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에 주문한 책 몇 권이 어제 도착했다.
가장 기다렸던 책은 "고통과 기억의 연대는 가능한가?"
사실은 고통과 음악의 관계를 연결해보려고 주문한 책인데
그보다는 다른 이유로 자꾸 눈물이 난다.
우선은 모든일의 근원을 따져올라가는 지은이의 결벽에 가까운 노력때문이고 그담엔 나와 내 딸 생각때문이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This is my country라는 노래를 배워와 부를때 느꼈던 섬뜩함, 아이에게 왜 한국어를 가르쳐야할까를 고민하는 내게 대부분의 사람들의 대답은 결국, 실제로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였던것, 부모는 어쩔 수 없이 한국인이지만 자신은 미국인임에 안도하는 여섯살짜리 아이의 대다수와 같고 싶다는 어린 마음, 영주권, 시민권을 얻기 위해 원정출산은 물론이고 수많은 노력과 돈을 쓰는 많은 한국 사람들, 술만 마시면 영어로 주정을 하는 영어가 한이된 아줌마....
내 딸은 18개월부터 데이케어에 다녔다. 그 전엔 물론 한국말만 했지만 2살 쯤부터는 영어를 주로 했고 여섯살인 지금은 한국어를 겨우 읽고 쓰긴 하지만 회화는 어렵다. 집에서 영어를 하면 밥을 주지마라, 대꾸를 하지 말아라, 각종 충고가 있었지만 나는 그아이가 배워온 새언어로 새마음을 얘기하는걸 무시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나는 교포에게는 교포의 문화가 따로 존재해야한다고 늘 생각해왔고 그 아이가 Korean-American이라는 것은 그 자체로 존중되어야하며 영어도 그 아이의 언어로서 인정받아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때로는 영어로 때로는 한국어로 아이와 얘기했다.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익히게 해주고 싶어서 그애가 4살이 되면서 동네 아이들을 모아 한국어교실을 열었다. 한국어 읽고 쓰기는 그렇게 2년여 해서 겨우 익힌 것이다.
언어, 국적, 정체성문제와 함께 늘 고민하는 것이 소수자의 권리 문제다. 크고작게 제도적 심리적으로 받는 차별, 불이익... 그래서 미국에서 자라는 한국아이들중에 학교 성적이 좋은 아이들이 많다. 부모가 그렇게 가르친다. 똑똑해야, 미국애들보다 잘해야 무시받지 않고 살아남는다고. 결국 강자를 그저 따라가는 셈이다....
소수자의 정체성문제를 고민하기 전에 아이에게 무조건 한국어를 강요하지 못하겠는 나로선 이 책의 구절구절이 생생하게 와닿는다. 아이에게 또 나에게 민족과 국가의 의미에 대해 먼저 설명할 수 있게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