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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 사진을 한번 찾아올려보았어요.
오늘 집을 뒹굴뒹굴 하며 놀고 있는데,
뭔가 작고 동글한 것들이 집안에 돌아다니지 뭡니까?
이게 뭘까하고 가만히 보니 통통하게 살이 오른 애벌레들입니다.
며칠전에 어머니가 올려주신 야채를 냉장고에 자리도 없고 해서,
대충 던져두었더니, 녀석들이 탈출 저의 작은 원룸안을 꼬물꼬물 다니고 있었던 거지요.
이번 녹색평론 105호에 실린 최종진 시인의 가족이란 시에 보면,
밭에서 배추를 뽑던 시인이 배추벌레를 발견하곤 다른 배추로 옮겨주며,
다른별에서 만나면 한때 같은 음식을 먹었던 사이로 얘기하고 싶다는 구절이 나옵니다.
녀석들을 생포해 화단에다 놓아주며, 저도 같은 음식을 먹었던 사이인 통통하게 살이 오른 우리집의 벌레들과 교신을 취해봅니다.
오늘하루도 참 낙담할 일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나의 한순간 한솥밥 먹은 저 벌레녀석을 생각해서라도,
사랑한다면 부질없을지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분투를 보여주자고 결심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