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끼리끼리' 라는 말에 대해 부정적이었습니다. 어쩐지 있는 사람은 있는 사람끼리 편먹고, 잘난 사람은 잘난 사람끼리 편먹고 노는 행태가 연상되었기 때문입니다. 없는 사람끼리, 못난 사람끼리 어울려 연대하고 논다는 얘기는 없잖아요? '끼리끼리' 하면 주로 30평대 사는 애들끼리, 40평대 사는 애들끼리 어울려 논다거나 하는 부정적인 예로, 패거리 문화의 예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서 어감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여기 와서 보니 '끼리끼리'의 긍정성에 대해 알게 되네요. 제가 렌트비를 아끼려고 일반 아파트에서 학교 아파트로 이사한 얘기는 말씀드렸습니다. 전에 있던 아파트는 물론 학교 아파트가 원래 후진 대신 다른 아파트보다 저렴한 관계로 지금 있는 학교 아파트보다 렌트비가 50% 정도 비쌌습니다. 그래서인지 거기 있는 한국 사람들은 어느 정도는 여유가 있었지요. 그냥 먹고 살만한가 보다 하고 안그래도 느끼던 차에 알게된 한 MBA의 부인은 정말 압권이었지요. 그녀의 시아버지는 봉제인형을 만들어 70,80년대 미국으로 수출해 부를 얻으신 분이랍니다. 그래서인지 하나 있는 시누이는 음악 전공했는데 외국에서 고등학교때부터 유학해서 13년을 있다가 귀국해서 강사하고 있답니다. 지금 출강하는 대학에 2년 후 자리가 비는데 그 자리를 얻으려고 지금 애쓰고 있다네요. 인맥관리는 13년간 시부모님이 해오셨답니다. 모든 음악회 참석하고 봉투 돌리시고 하셨다네요. 지금도 교수 부인의 전시회도 일일이 다 관람하시고 격려금도 주신다네요. 그리고도 5억을 내야 한다고 합니다. 허걱!

그 부인이 외국계 직장을 다녔는데 둘째 애를 낳고 퇴직할 무렵의 월급이 300만원이었는데, 시아버지가 말씀하셨다는군요. 겨우 그 돈 갖고 뭐하냐면서 시누이 로드매니저나 하라고... -시누이는 학생들 가르쳐서 월 1000만원 이상을 벌고 있대요- 남편의 MBA학비가 연간 5천만원정도이고, 아들 유치원비는 월 150만원인데 이 돈을 제외하고-이 돈은 일시불로 다 냈으니- 한달에 한화 670만원을 송금받아 쓴다네요. 그러니 저보고도 '이거 좋아요. 이거 사세요. 이거 얼마 안해요. 한 500불이면 사요' 하는 소리가 간간 나온답니다. 돈의 단위가 다른 것이지요. 한국에 내년에 가는데 가면 시아버지가 강남의 40평대 아파트로 -지금은 강남 30평대 아파트 거주- 옮겨주신답니다. 자기는 시부모님 돌아가시면 그 돈 다 자기것인데 미리 받아서 생색내는 소리 듣기 싫은데, 남편이 왜 부모님이 주시는 걸 안 받냐고, 그건 불효라고 한답니다. 그래서 이사가야 한답니다. -이 얘기를 듣고 무슨 반응을 보여야 하나요?- 그러면서도 자긴 여기서 렉서스 사서 가고 싶은데 남편이 안사준다면서 짠돌이라고 욕하더군요. 이미 돈 많은거 다 아는데 남편은 돈 있는 티를 내면 다른 유학생들의 시기의 대상이 된다면서 부인이 겨우 신도 15명 있는 교회의 목사 사모에게 피자 한 번 사준것을 가지고 타박한답니다. 그 목사 사모는 매주 15명의 신도에게 점심을 해 먹이는데 말이죠.

그럼 이 아파트는 괜찮냐고요? 제가 보기에 유학생의 70~80%는 부모의 원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저희도 한국에서 시부모님이 집을 사주셔서 거기서 나오는 돈으로 생활에 보태고 있고요. 근데 이 아파트에도 한국 사람이 얼마간 삽니다. 근데 그 중 제가 아는 사람은 넷이고, 그 중 둘은 원조가 있는데 둘은 원조가 없습니다. 원조가 있는 둘은 바빠서 저랑 놀 시간이 없고, 나머지 둘과 노는데 -아이 나이도 같고요- 이 사람들은 여기서 나오는 얼마 안되는 돈으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잘은 모르지만 다른 사람에게 들은 얘기로 렌트비 빼고 한달에 한 140만원 될거라는군요- 그 돈으로 자동차 보험과 공과금을 내고 생활비로 쓰는 것이지요.-여기 보험은 한국보다 비쌉니다- 그러니 애들은 아무데도 보내지 않고 -만 3살- 그냥 하루 종일 집이나 놀이터에서 데리고 놉니다. 여유가 없다보니 20불 이상의 물건을 사는데 엄청 심사숙고 합니다. 제가 한국 슈퍼가 멀고 남편은 바빠서 자주 슈퍼 갈 시간이 없어 큰 맘먹고 180불짜리 냉동고를 하나 샀더니 어찌나 부러워하던지 민망해서 혼났습니다. 한국서 가져온 애들 책이 한 700권쯤 되는 것 같은데 여기 도서관의 한국 책보다 훨씬 많다고, 도서관 차리면 되겠다고 하도 부러워해서 책을 빌려줬는데 애가 찢었다는 연락이 오고, 그나마 한달이 넘도록 되돌려주지 않네요. 저는 어차피 빌려주기 시작한 것 계속 빌려줘야지 어쩌겠냐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 노골적인 부러움 앞에서 안 빌려주고 버틸수도 없지요- 좀 그렇네요. 애들 퀵 스쿠터를 25불 주고 샀는데 그런 것 하나하나가 다 신경쓰이는 대상입니다. 애 태우려고 산 것을 남 눈치보여 안 태울 수도 없고, 태우자니 얼마냐 어디서 샀냐 우리애도 갖고 싶어하는데 하면서 말하니, 뭐라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눈치가 보이네요.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아, 끼리끼리 노는게 정신 건강에 좋구나. 있는 사람끼리 논다고 질시하는게 아니구나. 그게 내 인생 사는데 도움이 되는구나... 하고 말입니다. 그럼 위에서 언급한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요? 제가 그들을 배제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제가 가진 한도 내에서는 다 나누고 있습니다. 제빵기를 갖고 있으니 식빵도 구워다주고, 애들 책도 빌려주고 저희집에 와서 놀게도 합니다. 그 둘은 집에 장난감도 별로 없어서 저희 집에 오는걸 무척 좋아하거든요. 저희집에도 별로 많지는 않지만. 근데 와서 저희 애는 방에 들어오지도 못하게 하고 자기들끼리 노네요. 물론 그들은 이미 1년 이상 친구로 지내와서 잘 맞긴 하지요. 그 엄마들은 모르는지 제지하지 않고요.

제가 한국에서 별로 아줌마들과 교류가 없어서 잘 몰랐던 것일까요? 아님 거기서는 동네별로 사는 사람들 수준이 조금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엇비슷해서 괜찮았던 걸까요? 하긴 여기는 온데서 온 사람들이 다 모여 있으니 천차만별이긴 하겠지요. '끼리끼리'의 긍정성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요, '끼리끼리'는 긍정적인 단어였군요.

 

p.s

신랑은 이 글을 올리는데 대해 엄청 반대했습니다. 한국은 좁아서 몇다리 건너면 다 서로 아는 사이인데, 그런 글을 서재에 올리면 어쩌냐고요. 혹여 제 서재에서 이 글을 보시고, 짐작 가는 사람이 있다해도 함구해주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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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7-10-14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의 눈 신경 안 쓰면, 사는게 훨씬 쉽고 행복해 진다' 고 하더군요. 살아봐라, 그게 아니다. 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저는 항상 그렇게 살기 위해 애쓰고, 노력합니다. 처음 시작이 어렵지, 한번 시작해보면, 마이너스 시력이 라식수술한냥, 세상이 다르게 다가오지요.
다들 자기 형편에 맞게 살면 되는데, 특히나 미국의 한국 사회는 그런 것들이 더욱 더 심한듯해요.

물론 옆에서 보면서 말하긴 쉽습니다만,


미즈행복 2007-10-16 05:41   좋아요 0 | URL
김형경씨의 책을 읽으면서 제 행동의 기저에 있는 심리나 상처는 뭘까를 많이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리고나니 제 행동의 이유가 조금은 보이더군요. 근데 인식하는 것과 실행하는 것과는 아직은 또 거리가 조금 있는것 같아요. 저도 '뻔뻔하고 야하게' 를 모토삼아 살려고 하는데 아직은 잘은 안되네요. 더구나 매일 얼굴 보는 사이라서 더욱...

2007-10-14 2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16 05: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부리 2007-10-14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즈행복님, 부리랑 끼리끼리 놀아요! 글구 책이 700권이나....그걸 어케 가져가셨어요...??

미즈행복 2007-10-16 05:39   좋아요 0 | URL
당근 환영이죠. 부리님과 끼리끼리 노는 것이야말로 제 희망사항이예용~ ^^
책은 이삿짐 화물로 보냈었죠.

LAYLA 2007-10-15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 눈치보는거 너무 힘들죠 ..그래도 영어쓴다고 지네들끼리만 놀던 그 애들보단 좀 낫지 않을까요?? 쫌 더 친해지면 나을지도 몰라요!

미즈행복 2007-10-16 05:47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아마 제가 좀 민감한가봐요. 이러거나 저러거나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 편할텐데 이게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린가 싶으니 불편한거죠. 좀 더 뻔뻔해져야겠어요. 부자한테는 '좋으시겠어요. 그렇게 스폰서해주시는 분도 계시고. 한 턱 쏘세요' 하고말예요.

마늘빵 2007-10-15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나라 이야기 같습니다. (다른 나라 맞구나... ( '') 멍... )

미즈행복 2007-10-16 05:49   좋아요 0 | URL
다른 나라긴 해도 다 한국 사람 얘기인데요? 더구나 미국서 뿌리 내리고 살 사람도 아니고 다 돌아갈 것을 상정하고 있는 사람들인데요?
제 생각엔 한국에서는 비슷한 사람끼리 모여 살아서 이렇게까지 수준차가 안나서 그냥 저냥 지내는 것 같아요. 대치동은 차이는 있겠으나 기본적으로 다 대치동 수준은 될거고, 지방 도시의 한 동네도 비슷할거고 -집값이 우리나라는 원체 차이가 심하잖아요- 근데 여기는 학교 보고 모인거니까 사람들의 경제력 차이가 하늘부터 땅까지 다양한 것 같아요.

뒹굴이 2007-10-16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이구, 정말이지... 왜 여기는 이렇게 로그인이 안 된다니... 사흘 째다. 아무래도 알라딘이 이 쪽 네트워크랑 친하질 않은가보다.

댓글을 댓글로 달아야 되는데 미안. 주소랑 기타 이야기등은 메일로 보내야겠다. 메일 체크하렴~
 

처음 마종기 시인을 알게 된 것이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마종기 시인의 시를 알게 된 후, 나는 그를 너무 좋아하게 되었다. 다른 시인들도 읽었지만 나의 정서에 가장 와닿는 사람은 마종기 시인이었다. 나는 아마도 그의 외로움을, 그의 그리움을, 그의 고독을 사랑한 것 같다.

[낚시질]

낚시질하다

찌를 보기도 졸리운 낮,

문득 저 물 속에서 물고기는

왜 매일 사는 걸까.

 

물고기는 왜 사는가.

지렁이는 왜 사는가.

물고기는 평생 헤엄만 치면서

왜 사는가.

 

낚시질하다

문득 온몸이 끓어오르는 대낮,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만은 없다고

중년의 흙바닥에 엎드려

물고기같이 울었다.

 

그는 내가 알기로 평생을 고국을 그리워했다. 그의 시집에서는 고국에 대한 그리움이 절절히 묻어난다. 그런데 왜? 그는 귀국했다가 얼마 있지 않고 다시 미국으로 갔을까? 그가 그리워한 고국은 이제 이미지상의 고국이었을까? 상상속의 고국이었을까? 아니면 처음 외국생활에 적응하기 힘들듯이 이제는 고국이 외국이 되어버린걸까? 정붙이고 사는 곳이 고국이라고 생각했을까? 부동산값과 펀드에 열광하며 모두가 하나의 방향으로 우르르 몰려다니는 천박한 고국의 사람들에 질렸을까? 공간이나 마음의 여유가 없이 사는 모습에 진절머리가 났을까? 시골 사람 서울오면 정신이 휘황하듯, 한적한 동네에 있다가 오니 정신이 시끄럽고 어지러웠을까? 남겨둔 가족이 그리웠을까?

그렇담 나는? 나는 어떨까? 나도 매몰될까? 나도 이제 지금의 불편과 낯섬을 극복하고 나면 여기가 좋아질까? 되돌아가기 싫어할까? 애들 교육 핑계를 대며, 경제적 여유를 들며 그냥 여기서 늙어갈까? 좋아하는 책은 항공으로 받아보면 되지 뭐 하면서 눌러앉을까?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지만 나는 너무 궁금하다. 마종기 시인이. 일면 짐작이 가면서도 궁금하다.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일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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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할 무렵인 9월 초에는 긴 소매 옷을 입으면 적당한 정도의 날씨가 지속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사온 지 한 삼사일 경과한 9월 중순에는 갑자기 좀 쌀쌀해져서 바로 가전제품가게에 가서 온풍기를 샀지요. 근데 다시 따뜻해져서 반팔 옷과 긴팔 옷이 공존하는 기간이 다시 10일 정도 이어지더니, 지난 주말 -10월 6,7,8일- 에는 이놈의 날씨가 미쳤는지 34도까지 올라가서 더위에 허걱대었습니다. 어제 다시 선선해지더니 아니 오늘은 다시 기온이 12도가 되는거 있죠. 이틀새 기온이 이렇게 20도가 오르내리다니 이게 정상인 날씨랍니까? 작년에는 10월 12일에 첫 눈이 왔다는군요. 아마 지난주말은 이상고온현상이었던것 같고, 이제 계속 이런 쌀쌀한 날씨가 이어질 것 같네요.

아, 추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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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향기 2007-10-11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공... 이사하시느라 애쓰셨어요. 그동안 안 보이셔서 궁금했더랬어요^^ 여기도 이젠 날이 선선해져서 일교차가 심해요. 건강 조심하시고 조금이라도 여유로와진 시간 즐겁게 보내시길~

미즈행복 2007-10-12 05:47   좋아요 0 | URL
전 세계적으로 가을이 없어지나봐요.
흑흑. 저는 가을을 제일 좋아하는데...
남자가 가을타고 여자는 봄탄다고들 하는데 저는 가을이 너무 좋아요. 너무너무!!!
시원한, 청량감 드는 소슬바람과 맑은 하늘은 정말이지 저를 너무 설레게 해요. 님께서도 항상 건강 조심하세요!!! -여자가 건강해야 집이 잘 돌아가잖아요-

LAYLA 2007-10-11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도 오르락 내리락 하더니 이젠 제법 쌀쌀하네요 ^.^ 감기 조심하셔요!

미즈행복 2007-10-12 05:48   좋아요 0 | URL
네, 명심할께요!
보험도 싸구려 여행자 보험이라 병원가기도 힘들어서 더욱 감기 조심해야하고말고요.
님께서도 수업 잘 받으시고 향기나는 가을을 만끽하시길!

뒹굴이 2007-10-12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거기나 여기나 날씨는 이상해지고 있나 보구나. 시드니는 작년 날씨가 압권이었더랬지. 아무튼 시카고 날씨의 변덕은 점점 심각해지나 보군. 처음 보내는 겨울이라 적응 힘들텐데 몸관리 잘 하시게.

그나저나 우리집 주소는, 집 구조상 우편물을 내가 받기 어려워 보통 남편 학교로 보내곤 했는데, 약간 가물가물하니 나중에 천천히 올려 줄께 (게다가 오늘은 알라딘 로긴도 안 돼서 방명록 글쓰기 자체가 안 되는구만...). 너네 집 새 주소도 좀 알려 줘. 내 싸이든 메일이든 아무데나 상관없음. ^^
 

아, 정말 오랜만이군요.

이사를 9월 11일에 했고, 이 미국넘들이 인터넷 설치를 9월 27일까지 해주겠다고 했습니다. -엄청 늦죠?- 근데 그 날이 되어도 안 되어서 신랑이 다시 전화했더니 자기들은 연결해줬다고 한답니다. 그래서 모뎀에 이상이 있나 바꿔보고 -이거 사서 배송을 기다려서 다시 설치하는데 또 며칠 소요-  그래도 안되어서 사람을 부를까 하다가 출장비가 100달러 이상 나온다기에 망설이다가 며칠, 결국  서비스센터같은데 전화해서 뭘 어떻게 연결하라는 얘기를 듣고 다시 해봐서 성공한 것이 어제입니다. 그래서 오늘에야 들어오게 되었네요. 이 미국넘들이 2주 넘게 지체했고, 저와 신랑의 무지가 다시 10일을 지체했네요. 여러분들의 소식이 어찌나 궁금하던지... 밥을 먹으면서 이 느려터진 미국놈들 하면서 욕했더니 옆에 있던 딸이 "엄마, 한국사람은 빠른데 미국놈들은 느려?" 하고 묻기에 다시 미국사람으로 정정해줬지만 여하간 느린 놈들이죠. 물론 우리의 무지로 10일이 다시 늦춰졌으니 별 할 말은 없지만...

이사하느라 죽는줄 알았습니다. 큰 짐은 2주전부터 싸기 시작했는데, 애들 볼 책과 장난감은 놔두었다가 이틀전에야 싸는데 싸도 싸도 무슨 자그마한 장난감들이 끊임없이 나오는지, 부엌 짐도 이틀전부터 싸는데 정말 끝이 없는거 있죠. 욕을 하면서 -미국와서 사는걸, 비싼 인건비를, 그냥 눌러앉을걸 겨우 10개월의 월세를 조금 아끼자고 이사를 결심한 나의 생각을- 겨우겨우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어른 책을 버리고 온다고 왔는데도 와서 다시 한국서 주문한 책들과 애들책이 많아 이삿짐센터의 아저씨들도 무거워하면서 신랑의 직업이 뭐냐고 하더군요. 우리책은 없고 애들책이라고 했지만 별로 새겨듣지는 않고 말입니다. 포장이사가 없냐고 미국사람에게 물으니 그런 개념을 모르더군요. 그리고 미국 사람들은 자기 짐을 남이 싸는걸 별로 안 좋아한다나요? 하지만 짐이 많은 사람은 사람을 사서 짐을 싼다고는 하네요. 그러니까 짐 싸는 사람 따로 부르고, 옮기는 사람 따로이고, 짐 풀어주는 사람 따로인 시스템인 것이죠. 한국은 심지어 책장 사진 찍어서 책의 위치까지도 처음처럼 꽂아주는 이사 서비스도 있다고, 청소도 다 해준다고 -바닥, 가구, 냉장고, 심지어 쓰레기통까지도- 했더니 매우 놀라더군요. 물론 그런 서비스는 좀 비싸긴 하지만... 내년에 다시 이사할 생각 하면 엄청 갑갑하네요. 그걸로 이사는 끝을 내야지 하고 벼르고 있답니다.

딸이 이제 드디어 유치원에 가고 -여기 와서 6개월간 유치원에 빈 자리가 없어서 집에서 놀았지요- 아들만 오전에 음악이나 놀이를 데리고 다니니 정말 훨씬 한가하고 -그래도 바쁘긴 하지만 나가 다니고 하니 낫네요- 스트레스도 덜해졌습니다. 맘에 맞는 사람이 없어도 제 스케줄이 이제 좀 생기고 하니 한결 낫네요. 여기도 신학기를 맞이해 사람들도 좀 물갈이도 되었고요. 어떤 사람들인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지만요. 어쨌건 셜록홈즈는 아니지만 귀환소식을 알려드리게 되어 반갑습니다. 다시 서재질의 바쁜 생활이 돌아왔네요. 이 전 집을 열나 청소하고 왔는데 -벽과 타일 등 시간당 청소요금이 나열된 퇴거수칙을 보고 청소약 3통을 다 써가면서 청소했지요. 남들이 보통 물어내는 돈의 평균은 400달러정도더라고요. 다 깨끗하다고 자신하는데 카펫에는 초코 아이스크림 흘린 자국과 물감 자국이 두어군데 있어서 얼마나 나올지 모르겠어요- 느린 미국분들이시라 아직 얼마를 내야하는지에 대한 연락이 없네요. 여하튼! 다시 왔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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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11 05: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11 07: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정해진 운명이라는게, 팔자라는게 있는 걸까요?

제가 태어났을 때, 저는 병원에서 몸이 약해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고 했답니다. 당시 의술로는 제가 문제가 있다는 것만 알았지 고칠수는 없었답니다. 작명을 위해 여기저기 다니던 중, 당시 유명하다는 사람에게 갔더니 대번에 얘는 몸이 약하니 이름자에 고칠 경 ('다시 갱' 으로도 쓰입니다)자를 넣어야지만 살 수 있다고 했답니다. 그래서 제 이름에는 '고칠 경'자가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그 작명가의 말대로 나중에 건강이 좋아져서 여태까지 딸, 아들 낳고 큰 문제없이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작년에 갑상선에 혹이 생겨 찾아간 병원에서 갑상선 제거 수술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수술로 괜찮아진 줄 알았는데 다시 심장판막에 다시 구멍이 생겨 혈이 새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그러나 구멍이 크지 않아서 그냥 두고 2년마다 체크 해 보자고 하더군요-

작년에 미국행을 앞둔 신랑과 함께 난생 처음으로 찾아간 점집에서 그 사람은 제가 건강이 나빠서 직장생활을 하지 않는게 좋다고 말하더군요. 그리고 팔자에 있어서 제가 하게된 것인지, 아니면 과거는 잘 드러나고 맞춘다는 점쟁이들의 약력에 의한 것인지는 몰라도 제가 선생을 한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팔자에 선생이 있어, 선생 이런게 맞아" 이런거죠-  그리고 제 가족관계에서 제가 받는 스트레스 역시 알고 있었고요.

그 사람들은 신의 영역을 훔쳐보게 된 사람들일까요? 아님 이 모든 것은 그냥 우연이었을까요? 나이가 드니 저는 사람에겐 정해진 운명이, 팔자가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우리의 힘으로, 자유의지로 되는 부분도 있지만 큰 인생의 줄기는 대체로 정해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수명이나 그런것들이요.

나이가 드니 운명에 순응하게 될 줄도 알게 되고, 때론 맘에 안들어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네요. 이게 늙는다는 것일까요? 젊었을 때는 말도 안된다고 소리치며 울분을 토해내던 일들도 이제는 사는게 그런거지, 뜻대로만 되는게 인생은 아니지 하는 여유랄까 체념이랄까 순응이 생기네요. 저는 아무래도 체 게바라같은 혁명가는 절대 되지 못하려나 봅니다.

그러나, 쪽집게 점쟁이라도 미래는 알기 힘들다는 사실은 한편 우리의 자유의지가, 우리의 노력이 우리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의 반증일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판도라의 상자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희망을 가지고, 설혹 없을지도 모르는 낙관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요?

-종교를 가지신 분들은 이런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그리고 하지 않겠지만 글쎄 제 입장에서는 물론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사실이긴 해도 어쨌건 그런 점쟁이들도 자신의 어떤 영역이 있는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았지요. 단순히 다 뻥이야 하고 치부해 버릴 수 없는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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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10 18: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즈행복 2007-10-12 05:43   좋아요 0 | URL
네, 예쁜 속삭님.
맞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근데 저보고 55세즈음에 이별수가 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제가 신랑을 칠 수도 있다고도 하고요. 그래서 저는 누가 먼저 갈 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건 잠정적으로 제 수명을 55세정도로 상정하고 실컷 놀고 먹으며 살려고 하고 있어요.

마법천자문 2007-09-10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점쟁이, 무당들은 그냥 눈치로 때려 잡는 거예요. 걔네들 사이에서 전수되는 노하우 같은 게 있다고 하더군요. 마술사들 사이에 전해지는 트릭 비슷한 거죠.

미즈행복 2007-10-12 05:41   좋아요 0 | URL
저도 별로 신뢰하지 않았는데, 권해준 신랑 친구가 석사하고 연구원하다가 다시 직장생활중 수능공부해서 한의대 입시 본 친구거든요. 근데 한 해 떨어지고 다음해 시험본 후 여전히 못본것 같아서 거기 갔더니 보자마자 팔자에 의사가 있다고 하더래요. 그냥 하는 수작이겠거니 했는데 올해 붙는 운이라고 그러더래요. 그리고 그 친구는 정말 추가합격했거든요. 우린 갈 일도 없는데 하도 가라고 추천해서 여기 오기 전에 한번 가봤죠. 친구가 추천한 지는 더 오래되었고. 근데 과거는 잘 맞춘다더니 그래서인지 너무 잘 아는거예요. 그리고 저는 수년전에 집으로 시주 온 스님은 아니고 절밥 먹는다는 젊은 사람이 제게 그냥 해 준 얘기가 있는데 그것과도 많이 맞았어요. 그런 일이 있고보니 그냥 아무것도 아니라고 치부하기에는 뭔가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easyhyun 2007-09-15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야~~ 언니의 말빨을 글로나마 볼수 있으니 무지 즐거움이다~

미즈행복 2007-10-12 05:43   좋아요 0 | URL
오랜만이야. 나도 너를 여기서 보니 너무 반갑다. 우리가 모여서 놀던 때가 제일 좋았는데 말야.
내년에 가서 직장 다니기 버겁게 불러대고 놀테니 각오 단단히 해~

뒹굴이 2007-09-17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흠, 뭐 전에도 같이 얘기했듯이, 나는 종교인으로서가 아니라 한 때 과학도였던 입장에서 점 같은 건 잘 안 믿는데. 하지만 너무 심각하게만 받아들이지 않고 재미삼아 보는 정도라면 정신건강에 크게 해롭진 않겠지, 하는 정도로 보고 있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따져 본다면 무수한 논리적 오류에 맞닥뜨릴 것인데, 골치아프게 그런 것까지 따질 필요는 없을 테고. 그런 걸로 자기 앞길을 결정한다면 그건 꽤 어리석은 짓일 테지.

네 글 보고 생각해 보니, 우리 부부도 연애시절에 장난으로 궁합 봤던 적이 있었더라. 거의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그 때 결과가 상당히 좋지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우리는 그냥 크하핫 웃어 넘겨 버렸었어. 지금까지 부부싸움 한 번 크게 안 한 채 잘 살고 있으니, 역시 뭐 별로 신빙성은 없었다고 결론 내릴 수 있겠다. 그래도 뭐 점쟁이 할아버지가 이러쿵저러쿵하는 건 꽤 재밌었어. 그 할아버지가 별로 안 용한 사람이라서 그랬나. ^^

난 근데 네 신랑이 너랑 같이 점 보러 갔다는 게 더 놀랍네. 네 신랑 성격상 그런 데 별로 안 좋아할 것 같았는데 말야. 내가 잘못 알았나? ^^

미즈행복 2007-10-12 05:44   좋아요 0 | URL
좀 더 신통한 사람에게 가보는 것은 어때?
내가 간데는 말이지.....

꽃봉이맘 2007-09-28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간이 있어 오랜만에 들어왔네. 이사는 잘 했니? 이젠 메일보단 네 서재에 와서 만나는게 더 좋겠다. 책 좋아하는줄은 알았지만 상당한 평론인걸^_^
빨리 내년 여름에 오렴. 내가 맛난 청국장 끓여줄게!!!

미즈행복 2007-10-12 05:45   좋아요 0 | URL
언니, 너무 오랜만!
반가워!!!
항상 언니의 음식솜씨를 그리워하고 있어.
근데 여기오니 다들 음식솜씨가 신통찮아서 언니와 시어머님의 어깨너머로 살짝 본 내 솜씨가 그래도 중간은 가더라고. 원조인 언니가 여기 오면 사람들이 깜짝 놀랄텐데... 여기서 음식점 차리면 떼돈 벌테고 말야^^
청국장 나 먹을 것 많이 남겨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