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주중 근무가 있는 토요일( 종일근무) 하루를 제외하곤 3주토요일, 일요일은 아이들과 꼼짝없이 집에서 보낸다. 의지박약이라 자가운전으로는 시외에 한번도 가본적이 없어 남푠이 없으면 주말은 그냥 애들과 방콕해야만 한다. 대부분 애들 아빠가 시간 조정해서리 주말이면 가까운 곳이라도 다녀오곤 했었는데, 이번 주말엔 방콩 할 수 밖에 없었다.
나보다 더 지겨운건 애들이겠지만, 나도 고물 고물 한것들 뒤치닥거리 하고 다니다 보면 오히려 출근할때보다 몸이 더 뻐근하다.- 이러니 집에서 애 키우는 맘들 얼마나 존경스러운지...제일 훌륭한일 하시는거다.
이번주는 어떻게 견뎌 볼까 고심하다가 평소 잘 안보여 줘서 항상 굶주려 있는 비디오 하나를 빌렸다 . 제목은 '신데렐라'... 아들녀석 금요일 부터 일요일 까지 무려 20번 정도는 봤을꺼다. 에구 지겨워...
이리저리 뒹굴다 보니 일요일 오전까지는 그냥 그냥 넘어 갔는데... 막상 오후가 되니 아들녀석 심통을 부리기 시작한다. ' 엄마미워' 부터 시작해서 짜증내기 버전 1,2,3(울기, 목소리크게 내기, 동생 괴롭히기)
이거 안 돼겠다 싶어 얼른 화끈한 제안을 하나했다. 금욜날 전호인님의 서재에서 본(?) 것도 있던터라 아들녀석 에게 "똘이, 저녁 먹고 설겆이 해볼래" ... 녀석 얼굴이 금새 피더니 " 응, 나 잘할수 있어. 빨리 밥줘.."
똘이녀석 재촉하는 바람에 저녁을 6시도 되기전 먹어치우고 하나씩 설겆이 통으로 퐁당... 역시 똘이가 하나씩 치우기 시작한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애들 아빠..." 와 똘이 덕분에 엄마가 편하겠네..." 뭘 모르는 소리. 싱크대에 의자놓고(그 위에 올라선 아들) 수세미에 퐁퐁 묻혀 거품내는것 부터 시작해서 그릇 수세미로 싹싹 문지르기, 헹구기,... 행주빨아 뒷마루리 하기까지... 뒤에서 코치하는게 얼마나 힘든지... 설겆이 3번은 하고도 남을 시간이 지나가 버렸다.
설겆이 끝난뒤 싱크대 바닥엔 물이 흥건하게 떨어져있지만, 그래도 처음 해보는 설겆이라 얼마나 정성들여 하던지... 그릇이 반짝 반짝 윤이 난다.
내친김에 똘이 녀석 걸레들고 바닥까지 닦으라고 시켰더니 물만 씨익 닦고는 "엄마, 방은 다음에 닦을께." 하며 걸레를 내놓더니 쇼파에 가서 휙 쓰러진다. ㅋㅋㅋ 역시 걸레질 까진 무리였나? - 지난친 욕심
그래도 자기 스스로 흐뭇한지... 두볼이 빨갛게 상기되어 누워 있는 모습이 너무 귀엽다. 그리고 이제 욕심이 생긴다. ' 어. 이거 시켜볼만 한데...지금부터 연습시키면, 내년이면 혼자서도 하겠는걸.' ㅎㅎㅎ 그러면서 또또(3살)도 슬쩍 눈여겨 보았다. ' 울 딸래미는 언제부터 시켜보나' 큭 절로 웃음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