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들, 탯줄들, 모든 생명선들, 언제나 누군가와 연결시켜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들. 외로움을 떨쳐내기 위해 존재하는 것들, 전화회사에게 신의 은총 있으라!
(30쪽)
"남자들은 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게 섹스라고 하지만 여자들은 아니라는 걸 잘 알지. 정말 제일 좋은 것은 허시 초콜릿바야."
(85쪽)
"자신을 서점이라고 생각하는 거대한 창고를 저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진정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자신들과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 곳에 모이기 마련이니까요. 여기 모이신 여러분들이 바로 그 증거입니다!"
(208쪽)
이렇게 말없이 앉아만 있어도 그는 좋은 것 같았다. 갑자기 잊고 지낸 감정이 떠올랐다. 누군가에 속해 있는 느낌이랄까? 그 사람과 잘 맞는 것 같고 함께 있으면 온 세상이 아무 문제없이 잘 돌아가는 것 같은 느낌. 죽은 남편 잭은 그것을 '그래' 느낌이라고 불렀다. 비로소 천생연분을 만나는 순간 당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 이 사람이야. 이제 그만 헤매도 되겠구나.... 여기가 바로 내집이야'
(286쪽)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여자를 봐. 하지정맥류에 중력의 효과를 처절하게 보여주는 몸뚱이를 보라고. 늙은 여자가 달고 사는 건 다 달고 있잖아. 이 몸으로 남자를 흥분시킬수나 있겠어?(중략)
혼자만의 호젓하고 편안한 생활은 이제 끝이 난 거다. 아파트도 항상 깨끗하게 정리해두어야 하나? 가정부를 다시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군. 내 물건보다 남자의 물건을 더 소중하게 다뤄야 하나? 이제 침대에서 새벽까지 책을 읽거나 한밤중에 냉장고 문을 열어놓고 음식 먹는 짓도 관둬야 하나?
글래디, 벌써 잊은 거야? 남자와 같이 사는 일이 얼마나 피곤한지. 남자 비위를 맞춰고 그 사람의 취향에 따라 옷을 입고 그 사람을 위해 요리를 해야하는 생활을 생각만 해도 짜증 나. 그리고 섹스는? 이 나이에 쉽고 자연스럽게 섹스를 하려면 얼마나 노력해야 할지 생각해봤어? 이 나이에 할 수나 있을까?
(288쪽)

이 책은 아주 매력적인 노부인들이 등장하는 코지미스테리물이다. 이 용감한 부인들은 노부인 연쇄살인 사건을 육탄전도 마다하지 않고 파해친다. 삐걱거리는 관절과 잘들리지 않는 귀, 가물거리는 기억력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탐정소설을 많이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느 정도 읽으면 범인을 찾아낼 수 있을 정도로 전형적인 작품이다. 정보들을 긁어모아 독자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범인에게 적당한 동기와 멋진 수법까지 제시해 준다.
노년기의 외로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친구들과의 우정으로 이겨내는 모습을 유쾌하게 그려냄과 동시에 두근두근 75살 할머니의 로맨스까지 두루 갖추고 있는 소설이라 마음이 무거운 날 읽기에 좋을 듯 하다.
이 소설에 나오는 것처럼 추리소설 전문 서점이 생긴다면 알라디너분들도 많이 만나뵐 수 있을텐데 말이다. 나도 음~ 미스 마플로 분장하고 뜨개질거리를 들고 한번 방문해볼텐데 ㅎㅎ
늙는다고 해서 내가 없어지는 건 아니니까 하루 한시간 한순간이라도 더 살다보면 새로운 느낌 더 좋은 책 더 깊은 관계를 경험할 기회가 생길지 어찌알겠는가? 늙음을 낙관할 수야 없겠지만 너무 두려워하지는 말아야지. 친구들 우리 술 줄이고 건강관리해서 늙으면 영감들 따돌리고 우리끼리 재미나게 놀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