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동생이 결혼을 했는데  

왜 내가 헉헉 되며 주말을 보냈는지 --;; 

10평도 안되는 우리집에 

엄마, 언니 형부 조카 둘(언니네 식구 일동), 사촌동생까지 총 7명이 북적대며 주말을 보냈다. 
(오빠는 일찌감치 도망치며 니가 수고해라는 말만 남김 ㅠ.ㅠ)

어찌나 욕구들이 다양하던지. 

엄마 : 

삼십대의 멀쩡한 직장을 가진 남자들 리스트를 빼밀며 맘에 드는 놈으로 골라 선보라고 압박 

"너 여기서 이년만 지나면 머리 빠지거나 배나오거나 한 아저씨랑 결혼해야돼!"  

조카들 : 

이모 나 시내구경도 시켜주고 남산도 가볼래요!
(이때 모두 정장을 입은 채 서울은 칼바람 속 저녁 7시 였음) 

반 친구들이랑 여자친구 줄 선물 살래요! 

형부 : 

처재 막걸리 맛있는데 있어? 

언니 : 

너 그때 나 오면 쫙 구경시켜준다며? 

사촌동생 : 

둘이서 단촐하게 차나 마실라 그랬는데.. 

이들을 끌고 명동과 동대문 상가를 다녔더니.. 

형부는 구두신은 발이 퉁퉁 부었다 했으며, 

조카들은 게임이나 할 걸 그랬다며 춥고 졸립다고 불평이 쏟아졌으며, 

언니는 토요일밤 12시에 술취한 남자들과 함께 만원전철을 타보더니 

"서울 사람들 더러워서 같이 못살겠다. 

고기를 먹고 남의 뒤에서 이를 쑤시가 내한테 떨어질까 무섭더라. 

시끄럽기는 와 그래 시끄럽노" 

서울살이는 절대 못하겠다고 선언했으며, 

이들의 불평과 다툼, 추위에 사촌동생은 눈동자가 풀리었다.

한편 집에서 우리가 놀러다니는 동안 묵묵히 내 방을 치우신 어머니는  

집밖에 나올 엄두를 못내시고 잔치집에서 가져온 떡으로 끼니를 떼우며 12시까지 버티셨다. 

남자들은 찜질방에서 칼잠을 잔 불평을 쏟아내고 

여자들은 내방에서 끼여자며 수다를 새벽까지 떤 끝에  

모두 한두시간만 잔 채로 ktx를 태워 집으로 보내며 긴 일정은 끝이 났다. 

아 몸도 마음도 지갑도 너덜해진 아침이다.   

============ 

덧글 :

참 제목이 아들들인 이유는  

언니네 아들들 엄마는 안중에도 없이 여자친구 선물만 고르길래 뭐라했더니 

여행갔다 온 내 애인도 나한텐 명품 화장품을 안기더니 엄마걸로는 만주를 사온 얘기 

우리 오빠랑 형부 얘기도 쓸려고 했는데 글이 길어 그만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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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0-03-15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피곤하시겠어요

무해한모리군 2010-03-15 12:24   좋아요 0 | URL
어흑 점심시간 댓글 달았으니 한숨자야겠어요.
처음 생각했던 거랑 다른 글을 써야 제목이랑 글이 딴판인데 귀찮아서 그냥둬요 ㅎㅎㅎ

쎈연필 2010-03-15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재밌네요. 다양한 말들이. 엄청 착하시니까 편하게들 말씀하시는 거겠죠.
어머님 말씀이 젤 잼있네요.

무해한모리군 2010-03-15 12:24   좋아요 0 | URL
제랄님 설마... 공감하시는 건가요? ㅎㅎ

무스탕 2010-03-15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도 결혼할 사촌이 남아있나요? ^^;;;

무해한모리군 2010-03-15 12:23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 아직은 많이 남았습니다.
이번에도 내가 타겟이 아니었다는 ㅋㄷㅋㄷ

비로그인 2010-03-15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웃겨요 ^^ 주말에 고생하셨군요 !! 그래도 좀 맘이 편하시죠? 킄
비오는 월요일, 주말에 저도 좀 고생했는데. 좀 웃다갑니다.

무해한모리군 2010-03-15 13:09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 어머니랑은 이런 말도 했어요.
"엄만 아빠 몇번 보고 결혼했어? 서너번?"
"그렇게 많이 보고 결혼하면 연애결혼이지!"
"뭐가 좋았는데?"
"내가 좋고 싫어서 결혼하던 시절이 아니야."

무해한모리군 2010-03-15 13:10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도 행복한 한주 되세요.
주말에 바람결님은 무슨 일로 고생하셨을꼬? ㅎ

비로그인 2010-03-15 18:02   좋아요 0 | URL
주말에 일했지요 ~

그나저나 어머님의 말씀이 안쓰럽기도 하고 한편 재밌기도 하네요 ㅎ
방지저분하다고 혼나진 않으셨나 보네요 ㅋ

무해한모리군 2010-03-16 09:01   좋아요 0 | URL
아 저도 한참 주말에 일했답니다.
그러면 정말 한주가 피곤하지요.
방은... 아무래도 그러려니 하시나봅니다 ㅎㅎㅎ
아니면 선보게 하려고 구슬리시느라 그랬거나 ㅋㄷㅋㄷ

순오기 2010-03-15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큰손님 치루느라 고생하셨네요~ 엄마가 보낸 반찬만 치웠으면 대충 됐을거에요.ㅋㅋ
아들도 여친 생기기 전에나 엄마 차지지요.
어제 화이트데이라고 남편은 천원짜리 초콜릿 하나, 아들은 폼나게 포장한 삼천원짜리 사탕 사왔어요. 물론 전날 그냥 들어오면 재미없다고 협박해서 받은 거지만...남편보다 애인이 좀 나았어요.ㅋㅋ

무해한모리군 2010-03-16 09:02   좋아요 0 | URL
오 그럼 훨~~~~~~~씬 오래 같이 보냈는데 좀 더 나아야지요 ㅋㄷㅋㄷ

집이 좁아서 난감했습니다 ㅎ

poptrash 2010-03-15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해 보니 저도 어머니한테 변변한 선물을 드려본 적이...
뭐 물론 생신이나 이런건 챙기지만, 그냥 "오다 주웠다" 분위기로 드려본 적은 없네요.
아들들의 반성을 촉구하는 페이퍼인 거죠? ㅎㅎ

무해한모리군 2010-03-16 09:02   좋아요 0 | URL
뭐 딸도 별 다르지 않습니다 ㅋㄷㅋㄷ

turnleft 2010-03-16 0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아들이 저리 눈치 없으면 며느리가 고생하는데 말이죠..;;

무해한모리군 2010-03-16 09:03   좋아요 0 | URL
그죠그죠그죠
겨우 13살 17살에 벌써 저러니 말이죠.
정말 자식 놓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주말이었습니다 ㅎ

후애(厚愛) 2010-03-16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생 많이 하셨어요. 이제 좀 푹 쉬세요 .^^

무해한모리군 2010-03-17 08:56   좋아요 0 | URL
사실 놀러온 사람들이 더 고생이 많았습니다 ㅋㄷㅋㄷ

꿈꾸는섬 2010-03-16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어째요. 고생 많으셨겠어요. 근데 전 어찌 이리 웃음이 나는지요.ㅎㅎㅎ

무해한모리군 2010-03-17 08:56   좋아요 0 | URL
일회용 지하철 패스가 사용하기 얼마나 번거로운지 제대로 깨달은 주말이었습니다 ㅎ

더 웃긴 이야기도 많습니다만..

노이에자이트 2010-03-16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송을 보면 '아이를 낳는다'를 '놓는다'로 발음하는 곳이 있던데 경상도에서도 그런가요?

무해한모리군 2010-03-17 08:58   좋아요 0 | URL
사투리에서 입을 크게 벌려야 하는 'ㅏ','ㅓ' 발음을 'ㅗ'나 'ㅡ','ㅣ'로 발음되는 경우가 많은 듯 합니다.

네 놓는다라고 해요 ㅎㅎㅎ

머큐리 2010-03-17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몸도 마음도 지갑도 너덜해졌다는 말에,,,ㅋㅋㅋ

무해한모리군 2010-03-17 08:59   좋아요 0 | URL
아 힘들었어요 힘들어
다음달은 통장 구멍날듯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