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0일

안을 들여다보는 것은 아픔이다. 그러나

그것이 베일을 찢으리라.

어미가 진통을 겪지 않는 한, 아이는 태어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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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결 2007-09-27 0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을 들여다보는 것은 아픔이다.
안을 들여다보는 것은 아픔이다, 그러나. 아멘.
 

9월 8일

욕망의 매혹적인 속삭임은

인간을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늑대의 울부짖는 소리다.

 

 

9월 9일

이미 끝나버린 일,

그래서 어떻게 바꿀 수 없는 일,

아직 오지 않은 일,

그래서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일로

언제까지 걱정을 계속하려느냐?

 

너는 연주자의 입술과

비밀을 나누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어진

오래된 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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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결 2007-09-27 0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님, 걱정 않겠습니다. 그저 당신의 오래된 피리로 살아서 볼멘소리 않고 살겠나이다. 아멘.
 

빈 마당을 볼 때마다

 

빈 마당을 볼 때마다 너는 서 있다

빈 마당을 볼 때마다 너는 어느 꽃나무 아래 앉아 있다

빈 마당을 볼 때마다 너는 풀잎 끝에서 흔들리고 있다

 

꽃이 시들고 있다

이미 무슨 꽃인지도 모르겠다

그 속에서도 너는 있다

 

빈 하늘을 볼 때마다 너는 떠 있다

빈 마당을 볼 때마다 너는 서 있다

훌쩍 서 있다

 

나는 저 마당보다도 가난하고

가난보다도 가난하다

나는 저 마당가의 울타리보다도 가난하고

울타리보다도 훌쩍 가난하다

ㅡ가난은 참으로 부지런하기도 하다

 

빈 마당을 볼 때마다 너는 없다

빈 마당을 볼 때마다 너는 없고

너는 훌쩍 없고

없고 그러나

내 곁에는 언제나 훌쩍 없는

사람이

팔짱을 끼고 있다

ㅡ빈 마당을 볼 때마다 나는 하나뿐인 심장을 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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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9-09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리 좋은 시를요! 잘 읽었습니다.^^
무욕의 빈 마당같은 심장 하나 끄러안고 그저 가난하게 살아야겠습니다.
가난은 참으로 부지런하기도 하다.. 이말의 참뜻을 헤아리기 저로선 어렵지만
알듯 말듯 그렇습니다. 자발적으로 적극적으로 가난을 선택하는 삶으로 해석해봅니다.
무욕! 몸과 마음, 사념과 욕망의 가난을 택하면 저에게도 그분이 들어올까요.
언제나 훌쩍 없는, 팔짱 낀 사람, 그분이요...

바람결 2007-09-10 00:41   좋아요 0 | URL
'사랑'엔 언제나 상대는 없고, 절대만 있다고 합니다.
예전에 김흥호 선생님께서 "사랑은 그대로 사랑이다"라고 하셨던 말씀도
결국은 모든 사랑이 그대로 '사랑'임을 일러주셨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3연까지 도처에 존재하던 '너'는,
내가 부지런한 가난에 처하고서는,
끝 연에서는 없어졌네요. 그런데,
없어진 줄 알았던 그 이는 내 곁에서
팔짱을 끼고 있어요.
그 존재의 느낌에 심장이 뛰고,
내 손은 심장으로 간대요.

'사랑'이신 그 분은 언제나 사랑과 같아서 보이지 않지만
모든 곳에서 보이나 봅니다. 내가 가난해져서 보이나 봅니다.
그러니까 가난한 존재에게 '사랑은 그대로 사랑'임이 참 적실하게 느껴집니다. 여튼,

저도 혜경님처럼 그저, 그저 가난하게 살아야겠습니다...
 

9월 7일

네가 바라는 것은 꿀처럼 달콤함이겠지만,

너의 사랑이신 분이 바라는 것은

아무 바라는 바 없음(無慾)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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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9-09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며 살아야겠습니다. 지금 이대로 충분합니다.
일요일 편히 쉬며 재충전하셨어요? 바람결님^^

바람결 2007-09-10 00:33   좋아요 0 | URL
정말 지금 이대로도 충분한데, 자꾸만 뭘 바라면서 사는 제 인생에 비루함을 느낍니다. 어쨌거나 혜경님의 마음, 참 아름답습니다.

혜경님도 행복한 하루 보내셨나요? 저는,
편히 쉬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행복했던, 따뜻했던 하루였답니다ㅎㅎ
 

섬진강 3

 

그대 정들었으리.

지는 해 바라보벼

반짝이는 잔물결이 한없이 밀려와

그대 앞에 또 강 건너 물가에

깊이 깊이 잦아지니

그대, 그대 모르게

물 깊은 곳에 정들었으리.

풀꽃이 피고 어느새 또 지고

풀씨도 지고

그 위에 서리 하얗게 내린

풀잎에 마음 기대며

그대 언제나 여기까지 와 섰으니

그만큼 와서 해는 지고

물 앞에 목말라 물 그리며

서러웠고 기뻤고 행복했고

사랑에 두 어깨 깊이 울먹였으니

그대 이제 물 깊이 그리움 심었으리.

기다리는 이 없어도 물가에서

돌아오는 저녁길

그대 이 길 돌멩이, 풀잎 하나에도

눈익어 정들었으니

이 땅에 정들었으리.

더 키워나가야 할

사랑 그리며

하나둘 불빛 살아나는 동네

멀리서 그윽이 바라보는

그대 야윈 등,

어느덧

아름다운 사랑 짊어졌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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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9-06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섬진강을 그새 읊으셨네요, 바람결님.
강도 표정이 있다면 섬진강은 유독 잔잔하고 고요한 낯빛이지요.
어느덧 아름다운 사랑 짊어졌으리, 란 싯구가 마치 님에게 축복과도 같은 싯구가
되길 기도합니다.

바람결 2007-09-06 22:02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혜경님. 진작부터 섬진강을 그리워했는데, 아직도 가보질 못했어요. 짬을 내서 가봐야겠습니다.

저도...아름다운 사랑을 짊어지고 사는 삶이길...기도합니다.

2007-09-07 1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9-08 1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