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집에 들어와 샤워를 하고 혼자만을 위해 향수를 뿌려본다.
내가 주로 쓰는 향수는 두가지다. 구찌 엔비랑 샤넬 샹스.
구찌 엔비 가벼운 레몬향이 코끝을 스친다. 언니가 쓰던 향수라 고등학교 시절부터 종종 훔쳐 뿌려왔던지라 내 원래 향취처럼 친근하다.
샤넬의 향수들은 참 여성스럽다. 샤넬 샹스도 어렸을 적 엄마 화장대에서 맡아보았을 향이 난다. 아시아 여성들은 이런 향을 좋아하지 않는단다. 좀더 은은하고 자연의 향에 가까운 것이 판매량이 훨씬 많단다. 아마 서양친구들 보다 체취가 강하지 않아서 그러리라.
스물초반에 처음 샤넬향수를 선물 받고는 참으로 난감했다. 내가 입는 어떤 옷에도 어울리지 않은 것은 물론 초등학교 아이가 엄마 구두를 훔쳐신고 나온냥 어색하기만 했다.
그런데 스물여덟이 되던 어느날 먼지를 잔뜩 뒤집어 쓰고 있던 그녀석을 집어서 뿌렸다. 거기 그 향수가 잘 어울리는 여자가 있더라. 언제나 입으면 어색하기만 하던 여성스러운 원피스와 샤넬 샹스가 제법 잘 어울리는..
천둥벌거숭이처럼 밝기만 하던 녀석이 조금씩 구르고 깍이면서 아주 조금은 자신에 대해서도 남에 대해서도 적당히 넘어가면서, 한구석 깊어지고 있나보다.
스물과 다른 서른의 아름다움을 내 안에서 발견한다. 마흔에도 또 다른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