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사진을 한번 찾아올려보았어요. 

오늘 집을 뒹굴뒹굴 하며 놀고 있는데, 
뭔가 작고 동글한 것들이 집안에 돌아다니지 뭡니까?  

이게 뭘까하고 가만히 보니 통통하게 살이 오른 애벌레들입니다. 
며칠전에 어머니가 올려주신 야채를 냉장고에 자리도 없고 해서, 
대충 던져두었더니, 녀석들이 탈출 저의 작은 원룸안을 꼬물꼬물 다니고 있었던 거지요. 

이번 녹색평론 105호에 실린 최종진 시인의 가족이란 시에 보면, 
밭에서 배추를 뽑던 시인이 배추벌레를 발견하곤 다른 배추로 옮겨주며, 
다른별에서 만나면 한때 같은 음식을 먹었던 사이로 얘기하고 싶다는 구절이 나옵니다. 

녀석들을 생포해 화단에다 놓아주며, 저도 같은 음식을 먹었던 사이인 통통하게 살이 오른 우리집의 벌레들과 교신을 취해봅니다. 

오늘하루도 참 낙담할 일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나의 한순간 한솥밥 먹은 저 벌레녀석을 생각해서라도, 
사랑한다면 부질없을지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분투를 보여주자고 결심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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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9-03-11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최종진 시인의 가족이라는 시, 찾아보러 가요~ ^^
이런 마음으로 살고 싶은데 말이죠.

무해한모리군 2009-03-11 21:04   좋아요 0 | URL
일하는 곳에다 녹색평론을 두고와서 ^^;;
내일 올려드릴게요~~

마늘빵 2009-03-11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저어기 있다.

무해한모리군 2009-03-12 10:56   좋아요 0 | URL
금새 알아보시는 아프님 ^^;;
아 저땐 나도 깜찍했는데~~

무스탕 2009-03-11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인가 재작년인가(얼마나 됐다고 그걸 기억 못하는지.. -_-;;) 시댁에서 가져온 상추에 달팽이 두마리가 있어서 꽤 오랫동안 키웠던적이 있어요.
맨날 상추 갈아줘가며 아이랑 즐겁게 키었었지요 ^^

꿈꾸는섬 2009-03-11 22:27   좋아요 0 | URL
채소에서 달팽이 나오면 아이들 신나하고 좋아하지요. 저희도 한동안 키웠었요.^^

무해한모리군 2009-03-12 10:57   좋아요 0 | URL
아웅 무스탕님 꿈꾸는섬님 너무 로맨티하세요~~
상추를 갈아서 달팽이를 키우시다니 ^^
왜 우리집 상추에는 달팽이가 한번도 안나올까..
앞으론 은근히 찾아질듯 한데요.

마노아 2009-03-11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한때 같은 음식을 먹던 사이라니... 짠한 구절이에요.

무해한모리군 2009-03-12 10:57   좋아요 0 | URL
전 정겨웠어요.
물론 같이 밥먹을 사람이라곤 벌레밖에 없다는 독거의 현실을 들추고 보면 짠합니다만 --;;

바람돌이 2009-03-11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감성의 차이예요. 쌀벌레라도 나오면 무조건 물에 씻어서 저승으로 보내버리는 저랑...ㅠ.ㅠ

무해한모리군 2009-03-12 10:58   좋아요 0 | URL
아하하 전 담백질이다 생각하면서 걍 먹습니다~
감성이라기 보다 게으르다고나 할까요?

[해이] 2009-03-11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슨 낙담할 일이 그렇게 많으세여!! 힘좀 냅시다 ㅠㅠㅠㅠ (오랜만이네요ㅋㅋ)

무해한모리군 2009-03-12 10:59   좋아요 0 | URL
요즘 뉴스만 틀면 낙담이 밀려옵니다~~
힘내고 있습니다..
메이데이때 잠깐 데이트해서 커피한잔 꼭 합시다.

네꼬 2009-03-13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가 작고 동글한 것들이...." 으응? 하고 놀랐는데 휘모리님은 그들과의 교신을 생각하셨군요. (^^) 아이고 따뜻해.

무해한모리군 2009-03-16 07:54   좋아요 0 | URL
으흐흐 제가 좀 따닷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