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딸이 겨우 유치원에 다니는 저로서는 미국의 교육에 대해 잘 모르겠지만 이제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아들을 둔 엄마로 부터 들은 얘기를 종합하자면, 미국도 선행학습이 있습니다. 여기는 만 5세의 9월에 킨더를 가게 되는데 그게 의무교육의 시작입니다. 만 3, 4세에 가는 프리스쿨은 의무교육이 아니라 부모의 부담입니다. 그리고 퍼블릭에서도 프리스쿨을 운영하는데 공짜거나 매우 싼 대신 하루에 유치원에 머무는 시간이 2시간 남짓에 불과합니다. 킨더를 가면 보통 3시까지 있는 것 같습니다. 더 일찍 끝나는 곳도 있고요. 더 오래 있으려면 돈을 내야합니다.

제가 있는 곳에는 사립 프리스쿨이 3개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그 150만원짜리이고 -오후 3시에 끝납니다-  또 하나는 가격을 잘 모르나 100만원은 할 것 같고, 다른 하나는 오전만 봐주는 대신 50만원입니다. 보통 학기는 9월에 시작해 6월초에 끝나고  여름에는 써머캠프라고 해서 주로 놀이 위주로 진행되는 캠프를 갑니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그런 곳이 아니고 여태까지 다니던 유치원이나 인근 다른 유치원의 프로그램에 가는 것입니다. 오후 3시경에 끝나는 것이 대부분이고 이 시기에는 주로 수영장 가거나 밖에서 주로 놉니다. 미술수업 같은것  하고요.  

만 5세가 되어 킨더를 가고 일년후에는 초등학교에 갑니다. 공립 초등학교는 2종류가 있다고 합니다 . 한국식의 학군따라 가는 초등학교가 있고, 학군에 상관없이 지원자를 대상으로 추첨(?) 하여 가는 초등학교가 있습니다. 추첨하는 곳이 당연 주로 인기 있지요. 그래서 부지런한 엄마들은 집에서 멀더라도 여러군데 원서를 넣어서 되는 곳에 가기도 한답니다. -대신 먼 곳까지 운전해야지요- 여기서 떨어지거나 하면 학군따라 가는데 잘 사는 동네는 퍼블릭 학교들이 좋지만 지금 제가 거주하는 곳 같이 흑인 밀집도가 높도 사는 수준이 보통이거나 그 이하면 퍼블릭 학교들의 수준이 엄청 떨어진다는군요. 그럼 사립에 보내야 합니다. 

여기서 집을 샀다는 사람의 아들이 이번 9월에 초등학교를 가는데 사립을 갑니다. 제가 있는 동네의 퍼블릭은 수준이 좀 떨어지거든요. 돈이 되면 다 사립을 보내지요. 그런데 이 초등학교를 마치면 다른 퍼블릭보다 2년 정도 진도가 앞선다는군요. 여긴 좋은 대학을 가려면 고등학교때 대학교 과목을 몇개 들어야 된답니다. 그러니 선행학습이 여기서도 사립학교에서는 이루어지는 것이지요. 어떤 사립은 3년 정도 선행학습이 된다고 합니다. 사립은 학비가 엄청 비쌉니다. 유치원도 150만원이니까요. 그렇다고 초등학교라고 2배씩 되지는 않고 이 동네 사립 초등학교는 180만원정도 하더군요. 제가 사는 시카고 남부에 제일 유명한 사립학교는 랩스쿨이라고 시카고 대학부설 학교입니다. -최근 한국의 해오름 싸이트에도 소개되었다고 하네요. 그래서인지 써머하러 온 한국 엄마들이 많습니다-  여긴 우선권을 교수나 직원자녀에게 줍니다. 그래서 들어가기도 매우 힘들어요. 여긴 학비가 월 200만원이 넘습니다. 그래도 좋다고 소문이 나서 흑인동네인 이 동네에 백인 교수들이 오로지 자녀를 랩스쿨에 보내려고 거주하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이 랩스쿨이 3년을 진도 앞서나간다고 하는군요. 그리고 여기 학부모들은 대체로 학교 교수이거나 학교 병원 의사들이 대부분이어서 과외도 엄청 시킨대요. 그래서 학교 수준이 더 높아지는 것인지도 모르지요.

결국 한국이나 미국이나 선행학습은 다 있습니다. 다만 한국은 선행학습을 고교과정까지만 하는데 비해 여기서는 좋은 대학 가려면 고등학교때 이미 대학 과목도 들어야 한다는 차이가 있지요. 그리고 사교육? 여기도 만만찮습니다. 저는 예체능이나 시키겠지 했는데 랩스쿨정도 보내는 학부모들은 다른 일반 교과도 자기가 시키거나 -학부모들의 수준이 대부분 교수, 의사이니 매우 높지요- 과외선생 다 구해서 시킨다는군요. 한국처럼 사교육이 매우 일반화되어 있지 않다뿐이지, 여기서도 먹고 사는 사람들, 자기 자식 좋은 대학 가기를 바라는 사람들은 다 사교육을 시킵니다. 다만 여긴 고등학교만 나와도 다 먹고 살 수는 있으니까 그렇게 시키는 사람이 적을뿐이지 높은 수준의 삶과 교육을 원하는 사람은 여기서도 다 시킵니다.

아들이 초등학교 가는 그 엄마도 학교는 3시에 끝나지만 그 이후에 학교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과외활동에 아들을 참여시키려 하더군요. 물론 돈을 더 내야지요. 체스, 피아노, 체육과목등 거의 모든 종류가 다 있더군요. 그럼 집에 오는 시간은 5~6시 되는 것도 한국과 마찬가지입니다. 예체능만 있지 않냐고요? 아니요. 읽기와 쓰기도 다 있습니다. 결국 어디나 사람 사는데는 다 마찬가지예요. 앞에서도 말했듯이 한국은 정말 누구나 다 사교육을 시키는 것이고, 여기서는 돈 많거나 교육에 특별한 관심 있는 사람만 시키는 것이지요. 왜냐면 여긴 고등학교만 나와도 다 먹고 살 수 있으니까요. 인건비가 비싸니 그냥 육체노동해도 다 왠만큼은 먹고 살거든요. 한국은 육체노동의 임금이 워낙 싸니 다 공부시키려고 하는 것이고요.

제가 전에 150만원씩 하는유치원 보내면서 돈 없다고 징징대는 엄마들 흉을 봤지만 사실 그 엄마들도 거기 좋아서 보내는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보내는 것이지요. 비싸도 다른 대안이 없으니까요. 동네가 좋아야 퍼블릭을 보내지요. 다만 제가 흉본 것은 그 정도 보낼 여유가 있으면 한국에서 잘 사는 사람에 끼는데 더 잘 사는 강남엄마 운운하며 자기들이 별로 돈 없는양 말하는 것이 보기 싫어서였지요.

퍼블릭을 좋은 곳에 보내면 되지 않냐고요? 다 유학생 가족이니 우선 학교 가까이 살아야지요. 그리고 퍼블릭이 좋은 곳은 당연 집값이 비쌉니다. 월세도 비싸고요. 그리고 그런 동네는 정말 주택가라 월세도 거의 없습니다. 여기서 아파트 사는것이 빈민이라고 전에 말했는데 왜냐면 아파트는 돈 없는 사람들이 월세 사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한국식의 아파트는 뭐냐고요? 여기서는 그런 집을 콘도라고 부르더군요. 그건 자가 소유의 아파트입니다. 거기 살면 좀 낫지요. 그래도 대세는 주택이예요. 물론 다운타운은 콘도도 많습니다. 고층건물이 주가 되니까요. 하지만 콘도는 주택보다는 아무래도 면적이 작으니까요. 주택은 3층집이면 보통 방도 3~4개는 최소 나오잖아요. 하지만 콘도는 보통 2개 방이 기본입니다. 3개이상의 방이면 펜트하우스라 방 2개짜리보다 값이 2배는 비싸진다는군요. 그리고 퍼블릭이 좋은 곳은 동네 사람들의 기부가 많답니다. 부자들이니 기부를 많이 하지요. 그래서 퍼블릭인데도 학교에 수영장도 있고 도서관도 있고 시설이 좋답니다.

기부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여기서는 기부가 아주 흔하다고 합니다. 그 150만원짜리 유치원도 매달 기부하라고 전화가 오거나 우편이 온답니다. 여기 사람들은 기부도 학비의 일종으로 생각한다는군요. 그리고 학교가 만족스러우면 기부도 즐겁게 한답니다. 제 생각엔 학비도 비싼데 기부를 어떻게! 이지만 여기 사람들은 그 정도 보내면서 기부도 안해? 그럴거면 그런 비싼데를 왜 보내? 랍니다.

교육비, 정말 비싸지요? -좋은 동네의 제일 싼 집으로 가서 기부 안하고 버티는 것이 수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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뒹굴이 2007-08-02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휴... 난 이런 글만 보면 점점 더 애 낳기 싫어져... =_=;;;

미즈행복 2007-08-04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지만 다들 아이가 주는 기쁨 -재롱?- 때문에 낳는게 아닐까?
돈이야 있는만큼 교육시키는 것이고 -그래서 여기서 보통 사람들은 사립명문대보다
등록금 싼 주립대를 선호한다는군- 또 부모가 관심가지고 학교 교과를 살펴봐줘도
되고 말야.
하나 확실한건 애 낳으면 지금의 네 널널한 시간은 끝이라는 거지.
날 봐라. 얼마나 바쁘냐. 그래도 그것도 또 행복의 일종이니까. 종류가 다를뿐.
 

딸의 놀이그룹 사건은 그 모임에 끼기는 했으나 이질감을 느끼던 제게 그 일원의 뒷담화를 써야지

하는 치사한 생각을 떠오르게 했습니다.

 

모임의 인원은 현재 총 7명. 이 중 한 명은 8월에 다른 지역으로 이사가게 됩니다.

멤버 1  - 신랑 선배 부인.

             이 사람이 이 모임을 거의 2년 반 전 주도했습니다. 제 신랑 물리학과 선배 부인이어

서     제가 이 사람을 끊임없이 압박해 여기에 끼게 된 것입니다. 미국 온 지 잘 모르나 5년쯤 된

것 같고 미시건인지에 있다가 이 곳으로 이사왔습니다. 남편이 한국 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데 본인은 여기서 살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영어도 왠만큼 하나봅니다. 한국서 특수교육전공

했다는데 여기 대학원에서 장애인관련된 뭔가를 전공하고 있답니다. 남편을 기러기시키고 딸 하나

와 미국서 살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한국가면 집도 없다고요. 애 교육도 힘들고요. 시댁은 형편

이 그만그만한가 본데 친정엄마가 의사셨답니다. 35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매일 미니스커트를 소

화시키는 패셔니스트이죠. 좀 돈이 있어보입니다. 차림새가.

 

멤버 2  - 이사갈 중문과 출신

           화통한 성격에 유머가 강점입니다. 한국서 중문과 석사까지 했다는데 남편 공부때문에 이

곳에 와서 자기도 다음 학기부터 박사과정 들어갑니다. 그래서 남편과는 주말부부해야 합니다. 남

편 학교는 이곳이고, 자기 학교는 여기서부터 차로 2~3시간 남짓 떨어진 곳이랍니다. 온 지는 역

시 한 4년쯤 되었습니다. 딸 둘인데 하나는 월 150만원의 유치원 가고 있고, 나머지 하나는 비용은

모르나 데이케어 맡기고 있습니다. 이사가면 아줌마를 쓸거라고 합니다. 시댁이나 친정 다 좀 사는

것 같아요. 미스적에 조선호텔에서 마사지 받던 얘기를 하더군요. 시댁은 3형제인데 자기네가 막

내이고, 시아버님이 큰 형은 3/6, 둘째형은 2/6, 자기네는 1/6 의 재산을 주기로 해서 열심히(?) 살

아야 한다는군요. 제가 보기엔 지금도 그 애들 유치원비만 해도 열심히 안 살아도 다 되더구만...

남편 전공은 화공과.

 

멤버 3  - 미대출신

             이 분은 남편의 직장에서 -한전- 유학을 보내줘서 온 케이스입니다. 내년에 한국 들어갑

니다. 쌍둥이 남매를 데리고 있는데 성격이 참 온화하고 여성적입니다. 별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점잖은 분입니다.  온 지 4년 되었는데 한국의 사교육때문에 내년이후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자기

는 그렇게 할 자신이 없다고요. 송파에 집은 가지고 있습니다.

 

멤버 4  -  물리학도의 부인

              현재 아들 하나인데 다음달에 출산합니다. 원래 올 12월에 한국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늦

춰져서 내년에 간답니다. 역시 150만원 하는 유치원에 애 보내고 있습니다. 시아버지가 의사시랍

니다. 들은바로는 케잌을 엄청 잘 만든다는데 본 적은 없습니다. 미국 온 지 6년. 남편 전공은 물리

 

멤버 5  - 여기서 집 산 사람.

            저는 이번주에 처음 봤습니다. 시부모님이 오셔서 지난 한달간 모임에 못나왔다고 하네

요. 남편이 여기서 취직을 했답니다. 계속 여기서 살거냐니까 그건 아니고 한 2~3년후에 들어갈거

라고 하네요. 일시불로 집 샀다니까 돈 되는 분이십니다. 이 집은 아들 하나인데 역시 150만원 유

치원에 갑니다. -저는 잘 몰랐는데 여기선 아파트 사는 사람은 빈민이라네요. 주택에 살아야 된

다네요. 이 집 아들은 미국 애들과도 플레이데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곧 갈거라면서 계속 렌트로

있지 왜 집을 샀는지는 모르겠습니다.아직 친하지도 않고 묻기도 그래서-  미국 온 지는 6년인가

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멤버 6  - 공립유치원 보내는 엄마

             왜 이걸 강조하냐면 공립 유치원은 무료이기 때문입니다. 대신 봐주는 시간도 짧습니다.

9시부터 11시 30분까지. 거주하는 아파트도 이 지역에서 제일 렌트비가 싼 곳입니다. 그래서 형편

이 다른 사람과는 달리 그리 넉넉하지는 않나보다 짐작하고 있습니다. 여기 보험료도 어마어마한

데 이 집 애들은 -남매- 여기서 태어난 시민권자라 이 지역 주민에게 해당하는 무료보험에 들고 있

습니다. 엄마는 논리적이고 여러 정보에 밝은 분입니다. 곧 한국에 갈 것 같습니다. 남편이 공부 끝

났다니까요. 자리 알아보는 중인가 봅니다. 온 지 7년 되었습니다. 남편 전공은 고대 서양사.

 

멤버 7  - 저입니다.

             영어 못하고 싫어하고 한국 좋아하는 엄마. 한국에 집은 가지고 있으나- 감사하게도 시

부모님이 해주셨습니다- 당장 쓸 돈은 없는, 그래서 속물스럽게 저 아줌마들의 경제력이 궁금한

사람. 

 

솔직히 저는 저 멤버들 중 3 과 6에만 뭐랄까 동질성이랄까? 신뢰랄까 하는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형편도 저랑 비슷해보이고, 사람들이 점잖아서요. 솔직히 멤버 1은 신랑 선배 부인이지만 맘에 들

지는 않습니다. 너무 미국 좋아하고, 남편이 기러기했음 좋겠다는 발언이 거의 매주 나오고 해서

요. 한국에 가면 집 없다고 하는데 여기서 집 살까 하고있고 -웃기죠? 물론 여기 집 값이 한국보다

싸긴 하겠지만- 제가 TV 광고에서 보니 미국은 보석이 싼가보다 했더니 저더러 티파니 매장에 가

보랍니다. 아시죠? 얼마나 비싼 보석가게인지. 허걱! 도대체 제 수준을 뭘로 본 겁니까?

멤버 2도 돈이 되나 봅니다. 그러니 조선호텔에서 맛사지를 받지요. 제가 잘은 모르지만 이 곳에서

박사나 포닥과정에 있으면 딱 먹고 살 만큼의 돈만 나온다고 알고 있어요. 렌트비와 본인 보험료,

그리고 식비정도요. 애들 교육비까지 안됩니다.  근데 그 비싼 유치원 -하긴 여긴 공립 유치원 아

니면 다 비싸긴 하지요. 싼 데가 한 달에 60만원이니까요. 근데 거긴 오전만 봐줘요. 이 150만원짜

리는 오후 3시까지 봐줘요. 그 중간 값은 잘 모르겠어요. 이 동네 사립 유치원이라고도 3개밖에 없

으니까요. 공립 3개랑. 근데 공립은 신청도 미리 해야하고 그런가봐요. 봐주는 시간도 짧고- 보내

고 둘째도 데이케어 맡기고 하니까요. 그래서인지 저랑 이질감이 느껴집니다. 

멤버 4도 시아버지 힘으로 남편이 군대도 기무사로 갔다왔다니 돈 되는 집입니다. 멤버 1. 4, 5는

모두 여기서 현지인한테 영어 과외도 받고 있거나 과거에 받았습니다. 지금 안 받는 사람은 영어

되서 졸업했나봐요.

멤버 5도 한 번밖에 못 봐서 잘 모르겠는데 분위기 상당히 돈 있어뵙니다. 지난달 시부모님과 동서

내외가 놀러와서 한달 있다갔는데 그동안 월세로 집 구해서 따로 있었다니까요. 그리고 한국서 돈

보내서 일시불로 이 동네 3층집을 샀답니다. 그 집 아들은 자기 집에 화장실이 3개라고 자랑하더군

요.

이러니 제가 이런 분위기에 잘 적응 안되지요. 근데 웃기는 것은 이 사람들이 지금 한국서 한다는

드라마 강남엄마인지 뭔지를 보면서 신세 한탄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자기들은 한국에 집도 없

다고요. 10억 생기면 뭐하냐고요. 강남에 전세밖에 못가는데 하면서요. 제가 보기엔 돈이 없어서

한국에 집이 없는게 아니라 살 필요를 못느껴서, 아님 귀국한 다음에 사려고 안사고 온 것 같은데

말예요. 물론 그 사이에 한국이 집 값이 많이 올라서 속이야 쓰리겠지만요. 허나 이게 돈 없는 사람

들의 생활스타일입니까?

시부모님 덕분에 서울에 집은 있으나 쓸 돈이 없는 저는 여기서 드는 천문학적인 생활비에 한숨이

나오는데 -렌트비, 보험료, 애들 교육비, 생활비등. 곧 보험은 온 가족이 다 여행자보험으로 바꿀

거고, 아파트는 렌트비 싼 곳으로 이사하려고 지금 알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식비는 한국마켓가서

장보는 관계로 좀 많이 나오긴 하지만 대신 여기 온 이래 외식 한번 안하고 살고 있습니다. 그러니

한 번 외식하면 수십불은 기본으로 나오는 다른집보다 식비가 적게 들걸요? 냉면만 사먹어도 15불

이라는데- 비싼 유치원 보내고 매일 원피스에 미니스커트로 우아하게 옷 차려입고 나오는 그들은

집 없다고 돈 없다고 고생하는 유학생부인이라고 신세한탄입니다.

솔직히 제가 있어보니 한국보다 고생은 하지요. 저만 해도 안하던 김치 담그기에 제과, 새벽부터

일어나 도시락싸고 있으니까요. -여기 유치원은 다 도시락 집에서 싸오라고 하네요. 또 줘도 입맛

이 안맞아 못먹기도 하겠지만요- 그래도 저 위의 부인들이 크게 고생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말예

요. 육체적으로는 한국보다 힘들겠지만 어쨌건 저 빼고는 다 미국 좋아하고, 또 경제적으로 다 여

유있어보이니 말예요.

신랑에게 말했죠. 내가 한국에 있다면 결코 같이 놀 지 않았을 사람들이라고요.

아, 사람이 그립다보니 제가 선택을 할 수가 없네요. 더구나 여긴 교민이 사는 지역도 아니니 말예

요. 다른 한국 사람도 있긴 하겠지만 모르는 걸 어쩝니까. 누가 소개시켜주지도 않고요. 전에 있던

신랑 친구 부인은 그런 점에서 검소하고 -한국에서 돈 보내주는 사람이 없어서 정말 알뜰하게 살

거든요. 김치, 빵 다 만들어먹고 옷도 싼 것만 사고, 무료입장일만 챙겨서 나들이가고- 혼자 노는

것을 좋아하는 스타일이긴 하지만 -저 위의 사람들과 어찌 어울릴 수 있겠어요? 돈 안되고 기분 상

하고- 저랑 잘 맞았는데 이제 샌프란시스코로 이사가서 볼 수 없고요.

 

겨우 친구먹고 놀아주는데 험담이라고요? 그래서 제목 달았잖아요. 뒷담화. 험담, 뭐 이렇게요.

아, 한국의 제 친구들이 그립습니다. 어쩔수 없이 같이 노는 친구 아닌 제가 저와 뜻 맞아서 선택한

제 친구들이요. 같이 놀지말라고요? 그럼 정말 우울증 걸릴거예요. 아는 한국인 하나 없이, 정보는

어디서 얻고 하라고요?

원래도 별로 좋아하지 않던 성향의 사람들이었는데 딸 일로-영어만 쓰면서 우리 딸이랑 안노는-

더욱 비호감 되었어요.

우리 딸은 언제쯤 이 냉혹한 현실을 깨닫고 영어를 배울까요? 

저는 언제쯤 이 곳이 좋아질까요?

저 사람들이랑은 친해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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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7-09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전..제가 그 어떤 행동을 하던간에 그걸 선의로 해석해줄 수 있고, 서로를 존중하고, 걱정하고 같이 기뻐하는 그런 대상만 친구일 뿐 친한거랑은 또 다른거라고 생각하는데요. 긍까, 같이 밥먹자 뭐하자 몰려다니는 식은 친한거지 친구는 아니니까요. 지금 말씀하시는거 들었는데 좀 같이 지내기엔 엄살이 많으신거 같습니다. 글도 유학생 생활은 마음도 몸도 힘든거 (저희 둘째 언니네 봐서) 압니다만...그냥 니네는 그래라...그러면서 지내셔야 할 거 같아요. 그래도 같이 안노는 무리라도 친해두면 도움은 되더라구요. 인맥관리...여하간, 서재에서 이렇게 뒷담화하시고 스트레스 해소하셔요 ^^ 아참, 전 새초롬너구리라고 합니다.

미즈행복 2007-07-09 23:10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새초롬너구리님!!!
좋은 고언 잘 새겨듣겠습니다.
새초롬너구리님 말씀대로 그렇게 살아야지 어쩌겠어요?
애들 키우는 정보도 들어야하고 그러니말예요.
사람이란게 거기서 거긴데 어쩜 저도 그 사람들처럼 가진게 많았으면 거들먹거렸을수도 있겠죠. 때론 그래서 물질적으로 가진게 너무 많지는 않음에 -그래도 저는 집을 가졌으니 그것만으로도 사실 죄송스럽고 황송해요- 감사한답니다. 좀 없어야 이해의 폭이나마 좀 넓어지는것 같아요.
새초롬너구리님!
이름이 너무 예뻐요^^

비로그인 2007-07-10 10:01   좋아요 0 | URL
좀 같이 지내기엔 (그분들) 엄살이 많으신거 같습니다....저거 빠졌습니다 ^^

부리 2007-07-09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이 그립지만 선택할 수가 없다는 말에 가슴이 아파옵니다. 선택할 수 없음이 잘 안맞는 사람과도 잘 지낼 수 있게 해줄 수 있을까요......

미즈행복 2007-07-09 23:04   좋아요 0 | URL
그래도 부리님이 놀러도 오시고 관심을 가져주시니 이 어찌 반갑지 않을수 있겠습니까?
한편 생각해보면 다른 내세울 것 없는(?) 멤버들도 그냥 조용히 남들 얘기 잘 듣다가 오는데 저만 까탈에 투정인 것도 같네요.
이것도 세상사 공부겠지요.
부리님도 예전에 2차 가자는 친구들 투정하셨잖아요~^^

비로그인 2007-07-09 23:55   좋아요 0 | URL
거참, 이상하게 제가 가는 길에 꼭 부리님이 따라오시고 말이죠....하하하하

2007-07-10 16: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즈행복 2007-07-11 21:12   좋아요 0 | URL
속삭인 친구야.
나도 나이지만 너무 심심해하는 지현이때문에 그 모임에 끼려고 한 것이라 -물론 그애들이
영어로 놀 줄 몰랐지- 애들때문에라도 가긴 가야지. 지현이 나이도 있는데 친구 없이
매일 혼자 놀긴 그렇잖아. 영어를 하게 되면 여기 애들과 놀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건 지금은 친구가 없잖아.
현지인과 놀기엔 내 영어가 너무 안되서 사귈 수가 없어. 그리고 어디서 사귀니?
유치원에서 애 데려다줄 때 잠깐 보는 엄마들과?
다들 바쁠걸?
여기서 미국애랑 플레이데이트 하는 한국애를 봤는데 애들만 만나더라고. 엄마는 데려다주고
데리고오기만 하고. 엄마 친구는 엄마 친구, 애 친구는 애 친구 구별하나봐. 그 엄마는
영어도 되는 엄마인데 말야. 내년이후에나 좋은 동네로 가길 바래야지. 고마워.
 

음, 이게 왠 재수 없는 일이랍니까?

어제 다운타운에 나가는 길이었습니다.  저희 차선 앞에서 한 차량이 좌회전 차선으로 비스듬히 끼

어들기를 해서 저희는 직진하지 못하고 정차에 가까운 서행중이었는데, 갑자기 느껴지는 쿵하는

소리와 충격! 바로 뒷차가 저희차를 받은 것이었습니다. 으이크!!!

민소매 티셔츠에 반바지를 입은 백인 남자가 내리더니 뭐라고 하더군요. 경찰은 아니고 교통통제

하던 사람이 좌회전해서 차 빼서 얘기하라고 해서 차를 일단 뺀 뒤 사고낸 그의 변명같은 소리를

듣고, 그의 연락처와 보험회사 등 필요한 사항을 적었습니다. 아주 기분 잡쳤습니다. 남들은 미국

서 십몇년씩 살아도 아무 일 없는데 고작 미국 온 지 석달만에 교통사고라니!!!

애들은 카시트에서 자고 있다가 부딪혔을 때의 충격으로 잠시 눈 뜨더니 다시 잠들어버렸습니다.

아는 사람에게 전화로 물어보니 응급상황은 아니니 보험사에 전화는 월요일에 하라고 해서 -어제

는 일요일이었습니다- 다른 할 일도 없고 예정대로 그냥 다운타운에 가서 그릇을 사고 좀 돌아다

녔습니다. 사고낸 사람이 보험사로 처리하든지, 직접 하든지 맘대로 하라고 했을때 보험사를 통해

서 하겠다고 말하고, 애들이 어떤지 병원에 가볼 수도 있다고 하니 갑자기 놀라고 겁먹은 표정을

하며 자기는 천천히 달렸는데 어쩌구 저쩌구 했습니다. 근데 사실 한국에서도 한번 빙판에 미끄러

져 논두렁에 차가 뒤집어지며 굴렀을 때도 병원에 가니 아무 이상은 없다고 했었거든요. 근데 병원

다니기 힘든 미국에서 만사가 귀찮아서 크게 아픈데도 없고, 애들도 깨서 잘 노는 것 같아 그냥 병

원은 안가기로 했습니다. 한국 같았으면 바로 그냥이라도 한번 가봤을텐데요. -여긴 그냥 바로 갈

수 있는데는 비싼 응급실밖에 없잖아요. 예약도 귀찮고 어느과로 가야할 지도 모르겠고 해서-

오늘 보험사에 연락하니 차는 수요일에 수리 맡기라고 하고 -비싼 차는 아니지만 그래도 산 지 4달

밖에 안된 새 차인데!!!- 그동안 렌트는 알아서 우리 돈으로 우선 하고 나중에 영수증 보내면 그 쪽

보험사 통해 받아다 준답니다. 근데 한 6개월 걸린다는군요. 허걱!!!  뭐 이렇게 느려터진 일처리가

다 있어? 야 한국같았어봐라. 당장 다 해결되지!!!

오늘이 되니 뒷목이 당기는 것 같은게 영 찜찜하네요. 안그래도 저는 목이 좀 안 좋은데 말예요.

아유, 짜증나.

한국이라고 교통사고 안나는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짜증나요. 안그래도 미국 싫어하는데 더 싫어졌

어요. 아. 한국 가고파.

-신랑 친구는 여기 시카고가 서울보다 운전하기 더 힘들다고 하네요. 사람마다 느끼는 개인차는

다르겠지만 말예요. 누구는 더 편하다고도 하니까요. 하지만 대도시라서인지 시골같지는 않답니

다. 고속도로는 정말 빨리 달려서 특히 밤에는 차선 바꿔서 빠져나가기도 힘들다고 하네요. 신랑

친구는 그래서 빠져나가야 하는데서 지나쳤다고 해요. 깜박이 켜도 양보도 안해주고 빨리 달려서

요. 다운타운도 여유있게 양보해주는 차량은 없어요. 빨리빨리 가지 않으면 경적 울리고 난리예요.

대도시는 어느 곳이나 다 비슷한가봐요. 특별히 서울사람들만 성격급하게 운전하는게 아니라요.-

찌그러진 차의 사진을 올리지 못하는게 좀 아쉽네요. 전에 한번 언급했듯이 디카는 있는데 연결하

는 케이블이 없어서요. 우리 아들은 차가 찌그러진게 신기한지, 자고 일어나서 찌그러진 차의 후미

를 보며 연신 우리차가 찌그러졌어를 연발하고 있습니다. 근데 차사고가 나서 우리차가 찌그러졌

다고 하니 우리 아들의 첫 반응이 뭔지 아세요? 바로 '그래서 미안하다고 했어?' 였답니다. 우리는

속이 터지는데 우리 아들은 그 사람이 미안하다고 했는지가 궁금했나봅니다. 그렇다고 대답하니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다시 찌그러진 차 얘기를 하네요. 근데 저는 왜 미안하다는 말로만으로는 기

분이 좋아지지 않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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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6-26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보통 미국에 간 사람들은 미국예찬론자가 되던데 행복님은 점점 애국자가 되가시는군요. 운전은 어디서나 조심하셔야 할 거예요 우리나라나 남의 나라나...:)
큰 사고 아니었기에 다행입니다.
미안하다가 얼마만큼의 진심과 사죄의 뉘앙스를 담았느냐가 중요하긴 한데
그래도 마음푸시는 게 여러모로 좋을 거 같아요
오겡끼데스까~~~ ^^

미즈행복 2007-06-28 0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원래 미국을 안 좋아했고, 미국 오는 것도 너무 싫어해서 애 아빠가 먼저 미국가고 저희 가족은 6개월 늦게 온거예요.
여기 몇 아는 한국인이 미국 예찬론자가 된 것은 오로지 시댁가기 싫어서더라고요. 여기 있음 가끔만 봐도 되는데 한국 가면 자주 본다고 말예요.
글쎄, 그것 외에 미국이 특별히 뭐 더 좋은게 있나요? 영어도 못하면서?
전에도 썼듯이 아줌마들 놀기에는 한국이 천국인데요?
전혀 모르겠네요. 아, 미국이 좋은 이유? 전에 치과의사는 교육을 꼽았죠.
여기서는 못하는 애도 잘 이끌어준다고. 근데 아직 제 애들이 학교교육 받을만큼
나이를 먹지 않아서 그건 실감이 안나네요.
체셔님도 항상 건강 조심~

또리 2007-06-29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일이 있었구나..
휴우,, 그만하니 천만다행이다..
조심, 또 조심하기를 바래..

찌그러진 차를 보고 신기해하는
지현이와 우준이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우준아,, 이리와봐... 차가 이상해"
"어,, 진짜네.. 찌그러졌어...
엄마가 이렇게 만든거야? 예전이 더 이뻐.. 다시 바꿔" ㅋㅋ

블로그 하나 소개해줄게...
정신 없어 들어가 볼 시간도 없을지 모르지만
글의 느낌이나 분위기가 너무 좋아...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 나오지만
지치고 힘들때 들어가서 많은 힘을받고와..

http://biglips.pe.kr/marvin

건강히 잘 지내기를!!

부리 2007-07-02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 그런 일이 있으셨는데 제가 몰랐네요. 죄송합니다. 정말 속상하시겠어요. 차도 아깝지만 무엇보다 그 가늘고 긴 목이... 저도 무지 속상합니다. 느려터진 일처리 하며 잘못한 남자가 그다지 반성하는 것 같지도 않아서요..... 진심을 담은 사과, 아드님도 그걸 지적한 게 아닐까요??

미즈행복 2007-07-03 22:04   좋아요 0 | URL
걱정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 얘기를 들으니 저희는 다행인 경우였어요.
뒷차가 무리하게 끼어들다가 박아서 중앙선을 넘어가 차를 폐차시킨 경우도 있고,
보험 안 든 차에 추돌사고 당해서 한 푼 보상도 못 받고 자기 돈으로 수리하거나
그냥 다니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보험 안 든 차와 사고나면 경찰에 연락해 그 사람을 형사처벌 하는 수 밖에 다른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경우는 없다는군요. 원래 돈이 없는 사람이니 보험에 안 들었고,
그래서 자기 돈으로 물어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군요.
제가 아는 사람은 그래서 그냥 가라고 봐줬대요. 그 사람 감옥에 집어넣어서 뭐하겠냐며-
좋은 나날 보내세요!

마태우스 2007-07-02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저도 몰랐어요 님이 손가락 하나라도 다치면 제가 너무 슬픈데...흑. 앞으로 님한테 관심을 아주 많이 가질께요.... 어여 회복하시고 차도 더 멋지게 고치시길

미즈행복 2007-07-03 22:00   좋아요 0 | URL
어머나!
주말을 맞이해 좀 놀러다니느라 서재에 못 왔었는데 반가운 마태님의 댓글이!!!
마태님, 제가 방명록에 남긴 글은 보셨나요?
마태님의 글을 보니 원기왕성, 생기발랄해지는 것 같아요.
역시 마태님은 정말 저의 스타이십니다.
반가와요!!!
저야 잘 있죠. 다친게 없으니 회복될 것도 없고요.
다시 힘내서 김치담그고 별 짓 다 하고 있어요.

마태우스 2007-07-06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명록 봤지요. 그런데...그 고운 섬섬옥수로 김치 담그고 있다니 더 마음이 아파요. 제가 맛있는 종가집 김치 보내드리고파요. 흑흑

미즈행복 2007-07-08 10:44   좋아요 0 | URL
마태님의 관심 너무 감사해요!!!
근데 여기서도 종가집 김치는 팔아요.
다만 제 입맛에는 풀무원보다 못한데, 풀무원은 항상 갈때마다 있는게 아니더라고요.
어떤 날은 있고, 어떤 날은 없고 해서 없으면 어쩔 수 없이 MSG가 들어간 현지 제조
김치를 먹어야해서 담가본 것이거든요.
지금까지 2번 담갔는데 다 실패!
처음은 너무 짜게 절여져서, 두번째는 덜 절여져서.
아~ 어려운 김치달인의 길이여~
 

지난주 제과에 입문하여 너무 의욕적으로 머핀과 쿠키와 마들렌과 브라우니를 만들다보니 드디어

몸살이 났습니다. 의욕이 넘쳐 우리 가족이 먹을것만 만드는게 아니라 이사가는 신랑 친구 집에도

머핀과 마들렌을 만들어다 주고, 같은 아파트 윗층에 사는 아는 한국인 집에도 브라우니 만들어다

주고, 심지어는 친하지도 않은 아파트 세탁소의 한국인 아줌마한테도 머핀과 브라우니를 만들어

갖다주다보니 주말에 냉방이 지나치게 잘 된 마켓 다녀온 후로는 영 열이 나고 온 몸이 쑤시는게

만 이틀을 꼬박 드러누워있었습니다. 그 동안 저희 가족은 라면과 와플로 식사를 연명했지요.

오늘, 몸이 좀 나은듯해서 지난 주말에 김치를 담아볼까 해서 한국 마트에 가서 사온 -아파서 냉장

고 안에 쑤셔박혀있던- 배추와 무와 기타 재료를 가지고 한국서 가져온 '나물이' 의 요리책에 나온

통배추 절이는 방법과 포기김치 담그는 법을 경전삼아 거기 나온 대로 김치를 담았습니다. 이놈의

급한 성격은 아파도 여전해서 오뉴월 염천에 내복껴입고 겨울용 머플러까지 목에 감고는 김치를

담았지요. 지난주의 제과의 성적은 나름대로 우수해 먹을만한 맛이 났는데, 김치는 오늘 담가놓은

것이라 익어봐야 맛을 알 수 있어서 잘 모르겠네요. 근데 솔직히 맛이 없을것 같아요. 처음이기도

하고, 또 고추가루가 너무 매워 나물이의 레시피보다 고추가루는 적게, 설탕은 많이 넣었더니 색깔

이 영 허연게 먹음직스러워 보이지가 않네요. 그리고 배추는 나물이가 6시간을 절이래서 물론 중

간에 상태를 보긴 했지만 잘 모르겠어서 그대로 6시간을 절였더니 좀 짜게 절여졌거든요.

어쨌건, 맛은 차치하고 처음으로 혼자 힘으로 김치를 담가보니 이젠 제가 정말 아줌마가 된 것 같

다는 생각이 확 듭니다. 결혼한 여자를 아줌마라고 부른다면 저는 7년전에 아줌마가 되었지요. 근

데 자기 나이 먹는 것은 잘 모른다고, 저는 아직도 제가 어린애같기만 하거든요. 뭐든지 척척 하는

아줌마의 이미지와, 제대로 할 줄 아는 것도 별로 없고 덤벙대고 희생과 봉사와는 거리가 먼 제 이

미지가 잘 겹쳐지지 않아서인지도 모르고요. 어쨌건 맛은 없겠지만 자신감은 생겼습니다. 이렇게

한달에 한번씩 담다보면 한 2~3년 하면 저도 계량하지 않고도 눈으로만 슬쩍 봐도, 손가락으로 살

짝 찍어먹어만 봐도 대충 다 아는 경지에 이르지 않을까요? -너무 과하고 헛된 욕심인가요?-

어쨌건 제 자신의 변신에 저도 무척이나 놀라고 있는 이즈음입니다. 고생을 해봐야 철들고 인간된

다더니, 한국에서라면 얻어다 먹고 사먹었을 제가 매일 앉아서 머핀굽고 김치 담그고 하다니요. 물

론 사 먹을 곳도 마땅찮고, 같이 놀 친구도 없고, 갈 곳도 없어서 하고 있긴 하지만요. 이러다가 귀

국할 때는 저는 살림의 대가가 되어있을지도 모릅니다. 아예 장도 담가먹을지도 모르지요. 그럼 그

때는 갈 곳도 많고, 만나서 수다 떨 친구가 많아도 살림에 전념하고 있을까요? 그건 모르겠네요.

제 다음 목표는 제빵입니다. 제과와 제빵의 차이는 발효가 없고 있고의 차이래요. 제과는 발효가

없는것, 제빵은 발효가 있는 것이라네요. 케잌은 발효과정이 없으므로 빵같아 보여도 제과랍니다.

물론 딸아이가 노래하는 생크림케잌도 만들어봐야겠지만 궁극적으로 최종목표는 제빵을 집에서

하는 것이예요. 단팥빵과 기타 등등요! -너무 좋아하는 찹쌀도너츠도요!!! 그런건 여기선 절대 먹

을 수 없으니까요. 참, 생크림케잌은 동네에선 안팔지만 차타고 40분쯤 가면 있는 유기농매장

Whole food에는 있더군요-

아~ 저의 변신이 물론 생활인의 입장에서야 바람직하지만, 그 동기가 갈 곳 없고, 만날 사람 없어

서라는 것은 좀 슬프군요. 이제는 이사간 신랑 친구 부인이 말하기를 겨울엔 해가 3시 좀 넘으면

진다는군요. 그럼 정말 밖에 잘 못 나가니까 -지금은 해가 길어서 8시에 져요. 여긴 해지면 밖에 나

가는게 위험한 동네예요. 총기사고도 많고. 일주일에 겨우 한두번 뉴스보면 항상 총맞아 죽은 사람

들 얘기가 나오곤하죠. 식당에서, 차고에서, 심지어는 버스안에서- 혼자 놀 거리를 만들래요.

아, 올 겨울이 지나면 저는 아마 제빵에도 성공해있을지도 몰라요. 우울한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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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7-06-20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치는 몇 번 더 해보심 요령을 알게 됩니다.
다른것도 마찬가지처럼요. 근데 통김치에 설탕을???
에이참, 김치 하면 저에게 미리 물어보심 알량한 깜냥을 좀 알려드릴 수 있는데요.
김장도 손수 담아먹고 삽니다 에헴~ㅎㅎ

단팥빵에, 찹쌀 도너츠를 님이 만들어주신 거라면 달려가서 먹고 싶어요.
위험한 세상에 단 냄새를 풍겨줄 미즈행복님의 창가에 굽신거리며^^

미즈행복 2007-06-21 0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그런줄 몰랐지요~
근데 통김치에 설탕을 넣지 않나요? 나물이의 레시피에는 설탕을 넣으라고 되어있던데요?
파란여우님만의 비법을 알려주세요.
김치를 한번만 담가먹고 사나요,뭐? 이제 한달단위로 담아야 할 텐데요.
-한번에 많이 못담그니 자주 조금씩 담아야지요. 딤채도 없고-
다음번엔 파란여우님의 비법으로 더욱 맛난 김치를 담고파요.

비로그인 2007-06-21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빵에 성공하는 게 왜 우울한 소식일까요? ^^
김치 열심히 담그시다가 홍진경 "더김치" 처럼 김치공장 사장님으로 대박이 날수도 ㅎㅎ

재미나는 한국드라마도 빌려다 보시고 알라딘 열심히 하세요 행복님 :)

미즈행복 2007-06-24 23:49   좋아요 0 | URL
그게요, 위에서 말한것처럼 할 일이 별로 없고, 아는 사람도 많지 않고, 갈 곳도
없어서 심심해서 집에서 열심히 제빵이나 하고 있을 수 밖에 없는 자조적인 한탄이라서
그래요. 체셔님처럼 바쁘고 인기있고 불러주는 곳이 많지 않아서요. 흑흑...

또리 2007-06-21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점에 잘 도착... 땡스!^^*
 

아는 몇 안되는 한국사람 집에 놀러갔는데 그들은 다 빵을 집에서 직접 만들고 있었습니다.

한 사람 집에서는 치즈케잌을 얻어먹었고 다른 사람 집에서는 케잌시트 -케잌의 기본이 되는 폭신한 빵.

여기에 생크림 등으로 데코레이션하면 멋진 케잌이 된다- 를 얻어먹었습니다. 또 다른 사람은 초코머핀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놀라워하는 내게 사람들이 말하길 여기는 빵이 주식이라 모든 집에서 다 빵을 굽는다

는 것입니다. 마들렌, 쿠키 등 모든 것을 대체로 만들어 먹고 있고 재료도 동네 슈퍼에서도 다 팔고 있고,

또 쉽다네요. 한국에서라면 그 무슨 귀찮은 일을! 하며 일소했을텐데, 여기서는 솔깃할 수 밖에 없었요. 그

이유인즉슨 우선, 동네에서 소문난 빵집 두군데를 갔는데 그 종류의 빈약함이라니! 여기는 빵 안에 소가

들어간 빵은 없답니다. 종류가 패스트리나 크로와상, 바게뜨,  마들렌, 쿠키정도 밖에 없어요. 슈퍼에 가면

맛없어보이는 식빵과 설탕범벅이 된 도너츠 정도가 더 있긴 합니다. 케잌도 있는데 한국에서의 그런 케잌

이 아니고 타르트와 버터크림케잌밖에 없어요. 여긴 생크림케잌은 없어요.-누군가는 생크림은 아마 일본

인의 작품같다는군요. 최소한 미국의 작품은 절대 아닙니다- 그리고 그런 빵이나 쿠키들마저도 너무 달거

나 딱딱하거나 해서 도저히 맛있는 한국 빵에 길들여진 내 입맛을 자극하기엔 역부족이랍니다. 그러던차

에 얻어 먹은 빵들은 한국 제과점과는 비교할 수 없을지 몰라도 이 곳, 미국의 빵집들보다는 훨씬 나았습

니다.

주위 사람들의 격려(?)에 힘입어 빵틀과 쿠키팬을 사고, 밀가루와 전분등 각종 재료를 사서 드디어 오늘!

신랑 친구 부인을 초빙해 와서 케잌 시트 만들기를 배웠습니다. 레시피 대로 하면 된다고 하나, 그래도 거

품을 얼마만큼 내야 하는지 등 직접 보는게 아무래도 나을 것 같아 이사를 며칠 안 남기고 있어 바쁜 그

녀를 모셨지요. 그리고 완성된 케잌시트!!! 색깔도 예뻤고 맛도 나름대로 괜찮았답니다. 이제 성공!!!

선무당이 사람잡는다던가요? 여기서 몇 년씩 산 다른 사람들도 아직 가지고 있지 않은 제빵기 -케잌이나

쿠키, 머피, 마들렌 등은 다 오븐으로 합니다- 까지 사서 내친김에 식빵까지 만들고 있으니 -이건 지금 제

조중이라 아직 성공여부를 모릅니다. 자그마치 4시간이나 걸린다고 레시피에 써 있는데 의심은 좀 가나

기다려보는 수 밖에- 이제 우리집은 당분간 넘쳐나는 빵들에 파묻혀 살아야 할 지 몰라요. 쿠키틀에 마들

렌틀까지 샀으니 말예요. 아, 급한 제 성격은 정말이지 하나 성공하고 또 사는게 아니라 해보기도 전에 다

왕창 사고 말았어요.

근데 혹시 아세요? 저희집에서 빵 좋아하는 사람은 저밖에 없다는 사실을요. 케잌시트도 제가 다 먹었고,

아마 식빵도 그러할걸요? 이쯤 되면 음모론이 나올만도 하겠지만 저는 어디까지나 이제 곧 유치원에 가

게 될 딸의 점심 도시락을 샌드위치로 싸주려면 식빵을 직접 만들어야겠다는 충심의 발로임을 엄숙히 공

언하는 바입니다. -이 동네는 점심 도시락을 싸가야 하더군요. 다른 미국 동네 사정은 모르지만요-

한국에 다시 가면 열심히 빵을 집에서 구울까요? 아님 다시 맛있고 푹신한 제과점의 솜씨에 감탄하며 모

든 기구들을 오븐속에 쑤셔넣은 채 맛난 제과점 순례에 바쁠까요? 여하튼 여기서는 열심히 만들어 먹을

생각입니다. 혹시 아나요? 제 솜씨가 좋아지면 우리 가족이 빵을 좋아하게 될른지요. 나중에 여러분들에

게도 만들어 선물 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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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6-07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친구들도 미국에 가더니 홈베이킹에 모두들 열심을 내더라구요.
여건이 허락이 되어져서 그런가...^^
여튼 솜씨 기대가 됩니다 :)
나중에 사진도 올려주세요~

파란여우 2007-06-07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아는 어느 신문사기자도(유명 알라디너) 미국에가서 1년동안 있으면서
홈베이킹과 김치 담그는 법까지 배우고 옵디다. 미즈행복님의 달콤한 빵 굽는 냄새가
자꾸 입안에 침을 고이게 합니다.-빵 무지 좋아하는 빵빵여우-

2007-06-08 08: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즈행복 2007-06-08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셔님!
컴맹인 제가 디카를 가져오면서 컴퓨터에 연결하는 케이블은 놓고 왔지 뭡니까.
조만간 배송받으니 그 때 올리지요.
식빵은 제빵기를 이용해 만들었는데, 정말 밀가루와 물, 설탕 소금 버터 이스트 등 재료만 넣고 버튼만 누르니 저절로 되네요. 놀라워요. 제과점 수준은 아니지만 최소한 미국 슈퍼것 보다는 맛이 낫다고 자부합니다. -제 공이 아니라 기계공이지만-
마들렌과 머핀에 성공하면 사진 올리지요.

여우님!
맞아요. 저도 한국에서는 김치를 제가 담글 필요가 없었는데, 이 곳에 오니 물론 풀무원 김치가 있긴 하지만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어요.
한국에서는 풀무원 김치를 가끔 사먹게 되면 너무 맛없다는 생각을 했는데 -시집 김치가 그것보단 훨씬 나았거든요- 근데 여기서 먹으니 너무 맛있는 거예요. 그래서 재료를 사서 만들어볼까도 진지하게 생각중이예요. 신랑 친구 부인은 배추김치뿐 아니라 부추, 오이, 파김치도 다 만들어 먹더라고요.
여우님도 배워보시는건 어떠신지요? 제가 직접 해드리고 싶지만 시일을 기약할 수 없어서요. -참, 내년 여름에 두어달 잠시 귀국하는데 그 때 드릴 수 있어요!!!- 근데 저도 해보기 전엔 몰랐는데 해보니 의외로 쉽더라고요.
모양이야 별로 없지만. 그리고 김영모 명장의 수준에 도달하기는 힘들지만요.
그래도 먹을만은 해요. 대신 찌는 살은 감당 못하지요.

속삭님!
항상 저를 많이 생각해주시는 님의 정성에 눈물이 나올뿐!!!
제가 내년에 가서 제 솜씨를 보여드리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