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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자경제학
신동준 지음 / 인간사랑 / 2015년 7월
평점 :
대학을 다닐 때 동양철학에 관심이 많아 동양고전에 대한 강의들을 자주 들었던 기억이 난다.
당시 나에게 동양철학은 물질적인 것에 초연해 무언가 높은 것을 추구하는 학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이런 나의 생각이 묵자나 한비자를 읽으면서, 그리고 이번에 읽은 관자를 읽으면서 깨어졌다.
관자는 우리가 잘 아는 관포지교의 관중을 의미한다.
그리고 책 [관자]는 그 관자가 쓰거나, 그의 제자들이 쓴 책으로 나라를 부강하게 하기 위하여 경제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쓴 책이다.
저자는 관자를 21세기 G2시대(미국과 중국이 경쟁하는 시대)의 글로버 경제의 대안으로 제시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관자의 학문을 본격적으로 소개하기 전에 먼저 요즘 유행하고 있는 피케티와 칼레츠키의 경제학을 제시한다.
피케티는 시간이 갈수록 노동이 가져 오는 이익보다 자본이 가져 오는 이익이 많아짐으로 부의 불평등이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자본의 이익을 국제적인 차원에서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칼레츠는 자본주의의 역사를 4단계로 나누고 지금의 신자유주의 경제체계를 자본주의 3.0으로 보았다.
그리고 이런 신자본조의의 패단을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자본주의 4.0으로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피케티와 칼레츠의 문제제기에 동의하면서도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지나친 규제나 관섭으로 보지 않았다.
대신 그 대안으로 관자 경제학을 제시한다.
저자가 이야기 하는 관자 경제학의 핵심은 '균부'이다.
부를 백성들에게 균등하게 부과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국방과 경제가 강해지고, 나라가 강해지게 된다.
그리고 이것을 이루기 위해서 국가가 경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관자의 경제학이 다른 제자백가의 책처럼 조금은 뜬구름 잡는 식의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의 책을 읽어보면서 경제의 세밀한 부분까지 언급하는 내용을 볼고 많은 충격을 받았다.
관자 경제학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당시에 화폐경제의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것을 조정함으로 경제가 원할히 돌아가도록 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승마편에서 '시사지책(市事之策)을 다음과 같이 해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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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재화 유통의 기준이다. 모든 재화가 저렴하면 과도한 이윤이 생기지 않고, 그러면 모든 생산 활동이 발전하고, 그래야만 재화의
수급에 평형을 이루게 된다. 시장의 일은 깊이 생각하는데서 시작하고, 실질을 숭상하는 자세에서 마침내 성취된다. 오만한 자세로 임하면 실패한다.
(P150)"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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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애덤스미스가 국부론에서 말하는 '보이지 않는 손'을 하나의 이념일 뿐이라고 말한다. 현실에서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을 해 화폐의
흐름을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
관자는 그것을 '황금지책(黃金之策)'이라는 말로 정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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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은 재정을 가늠하는 척도이다. 황금의 이런 이치를 잘 분별함녀 나라 재정의 사치하거나 검소한지 여부를 알고, 이를 알면 재화의 수급도
균형을 이루게 된다. 검소에 치우치면 생산이 억제되고, 사치에 치우치면 물자의 낭비가 빚어진다. 검소에 치우치면 금값이 떨어지고, 그리되면
생산의 발전에 불리해져 결국 생상의 억제 현상이 나타난다. 사치에 치우치면 금값이 귀해지고, 그리되면 물건 값이 떨어져 결국 물자의 낭비 현상이
나타난다. 물자를 소진한 후 모자란 것을 알며 이는 재화의 수요량을 헤아리지 못한 탓이고, 생산이 이뤄진 뒤 재화가 남아도는 것을 알면 이는
팰욯나 물자의 규모를 조절하지 못한 탓이다. 모두 허락해서는 안 된다. 이같이 해야 치국의 원칙을 파악했다고 할 수 있다.
(P153-4)"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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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몇 천년 전에 쓰여진 경제서라고 누가 볼 수가 있겠는가?'
거이 현대의 화폐경제의 문제점을 깨닫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관자의 경제학은 이런
화폐경제를 통한 국가의 발전과 부의 균등한 배분을 위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을 권고한다.
구부편에서 '국형지모(國衡之模)'에서 관자는 당시 제나라 군주인 제환공에게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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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의 경중의 근본을 장악해 부상대고가 말초라도 장학하는 일이 없게 해야 합니다. 생산의 시초 단계부터 장악함으로서 부상대고가 혹여
소비의 최종 단계를 장악하는 일이 없게 해야 하는 것입니다. 시장으로 유입되는 재화의 관문을 설치해 통제하고, 곡물은 봄 가을로 나눠 통제하고,
나머지 물자는 미리 일괄 조달 등의 수매계약을 통해 통제하면 됩니다. 재화가 움직일 때마다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는 게 관건입니다. 예컨대
재화의 수급을 미리 예측해 사전 조치를 취하면 부상대고는 매점매석할 길이 없고, 유통을 통제하면 부상대고는 폭리를 취할 길이 없게 됩니다.
사방에서 생산되는 재화의 유통을 통제하며 물가를 조절하면 투리를 꾀하는 상인이 사라지고, 물가 또한 귀천이 사라져 평준을 이룹니다. 이를 일컬어
국가차원에서 물가의 평준화를 실현하는 국형이라고 합니다. 국형으로 계책으로 통제하면 나라의 재리가 모두 군주에게 귀속될
것입니다.(P336-7)"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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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자가 이렇게 군주가 나서서 화폐와 물가를 통제하도록 한 것은 사실 군주 개인의 부를 채우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관자가 추구했던 것은 부의 균등이었다.
그리고 그 부의 균등은 사회주의체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강성해지고, 이를 통해 천하를 통일하기 위한 부국강병책이었다.
이 책은 단순히 관자의 경제학을 해석하는데 그치지 않고, 관자의 경제학을 현대 경제학 비교를 한다.또한 그 관자 경제학을 21세기 경제
현실에 접목하는 부분을 시도하고 있다.
요사이 중국에서 국가가 개입해 강압적으로 위환화를 절상해서 세계 경제가 시끄러운 상황이다.
물론 이런 국가의 과도한 개입은 분명 잘못된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관자 경제학을 읽으면서 쉽게 매도하기만 했던 중국의 경제정책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었다.
저자는 중국이나 한국이 근대에 어려움을 겪은 것이 성리학을 숭상하면서 관자와 같은 실질적인 학문을 등한시 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근래에 이르러 중국이 G2로 부상한 이유에는 관자경제학의 부흥이 있다고 말한다.
한국 역시 요사이 중산층의 몰락이라고 불릴 정도로 부가 양극화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관자 경제학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