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네
박명용
키 작은 코스모스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바라보네
시간 사이를 흐르는 강물
힐끔 힐끔 나를 바라보네
강물에 떠 있는 산자락
온몸을 들썩이며 나를 바라보네
강 건너 슬래브 외딴집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네
파편을 맞은 듯 나, 보이지 않네
대장간에서
박 명 용
낫은 뜨겁게 달구어져야
비로소 단단한 낫날이 된다
벌건 불 속에서
전신을 불태울 때마다
조금씩 제 몸으로 다듬어져
드디어 생명을 얻게 되는
몸
그러고 보니
인간도 어머니의 뱃속에서 오랜 시간
울렁이며 달구어지다가
뜨거운 자궁을 통해 태어난
육신이 아니던가
아, 애초부터 거룩했던
저 뜨거움
펄펄 끓는 기쁨이다
마음
오 정 자
깊이가 얼마나 될까?
무엇이 들어있을까?
검푸른 그 속이 언제나 궁금했다.
돌 한번 던져보고 싶다
풍덩
돌 삼키는 소리
그 자리에
둥글게 둥글게
파문만 이는
오늘
검은 창이
하얗게 쪼아대는
새소리가 창틈을
비집고 들어온다
맨머리로 오늘을 받으며
어제로 가버린,
오늘을 등지고
어제로 가버릴
발자국 소리들이
새벽을 가르고 있다
싸우고 나서
이 응 인
숫돌에 확 갈아버릴 수도 없는
이 치졸한 마음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