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농장에서 만나다

모캄과 메오 ㅣ 초승달문고 9
김송순 지음, 원혜영 그림 / 문학동네 / 2006년 3월

꾸밈이 없는 짧은 문체로 명료하게 써내려간 문장이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병든 딸의 수술비를 벌기위해 한국에 온 모캄은 불법체류자이다.

오리농장에서 고된일을 마치고 딸의 사진을 보는것으로 위안을 삼는 모캄은 어느날 농장개에게 물려 쓰러져 있는 고양이를 보살피기 시작한다.

고양이 이름을 자신의 딸 이름인 '메오'로 지은 모캄은 자식에 대한 그리운 마음을 고양이 메오에게 쏟아 놓는다.

고양이 메오 또한 이런 모캄의 사랑을 아는지 야생의 본능을 억누르고  고된 노동에 몸이 지친 모캄의 곁을 지키려 하지만, 농장주인의 강요로 인해 고양이 메오는 상자속에  넣어져 쓰레기장에 버려지게 된다.

문득 모캄이 애지중지하는 딸아이의 사진을 넣어둔 액자를 숨겨놓았다는 사실이 생각난 메오는 그 사진을 애타게 찾고 있을 모캄을 생각하며 농장으로 달려가는데... 모캄은 이미 그 농장을 떠나고 없었다.

 모캄은 메오를 죽이려는 농장주인과 타협을 해 돈 한푼 받지 못하고 농장을 떠나게 된것이다 - 고양이 메오의 일을 구실삼아 자신의(농장주인) 속셈을 드러낸것일 뿐이리라...

이땅에 발붙일곳 없는 불법체류자인 외국인 노동자 모캄의 처지나 농장개에게 쫓기는 신세일 뿐인  도둑고양이 메오의 처지가 어쩌면 그렇게도 닮아있는지.

농장에서 만난 모캄과 메오의 짧은 만남은 무언가 긴 여운을 남긴듯하다.  서로의 외로움을 보다듬어 주었던 사랑이 깊어보인다.

그리고 모캄과 같은 외국인 노동자의 처지를 우리아이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분명 아이들이라면 얼굴색과 관계없이 편견없는 눈으로 모캄의 처지를 안타까워했을 것이다.... 아~ 왜이리도 어른들의 세계는 약자에게 이리도 가혹한 세계란 말인가?.... 또 한번 아이들의 마음을  스승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엄마, 아빠 미안해요.

심심해서 그랬어 - 여름 ㅣ 도토리 계절 그림책
윤구병 글, 이태수 그림 / 보리 / 1997년 4월

엄마, 아빠가 밭일하러 간 사이에 ... 너무나 심심한 돌이는 집안에 있는 집짐승들을 하나씩 풀어준다.

그저 심심해서 풀어준 동물들은 밭으로 달려가기 시작한다.

배추밭이며, 오이밭....을 돌아다니며 채소들을 온통 해집고 다니는 동물들을 보며 돌이는 발을 동동 구른다.

이렇게 큰 소동이 벌어질줄은 몰랐던 것이다.

'응응' 울다가  큰 나무밑에서 잠이든 돌이... 엄마, 아빠가 집으로 돌아와 보니  동물들은 없어지고 집안은 온통 엉망이다.

동물들을 우리로 다 몰아넣었을쯤 돌아온 돌이.... 엄마, 아빠에게 면목이 없는듯한 모습이다.

돌이의 작은 실수로 벌어진 동물들의 소동이 일단은 동물들에 대한 친근감을 주는 책이다.

그리고 바쁜 엄마, 아빠와 달리 집에서 부모를 기다려야 하는 아이들의 허전하고 심심한 마음을 풋풋한 시골풍경과 더불어 돌이의 짖궂은 장난을 통해  잘 나타내고 있다.

농촌의 시골풍경을 실컷 구경하고 온 느낌이다. 

할아버지가 된 수탉

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
이호백 글, 이억배 그림 / 재미마주 / 1997년 2월

수평아리 한 마리가 태어났어.

이 병아리는 보통 병아리들과는 달랐단다.

이 세상에서 이 수평아리를 힘으로 당해낼수 있는 병아리는 없었어.

힘센 수평아리는 씩씩하게 자라 힘센 수탉이 되었지.... 모든 암탉들의 선망의 대상.

그러던 어느날, 그 수탉보다 더 힘이센 수탉이 나타났어.

수탉은 실의에 빠져 매일 술을 마시고 옛날에 자기가 어떤사람이었는지 떠들고 다녔지...

참 딱하게 되었지.

수탉의 부인이 와서 수탉에게 조용히 이야기 했어...

당신의 아들, 딸 들을 보세요.  닭들의 세계에서 모두 한몫 단단히 하고 있어요.

그리고 손자, 손녀들을 보시라구요...얼마나 건강한지 몰라요.

수탉은 그제서야 알았어. 자신은 이미 힘없는 늙은 수탉이지만, 자신의 자손들로 인해

자부심을 가질수 있다는 것을...

 젊은시절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은 찾아볼수 없었지만, 자신의 생일날 번성한 자손들과 사진 한컷에 찍혀있는 수탉의 모습은 지혜롭고 자비로워 보였다.

바빠요 바빠

바빠요 바빠 - 가을 ㅣ 도토리 계절 그림책
윤구병 글, 이태수 그림 / 보리 / 2000년 6월

이책은 도토리 계절 그림책중 가을편으로 마루네 가족을 중심으로 산골마을의 가을걷이 모습을 그려냈다.

벼베는 모습부터, 겨울철 김장하는 모습까지  할머니 , 할아버지, 엄마, 아빠의 일하는 모습을 마루의 입을 통해 정겨운 그림과 더불어 풀어내는 이야기는 항상  " 바빠요 바빠 "로 끝이난다.

바쁘지만 풍성한 가을의 느낌을 그림에 잘 살아있고 그림마다 시골 마을의 정감 어린 이야기가 듬뿍 담겨있는 이야기와 그림을 보다보면 시골 할머니가 생각이 난다.

손자를 재워둔 방에서 콩을 고르는 할머니의 모습이 꼭 내어릴적 할머니의 모습과 흡사하다.   도토리 그림책은 동물들과 더불어 시골풍경을 참으로 정감있게 잘 그려내는것 같다. 정이가는 책이다.

가을걷이를 끝내고 ...한가한 겨울밤... 할머니 방의 불빛을 마주보며 나무위에 앉아 있는 부엉이의 모습이 옛이야기 하나를 떠오르게 하는 고요한밤에 "바빠요 바빠"를 외치던 마루가 할머니 옆에서  곤히 자고 있는 모습이 마음을 푸근하게 한다.

코끼리 유치원

구룬파 유치원 ㅣ 내 친구는 그림책
니시우치 미나미 글, 호리우치 세이치 그림 / 한림출판사 / 1997년 7월

게으르고 지저분한 구룬파는 어린 코끼리 입니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골치덩어리인 구룬파는 어딜가도 제대로 하는일이 없답니다.

접시가게에 가서는 너무 커다란 접시를 만들고, 비스킷 가게에서도 마찬가지, 구두가게, 피아노가게를 거쳐 자동차 가게 까지 일거리를 찾아보지만 모두들 구룬파의 거인같은 물건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구룬파는 너무나 실망을 한 나머지 귀가 축 처진채 길을 떠났습니다.  그러나 너무나 바쁜 엄마가 자기 아이들을 좀 돌봐 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구룬파 유치원은 이렇게 해서 생겨났답니다. 구룬파 유치원엔 아이들이 평생 먹을수 있을만큼 큰 비스켓도 있고, 멋진 거인구도와 접시로 된 풀장도 있답니다. 구룬파의 물건들이 여기서 빛을 발하는군요.

구룬파의 유치원은 아이들로 꽉 차있고 모두들 행복해 보입니다. 그중에서도 구룬파가 특히 행복보이는 군요. 

모든 일이 서툰 유아들에게 자신도 잘 할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을 알려줄수 있는 소중한 꿈이 담긴 책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