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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품격 - 삶은 성공이 아닌 성장의 이야기다, 빌 게이츠 선정 올해의 추천도서
데이비드 브룩스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5년 11월
평점 :

미국에서 2차 세계대전의 두 영웅을 이야기 꼽으면 맥아더와 아이젠하워를 이야기 한다.
맥아더는 일본과의 태평양 전쟁을 승리로 이끈 인물이고, 아이젠하워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으로 독일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인물이다.
전쟁 후 아이젠하워는 대통령이 되고, 맥아더는 대중적인 인기와는 달리 역사에서 쓸쓸히 사라진다.
과연 그 차이가 무엇이었을까?
이 책에는 여러 인물들의 내면의 성장 과정을 다루고 있는데 그 중에 아이젠하워의 이야기도 나온다.
아이젠하워는 어린시절부터 매우 다혈질적이고 화를 참지 못하는 성향을 가졌었다.
그가 어렸을 때 아버지가 형들만 할로윈 파티에 가게 하고 어린 아이젠하워는 가지 못하게 했다.
순간 화가 난 아이젠하워는 문밖으로 나가 나무를 주먹으로 쳐서 손의 피부가 벗겨지고 피범벅이가 되었다.
그로 인해 어린 아이젠하워는 아버지에게 매를 맞고 자기 방에서 울고 있었다.
그 때 그의 어머니가 조용히 그에게 다가와서 성경의 한 구절을 읽어 주었다고 한다.
"자기의 마음을 다스리는 자는 성을 빼앗은 자보다 나으니라"
어머니는 어린 아들 내면에 있는 분노와 증오를 이야기 하고 그 분노와 증오를 다스리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 후 아이젠하워는 평생 자신 안에 있는 분노와 증오를 다스리는 삶을 살았다.
2차세계 대전까지의 대부분의 군생활을 참모로 생활하며 다혈질적이고 권위적인 지휘관들의 뒷처러를 감당했다.(그 중에는 맥아더도
있다.)
그는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묵묵히 맡겨진 일을 감당했으며 결정적인 순간에 2차세계 대전의 전세를 바꿀만한 상륙작전을 성공시켰다.
대통령이 되어서도 그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자신을 다스리며 맡겨진 일을 감당했다.
이는 맥아더의 자기과시욕이나 독단적인 행동과는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이 책은 불우한 어린 시절이나 연약한 건강을 이유로 연약한 내면을 가지고 있던 인물들이 어떻게 위대한 인물들이 되었는지를 이야기 하고
있다.
이런 인물들을 통해 저자인 데이비드 브룩스가 이야기 하려는 것은 내면의 성장의 중요성이다.
저자는 현대인들의 외적인 성장만을 중요시하고 내적인 성장을 돌보지 않음을 지적하고 있다.
그는 한 인간의 자아를 '아담1'과 '아담2'로 나눈다.
'아담1'은 우리 밖에 있는 외면적인 자아로서 자신의 성공과 사람들의 인정을 위해 노력한다.
반면 '아담2'는 우리 내면에 있는 자아로서 영적인 부분을 감당한다.
그러나 '아담2'는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아름답고 도덕적인 자아가 아니다.
저자는 칸트의 말을 인용해 이 내면의 자아를 뒤틀린 목재로 본다.
우리 인간에는 자기 중심적이고, 교만과 욕망과 증오와 분노가 담긴 내면의 자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뒤틀린 자아의 연약함을 깨닫고 내면을 성장시키는 사람만이 진정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부분을 뼈 속까지 성공주의에 물든 현대인의 시각으로 잘못 이해하면, 진정한 외적인 성공을 이루기 위해서는 내면의 성장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이해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저자가 이야기하는 성장은 그런 것이 아니다.
저자는 인간마다 자신이 해야 할 '소명'이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사명을 통해 진정한 내면의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그 대표적인 인물로 루즈벨트의 뉴딜정책의 막후 조력자이자, 미국의 복지정책의 어머니로 불리는 '프랜시스 퍼킨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그녀는 뉴욕화재때 이주 노동자들의 참혹한 죽음을 보고 그것을 사람들의 방관으로 인해 발생한 일이며, 그런 방관자 중에 자신도 한 명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자신의 평생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그 일에 평생을 받친다.
저자는 그것을 '소명'이나 '천직'이라고 부른다.
천직은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천직을 고르는게 아니라는 얘기다. 천직은 소명이다. 천직이 그를 부르는 것이다. 천직에
몸담은 사람은 대체로 이 문제에 대해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느낀다. 소명에 따라 천직을 추구하지 않으면 그의 인생은 몰라보게 달라질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P58)
이라고 한다.
소명이란 자신이 성공을 위해 그 일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일 자체가 자신을 부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일을 하면서 진정한 자신의 존재 가치를 깨닫는 것이다.
그렇게 소명으로 불려진 사람은 그 소명을 이루기 위해 자신의 내면을 단련한다.
가치있는 삶을 살기 위해 자신의 욕망과 자아를 억제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럿을 '내적 장악력'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런 내적 장악력이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의 인정을 받는 커다란 성공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이 책에 나오는 대부분의 인물들은 모두 불행한 어린 시절을 살았고, 성인이 되어서도 힘든 삶을 살았으며, 그들의 연약한 성품으로 인해
결혼과 가정 생활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그런 자신의 내면의 연약함을 직시하고 그 연약함과 끊임없이 싸운 인물들이다.
그들은 이 싸움을 통해 내면이 성장하고 인류와 국가에 지대한 공헌을 한 사람들이 되었다.
그들은 성공을 해서도 그 성공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그 성공에 파뭍혀 자신이 변질되지 않으려고 끊임없이 자신의 내면을 단련했다.
저자는 랜돌프와 러스틴이라는 미국의 유명한 흑인인권운동가들이 자신들의 명성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타락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다.
이렇게 대결 국면의 한가운데 있었고, 랜돌프와 러스틴을 비롯한 인권운동가들의 활동이 가장 활발한 순간이었음에도 그들은
자신드의 공격적 행동으로 인해 타락할 위험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다.자기들에게 가장 유리한 순간에도 죄를 짓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의가 정당하는 이유로 독선의 죄에 빠질 수 있었고, 대의가 성공적으로 진척됨에 따라 잘난 체하는 죄에 빠질 가능성이 있었다.
또한 그룹과 그룹이 맞서면서 악의적이고 파벌적인 성향을 띠게 될 수 있었고, 추종자들을 동원하기 위한 선전 활동을 벌이면서 지나친 단순화와
교조주의로 흐를 수 있었으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모인 군중이 점점 많아짐에 따라 허영심에 빠질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나아가 그들의
가슴은 갈등이 더덕 심각해지고 적들에 대한 증오가 깊어짐에 따라 무감각해질 수 있었고, 권력에 가까워질수록 도덕적으로 타락한 선택을 해야만 할
수도 있었으며, 역사를 변화시키게 될수록 더욱 자만심에 빠질 수도 있었다. (P268)
바로 이것이 사방에서 타락한 세상을 보는 사람들이 찾은 반전의 논리이다. 20세기 중반에 이러한 역설적 논리로 가장 이름을
떨친 사람이 라이홀드 리버이다. 랜돌프, 러스틴, 킹 같은 사람들은 니버 식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 니버는
인간이 죄를 짓는 본성에서 헤어날 수 없는 존재이며 그 스스로가 짐이자 문제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인간의 행동은 우리가 이해하기에는 너무나 큰
의미의 틀 안에서 일어난다. 우리는 자신이 한 일에서 비롯되는 기나긴 연쇄적 결과를 이해할 수 없고, 심지어 우리 자신의 충동의 근원마저도
이해할 수 없다. 니버는 현대인의 아인한 양심과 모든 방면에서의 도적적 안주를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독자들에게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는
것만큰 도덕적이지 않으며, 스스로 판단하는 것만큼 순수한 동기를 지니고 있지 않다고
일깨운다.(P269)
결국 저자는 인간 내면의 뒤틀린 본성과 욕망을 깨닫고 그것과 끊임없이 싸우는 사람만이 그것에 잠식되지 않고 진정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그런 과정들을 다루고 있다.
어린시절의 성적타락과 무질서한 삶에서 자신을 이기고 빈민들의 어머니가 된 도러시데이나, 한쪽 눈과 한쪽 청력을 잃고 한쪽 팔까지 절단한 후
수많은 육체와 정신의 압박을 당하던 사뮤엘 존슨이 그것들을 이기고 위대한 작가가 된 스토리를 읽다보면 저절로 그들의 삶에 경의를 표하게
된다.
그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안치환이 부른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진정으로 느끼게 된다.
현대의 문화는 성공의 문화이다.
누구나 성공을 이야기 하고, 어린 아이때부터 성공을 위한 훈련을 받는다.
그 성공으로 가는 과정에서 우리의 뒤틀린 내면은 더욱 더 뒤틀려 진다.
그리고 성공을 누렸을 때 우리 안에 뒤틀렸던 내면이 터져 나온다.
뒤틀린 자기과시와 약한 자에 대한 무시, 그리고 자신이 가진 것으로 무한한 욕망을 누리려 한다.
그러나 더 무서운 것은 성공하지 못했을 때이다.
자기과시와 폭력으로도 분출되지 못하고 내면에 쌓여만 가는 뒤틀린 내면은......
성공하지 못했다는 자괴감과 함께 타인에 대한 분노가 된다.
그리고 그것은 '광기'가 되어 분출된다.
자신과 타인을 모두 태워버리는 '광기'기 된다.
현대문화가 인간 내면의 자아를 방치하고 그것을 계속해서 뒤틀리게 만드는 상황에서 저자가 이야기 하는 내면의 성장이 너무나 소중하게
느껴진다.