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알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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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 왜 날 좋아하는 거야?
남 : 횡단보도를 건널 때, 당신이 온 거리를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니까. 아침에 일어나 따뜻한 크루아상 냄새를 맡는 모습도 보기 좋고
이게 다야.
여 : 하하하! 대체 어디서 그런 생각이 나오지?
남 : 뭐라고! 지금 날 놀리는 거야?
여 : 아, 아냐 너무 근사해서!
그러지 말고 진지하게 말해봐, 왜 날 좋아하는지.
남 : 좋아, 근데 당신 질문도 황당하긴 마찬가지야!
왜 사랑하냐고? 우리가 무슨 '작은 아씨들'의 주인공쯤 되는 줄 알아?
여 : 이런! 우리 얼음 장군이 본격적으로 싸워볼 기세로군!
그럼 내 곁에 있는 이유가 뭐야? 대답해봐.
어서! 솔직히 말해보라니까! 우리 둘 밖에 없잖아!
남 : 좋아.... 당신 옆에 있으면 기분이 좋기 때문이지.
또 날 웃게 만드니까.. 항상 날 존중해주고 기분 상하게 하지도 않고..
또 날 흥분시키고.. 현명하고.. 정직하고..
게다가 당신 눈과 엉덩이도 맘에 들고, 당신 턱과 목덜미, 살결, 거친 손, 내리깐 속눈썹.., 이런 걸 만지는 것도 좋기 때문이지.
무엇보다 당신은 내가 장난삼아 관계하지 않은 유일한 여자야. 섹시하기도 하고 강하면서도 약한 여자지.
게다가 늘 자신을 되돌아 보고.. 내게 멋진 세상을 꿈구게 하고..
마치 내가 근사한 남자가 된 것처럼 날 으쓱하게 만들거든.
사실 당신은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 중에, 삶에 필요한 재능을 가장 많이 가진 사람이야.
여 : 아아, 그렇군. 그럼 내 발은?
남 : 당신 발? 음..., 그것도 좋아.
여 : 그럼 아이를 갖게 해줄 거야?
남 : 아니, 왜 웃어? 왜 변덕이지?
차라리 조금 전 오르가슴 후에 침울해 있던 모습이 더 나은 걸!
여 : 난 가서 뭘 좀 마셔야겠어. 당신은?
남 : 난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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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하는 방법을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옛날 연애사를 좀 들춰봤다.
나는 이 구절을 인용해서 프로포즈를 했었다.
왜냐면 그친구도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삶에 필요한 기술을 가장 많이 아는 사람이었고,
그 친구 몸내음이 너무 좋아서 티셔츠에 코를 박고 있고 싶을 정도 였고
흰티에 청바지를 입은 뒷태의 엉덩이가 너무 예뻐서
저 사람이 내 남자친구예요 외쳐도 보고 싶었다.
그 친구가 연주하는 기타소리 보다 기타를 연주하는 그 친구를 보기가 더 좋았다.
내 프로포즈의 그 친구 대답은 이랬다.
'임마 넌 그래서 안돼. 그냥 좋으면 좋은거지. 그런거에도 왜 그렇게 이유가 많냐?'
봄비오는 날이라 그런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