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집에 들어와 샤워를 하고 혼자만을 위해 향수를 뿌려본다.

내가 주로 쓰는 향수는 두가지다. 구찌 엔비랑 샤넬 샹스.  

구찌 엔비 가벼운 레몬향이 코끝을 스친다. 언니가 쓰던 향수라 고등학교 시절부터 종종 훔쳐 뿌려왔던지라 내 원래 향취처럼 친근하다.

샤넬의 향수들은 참 여성스럽다. 샤넬 샹스도 어렸을 적 엄마 화장대에서 맡아보았을 향이 난다. 아시아 여성들은 이런 향을 좋아하지 않는단다. 좀더 은은하고 자연의 향에 가까운 것이 판매량이 훨씬 많단다. 아마 서양친구들 보다 체취가 강하지 않아서 그러리라.  

스물초반에 처음 샤넬향수를 선물 받고는 참으로 난감했다. 내가 입는 어떤 옷에도 어울리지 않은 것은 물론 초등학교 아이가 엄마 구두를 훔쳐신고 나온냥 어색하기만 했다. 

그런데 스물여덟이 되던 어느날 먼지를 잔뜩 뒤집어 쓰고 있던 그녀석을 집어서 뿌렸다. 거기 그 향수가 잘 어울리는 여자가 있더라. 언제나 입으면 어색하기만 하던 여성스러운 원피스와 샤넬 샹스가 제법 잘 어울리는..   

천둥벌거숭이처럼 밝기만 하던 녀석이 조금씩 구르고 깍이면서 아주 조금은 자신에 대해서도 남에 대해서도 적당히 넘어가면서, 한구석 깊어지고 있나보다.

스물과 다른 서른의 아름다움을 내 안에서 발견한다. 마흔에도 또 다른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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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02 22: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3-03 09: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3-02 22: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3-03 09: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9-03-02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아줌마가 되었다는걸 느낄때 - 화장대 향수병에 먼지만 쌓여갈때.... ^^;;

무해한모리군 2009-03-03 09:36   좋아요 0 | URL
전 처자인데 향수뿐만 아니라 화장품에도 왜 먼지만 싾일까요? ㅎㅎ

Alicia 2009-03-02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모리님 원래도 예쁘셨어요 :)

제가 닭살쟁이처럼 이러면 좀 느끼하죠? ㅎㅎ

무해한모리군 2009-03-03 08:33   좋아요 0 | URL
저는 지금도 별명이 '총각'입니다..
그래도 예전엔 지저분 했는데 요즘 깨끗해져서 '인간' 되었다고 다들 좋아합니다. 흐흐흐

꿈꾸는섬 2009-03-03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모리님 서른이 되니 뭔가 다른 생각이 드시나봐요.ㅎㅎ 전 서른이 넘어도 늘 이십대같아요. 나이값을 못하는적이 많아서 그런가봐요.ㅠ.ㅠ 나이 먹는게 실감이 나지 않아요.

무해한모리군 2009-03-03 08:32   좋아요 0 | URL
아하하 어려보이는건 좋은 일이죠.
나이는 한꺼번에 팍 먹나봐요.
일하다보니 늙어서리 --;;
무조건 분위기 있는 걸로 이제 밀어붙이는 수 밖에 없습니다 ㅎㅎㅎ

푸하 2009-03-03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 멋지십니다.
저도 남자가 되고 싶을 때가 있어요.^^:

무해한모리군 2009-03-03 10:52   좋아요 0 | URL
푸하님은 이미 멋진 남자세요 ^^

무스탕 2009-03-03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디 사십대가 되셔도 스스로를 위한 치장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아이에 치여, 가사에 치여 내가 두번째 세번째가 되더라도 잠깐 나를 위한 시간을 꼭 즐기세요 ^^

무해한모리군 2009-03-03 18:31   좋아요 0 | URL
내게 맞는 멋을 발견하게 되면 좋겠어요 ^^

하늘바람 2009-03-03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향수 뿌려본지가 언제인지

무해한모리군 2009-03-03 18:32   좋아요 0 | URL
향수뿌리면 봐줄 고운님들도 있으시니 한번 하시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