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킹 우드스탁
엘리엇 타이버.톰 몬테 지음, 성문영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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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5, 16, 17일 물병자리 시대를 여는 첫 대형 사건 ─ 이게 우드스탁 페스티벌의 원래 이름이었다.  

(150p)

 

공연 이벤트에 당첨되어 홍대 상상마당에서 열린 라이브 콘서트 <테이킹 우드스탁>에 갔었다. 도회적 감성의 밴드, 중성적 색깔로 자신들만의 독특한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록밴드 등 흡입력 있는 무대를 선보였고, 공연은 인류의 사랑과 세계평화를 위한 첫걸음이 되고자 마련되었다고 한다. 세 시간 동안의 활기찬 공연이 참으로 인상깊었기 때문에 도서 '테이킹 우드스탁'에도 자연스레 관심이 갔다.   

 

처음에는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랑과 평화의 3일'이라고 칭한 우드스탁 페스티벌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실화였다. 1장에서 5장까지는 불황의 수렁으로 빠져들어가는 부모님의 모텔 이야기와 함께 엘리엇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준다. 6장에서부터 우드스탁 페스티벌에 관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옮긴이의 말대로 이 책은 우드스탁 페스티벌에 가장 가까이 있었으면서도 공연 자체를 다루지 않는, 그러면서도 페스티벌에 대해 가장 많은 이야기를 하는 회고담이다.

 

엘리엇은 '우드스탁과 그때 우리가 함께 엘 모나코에서 경험한 그 모든 짜릿한 모험에 대한 책'이라고 했다. 우드스탁의 가치는 사랑을 주고받을 자유를 설파하는 것이고, 그것으로 인해 엘리엇은 자신을 찾고, 자신을 탈바꿈시켰다고 한다. 우드스탁을 개최한 것도 아니고, 콘서트 장소를 제공한 것도 아니지만 그가 있었기 때문에 우드스탁은 시작되었고,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그는 난생처음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았고, 자유를 느꼈고, 주변의 모든 사물과 사람들과 연결되었음을 느꼈다. 자신의 꿈의 많은 부분이 현실로 이루어졌다고 했다. 우드스탁이 적어도 자신의 인생만큼은 극적으로 바꾸어놓았다니, 우드스탁 페스티벌은 최고였던 게 분명하다.  

 

책의 '일러두기' 다음 페이지를 보면, 엘 모나코 모텔과 우드스탁 본부 주변의 약도를 그려 놓았는데, 뭔가 재미있어 보인다. 1969년 여름, 페스티벌 시작 당일에 비가 내렸지만 17번 B도로는 주차장으로 변했고, 사람들은 차에서 내려 야스거의 농장까지 걸었다. 우드스탁 콘서트가 계속 이어지는 3일 동안 일어난 특별한 일은 역사 속의 한 순간, 순전히 음악의 기쁨을 나누기 위한 젊은이들의 나라가 탄생한 것이다. 그보다 더 대단한 것은 어떤 다른 뜻도 없는 순수한 의미에서의 일치와 평화, 그리고 사랑이 그곳에 존재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감정이 공연을 볼 때의 감정과 닮아 있다. 3일간의 열기를 세 시간으로 압축하여 느끼기엔 턱없이 부족했겠지만 이제 우드스탁이란 이름만으로도 열정의 도가니가 떠오를 것 같다.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의 이안 감독에 의해 영화화된 '테이킹 우드스탁'이 한국에서 곧 개봉될 예정이란다. '브로크백 마운틴'을 책으로 읽을 때는 쉽게 읽기가 어려워서 중간에 덮었는데, '테이킹 우드스탁'은 그래도 재미있게 읽은 걸 보면 영화도 볼 만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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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흩어진 날들
강한나 지음 / 큰나무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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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겉모습만 보고 사랑에 관한 소설일 거라고 생각했다. 보통의 여행에세이와 다르게 제목에 여행을 연상케 하는 단어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설 속 주인공인 듯한, 마치 그림처럼 보이는 표지의 아름다운 여인은 책을 쓴 그녀의 사진이었다. 제목 아래 작은 글씨로 쓰여진 '빈티지 감성 여행에세이, 일본'을 보고 소설이 아니란 걸 알았다. 그리고 꼭 읽고 싶었다. 오사카, 고베, 나라, 히로시마, 나가사키, 교토, 도쿄를 여행한 이야기인데 도쿄에만 다녀온 나로서는 나머지 여행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길 수밖에. 두 번째 일본 여행을 하게 된다면 간사이 지방을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사카, 고베, 나라, 교토, 네 곳이 간사이 지방에 속하는 것도 책을 읽고 싶은 데에 한 몫 했다. 

새하얀 얼굴에 커다란 눈을 가진 그녀는 예뻤다. 여자가 봐도 너무 사랑스러워서 몇 번씩 다시 보았다. 오사카, 고베, 나라의 이야기가 끝나면 30페이지에 걸쳐 그녀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볼 수 있다. 사진과 함께 적힌 짤막한 문장들도 예쁘다. <우리 흩어진 날들>을 읽고 그녀를 처음 알았다. 쉬러 가는 여행보다 열심히 걸어다니는 여행을 좋아하고, 20살이 넘도록 밖에서 혼자 밥 먹는 걸 못 했고, 낡은 동네의 길을 좋아하는, 그녀와 나의 공통점 때문인지 책을 읽는 동안 (그녀의 바람대로) 내 마음이 평온해졌다. 

여행은 고달파야 한다. 내 여행의 고집스런 지론이다. 훗날 젊음이 변색될 기미를 보이면 모를까, 난 쉬러 가는 여행엔 관심이 별로 없다. 발이 부르트도록 돌아다니며 더 많은 세상을 품을 수 있다면 갑절의 고생도 반갑다. 그게 젊은 내가 여행을 하는 목적이고 가치일 테니 말이다. (64p)

그녀는 '만약 일본 열도 가운데 딱 한 곳에서 살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어느 곳을 고를지' 고민해본 적이 있다고 한다. 도쿄도 교토도 아니고, 오사카라면 조금 망설여지지만 고베라면 망설이지 않고 선택할 수 있겠다고 한다. 고베는 그 자체로도 살아보고 싶은 도시라고. 고베에서 살게 된다면, 하고 그녀가 상상하는 부분을 읽으면서 나 또한 같은 상상을 하며 즐거워진다. 

역시, 산다는 것의 가치와 여행한다는 행위는 정말 다른 거였다. 고베에서의 여행은 추억하기엔 미비했고 그리워하기엔 잔잔했건만, 산다고 생각하면 더없이 행복해지는 곳이니 말이다. (149p)

그녀가 본 처음 일본은 도쿄가 아니라 히로시마였다. 일본이 참 수수했고, 평온했고, 기대를 저버릴 만큼 낡았다는 느낌을 준 히로시마가 일본에서의 첫 기억이라는 사실에 감사하다고 한다. 난 처음 가는 일본이니 도쿄를 제일 먼저 여행해야겠다고 생각해왔다. 시골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때에 대학은 수도권으로 가야 한다는 의식이 박혀있던 것처럼 말이다. 우리나라 서울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고 도쿄에 갔다. 결혼하면 시골에서 살고 싶은 소망을 가진 나는, 도쿄 여행을 하면서 사람으로 북적이고 활기찬 긴자나 시부야는 별로였다. 도쿄에 도착한 다음 날, 오전에는 아사쿠사와 우에노를 둘러보고 오후에 이케부쿠로에서 친구를 만날 예정이었다. 월요일이어서 미술관이 모두 휴관이라 시간이 많이 남은 나는 좀 걷기로 했다. 이강훈 소설 <도쿄 펄프픽션>을 읽으며 가보고 싶었던 야나카에 가기로 했다. 넓디 넓은 우에노 공원을 나와서 지도와 표지판을 보며 '야나카영원'으로 향했다. 그녀의 도쿄 이야기에 한 부분으로 야나카영원이 등장해 반가웠다. 계속 걷다가 닛포리역에 도착하여 모스버거로 허기를 달래고, 니시닛포리를 지나 타바토역 츠타야 서점에서 책구경을 하며 잠시 쉬었다. JR 노선을 보며, 사람들에게 물어보며 코마고메역까지 걸었고, 거기서 이케부쿠로 가는 전철을 탔다. 일본 여행하며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가 그 조용한 마을을 걷던 시간이다. 젊은 사람들이 많지 않았던 동네였고, 시장을 지나가다 길을 물으면 친절하게 알려주시던 할머니 모습이 정겨웠던 동네였다.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어디가 좋았냐는 질문에 내가 거침없이 처음 대답하는 곳, 구라시키. 낡고 오래됨이 유독 더 자연스러운 곳. 때 묻지 않은 일본인들을 만날 수 있는 곳. 유난히 평화로워 보이는 동네. 몇십 년 된 핸드드립 커피숍과 레스토랑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곳. 문화가 흐르고, 전통이 머물며, 고풍스러움이 잘 간직된 곳. 낮의 햇살에도 아름답고, 밤의 달빛에도 눈부신 곳. 또한 낡은 일본을 여행하고 싶게 만든 내 첫 번째 동기부여. 시간이 멈춰 있는 곳. 때문에 내 잃어버린 시간도 찾아줄 것 같은 느낌. 아주 먼 어느 날, 진심으로 꼭 한 번 다시 찾고 싶은 곳. (262p)

맛있는 건 죄다 모인 오사카, 오사카 중에서도 마치 보물섬에 놀러 온 기분이라는 도톤보리와 난바 지역에 가보고 싶다. 빵이 제일 맛있기로 소문난 고베의, 이쿠타 로드에서 빵집 순례도 해보고 싶고, 거대한 명작이 전시되어 있는, 작은 도시 구라시키의 '오하라 미술관'에도 가고 싶다. 나가사키에서 먹는 나가사키 짬뽕맛은 어떨까? 교토를 돌아다니다 말린 청어를 넣어 먹는 '니신소바'도 맛보고 싶고, 거리에서 게이샤와 마주치면 환하게 웃어주고 싶다.

여행에서 가장 찌릿한 순간은, 지도를 펼쳐들 때이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 그 광대한 영역 중 내 발길이 닿는 땅에 추억이 생겨난다고 생각하면 그 흥미가 더하다. 온갖 상상력을 발휘해가며 가고 싶은 곳을 결정짓는 것도 신이 나고, 마음에 안 들면 중간에 방향을 틀어도 되니 지도만 익히면 아무 문제없다. (194p)

나도 지도를 펼쳐놓고 여행을 계획할 때가 가장 신 난다. 그녀의 '낡은 일본'에 관한 이야기를 모두 읽고서 일본 전역을 둘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일본 전도(全圖)부터 구해야겠다. 책을 덮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낡은 사랑'은 어떤 사람일까. 혹시 책 중간의 사진 화보를 위해 도쿄에서 함께 동분서주했다는, 이 책을 쓰도록 응원해준 그 사람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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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쇼핑 - 아무것도 사지 않은 1년, 그 생생한 기록
주디스 러바인 지음, 곽미경 옮김 / 좋은생각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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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누구여도 상관없다. 집이 어디든 무슨 일을 하든 '아무것도 사지 않는 1년'이라는 극단적인 소비의 단절을 시도했다는 사실이 놀랍고 대단할 뿐이다. 2004년 한 해 동안 그녀와 폴은 생필품만 구입하기로 한다. 생계와 건강, 업무에 필요한 것 외에는 아무것도 사지 않기로 한 것이다. 결심하게 된 이유야 어떻든 간에 난 두 사람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들은 통장을 살펴보며 2003년과 2004년의 지출을 비교했는데 '돈 절약'이 목적은 아니었지만 결국 그렇게 되었다고 응수한다. 수도·전기요금, 교통비, 의료보험 등 기본적인 경비를 제외한 지출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한다.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고, 헌책을 구입한 덕에 '전문서적' 비용은 전년도 2701달러의 22%에 불과했다. '관람티켓'과 '외식·오락' 비용은 2213달러였는데, 2004년에는 한 푼도 쓰지 않았다는 말에 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어쨌든 2003년에 비해 약 8000달러를 덜 썼다니 꽤나 큰 효과가 있었음에 틀림없다.

사실 책을 읽기 전에는 재미있게 잘 읽혀질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영 속도가 나질 않았다. 그녀와 폴의 개인적인 일에 관한 이야기는 읽을 만했지만 소비자금융이라든지 <자발적 가난 모임> 내부의 이야기, 소비 조합 등 소비주의, 경제, 정책, 공리주의, 민영화, 시장이란 단어들이 나올 때마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내용이 뒤죽박죽되었다.

책을 다 읽자마자 내가 한 일은 2008년과 2009년의 지출 비교였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초등학교 고학년 혹은 중학교 때부터 용돈기입장을 쓴 것 같다. 대학교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부터는 매달 지출 내역의 세부 항목별 비용을 적기 시작했다. 부모님과 함께 사는 덕분에 교통비와 식비, 모임·관람티켓, 기타 항목이 전부이다. 기타 항목에 포함되는 것은 축의금이나 쇼핑, 여행, 미용, 의료비이다. 작년까지는 축의금을 일 년에 한두 번 냈는데 올해부터는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를 포함하여) 친구들이 결혼할 나이가 된 것이다. 병원이나 약국은 거의 가지 않고, 미용실도 머리가 지저분해질 때까지 잘 안 가는 편이다. 쇼핑도 거의 하지 않는데, 가끔 인터넷쇼핑을 하다가 장바구니에 담아둔 것을 눈 딱 감고 결제하기도 한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가 여행인데, 여행하는 데 드는 비용은 아끼지 않는 편이다. 물론 여행을 계획하며 꼭 필요하지 않은 것에 돈을 쓰지는 않는다. '모임·관람티켓' 항목은 동호회 모임 회비 혹은 친구들 만날 때 영화를 본다든가 커피숍 가는 경우에 드는 비용이다. 2008년에는 전체 지출의 50%를 교통비와 식비로, 9% 정도는 여행 비용으로 썼다. 2009년에는 전년도보다 교통비·식비를 더 썼지만 (제주도와 일본여행 비용이 포함된) 전체 지출의 34%였다. 30%는 여행 비용, 10%는 쇼핑하는 데 썼다.

'굿바이 쇼핑'에서 얻게 된 것은 앞으로 고쳐질 내 습관이다. 매달 지출 내역을 각 항목별로 구분하여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비교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지출 비용만 비교하는 것으로 끝났다면, 이제부터는 지출을 조금씩 줄이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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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인생에 관한 26가지 거짓말
에밀리 프랭클린 지음, 서현정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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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보느니 차라리 와인 병을 따고 말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여러분이 이 책을 집어 든 것을 보면 어엿한 어른이 되었지만 갑작스레 주어진 무거운 책임감이 마냥 낯설기만 했던 나의 과거가 지금 여러분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 나를 행복하게 해줄 것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행복을 안겨주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알고 보니 정말로 원하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그 시기가 혼란스럽기는 나나 여러분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40p)

이 부분을 읽고 울컥했다. 이 책의 제목 '20대 인생에 관한 26가지 거짓말'을 보면서도 20대가 2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이 책을 읽어 마땅한가 그렇지 않은가 고민했다. 20대 인생에 관한 거짓말이라는 것이 대충 짐작은 가지만, 읽지 않는 것보다 한번 읽어보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스물 여섯 명의 언니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 준다. 맙소사, 그녀들의 이야기는 그동안 고민하고 걱정하고 실망했던 나의 이야기와 다르지 않았다. 

나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직장은 나에게 맞지 않고, 현실과 다른 삶을 막연히 꿈꾸기만 하고, 모든 것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고, 내가 꿈꾸던 것은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정말로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이젠 생각조차 할 수 없다. 기대했던 것만큼 근사하지도 않고, 나를 진지하게 여기는 사람은 거의 없고, 자기 생각에 빠져서 혼자 괴로워하고, 정해진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비단 나뿐만은 아니겠지. 

이미 20대를 보낸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때가 그리울지 몰라도, 막상 20대의 입장에서는 그 현실이 기가 질릴 정도로 두렵고 불안할 수도 있다. (174p) 20대는 노력하고, 걱정하고, 자신에게 회의를 느끼고,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성적으로 직업적으로 자신을 실험하면서 기뻐도 하고 실망도 하는 시기다. (177p)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자신의 상황을 바꿀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사랑, 우정, 일을 비롯한 모든 일에서 실수를 할 수 있고, 실수를 해도 얼마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다.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자신에게 허락하면 그만큼 더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다. 20대 시절에는 가능성과 기회라는 선물이 늘 곁에 있다. 자신의 꿈과 자신만의 색깔에 솔직해지면 생각하지도 않았던 미래가 나타나게 된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언니들 중에는 좁디좁은 거실에서 혼자 신세 한탄을 하다가 지금은 집필한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어 큰 성공을 거둔 작가, 멋진 아파트에서 공짜로 살며 6년간 기숙사 사감을 했던 사람, 20대에 돈을 벌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했던 사람, 옛 애인 아홉 명과 친구가 된 사람 등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있다. 신기하게도 스물 여섯 명 중에 70%가 글을 쓰는 일을 하고 있고, 20대에 여러 가지 일을 경험한 사람도 많았다. 

20대, 환상이 깨지는 순간 새로운 인생이 시작된다. 난 과연 모든 환상이 깨졌을까? 아직 아닌 것 같다. 운명을 바꾸기 위한 투자를 하고, 돈을 제대로 알고, 프로페셔널한 습관을 가지고, 사랑한다면 지금 고백하고, 인생을 즐기라고 충고한다. 나에게 투자하는데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고 하지만 뜻대로 하기가 어렵기만 하다. 메모하는 습관, 한 달에 두 권 이상 책 읽기, 한 달에 한 번은 공연이나 전시회 가기, 혼자만의 여행 떠나기, 적어도 하나 이상의 외국어 익히기 등 모두 마음에 든다. 실천할 만한 것들이다.

내 나이 스물여덟이라서 그런지 마음에 와닿는 문구가 있었다. '28세는 제 2의 18세다.' '스물여덟 살의 나는 열여덟 살에 꿈꾸던 삶이 아니라 열여덟 살 그 순간에 살고 싶던 삶을 살고 있었다. 그것은 엄청난 깨달음이었다. (155p)' 열여덟 살이면 고3때인데 지금 나는 그 순간에 꿈꾸던 삶을 살고 있나? 나 역시 그 순간에 살고 싶던 삶을 살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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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즌 트릭
엔도 다케후미 지음, 김소영 옮김 / 살림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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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서부터 으스스한 게 기분이 나쁘다. 한 번 읽었는데 조금 어려웠다.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뒤죽박죽이 되어 누가 누구였는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한꺼번에 읽은 게 아니라 조금씩 조금씩 읽은 것이어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결말에 가까워질수록, 사건의 과정을 마무리 단계에서 보여주는 부분을 읽으면서는 오싹할 정도로 대단했다. 그리고 마지막 한 문장을 보고 소름이 끼쳤다.

추리소설을 읽은 게 참 오랜만이다. 사건을 보여주고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이 스릴 있어서 추리소설을 좋아한다. 어떤 소설은 결과를 보여주고 역으로 추리해가는 경우도 있었다. 프리즌 트릭은 형무소 내 밀실 살인 사건. 에도가와 란포상 선고위원인 히가시노 게이고와 온다 리쿠의 극찬을 받았다는 말에 수긍이 간다. 올해 처음 읽은 추리소설이 이렇게 멋진 이야기여서 기분이 좋다.

책을 넘기면 넘길수록, 읽으면 읽을수록 흥미진진하다. 예상을 뒤엎고 또 다른 인물에 또 다른 이야기가 나온다. 반전을 좋아하는 사람, 평범한 이야기에서 벗어나 특별한 이야기를 읽고 싶은 사람에게 강력 추천한다.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앞부분을 읽으면서 조금 헷갈렸던 터라 다시 한번 읽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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