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보는 유목민 여인 - 알타이 걸어본다 6
배수아 지음 / 난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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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며칠 복잡한 일들로 인해 약간의 두통이 찾아왔다.

어떤 책을 읽어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두통만 심해졌다.

그러다가 문득 이 책을 집어 들고 어느 부분을 펴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책에 빠져들었다.

소설이 아닌 여행기에 푹 빠져서 읽어보기는 이 책이 처음이다.

마치 내 눈 앞에 황량한 알타이의 벌판과 그 곳의 냄새, 그리고 바람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이 책을 읽는 순간만은 그 두통도 사라졌다.


개인적으로 청년시절에 우연히 몽고를 알게 된 후 그 곳을 방문하려고 몇 번 계획을 세웠었다.

그러나 그 때마다 무슨 일인지 그 계획이 무산되었다.

결국 지금까지 나는 몽고를 가 본 적이 없다.

다만 남양주 수동에 있는 몽골문화촌만 몇 번 방문했다.

그 곳에 가면 항상 몽고문화공연을 보게 된다.

여러 가지 기예 공연도 있지만, 가장 내 마음에 드는 것은 악기를 연주하며 몽골의 노래를 하는 공연이다.

그 노래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내가 마치 광활한 몽고 벌판에 서 있는 느낌이었다.

혹시나 내 조상이 몽고 사람이여서 내 속에 그런 DNA가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같은 경험을 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내가 마치 광활한 몽고 벌판에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 책은 다른 여행기와는 조금 다른 느낌의 책이었다.

보통 여행기는 그 나라의 유명 건축물이나 유적지 등을 방문하고,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이 책은 작가 배수아가 몽골에서도 변방에 속하는 알타이 지방에서 갈잔 치낙이라는 투바 유목민과 함께 생활한 한 달 간의 기록이다.

몽골의 서쪽인 알타이 지방에서는 특별한 유적물도 없을 뿐더러 인간이 만든 문명화된 편의 시설도 없다.

단지 유르테라고 부르는 이동식 천막만이 있었고, 작가는 유럽에서 온 사람들과 함께 갈잔의 유르테에 머물렀다.

그러기에 이 여행기에는 특별한 건축물에 대한 감상이나, 커다란 사건에 대한 기록 등이 없다.

그냥 작가가 알타이 벌판에서 생활하고 만난 사람들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들 뿐이다.

그런데 그 소소한 이야기가 마치 읽는 사람을 그 알타이 벌판으로 끌고 가는 듯한 힘이 있다.


 그 곳에 서면 삶은 전설이었다. 나침반도 망원경도 없는 이 사람들은 어떻게 아는 것일까. 어느 방향이러시아이며 어느 방향이 중국인지, 어느 방향이 울란바토르이며 어느 방향이 카라코롬인지. 이 사람들은 어떻게 아는 것일까, 영혼들이 떠나간 길을. 내 말은 발걸음이 느렸다. 일행이 타고 있는 말 중에서 가장 느렸다. 승마에 겁을 먹은 내가 갈타이에게 가장 느린 말을 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순간 사방을 돌아보니 어느 누구의 모습도 보이지 않고, 얼음처럼 차가운 비안개의 물방울 속에서 나는 홀로 터벅터벅 가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내 말과 함께 지상에서 홀로 살아 있는 존재, 홀로 꿈틀거리며 하늘을 향해 움직이는 존재였다. 향나무 계곡으로 올라가는 길은 하늘 속으로 들어가는 길이었으며 그곳의 산맥은 하늘이 내려앉은 길고 높은 등뼈였다. 길이 오르막으로 변할 때마다 늙고 지친 말은 비틀거렸고, 허덕거렸고, 강풍에 맞서기 위해서 안간힘을 썻으며, 문득문득 몸을 떨면서 비명 같은 외마디 울음을 내질렀다. 왜 말들은 이해할 수 없는 순간에 그런 소리를 지르는 것일까. 마치 그들이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영혼들을 마주치기라도 한 것처럼. 그래서 그 유령들에게 비명의 인사를 건네기라도 하는 것처럼. 나는 휘몰아치는 회색빛 바람 속에서 홀로 무서워하며 생각했다. (P143-4)

알타이의 풍경 묘사와 함께 그 곳에서 작가가 그 곳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소소한 이야기가 매우 정겹다.

특히 그 곳에서 만난 '아름다운 마리아'라고 부르는 오스트리아 여성 마리아와의 우정이 매우 재미있다.

마리아는 오페라를 좋아하고 여러 언어에 능통한 여성이지만, 알타이에서 뿌리를 내리고 싶어하는 여성이다.

실제로 갈잔의 소개로 유목인 총각과 선?을 보기도 한다.

그녀는 마테차를 즐겨 마시는데 작가와 함께 마테자를 마시며 우정을 키운다.

그녀와의 일화 중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를 끌었던 부분은 작가와 함께 투바족의 미인대회에 참가하려다가 무산된 일이다.

갈잔의 농담으로 축제 때 미인대회에 나가라는 말을 사실로 알아듣고, 마리아와 작가는 기대하는 마음으로 그 대회를 준비한다.

두 여성 모두 페미니즘 성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대회를 기대했던 것은 알타이에 대한 구애였을 것이다.

나중에 그것이 갈잔의 농담이었다는 것을 알고 실망했던 것은 아마 짝사랑의 대상에게 거절 당한 아픔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여행기는 매우 진솔하다.

작가의 무용담이나 무언가를 향한 거창한 묘사가 없다.

매 순간 진솔하고, 진지하게 그 시간을 음미하게 한다.

책 속에 알타이의 황량한 벌판이 펼쳐지는 경험을 하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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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다크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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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는 도시인들에게는 친구와 같은 소설가이다.

현대인들은 도시 속에서 외로움을 느끼고 살아간다.

정신없는 일들과 많은 친구들이 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자신의 내면 속에 갇혀 있을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다.

하루키는 이런 외로움을 도시적인 감성으로 위로해 준다.

특히 그의 소설 [애프터 다크]는 이런 하루키의 도시적인 감성이 너무나 잘 표현되어 있는 소설이다.


[애프터 다크]의 시간적인 배경은 자정이 가까운 시간무렵부터 시작해서 그 다음날 해가 뜨는 아침까지이다.

배경은 일본의 어느 도시의 변두리 정도가 될 것 같다.

소설은 주로 두 자매인 마리와 에리를 마치 카메라로 보는 것처럼 그녀들의 하루 밤의 일과를 담담하게 묘사한다.

일과라고 하지만 사실 소설의 줄거리가 될만한 일과는 아니다.


동생 마리는 자정 무렵 데니스라는 레스토랑에서 책을 읽다가 언니의 동창인 다카하시를 만난다.

그리고 그의 소개로 근처 러브호텔의 지배인인 가오루의 일을 돕는다.

폭행당한 중국인 창녀의 통역을 돕는 일이다.

그 후 다시 다카하시를 만나 공원으로 산책을 가고 도둑고양이 밥도 준다.

그렇게 어찌보면 별 일 아닌 일들로 새벽까지의 시간을 보낸다.


반면 언니 에리의 밤은 마리의 밤과는 대조적이다.

그녀는 침대에 누워 자고있다.

그런데 그녀의 자는 모습이 무언가 이상하다.

마치 무언가 빼앗긴 사람처럼 넋을 잃고 자고 있다.

그녀가 자고 있는 방에서는 텔레비젼이 켜져 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녀의 방은 텅 비고 그녀는 텔레비젼 안에 갇힌다.


하루키의 다른 소설들처럼 이 소설 역시 하루키가 무엇을 이야기하려는지 쉽게 감히 잡히지 않는다.

다만 하루키의 다른 소설들처럼 이 소설에서도 상실을 이야기한다.

하루키의 소설의 주인공들을 무언가를 상실한 사람들이다.


처음 우리나라에 하루키를 널리 알리 [상실의 시대(원제 : 노르웨이의 숲)]에서는 친구의 죽음 이후 깊은 상실의 경험하는 이야기이다.

[태엽갑는 새]에서는 어느 날 오데코롱 향수를 뿌리고 나간 아내가 사라진 후 상실의 경험하는 이야기이다.

최근에 출간된 [1Q84]에서는 주인공 아오마메가 고가도록 계단으로 내려간 뒤 다른 세계 속으로 상실을 경험하는 이야기이다.

하루키의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어떤 종류든 깊은 상실을 경험한다.

그 상실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일 수도 있고, 어떠한 충격적인 사건의 경험일 수도 있다.

대부분의 상실은 우물과 같은 어두운 공간 속으로 빠지는 것으로 묘사된다.


이 책에서 마리의 언니 에리는 어느 날 잠을 자겠다고 이야기 한 후 깊은 잠에 빠진다.

그리고 대부분의 시간을 잠 속에 보낸다.

그리고 소설은 그녀를 카메라로 비추며 그녀가 텔레비젼 안의 공간에 갇힌 것으로 묘사한다.

하루키의 다른 소설에 나오는 상실 속에 갇힌 상황을 묘사하는 방식과 비슷하다.

그녀는 마리와 소통하고자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고 혼자 깊은 상실의 세계 속으로 빠져든다.


마리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 책에서는 마리가 어떤 상실에 빠져있는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녀가 보내고 있는 밤의 도시가 그녀가 빠져있는 상실의 세계이다.

소설은 다카하시의 말을 통해 그 세계의 형체를 그리고 있다.


 

"예를 들자면, 그래, 문어 같은 거야. 바다 속 깊은 곳에 사는 거대한 문어. 강한 생명력을 지니고 긴 다리 여러 개를 꾸불꾸불 움직여서 어딘가를 향해 어두운 바다 속을 나아가. 난 재판을 방청하면서 그런 생물의 모습을 상상하지 않을 수 없었어. 그건 다양한 형태를 취해. 국가란 형태를 취할 때도 있고, 법률이란 형태를 취할 때도 있고. 더 복잡하고 성가신 형태를 취할 때도 있어. 잘라내도, 잘라내도 다리가 자꾸 생겨. 아무도 그놈을 죽이지 못해. 워낙 강한 데다, 워낙 깊은 곳에 사니까. 심장이 어디 있는지 그것도 몰라. 내가 그때 느낀 건 심한 공포였고. 그리고 아무리 멀리 도망친들 그놈한테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절망감 같은 감정하고. 그놈은 내가 나고 네가 너라는 걸 조금도 생각해주지 않아. 그놈 앞에선 모든 사람이 이름을 잃고 얼굴을 잃어. 우리는 모두 한낱 기호가 되고 말아. 한낱 번호가 되고 마는 거야."

- 본문 중에서(P117-8)-

 

결국 하루키의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그들을 둘러 싸고 있는 거대한 상실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일단 그 세계로 빠져들어가면 나올 수가 없다.

그 세계 속을 헤매다가 모든 것을 상실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는 어둠으로 묘사되는 상실의 세계가 아침을 맞는다.

[1Q84]에서 아오마메와 덴코가 고가도로 계단으로 올라와 상실의 세계를 벗어나듯이, 이 소설에서도 찬란한 아침을 맞는다.

물론 하루키는 우리가 완전히 이 상실의 세계부터 벗어날 수 없다고 암시한다.


 

"도망치지 못해" 다카하시는 초승달을 올려다보며 소리내어 말해본다. 그 말의 수수께기 같은 느낌은 하나의 은유로 그의 마음 속에 괴어 있게 된다. 도망치지 못해. 넌 잊어버릴지도 몰라. 우리는 잊지 않아. 전화를 건 남자는 말한다. 말의 의미를 생각하는 사이에 다른 어떤 사람이 아니라 자신에게 한 말처럼 느껴지기 시작한다. 어쩌면 우연히 일어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P216)


새로운 하루가 바로 저 앞에 와 있지만, 낡은 하루도 아직 무거운 옷자락을 끌며 움직이고 있다. 바닷물과 강물이 강어귀에서 힘을 겨루듯 새로운 시간과 낡은 시간이 대항하며 하나로 뒤섞인다. 자신의 중심이 지금 어느 쪽 세계에 있는지 다카하시도 잘 가늠하지 못하겠다.(P217)

 



이 소설을 읽으며 오랫동안 상실의 세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치열하게 싸워 온 작가의 삶이 느껴진다.

그는 힘겹게 싸워가며 독자들에게 희망을 이야기 해 주고 싶어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자신있게 희망을 이야기 하기엔 그를 둘러싸고 있는 이 세계가 너무 강렬하다.

다음 번 소설에서는 그가 상실의 세계에서 완전히 빠져 나올 수 있을까?

아니면 여전히 그는 그 세계를 헤매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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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일인자 1~3 세트 - 전3권 (본책 3권 + 가이드북) - 1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1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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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리히 니체는 '초인'에 대해서 노래했다.

그가 노래한 초인은 다른 사람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

시대나 다른 사람이 만든 가치관을 따르지도 않는다.

그는 자신만의 가치관으로 타인을 지배하며 스스로의 주인이 된다.

이 초인 안에 있는 것은 오로지 '권력의 의지' 뿐이다.

시대가 만든 가치관과 지배자가 만든 도덕을 망치로 모두 부순 후에 초인이 직면하는 것은 자신 안에 불타고 있는 '권력의 의지'뿐이다.

초인은 자신의 안에 있는 '권력의 의지'를 불태우며 위로 올라가기만 할 뿐이다.

그리고 니체는 이런 초인을 원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며 예언가처럼 말을 하고 사라진다.

시대가 초인을 부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초인'이라는 이름이 생기기 전에 영웅을 부르는 시대의 이야기가 있다.

우리에게는 [가시나무 새]라는 책으로 잘 알려진 콜린 맥컬로가 쓴 [마스터 오브 로마]시리즈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시저'나 '케사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이 책에서는 보통 '카이사르'라고 부른다.) 시대 전후를 배경으로 한 로마의 이야기이다.

 

[마스터 오브 로마]의 1부에 해당되는 [로마의 일인자]는 모두 세 권으로 되어 있다.

세 권을 합치면 거이 1500페이지가 넘는 막대한 분량에서는 카이사르는 등장하지 않는다.

아직 그는 태어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로마의 일인자]는 기원전 110년부터 기원전 100년까지 총 11년간의 시기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이 시기의 주인공은 당연히 태어나지도 않은 카이사르가 아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1년의 임기뿐이며 연임이 불가능한 집정관을 7번이나 지낸 로마의 위대한 영웅 '가이우스 마리우스'이다.

또 한 명의 주인공은 '가이우스 마리우스'의 밑에서 권력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루키우스 코르넬리우스 술라'이다.

이 책은 카이사르의 등장 전에 시대를 풍미했던 마리우스와 술라가 어떻게 밑바닥에서부터 권력을 잡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와 함께 공화정의 말기의 시대상이 폭포 아래로 흘러가는 거대한 물줄기처럼 장엄하게 그려지고 있다.

 

 

 

마리우스는 위대한 군인이다.

그는 여러 번의 중요한 전투에서 큰 승리를 이끌었고, 이로 인해 그의 출신으로는 꿈도 꿀 수 없는 로마의 원로원이 되었다.

마리우스는 이탈리아의 변방 아르피눔 출신이었다.

당시 로마는 공화정이었고, 이탈리아 안에서 로마와 여러 개의 동맹시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탈리아 안에서도 로마 사람만이 진정한 로마인으로 대접을 받는 시기였다.

따라서 이탈리아 변방 출신의 마리우스가 원로원에 이른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리우스는 천재적인 지략과 용맹으로 여러 번의 전투를 승리로 이끌어 로마의 원로원이 되었다.

 

그러나 마리우스의 목표는 원로원이 아니었다.

그는 로마의 최고 지도자인 집정관이 되고 싶어 했다.

그의 안에는 집정관이라는 최고 지도자에 대한 권력의 의지가 불타고 있었다.

 

그런 마리우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사람이 있었다.

후에 카이사르의 할아버지가 되는 또 다른 카이사르로 불리는 사나이다.

그는 고대로마로부터 이어져 오는 귀족가문인 '파트라키' 출신이다.

그럼에도 그는 당시 겨우 원로원직을 유지할 재물밖에 소유하지 못했고, 그의 두 아들과 두 딸에게 물려 줄 재산은 부족했다.

이로 인해 자녀대에 이르러서는 더 이상 원로원직을 유지하지 못할 형편이었다.

그는 마리우스의 인물됨됨이를 알아보고 그를 자신의 첫째 딸을 주고 그의 물질적 후원을 받는다.

카이사르의 가문과 결혼한 마리우스는 권력의 날개를 달고 집정관이 된다.

그리고 누미디아와 게르만 민족과의 커다란 전투에서 승리하며 7번의 집정관직을 지낸다.

 

 

마리우스와 같은 강한 권력의지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내면의 어둠을 가지고 있는 술라는 이 책에서 이중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그는 로마 귀족 가문인 파트라키 출신이지만 술주정뱅이 아버지로 인해 아무 것도 물려 받지 못한다.

그로 인해 부자 여성들에게 몸을 팔면서 생계를 유지한다.

그러다가 문득 자신 안에 불타고 있는 권력의 의지에 눈을 뜬다.

그리고 자신의 상속 경쟁자인 한 남자를 살해한다.

이어 자신의 의붓어머니와 자신을 사랑한 여인을 죽이고 그들의 재산을 물려받는다.

그 후 카이사르의 둘째 딸과 결혼하고 마리우스의 부관이 되어 권력의 의지를 불태운다.

술라는 원로원이 되고 로마의 귀족으로 인정받으면서도 안에는 채우지 못한 권력의 의지로 괴로워한다.

그의 안에는 아무리 채워도 채워지지 않은 권력에 대한 갈급함이 있다.

그는 그 갈급함을 채우기 위해 어떤 일이라도 벌일 수 있는 잔혹함과 냉철함도 가지고 있었다.

 

술라라는 인물은 마치 도스트옙스키의 소설 [죄와 벌]의 주인공 라스꼴리노코프는 연상시킨다.

라스꼴리노코프는 선택받은 영웅은 자신의 목표를 위해 살인까지 저지를 수 있고, 그것은 그에게 악이 아닌 오히려 선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노파를 살해한다.

라스꼴리노코프가 노파를 살해하고 죄책감에 시달린 불완전한 초인이었다면, 술라는 자신의 권력의 의지를 불태우기 위해 걸리적 거리는 모든 것을 제거하고도 아무런 죄책감을 받지 않는 냉철한 초인이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오로지 권력뿐이었다.

 

3권까지의 내용에서는 술라가 마리우스의 부관으로 같이 전쟁에 승리를 이끌지만, 순간 순간 술라 안에 있는 어둡고 탐욕스러운 권력의 의지가 어떻게 마리우스를 배신할지에 대한 음침한 복선이 드러나고 있다.

 

 

 

 

 

[로마의 일인자]는 마리우스와 술라라는 두 인물에 대한 묘사와 함께 당시의 로마의 시대상을 너무나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당시 로마는 그라쿠스 형제의 개혁이후 원로원으로 대표되는 보수세력과 평민회로 대표되는 개혁세력 간에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었다.

이와 함께 외부적으로는 카르타고의 후예인 남쪽의 누미디아라는 나라와 호전적인 북쪽의 게르만민족에게 공격을 당하고 있었다.

무능한 로마의 귀족들은 계속된 전투에서 로마의 군인들을 전멸시키면서도 정치적 특권으로 인해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고 있었다.

마리우스가 첫 번째 집정관이 되어 남쪽의 누미디아를 공격하고 있는 동안, 북쪽에서는 엉텅리 로마 귀족이 이끄는 로마군단이 게르만 민족에게 몰살 당한다.

아리우시오 전투로 부르는 이 전투에서 로마의 18개 군단과 10만명의 로마 군인들이 전멸한다.

이로 인해 로마는 두려움에 떨게 되고, 다시금 마리우스를 원하게 된다.

당시의 시대가 마리우스라는 영웅을 어떻게 원하고, 어떻게 만들고 있는지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마리우스라는 인물은 거대한 로마의 물줄기를 돌려 놓기에는 부족한 인물이었다.

그는 마치 구한말 시대의 대원군처럼 무너져 가는 시대의 흐름을 잠시 멈추어 주고 있는 인물이었을 뿐이다.

당시의 시대의 무너져가는 로마는 그가 버텨내기에는 너무나 무거운 짐이었다.

그로 인해 그는 힘을 잃고 병들어 간다.

그런 힘의 공백을 늑대와 같은 술라라는 인물이 조금씩 차지해 가는 장면이 그려진다.

이 책에서 술라의 본색은 완적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후에 그의 본색이 어떻게 드러날지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시키고 있다.

결국 이 책은 당시의 시대가 마리우스라는 영웅을 뛰어넘을 더 위대한 영웅을 원하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이 책은 한편으로는 로마 공화정 말기라는 시대를 마치 그림을 보듯 생생하게 재현하고 있다.

이와 함께 그 시대 속의 권력을 향해 몸부림치는 인물들을 살아 있는 인물처럼 그러내고 있다.

이 시대에 최고의 역사소설이라고 불릴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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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 더 돔 1 밀리언셀러 클럽 111
스티븐 킹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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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스티븐 킹의 [별도 없는 한 밤에]라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초반의 잔인한 묘사로 인해 읽는 것을 잠시 중단하게 되었다.

그리고 대신 스티븐 킹의 다른 책을 집어들어 읽게 되었다.

드라마까지 만들어져 화제가 되었던 [언더 더 돔]이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스탠드]와 함께 오래 전에 구입해 놓고 계속해서 묵혀 놓고 있던 책이었다.


책의 초반은 채스터스밀 마을에 돔이 내려 앉는 순간을 스티븐킹의 특유의 문체로 표현하고 있다.

여기서 스티븐킹의 특유의 문체란 불행을 이미 기정사실화 해 놓고 그것을 암시하는 것이다. 

그래서 읽는 독자는 더 긴장감을 가지고 앞으로 다가 올 사건을 기다리게 된다.

예를 들면 비행연습을 하던 클로뎃과 교관 척의 죽음 부분을 이렇게 묘사한다.


"날씨 진짜 끝내준다!"

클로뎃이 소리쳤다. 척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둘의 목숨이 40초 남은 시점이었다.

돔에 두동강이 나는 머멧의 죽음을 앞 두고는 이렇게 묘사한


"마멋에게나 사람에게나 똑같이 찾아오는 최후의 암흑이 깃들기 전, 녀석의 머리 속에 떠오른 마지막 생각은 이러햇다.

'뭔 일이래?'

결국 돔이 내려 앉으면서 채스터스빌 마을 위를 날던 비행기는 잘려져서 추락하고, 마을을 지나던 머멧은 두 동강이가 난다.

그 후 돔이 내려진 후 채스터스빌로 향하거나, 밖으로 나가는 119번 국도나 117번 국도의 차들은 돔에 부딪혀 박살이 나고, 그 안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죽는다.


119번 국도를 통해서 채스터스빌 마을을 떠나던 주인공 바비는 마을이 돔에 갇히는 순간을 목격한다.

그는 떠돌이 요리사로 채스터빌 마을에서 생활하다가 마을의 실력자인 빅짐의 아들 패거리와 싸움이 붙었다.

그리고 빅짐의 텃새에 밀려 마을을 떠나려던 참이었다.

떠돌이처럼 보이는 바비는 사실은 이라크에서 활약한 전직 특수부대 출신의 대위였다.

그리고 이 사건을 수습하기 위해 전직 상관인 콕스대령에게 연락을 한다.



마을이 투명한 돔에 갇힌다는 스티븐킹의 상상력은 기발한다.

그러나 이 소설의 뛰어난 점은 단순히 마을이 돔에 갇힌다는 상상력이 아니다.

갇힌 돔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다.

천 명 정도가 거주하는 미국의 작은 마을에는 그 마을에서 권력을 잡고 온갖 부정부패를 행하는 빅짐과 같은 인물이 있다.

그는 이 사건을 통해 마을에서의 자신의 권력을 확고히 하려 한다.

돔에 갇히는 사건으로 경찰서 서장이 죽자, 부서장을 포섭해 자신의 수하로 만든다.

그리고 자신의 아들 주니어와 불량배 친구들을 임시 경찰관으로 임명한다.


그리고 그동안 저질렀던 온갖 비리를 덮으려 한다.

이 과정에서 살인과 폭행, 협박등을 일삼는다.

바비는 마을의 유일한 신문사의 편집장인 줄리아의 도움 빅짐에 맞서 마을을 구해내려 한다.


비록 배경이 미국이고, 돔이라는 기발한 상상 속에서 만들어진 사건이지만...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사는 세상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해 본다.

어느 작은 단체든, 그 단체를 좌지우지 하는 권력자가 있기 마련이고,

그들은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그 사건으로 자신의 권력을 유지해 간다.

그리고 그 권력자 밑에는 주니어와 그의 친구들과 같은 행동대원들이 있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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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서 주석
존 머리 지음, 아바서원 번역팀 옮김 / 아바서원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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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로이드 존스 목사님의 [로마서강해]와 함께 로마서 해석의 중심을 지킬 수 있는 최고의 로마서 주석입니다. 로이드존스 목사님도 [로마서강해]에서 그의 주석을 많이 인용합니다. 물론 같은 본문에 대한 다른 해석을 제시할 때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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