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남녀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임창정이 주연이라고 해서 그다지 기대를 갖고 감상하지 않았다. 그저 코믹한 로맨틱코미디라고 생각했고 그 기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임창정하면 깐죽거림과 직업도 변변치 못하거나 지지리 궁상을 떨면서도 입만 살아서 나불거리는 캐릭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그가 주연인 영화는 왠지 식상하다는 선입견이 있다. 캐릭터를 바꾸거나 상대배역이 뛰어나지 않으면 스스로 빛나기 힘들게 관객들에게 고정되어 있다. 

 

이 영화 또한 기존의 임창정 이미지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다만, 섹시한 이미지의 엄지원 연기력의 깊이를 확인한 것이 소득이라면 소득이었다.
카드사의 서비스대금 상환을 독촉하는 전화테러 전문 독종녀 역할의 엄지원과 연체를 밥 먹듯 하면서도 당당한 악질 고객 형사역의 임창정이 상환독촉과 그 독촉에 반항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이 영화의 줄거리다. 그리고 이어지는 둘간의 어줍잖은 로맨틱. 서로 전화 통화를 하면서 엄지원의 깐죽거림에 임창정 못지 않은 내공이 있음을 실감케 한다. 섹시하고 도도함이 지금까지 봐 왔던 엄지원의 캐릭터였는데 기존 캐릭터는 사라지고 도도함과 거친 빚독촉 성격불량 상담원의 자질이 돋보인다. 엄지원의 재발견이라 할만했다.  

 

앙숙인 두 사람은 임창정이 엄지원의 지갑을 찾아주면서 서로에게 호감을 갖기 시작한다. 그렇지만 매번 통화하던 빚독촉 상담원과 신용불량 고객이라는 것은 알지 못한다. 사례를 위해 술 한잔 기울이면서 서로가 맞상대라는 것을 알게 되고 이들의 에피소드의 전말이 시작된다. 엄지원의 독설이 가미된 빚독촉은 가히 사채업자의 수준을 넘나 들며 사람을 우울하게 만들고 미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죽음을 선택할 정도의 스트레스를 주거나 빚을 갚을 수 밖에 없는 악독함의 극치다. 그런 그녀도 결국 아버지가 남편의 빚보증으로 그들의 보금자리를 잃게 된 이혼녀였다는 것이 아이러니 하다. 모진 시집살이를 한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더 모질게 시집살이 시킨다는 정설이 들어맞게 하는 장면이다. 

 

엄지원의 술주정을 받아주고 때론 겪하게 싸우면서 그들에게 사랑의 감정이 싹튼다. 신용불량 악질고객과 빚독촉 상담원간의 로맨스는 이렇게 만들어지고 완성되었다. 그들이 벌이는 막상막하 용쟁호투 형식으로 막가파식 빚의 전쟁, 그리고 불꽃 튀는 신경전은 생활에 지치거나 무료함이 있을 때 슬쩍 끼어 들어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엄지원의 연기력을 재발견한 영화라서 그런지 시간적인 손실은 없었다. 그렇다고 딱히 임창정이 싫은 것도 아니다. 깐죽거림이 식상하고 징그러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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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1-01-25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엄지원의 히스테리컬한 목소리가 불편해서 안 보고 싶었어요. 요새 싸인을 보고 있는데 그나마 역이 검사인지라 하이 톤이 아주 조금은 줄어들었는데 여전히 카랑카랑해요.^^;;

전호인 2011-01-26 13:41   좋아요 0 | URL
아, 싸인 저도 거기서 다시 엄지원을 만났는데 불량남녀에서의 배역보다 연기력이 못따르는 것 같아요.
캐릭터 연구를 많이 못한 건지 원.
대신 헤어스타일을 짧게 바꾸고 나니 섹시함이 보이더라구요. (ㅋㅋ남자들이란)
엄지원의 영화에서 처음접한 것 같은데 맞나 모르겠어요. 그전에는 그녀를 알지 못했다는......

책가방 2011-01-25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주로... 애들 취향의 영화만 봐서리...
이것도 15세 관람가이긴 하지만 우리애들 취향은 아니었던듯...
우리 세모녀가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배우는... 차태현이랍니당..ㅋ

전호인 2011-01-26 13:42   좋아요 0 | URL
차태현의 이미지 또한 임창정과 별반 다르지 않죠.
저도 뭐 그친구들을 싫어하진 않습니다.
캐릭터가 계속 중복되는 단점을 극복하면 더 좋을 것 같긴 한데 그것이야 그들의 몫이니 뭐라할 말은 없어요. 코믹물에 대해서는 일가견하는 친구들이잖아요.

꿈꾸는섬 2011-01-26 0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편도 이 영화 봤다는데 생각보단 괜찮다나요.ㅎㅎ

전호인 2011-01-26 13:43   좋아요 0 | URL
네, 나름대로즐기며 볼 수 있었던 영화였어요.
번뇌가 있거나 무료할 때 슬쩍 끼어들어보는 것도 삶에 활력소가 될 수는 있겠죠

따라쟁이 2011-01-27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새 영화보는 속도가 저랑 같아 지신건가요? ㅎㅎㅎ 위아래로 주르륵 비슷한 시기에 보셧네요

전호인 2011-01-28 10:30   좋아요 0 | URL
아하, 그런가요?
주르륵 보는 곳도 한즐거움이더이다.
그렇다고 불법으로 보는 것은 아니구 정확히 포인트결제하면서 감상하고 있어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