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개와 고양이 ㅣ 두껍아 두껍아 옛날 옛적에 5
김중철 글, 유승하, 최호철 그림 / 웅진주니어 / 1999년 2월
평점 :
우선 3살 딸아이가 열광하는 책이라 별 5개로 기분좋게 시작한다.
내용이 제법 길지만, 딸아인 그림속 개와 고양이가 마음에 쏙 드는 모양이다.
역시 쟁쟁한 타 출판사들 다 물리치고 웅진닷컴(역시 쟁쟁함)의 개와 고양이를 선택한 이유도 그림때문이니, 딸과 엄마의 마음이 통한 모양이다. 가는 펜으로 밑그림을 그리고 수채화 물감을 엷게 채색했기에 선이 선명하고 인물들이 살아서 움직이는 듯 생동감 있고 캐릭터의 표정 또한 예사롭지 않다.
사실 그림이 썩 예쁜건 아니다. 예쁜 그림으로만 뽑았다면 시공주니어판 개와 고양이 를 선택했을 것이다. 인형같이 예쁜 할아버지, 할머니, 개,고양이 모습이 한컷 담긴 겉 표진만 봐도 알수 있듯... 그렇지만 난 이 책을 골랐다. 사무실 옆자리에 앉은 직장동료(그림책 좋아함)는 사무실로 배달된 이 책을 보더니 " 그림이 너무 무서워" 했는데, 나름대로 믿는 구석이 있었던 터라 씩~ 웃고 말았다.
일단 마녀위니의 번역을 맡아 마녀 캐릭터를 손상시키지 않고 잘 살려낸 김중철님이 엮으신 책이라 합격이었고 그림 역시 길벗어린이에서 출판 되었던 '아가야 울지마'(이 책에 등장하는 동물들도 딸 아이가 좋아했었음) 의 유승하님의 솜씨라 믿을수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마지막으로 판매량 순으로 보아도 단연 1위... 더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게다가 성공도 거두었는데.(아이가 좋아하면 제일 큰 성공)
줄거리는 누구나 알고 있는 옛 이야기...
보기에도 딱해 보이는 깡마른 할아버지가 굶주린 고양이와 개를 차례로 집으로 데려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없는 살림에 객 식구까지 늘었지만... 할머니, 할아버지 넉넉한 웃음으로 마음씨 착함을 인정할수 밖에 업게 만드니... 낚시로 잡은 잉어까지도 목숨살려주고 ...그 보답으로 구슬을 받게 된다. 소원을 다 들어주는 구슬을 받고 할아버지가 첫번째로 빈 소원은 밥, 그리고 먹을것,... 그림을 보니 지금보다 나아진 마당넓은 집과 가축들, 깨끗한 옷... 그 정도를 소원하셨던 모양이다. 이왕이면 큰 소원 빌어 볼것이지 하는 내 바램과는 달리 할아버지는 그 구슬을 잃고 만다.
좋은일이 있으면, 나쁜일도 뒤따르는게 세상 이치인가보다. 할아버지의 소박한 삶까지도 시기하는 욕심쟁이 할머니, 색색가지 구슬을 가지고 할머니를 현혹시키더니 결국엔 구슬을 몰래 훔쳐간다. 다음 페이지를 넘기니 고래등 같은 기와집을 떡 하니 지어놓은 걸 보니... 남의 구슬로 호사를 부리는 할머니가 역시 욕심쟁이라 불릴만 하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지나친 욕심은 화를 부르는 법... 그것이 남에게 빼앗은 욕심이라면 더욱 그럴것이다. 욕심쟁이 할머니도 사람인지라, 마음이 편치 않았던지 잠잘때도 구슬을 손에서 놓지 않고 자는 모습이 조금 안스럽기 까지 하다.
이제 부터 개와 고양이의 활약상을 보여주는 대목... 거둬준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개가 고양이를 등에 태우고 강을 건넌다. 막상 욕심쟁이 할머니 집에 도착하자 개는 갈피를 못잡고 헤매게 되고 고양이는 기지를 발휘하는데... 그 집의 터줏대감으로 보이는 대장 쥐를 잡아 구슬을 찾아오게 한것이다.
여기까진 의기투합해서 일을 잘 처리했는데...
고양이를 등에 태우고 강을 건너는 개가 입에 구슬을 물고 있는 고양이를 다그치기 시작한다. "고양이야, 구슬 가지고 있니?" " 고양이야, 구슬 가지고 있니? 두번만 물어봤어도 고양이는 입 꽉 다 물고 강을 무사히 건넜을 텐데, 목소리 높여 묻는 개의 세번째 물음에 고양이는 그만 대답을 하고 만다.- 점층적 기법으로 개의 목소리에 따라 점점 커지는 개와 고양이의 그림이 상황의 긴박함을 더욱 가중시킨다.
뒤늦은 후회... 구슬은 강에 빠지고, 개는 고양이 눈치만 살피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화를 자초한 개가 원망스럽긴 하겠지만, 고양이도 단념한듯 배고픔을 달래려고 생선을 훔쳐 먹는다. 그리고 구슬발견...
할아버지의 따뜻한 눈길을 받으며 방안에서 누워있는 고양이와 구슬피 우는 듯한 모습으로 집 밖을 지키는 개가 대조를 이루며 이야기는 끝이난다. 이렇게 해서 개는 고양이만 보면 으르릉 대고 고양이는 개만 보면 도망을 친다는 내용을 남기면서.
옛 이야기들을 들려주다 보면 몰론 재미있는 구석이 많지만, 요즘 아이들에게 이해하기 어려운 괴리감이 생길때가 있다. 우리아이들 처럼. 사람들 곁에서 유용하게 쓰임받고 가족처럼 지내는 다양한 동물중에서도 개가 으뜸인 요즘... 이 옛이야기 또한 아이들에게 자칫 혼돈을 불러올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히 고양이가 애완일 경우 바깥생활보다는 실내 생활을 더 많이 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의 이야기가 될것이고 고양이와 개의 사이를 부각시켜 중심을 잡아간다면 큰 혼돈없이 현실에도 맞는 재미있는 옛이야기가 될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