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해 보이는 사람들도 마음속을 두드려 보면 어딘가 슬픈 소리가 난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571쪽>
소세키는 어찌나 꼼꼼하고 섬세하게 글을 썼는지 다 읽고나니 좀 지친다.
이리 예민하니 위계양으로 죽을 수 밖에..
그나저나 나도 요즘 위가 좋지 않아 걱정인데,
이런 인간을 좋아하기 때문인가?
사실 오늘 나의 갑에게 접대 일정이 잡혀있었다.
노골적으로 전화를 해 요구를 하니 안할 수 없다.
다행히도 상대방의 일정으로 접대는 미뤄지고,
무슨 연유에서인지 자신의 주소를 알려주더라.
내가 내 앞자리 남자 대리 보다 좀 더 신임을 얻을 수 있던 것은
남자보다 더 남자처럼 굴었기 때문이라는 걸 잘안다.
술도 씩씩하게 먹고, 구십도로 인사해 가면서
그래, 저분도 저자리에 오르기 위해 노력 했는데,
대장 노릇 하게 해주자며 입맛에 맞는 소리해가며 살아간다.
아, 그래도 삼켜지지 않는 것은 이런 접대자리다.
씩씩하게 나가서 카드 쭉 그어주고 재미나게 놀라고 말하며 나오지만 속에 것을 다 게워내고야 만다.
싫다 정말...
정말 일을 잘하는 것은 일이 없게 하는 것이 란다.
이러면 일이 없어지니까..
직장인 나와 인간 나는 언제나 이모냥으로 충돌중이다.
삼킬 수 없는 것들
나희덕
내 친구 미선이는 언어치료사다
얼마 전 그녀가 틈틈이 번역한 책을 보내왔다
[삼킴 장애의 평가와 치료]
희덕아. 삼켜야만 하는 것, 삼켜지지
않는 것, 삼킨 후에도 울컥
올라오는 것...... 여러가지지만
그래도 삼킬 수 있음에 늘 감사하자. 미선.
입 속에서 뒤척이다가
간신히 삼켜져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 것,
기회만 있으면 울컥 밀고 올라와
고통스러운 기억의 짐승으로 만들어버리는 것,
삼킬 수 없는 말, 삼킬 수 없는 밥, 삼킬 수 없는 침,
삼킬 수 없는 물, 삼킬 수 없는 가시, 삼킬 수 없는 사랑,
삼킬 수 없는 분노, 삼킬 수 없는 어떤 슬픔,
이런 것들로 흥건한 입 속을
아무에게도 열어 보일 수 없게 된 우리는
삼킴 장애의 종류가 조금 다를 뿐이다
미선아. 삼킬 수 없는 것들은
삼킬 수 없을 만한 것들이니 삼키지 말자.
그래도 토할 수 있는 힘이 남아 있음에 감사하자. 희덕.
<야생사과, 78~7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