 2007-09-06 00:01   좋아요 0 | URL
감사해요!

뒹굴이 2007-09-05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에휴.. 어쩌니... 내가 다 심난해지네.

내년 여름에 들어올 계획이니? 외국 생활이 힘들어서 한국 들어갔다 나온 사람들 얘기 들어보면, 갔다 와서 더 생각이 많이 나 힘들어진다더라구. 계획 잘 세워서 움직이렴. 내년 여름이라면 나는 확실히 한국에 있겠다.

요즘 내 주위 사람들 소식은 왜들 이렇게 죄다 우울하냐... 올케언니도 몸이 안 좋아서 큰 수술 받았다고 하고... 우리만 여기서 너무 태평스럽게 사는 거 같아서 괜히 미안하고 죄스럽네. 암튼 기운내고 잘 지내. 추석 잘 쇠고. 이사 가면 주소 좀 알려줘. ^^

미즈행복 2007-09-05 23:58   좋아요 0 | URL
어차피 비자문제때문에 내년 여름에는 가야해. 그 소리는 나도 들었어. 여기서 그냥 적응이 되었구나, 여기서 살아도 되겠구나 싶다가도 한국 한번 갔다오면 아닌것 같고 우울함이 일주일은 간다고...
그래도 우선 친구들을 보고싶어. 한국사람이 거의 없다는 이유로 말 섞기 싫은 사람과 봐야하는 것도 싫고 -그런 사람이 이 근래에 하나 생겼어. 내가 나이값 받자는건 아닌데 어쨌건 처음 봤고 친하지도 않고 나보다 나이도 어린데 나는 존대말 하는데 자기는 반말하고, 세상 모든 일은 다 안다는 투이고, 돈이 넘쳐나서 하는 말마다 돈자랑이고- 매일 집에만 있는 것도 우울하고. 나중에 네 싸이에 주소 남길께.

2007-09-06 0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즈행복 2007-09-07 01:58   좋아요 0 | URL
아, 만나서 반갑습니다!
신랑이 늦바람(?)이 나서 다니던 회사 때려치우고 공부 하겠다고 해서 여기 있게 되었어요. 근데 저는 여기가 적응이 안되서 먼저 가려고요. 저도 잠이 많아서 고 3때도 생각으로는 적게 자야지 하면서도 매일 졸고 해서 총 잔 시간은 따져보면 8~9시간은 되었던 것 같아요. 남들은 TV보고 음악듣던 대학시절에도 저는 10~11시엔 잤어요. 아침에도 첫수업 있으면 7시, 아니면 더 늦게 일어나고요. 워낙에 잠이 많아서 5시에 깨면 잘 시간이 너무 조금 남은것으로 느껴지는 거 있죠. 얼마나 잠을 좋아하는지 짐작이 가시죠?
또 뵐께요^^
 

이사가 드디어 일주일앞으로 다가왔습니다. 9월 11일이 이사예요. 짐을 싸기 시작했는데 아휴, 해

도 해도 끝이 없어보입니다. 우선 한국에서 올때 어른 책은 줄이고 줄여서 가지고 왔는데, 애들책

은 줄일수가 없어서 그냥 다 가져왔더니 집에 책이 한 1500권이상이 됩니다. 거기에 이불과 옷들,

갖가지 장난감, 그릇을 다 쌀 생각을 하니 한숨이 나오네요.

 

이사하기 하루 전에 부엌의 그릇과 냉장고의 음식들, 쌀과 기타 조미료 등등 부엌 살림은 차로 다

옮겨서 미리 정리를 할 예정인데 작은 차로 옮기려면 그 날도 시간이 엄청 걸릴것 같네요. 더구나

새 집에 다 싱크대 안에 수납까지 해놓고 올 예정이니까요. 왜 미리 옮기냐고요? 여기는 이사비용

을 시간당으로 받는답니다. 2시간이 기본인데 기본이 250달러, 그리고 한시간 추가때마다 98달러

가 붙는답니다. 그래서 짐은 미리 다 싸놓고, 가서도 본인들이 직접 다 정리한대요. 오직 이삿짐센

터에서 해 주는 것은 내려놓고 차로 옮기고 다시 올려다 주는 것이지요. 저희집은 책이 많아서 짐

이 좀 되는 편인데 사람들 말로는 부엌짐을 미리 옮겨놓고 빨리 하면 한 3시간 30분에서 4시간 걸

린다는군요. 그럼 4시간으로 잡으면 이사비용이 450달러정도 되겠지만 팁을 주면 500달러를 상회

하지요. 한국에서 이사하는 셈치고 돈을 좀 더 주면 편하지 않겠냐고 하겠지만, 다른 사람들 얘기

를 들어보니 이삿짐 싸러 오는 사람이 2~3이고, 한국사람들보다 힘은 세지만 일하는 속도가 느리

다나요? 시간당으로 돈 받아서 그런가? 한국식으로 짐 다 싸주고 엉망일망정 다 풀어주고 하면 팁

까지 족히 1500달러는 나올걸요? 그러니 다들 직접 싸고 풀고 난리랍니다. 이렇게 내가 다 싸고,

부엌짐을 미리 옮기고, 다 풀고 해도 500달러를 상회하는 돈을 내야한다니 으이구...

 

한국에서 이삿짐이 왔을때 박스를 반은 버리고 반은 혹시 몰라서 놔두었었는데 그 박스를 이용해

짐을 싸고 있습니다. 박스가 더 필요한데 또 다른 사람의 말을 듣자니 사려면 하나에 4달러는 줘야

한다는군요. 상점에서 진열할 때 가면 헌 박스를 얻을 수 있다는데 어제 돌아다녀 봤으나 박스가

있다는 곳은 한군데도 없더군요. 사자니 돈이 너무 아깝고 다시 전력투구해서 헌 박스를 얻으러 다

녀야겠습니다.

 

온 지 얼마 안 되었는데 무슨 이사냐고요? 지금 집은 작년에 신랑이 먼저 와서 구한건데, 올해 제

가 와서 보니 좋긴 한데 너무 비싸더라고요. 학교 아파트는 훨씬 싸거든요. 물론 훨씬 안좋죠. 그래

도 여긴 유치원비도 너무 비싸고 해서 힘들어도 이사를 가는게 낫다는 판단을 내려서 학교 아파트

로 들어간답니다. 카펫이 없어서 겨울엔 항상 슬리퍼나 양말을 신고 있어야하고 -미국은 바닥난방

이 안됩니다. 주로 다 카펫이 있는데 학교 아파트는 없네요- 80년 되어서인지 유리창으로 바람이

숭숭 들어온다니 겨울엔 비닐로 창문을 다 막아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른 학교 아파트는 괜찮

은데 제가 가는 학교 아파트는 관리인이 규정대로만 난방을 해주어서 겨울에 많이 춥다는군요. 그

래도 내복입고 난로피우고 있으면 견딜만은 하다고 하네요. 지금 집은 단열이 매우 잘 되어서 여름

에도 에어컨 한 번 안틀고 - 아니 에어컨이 뭐랍니까. 저는 매일 긴 소매 옷을 입고 있는데요- 있는

데, 새로 가는 집은 에어컨도 없을뿐더러 아는 사람이 살고 있어서 몇차례 가봤는데 찜통같이 덥더

군요. 그래도 돈 아끼자고 가는데 에어컨을 사고 카펫을 깔고 할 순 없잖아요. 그냥 참아야지요. 또

오래 살거라면 몰라도 내년에 학교 옮길 확률이 매우 높아서 아마 10개월만 살 것 같거든요. 아, 내

년에 학교 옮기면 여름에 한국갈때 다시 이삿짐을 싸서 창고에 맡겼다가 새로 이사가는 곳에서 또

풀어야 하는군요. 내년에 이사가면 잘 알아봐서 다시는 이사 안 갈만하게, 월세나 학군이나 다 고

려해서 잘 알아봐야지...

 

그리고 지금 집을 열나 깨끗하게 청소해야 합니다. 여기 있다가 이사간 사람 말을 들으니 사진 찍

어서 새 집으로 보낸답니다. 여기 이렇게 청소한했으니 우리가 사람사서 청소할거고 돈이 이만큼

청구되니 내라고 말예요. 퇴거수칙같은것을 받아왔는데 냉장고, 오븐, 욕실타일, 카펫, 벽등등 다

청소하라고 되어있어요. 안하면 욕실은 시간당 35달러, 벽은 시간당 또 얼마, 카펫도 얼마의 청소

비를 들여서 우리가 하고 네가 돈 내야 한다고 써 있고요. 그래서 요즘 열나게 욕실타일과 벽을 닦

고 있습니다. 원래 왔을때보다 더 깨끗해지는게 아닐까 싶어요. 근데 제가 처음 상태를 모르니까

그냥 무조건 열심히 할 수 밖에 없어요. 돈 안 물자면. 부엌짐을 하루 전에 미리 옮기고 냉장고와

오븐과 기타 싱크대도 열심히 닦아야지요. 아, 벌써 팔다리가 쑤시는군요. 이사가 끝나고 다시 짐

을 다 풀고나면 그로기상태가 되겠군요. 열심히 청소해도 사람인지라 잘 못보고 넘어간 곳이 있기

마련, 여기 있다가 이사간 사람을 둘 아는데 다들 400불을 조금 넘게 벌금을 냈더라고요. 저도 400

불이 목표랍니다. 카펫에 얼룩과 아이스크림 흘려서 끈끈해진 곳이 좀 있거든요. 애들 친구들이 와

서 물감도 흘리고 음식물도 흘리고 해서... 열심히 닦는데 잘 안되는 부분이 있어요. 퇴거수칙에 보

면 카펫은 150달러에서 2500달러까지 벌금을 물릴수 있다고 되어 있던데...

 

나중에 얼마의 벌금을 냈는지, 이사를 어떻게 해주는지 다시 올리지요. 한국 여자들 살기엔 역시

한국이 제일 편하군요. 다시 힘내서 이삿짐을 싸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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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9-04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쿠 미국에서는 포장이사는 안되는지요? ㅎㅎ
고생하시네요 미즈행복님~

미즈행복 2007-09-04 23:05   좋아요 0 | URL
위에 썼듯이 포장이사 해달라면 해주겠지만 돈이 무한정이라서요. 일이 느리고 사람도 2~3명 온다니 한국에서도 4명이 와서 하루 종일 걸리는 일이 얼마나 오래 걸리겠어요? 그러니 다들 자기가 싸고 풀고 하겠지요. 제대로 하지도 못하면서 (특히 풀 때) 돈은 150만원이상이 들테니 누가 그 돈을 쓰겠어요? 재벌 2세 정도 되면 모를까... 겨우 옮기기만 해도 50만원이 넘게 든다니 말예요. 5분 거리인데도 말이죠. 일을 한국사람같이 빨리 잘 못하나봐요.

뒹굴이 2007-09-05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래도 난 개인적으로는 카펫 없는 집이 더 나은 것 같던데. 너희처럼 아이들이라도 있으면 더더욱. 카펫에 뭐라도 흘릴까 맨날 조마조마 하면서 사는 게 딱 질색인데다가, 의외로 먼지도 많고. 마루바닥이면 속시원하게 걸레질하면서 살 수 있잖아. 우리집은 그래서 맨날 남편이 구박받고 산다. 원래 좀 잘 흘리고 사는 사람이라... -_-;;

이사 규모가 꽤 커서 힘들겠다. 준비 잘 해서 잘 치르고, 새 집에 정들여가면서 잘 살길. ^^

미즈행복 2007-09-06 00:00   좋아요 0 | URL
나도 카펫 없는 집이 좋은데 -애도 아토피도 있고- 그래도 한국 집같지 않아서 바닥 난방이 안되는 건 좀 그래. 양말을 24시간 신고있자면 얼마나 답답하겠어. 카펫에는 우리 애들이 흘린 것 보다 남의 집 애들이 흘린게 많은데 안그래도 요즘 독한 약으로 열나 지우고 있다. 다 카펫이다 보니 카펫 청소하는 약은 별게 다 있더구나. 근데 마루바닥으로 이사가도 걸레질은 안할거야. 더이상 피곤하게 살 수 없어!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 개정판
홍세화 지음 / 창비 / 2006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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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이 책을 다시 집어들었다. 거의 10년만에 다시 읽어보나?

 

20대때 신문지상의 광고를 보고 끌려서 사보았던 것이 이 책이 처음 나온 95년, 지금은 홍세화씨가

터무니없는 남민전 사건으로 빠리의 택시 운전사가 되어야했던 그 때보다 더 나아졌는가? 달라졌

는가?

 

홍세화씨는 학자도 저널리스트도 문필가도 아니라고 했지만 그의 글은 학자의 글이 주지 못하는

깊이가 있고, 저널리스트도 제대로 보지 못한 사회의 분석이 있고, 문필가의 글보다도 더욱 아름답

다.

 

그는 사랑을 심어주기 전에 증오와 반대만을 심어주는 사회에 대항했다. 오로지 그것뿐이었다. 그

런데 그는 그것때문에 꼬레에 돌아올 수가 없었다. 꼬레에서 받아주지 않아 그는 빠리에서 택시운

전을 하며 살아야 했다. 갈 수 있는 나라는 꼬레를 제외한 모든 나라, 그의 조국 꼬레는 그의 사랑

을, 신념을 이해하지 못했고 않으려 했고 그에게 빨갱이의 낙인을 찍었다. 그가 행동으로 옮긴 일

이라고는 단지 유신에 반대하는 삐라를 뿌린 일 뿐이었다. 다른 사회에서라면 웃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유신체제하에서는 사형을 당하고, 종신형을 당할 수 있는 그런 일이었다. 홍세화씨는 망명을

신청하는 자리에서도 그 사실이 너무 부끄럽고 창피했다.

 

처음 읽었을 때도 눈물을 흘렸지만 다시 보는 지금도 눈물을 흘리게 하는 부분은 엠네스티에서 인

권후진국으로 선정한 30개국에 한국도 자랑스럽게(?) 들어가 있고, '재미유학생 간첩단 사건' 에

연루되어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은 김성만군을 풀어주라고 만든 랩의 가사가 나오는 부분이었다. 그

랩은 프랑스의 법무장관을 지낸 사람이 직접 만든 가사였다.

 

- (전략)김성만, 김성만의 이름으로, 김성만의 이름으로.

 한국에는 표현의 자유가 없어요.

 그럿은, 그것은 안 좋아요. 그것은 안 좋아요.

 생각한 것을 그대로 말했다고 감옥에 처넣는다면,

 그것은, 그것은 안 좋아요. 그것은 안 좋아요.

 김성만, 김성만의 이름으로, 김성만의 이름으로.

 우리는 김성만의 이름으로 당신에게 말합니다. 대통령 각하.

 내가 당신에게 김성만을 석방하라고 말하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의 단 하나의

잘못은 의견이 달랐던 것뿐인데, 고문에 못 이겨 끝내 간첩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내가 묻고자 하는 것은 육체적인 고통을 가하여 끄집어낸 자백이 가치가 있는 것인가 하는 것입니

다. 유별난 법으로, 유별난 재판으로, 예외없는 부조리의 연속으로, 수백일 동안 단말마의 고통을

겪게 하고 사형까지 말하더니 종신징역을 살리고 있습니다. 부당하게 겪고 있는 그의 괴로움에, 고

문에, 그리고 그의 가족과 벗들이 겪는 끝없는 기다림의 고통에....나는 인류의 이름으로 당신에게

요구합니다. 김성만을 석방하라고. (후략)-

 

처음에는 홍세화씨에게 호의를 베풀던 사람도 뒤돌아서서는 의심하고, 없는 말을 지어서 하고, 오

랜만에 만난 동창도 나중에 어떤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싶어 불안해하는 상황에서, 나는 지금은

그들을 비난하지만 내가 그 당시 홍세화씨를 알고 있었더라면 나는 의연하게 행동할 수 있었을까

를 생각해보면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아마 나도 예수를 부인한 베드로처럼, 처음부터 수상했다고

말하며 비난의 돌을 던졌을 것이다.

 

이국 땅에서, 동일민족으로부터도 버림받은 이중, 삼중의 이방인의 생활이 어떠했을까?

 

집 옆 슈퍼마켓의 주인아저씨 같았던 중년의 인상이, 이제는 안경너머로 보이는 눈빛과 벗겨진 머

리가 노년의 인상으로 바뀐 지금도 그는 말한다. 왜 가망이 희박한 일류대 진학, 부자가 되는 일에

목숨거는 대신 모두가 힘을 합쳐 학벌사회를, 돈만이 우선시되는 가치를 바꾸는 일에 앞장서지 않

느냐고.

 

내가 좋아하는 홍세화씨와 시인 마종기씨는 항상 고국을 그리워했다. 그러나 지금 홍세화씨는 고

국에 돌아와있고, 마종기 시인은 고국에 영구귀국하려다가 다시 미국으로 건너간 것으로 알고 있

다. 둘의 차이나 그 배경에 대해서 나는 잘 모른다. 다만 홍세화씨는 꼬뮌의 전사처럼 되려는 것일

까? 비난과 증오대신 사랑을 알고 싶었던 그의 바램이 실현될 것인가? 암담함 속에서도 한줄기 빛

을 찾아 나선 그의 행보는 아름답다.

 

-사족

처음 책이 출간되었을 때, 책의 뒷표지에 유홍준씨와 고종석씨의 소개가 실려있었다. 당시 유홍준

씨는 알았으나 고종석씨는 몰랐던 나는 이 사람은 누군데 유홍준씨와 같이 여기 책의 소개를 실을

수 있지? 했었는데 십수년이 지난 지금 보니 고종석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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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향기 2007-09-03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은지 한 10년 된거 같네요. 한 번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미즈행복 2007-09-04 00:48   좋아요 0 | URL
다시 읽어도 10년전의 기억이 그대로더군요.
김성만의 랩을 읽을때는 눈물이 마구 나더라고요.
이렇게 고군분투하는 사람이 있는 한 희망이 있겠죠?
사회가치나 연대를 얘기하는 사람은 점점 없어지고, 그 자리를 돈만이 메꾸고 있는 것 같아 스스로도 부끄러워요.

비로그인 2007-09-03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정판이 나왔네요 :)
저도 기억이 하나도 안나는데 보관함으로 고고씽!

미즈행복 2007-09-04 00:50   좋아요 0 | URL
홍세화씨의 '한강은~' '빨간 신호등' 등의 다른 저작들도 다 읽었지만, 그리고 다들 너무 시의적절하고 의미있는 책이지만, 그래도 저는 이 책이 제일 좋아요. 문학청년(?)의 느낌도 나고...
우선 글이 너무 아름답잖아요.

21세기각시탈 2011-08-14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의 네이버 블로그에 본문 글 그대로 복사 붙여넣기하고, 주소를 첨부해서 담아갑니다.

널리 퍼뜨려야할 좋은 글이네요
 

입맛도 없고, 솜씨도 없는데 매일 먹는 반찬은 그게 그거이고, 마땅히 사 먹을 데도 없고 -몇군데 있으

나 아직 한국맛을 기억하는 나로서는 그냥 그렇다 - 해 줄 사람도 아무도 없고...

 

한국 가면 가격불문하고 사먹고 싶은것

 

사리원 불고기.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팥빙수.

달디 단 딸기, 복숭아.

"서울에서 두번째로 잘하는 집"의 단팥죽.

날치알 스파게티.

국수전골.

맛있는 한정식.

벽제갈비.

하얀 굴짬뽕.

삼겹살.

여러 종류의 빵들, 케잌.

빈대떡.

시원한 깍두기.

남이 해주는 밥 다!

 

열심히 생각하는 제게 신랑이 말합니다. "한국가면 그런거 다 안먹어"

"왜?"

"한국 가면 너무 기뻐서 그런거 생각 안나"

 

아, 먹고싶다.

아, 입맛도 없다.

아, 지겹다!

 

참고로 이곳의 과일은 꽝입니다. 딸기는 수십번 샀으나 다 실패이고 -얘네들도 딸기를 그냥 먹기

보다는 초컬릿에 찍어먹고, 생크림 발라먹고 그런답니다. 맛없어서- 복숭아도 한국것보다 못합니

다. 한국에서 사먹은 맛과 같은 것은 수입과일인 바나나, 체리, 키위 그런것. 아, 수박과 후지사과

는 한국의 맛과 동일합니다. 그리고 한국참외까지는 있습니다. 그러나 딸기는 완전 황이고, 복숭아

도 한국의 것보다는 떨어집니다. 자두는 인간이 먹을 맛이 아니고, 망고는 왜 한국서도 수입하는데

한국서 사먹은 것과는 아예 맛이 판이하게 다른지 의문이고요. 살구를 한 입 드신 시아버님은 그냥

버리셨습니다. 산딸기와 블루베리도 꽝이고요.

 

음식점에서 삼겹살을 사먹었는데 글쎄, 육질이 두꺼운 오겹살까진 안바라지만 글쎄 뭐라 설명해얄

지는 모르겠으나 매우 빈약하더군요. 외모와 맛이 다.

한시간 거리의 한인슈퍼에 가면 깡통에 든 팥과 빙수떡, 제리를 팔긴 하지만 그런거 말고 제대로

팥을 삶아서 만든 게 먹고 싶네요. 신랑이 옆에서 구박합니다. 한국서도 그렇게 하는 데는 거의 없

다고. 그래도 먹고픈 걸 어쩝니까.

 

아, 밥하기의 지겨움.

같은 식단의 지겨움.

아, 입맛없다. 누가 맛난 것 해줬음 좋겠다.

아니, 맛난 것을 사먹을 수라도 있음 좋겠다!

아, 한국 가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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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7-09-02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본수원갈비탕이 그렇게 먹고 싶더라구요. 맨날맨날 갈비탕 생각만 했는데, 들어온지 한달이 넘도록 안즉 안 먹고 있다는 ^^; 들어오니깐 또 간사하게스리, 별로 안 땡기데요. 아, 삼겹살도 진짜 먹고 싶었는데, 역시 아직 안 먹었어요. 크크

미즈행복 2007-09-03 01:27   좋아요 0 | URL
저는 국 종류는 별로 안좋아해서 그 집은 잘 모르겠네요.
역시 가게 되면 가게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스러워서 음식에는 크게 신경이 안쓰이는 건가요?

비로그인 2007-09-02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훈이 말한 밥벌이의 지겨움이 아니 밥하기의 지겨움 ㅎㅎ 이네요.
미국에서 맛난 거 많을텐데 ㅎㅎ

난 뭐가 먹고 싶더라...~
지금은 느끼한 스파게티!요 :)

미즈행복 2007-09-03 01:36   좋아요 0 | URL
제가 워낙 한식을 좋아해서요, 여기 오니 외식할 게 없더라고요. 피자나 몇 번 먹고, 스테이크 몇 번 먹었는데 다 그냥 그래요. 게를 캘리포니아 가서 먹었는데 한국의 게는 살이 달잖아요? 여기 게는 퍼석하고 단 맛이 없더라고요. 베니건스류를 좋아하신담 모를까, 저처럼 그런 곳을 안 좋아하는 사람은 먹을게 없어요. ㅎㅎ
특히나 음식들이 다 너무 짜고 달아요.

비로그인 2007-09-03 09:38   좋아요 0 | URL
베니건스 좋아하는 거 딱 맞추셨네!
+_+

Mephistopheles 2007-09-02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왜 난 한국에 있으면서도 집밥 못 먹어본지가..벌써...으으윽...

미즈행복 2007-09-03 01:30   좋아요 0 | URL
마님도 주니어와 함께 가셔서 그런건가요? 아님 계속되는 야근으로 인해 그런건가요?
저도 오히려 한국에서는 남편 밥을 해 준 적이 없는데 -식사전 출근에 취침후 퇴근이여서-, 여기 오니 좀 해주게 되네요. 남들중 일부는 도시락도 싸준다는데 저는 그것까진 못하겠더라고요. 딸 유치원 도시락 싸기도 바빠서. 덕분에 6시에 일어나야 한답니다. 한국서는 유치원에서 밥 다 줘서 늦잠잤었는데...

책향기 2007-09-03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즈님. 군대간 남자들이 사회로 돌아가면 먹고싶은 음식 주욱 나열한다던데...님이 꼭 그 심정인거 같네요. 기운내세요. 아자~

미즈행복 2007-09-04 00:53   좋아요 0 | URL
군대 간 남자들은 그래도 자기가 해먹지는 않잖아요.
저는 먹고싶은 것도 많은데, 매일 세끼를 해야한다는 고충까지 있어요.
그리고 제일 큰 문제는 제가 양식을 안좋아해서 여기서 외식으로 때울게 별로 없다는 점이예요. 애들도 매일 흰밥을 주로 고집하고요.-심지어 볶음밥이나 카레도 싫어해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